★★★☆☆
이미지 출처 :
YES24
보통 책을 좋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책의 내용을 좋아하는 것이죠.
그런데 책을 좋아한다는 것에는 여러가지 종류와 수준이 있습니다. 책의 디자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서체라든가, 페이퍼 백이냐 양장본이냐를 구분하기도 하고, 미색 모조지냐 재생지냐로 취향이 나뉘기도 합니다. 희귀본이나 한정판을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종이로 만든 책이라면 무작정 환장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책 냄새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죠. 밑줄을 긋거나 귀퉁이를 접는 것은 물론이고 책을 활짝 펴는 것조차도 질겁을 하는 사람(이 책에서 궁정식 책 사랑법이라고 분류한)이 있는가 하면 물고 빨고 하는 수준에서 책을 이용하기도 하고 책을 분책하거나 다 읽은 부분은 뜯어서 먹는 사람의 수준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제 경우는 다 읽은 페이지 번호에 동그라미를 치고 자를 대고 밑줄을 긋던 시기를 지나 일단 손에 들어온 책은 버리지를 못하고 무조건 보관하던 시기를 거쳐 지금은 다시 볼 책이 아니면 과감하게 북 크로싱해서 날리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을 나열해서 스펙트럼을 만든다면 중간 정도의 수준?
대부분 bookmark나
book dart를 사용하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귀퉁이(dog-ear라고 하는)를 접고 낙서도 하고 메모도 거침없이 합니다. 상당히 지저분하게 보는 편이죠. 그것이 인간의 독서 생활을 위해 희생한 나무들을 기쁘게 할거라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것과 관련된 내용을 전에 포스팅한 적도 있군요.
해외 여행을 가면 독특하고 예쁜 bookmark를 사 오기도 하고 선물을 받는 것도 아주 좋아하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아낌없이 줘 버리기도 합니다. book dart는 제 것이 아닌 책에만 사용하는 편이고요. 그러니 확실히 궁정식 책 사랑법은 아닙니다.
대신 뭐든지 읽는 것은 좋아해서 장르를 가리지 않는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 책의 저자처럼 자동차 메뉴얼이나 홈 쇼핑 카탈로그에서 희열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고요.
이 책은 '책을 위한 책'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제목부터 Ex Libris(장서표)입니다. 책벌레가 쓴 책벌레를 위한, 책에 대한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재 결혼 시키기(두 책벌레가 결혼했을 때 각자의 책장을 합치는 것), 오, 탈자를 강박적으로 교열하는 것, 한정본에 대한 사랑, 책을 쓰는데 사용하는 필기구에 대한 집착, 표절에 관한 내용, 책과 연합된 강렬한 감정, 낭독의 쾌감에 이르기까지 책벌레들을 흥분시킬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아쉬운 점은 저자가 이 책에서 소개한 다양한 책들과 풍자와 유머, 라이프 스타일이 지극히 서구적인 것이어서 마음에 별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훨씬 더 맛깔난 비유를 사용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역자가 번역 잘 하는 정영목씨니까 아마도 번역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아니면 제가 이 책을 좋아라 할 정도의 책벌레가 아니라서 그럴수도 있겠습니다.
책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책벌레라면 마음에 드실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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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활자 인쇄물을 읽을 때 항상 손에 필기구를 들고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는 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가끔 있더군요. 구질구질하다나? ㅠ.ㅠ
아마도 그건 제가 전공 서적뿐 아니라 소설, 시, 잡지, 만화, 심지어는 요리책까지 활자로 인쇄된 것이라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줄을 쳐 가며 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여백에 이런저런 코멘트까지 빽빽이 써 가면서 읽었지만 제 글씨체가 엉망이라는 통찰에 이른 뒤로는 줄 치는 것만 하고 있습니다. ^^;;;
사람들은 뭐하러 그런 짓(?)을 하느냐고 하는데 사실 저는 왜 유용한 그 짓을 하지 않는지 오히려 이해가 잘 되지 않습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인쇄물이라면 개인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나중에 다시 보아도 눈에 띄기 쉽도록 표시를 해 놓는 것이 분명히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소설이나 시를 읽다가 감동을 주는 대목을 발견하면 줄을 치면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곰씹어 볼 수도 있고요.
사실 모든 인쇄물의 내용을 읽으면서 동시에 기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know-how'보다는 'know-where'나 'know-who'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know-where'를 알고 있더라도 정작 내가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으려면 평소에 '표시해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쇄물을 읽을 때마다 필기구를 찾는 것이 다소 귀찮을지 모르겠지만 습관의 힘을 빌리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저는 항상 스타일러스펜과 펜을 겸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펜을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아니면 작은 형광펜을 준비해도 괜찮겠지요.
저는 어떤 책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책은 책장에 다시 꽂기 전에 줄을 친 부분만 다시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책의 흐름을 따라가고 필요한 정보는 머리에 다시 한번 넣는 작업을 하는 것이지요.
이런 습관이 언제부터 생긴 습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입시 전쟁을 치르던 고등학교 때에 생긴 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 봅니다만 분명하지는 않습니다.
아, 물론 제 책이 아닌 경우에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만... ^^
그리고 단점이 있기는 한데 저와 같은 습관이 있는 사람의 책을 빌리는 경우에는 그 사람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줄을 쳐 둔 부분의 영향을 받아 읽기의 방향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자꾸 새 책을 사게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ㅠ.ㅠ
그래도 유용한 습관 아닌가요? ^^
- 온라인 문법/맞춤법 점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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