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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영화
가끔 우연히 만난 영화에서 큰 울림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게는 최근에 본 이 영화가 그랬는데요.
이 영화는 출신지도 어디인지 알려지지 않은 야론 질버먼 감독의 작품(하다못해 다른 작품도 공개된 적이 없습니다)입니다. 각본, 제작, 감독을 모두 혼자 해 냈네요.
줄거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결성 25주년을 맞은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 '푸가'의 실질적 리더이자 첼리스트인 피터(크리스토퍼 월켄 분)가 갑자기 파킨슨병 초기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동료들을 공황 상태에 빠뜨립니다. 이 네 사람은 단순한 동료 관계가 아닙니다. 스승과 제자 사이이기도 하고, 현재 부부도 있으며, 옛 연인이었기도 하고, 라이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터의 리더십으로 그동안 별 문제없이 잘 지내오고 있었던 거지요.
이 영화의 태그라인은 '인생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불협화음'인데 태그라인이 말해주듯이 삶이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을 때는 인생의 불협화음이 들리지 않지만 사실은 계속 연주되고 있는거거든요.
팀이 위기를 맞으면서 그동안 음소거되어 있던 불협화음이 모든 사람들에게 들리기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등은 해소될 기미가 없이 고조되기만 합니다.
피터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지도 모를(사실 자신이 설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난도가 높기로 유명한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을 연주하기로 합니다.
과연 이들은 25년 만에 터져나온 갈등을 봉합하고 마지막 무대를 성공적으로 장식할 수 있을까요?
BGM은 훌륭하지만 전통적인 음악 영화가 아니라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실망감을 선사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연기파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로 인해 뻔할 수 있는 줄거리의 약점이 완전히 묻혔습니다. 피터 역의 크리스토퍼 월켄도 그렇고 로버트 역의 (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줄리엣 역의 캐서린 키너의 연기가 빛을 발했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마크 아이반니의 선굵은 연기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들이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 또한 아주 인상적입니다.
직업정신의 발로였는지 모르겠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저는 역시나 이들이 빚은 갈등의 대부분이 이중 관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모든 다중 관계는 언제나 해롭다' 포스팅 참조). 동료 관계이면서 동시에 부부, 연인, 라이벌, 사제 관계를 맺었으니까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들이 동료 관계만 철저히 유지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없었겠지요. ^^'
별로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인데 참 좋았습니다. 연기파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도 그렇고 이중 관계에 대한 고민도 다시 한번 해 볼 수 있었고, 잘 들리지 않는 인생의 불협화음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깨달음도 얻었네요.
모든 분들께 추천 드리는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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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씨네21
미국은 참 웃긴 나라입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데 세계의 경찰이랍시고 제멋대로 들어가 싸움 붙이고, 보호의 댓가랍시고 자원을 수탈할 뿐 아니라 양쪽에 무기를 파는 짓도 서슴없이 합니다. 사실 미국의 역사는 침략 전쟁과 수탈의 역사라고 할 수 있지요. 뭐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으니 그럴법도 합니다.
CIA가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을 비밀리에 지원해서 소련군을 격퇴시켰던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그런 미국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정신차리고 잘 봐야 행간이 보입니다.
겉모습만 볼 때 이 영화는 미국의 속물 의원이 우연히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보고 개과천선 한 뒤 엄청난 노력으로 막대한 예산을 따내고 그 예산으로 소련군에게 학살을 당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무자헤딘에게 스팅어 등의 현대 무기를 제공함으로써 소련군을 몰아내고 자유를 수호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10억불의 전쟁 예산을 승인하면서도 전후 복구를 위해 학교를 세우는 1백만 달러의 승인을 거부하는 미 하원(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도 구분을 못 하는 의원이 나옵니다)과 오로지 자신이 믿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며 이집트, 이스라엘,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주물럭거리면서 전쟁 놀음을 하는 미국의 린다 김을 보고 있노라면 "진정한 악의 축은 당신들이다. 당신들만 없어지면 훨씬 더 세상이 편안해질 것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톰 행크스, 줄리아 로버츠,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등 기라성 같은 연기파 배우들이 배역을 맡은데다 각본 또한 이미 검증받은 베스트셀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줄거리는 탄탄합니다. 특히 CIA 요원 역을 맡은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가 발군입니다.
무엇을 보고자 하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것이 보이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냉철한 현실 의식을 갖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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