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계획은 바츨라프 광장을 둘러보고 아침을 먹으러 호텔로 돌아가는 것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도를 보면서 이동을 했는데도 광장이 나오기는 커녕 점점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레기교를 건넌 뒤에 동쪽으로 쭈욱 가기만 하면 되는데 엉뚱하게도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더군요. ㅠ.ㅠ
그래서 계획을 급 수정하여 '춤추는 건물'을 보러가기로 했습니다.
춤추는 건물(Tancici Dum)은 현대적이면서도 기이한 외관으로 유명한 건물인데 주변에 관광지가 하나도 없는데도 여행자들이 이 건물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올 정도로 신기하게 생긴 건물입니다. 꼭 건물이 흐느적거리면서 춤을 추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저는 처음 봤을 때 거인이 콜라캔 우그러뜨리듯이 구겨 놓은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만... ^^;;;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외관인데 특이한 것은 실제로 사용하는 건물이라는 거. 옥상에 새 둥지처럼 보이는 것이 휴게실인데 사람들이 나와서 담배도 피우고 커피도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이 작기는 하지만 잘 보면 사람들이 보일 겁니다.
춤추는 건물 주위의 선착장에서도 야간에 운행하는 재즈 보트 등이 출발하는가 봅니다.
잠시 춤추는 건물을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슬슬 시장기가 도는군요. 춤추는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B선의 Karlovo namesti역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장을 보고 9시쯤 호텔로 돌아와 꿀맛같은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침을 먹고는 데스크에서 버스 터미널 위치와 시간표를 확인하고는 방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내려와 11시 쯤 체크 아웃을 했습니다. 구 시가 광장을 한번 더 둘러보고 하벨 시장을 보면 체스키 크롬로프로 내려가는 버스 시간을 계산해 봤을 때 대충 맞을 것 같았거든요.
저희가 3일을 묵었던 U Tri Bubnu 호텔은 현금으로 계산하면 3% 할인,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3% 할증이라는데 막상 체크 아웃을 할 때 보니 원래 예약했던 금액으로 가능하더군요. 아마 예약 없이 방을 구했을 때 적용되는 기준인가 봅니다. 387유로가 나왔는데 이걸 체크 아웃하는 날의 환율을 적용해서 코루나로 받더군요. 그러니 환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죠.
신용카드로 결제하려고 했는데 계속 오류가 나서 결국은 함께 간 사람의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습니다. 잠시 식은땀이 나더군요. 혹시 모르니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는 비상시를 대비하여 한 두 장 정도 더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체크 아웃을 한 뒤 짐을 맡기고 구 시가 광장으로 나왔습니다. 코 앞에 두고도 며칠동안 들어가 볼 생각을 못했던 성 미쿨라쉬 교회로 갔습니다.
성 미쿨라쉬 교회(Kostel sv. Mikulase)는 12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 건물로 보시는 것처럼 교회 중앙에 매달린 대형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유명합니다. 무게가 무려 1.4톤이나 된다고 하네요. 저걸 어떻게 매달아놨지?
성 미쿨라쉬 교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음악회가 열리기 때문에 항상 교회 앞에서 티켓을 판매하고 있습니다만 정작 교회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천장이 높고 멋진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어 앉아서 천장을 올려다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편안해 집니다. 성당이 다 그렇겠지만 숙연한 분위기라서 조용하지요.
성 미쿨라쉬 교회도 프라하 시내의 여느 교회처럼 화려합니다.
화려한 금장 장식이 멋지네요.
성 미쿨라쉬 교회를 둘러본 뒤 구 시청사(Staromestska Radnice)의 전망대를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구 시청사 전망대의 전망이 또 유명하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구 시청사의 화려한 천문시계만 보고 그냥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구 시청사의 1층에는 Tourist Information 데스크가 있어 프라하 여행을 위한 각종 유용한 정보를 구할 수 있으니 프라하에 오면 제일 먼저 둘러보면 좋은 곳입니다. 바로 옆에 있는 천문시계가 워낙 화려해서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요.
1층을 통해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 말고 옆으로 조금만 벗어나면 벽에 멋진 그림이 그려진 조용한 공간이 나오는데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아서 잘 모르는 곳입니다.
놀랍게도 이 그림은 작은 돌조각을 하나하나 붙여서 만든 모자이크 그림이죠. 멀리서 볼 때에는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천장에는 가문의 문장을 화려하게 수 놓았습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드문 조용한 곳에서 이런 그림들을 감상하는 것도 여행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중 하나이죠.
전망대로 올라가려면 일단 보시는 것과 같은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까지 올라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2층을 결혼식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결혼식이 열리지 않을 때에는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야하거든요.
구 시청사 전망대의 입장료는 70K이며 보시는 것과 같이 문으로 들어가면,
전망대의 중앙에서 올라가는 투명 엘리베이터가 또 있습니다. 이걸 타고 올라가야 합니다.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라서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구 시청사 전망대의 높이는 70m나 되는데다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전망대의 바깥쪽에 서 있으면 그야말로 후덜덜~ 한 풍경입니다. 구 시가 광장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네요. 몇 장 더 보실까요?
이쪽은 천문 시계가 있는 방향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확실히 사람들이 북적거리죠? 정각이 되면 저 자리가 꽉 찰겁니다.
보이는 골목을 따라 쭉 내려가면 까를교를 만나게 됩니다. 건물의 지붕들이 대체로 빨간 색이 많아서 그런지 사진을 찍으면 정말 예쁘게 나옵니다.
전망대의 높이가 높이라서 올라올 때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훅~ 올라왔지만 내려갈 때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죠.
철제 계단을 내려가면 그 다음부터는 건물의 내벽을 따라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가게 됩니다. 물론 중앙에는 올라올 때 탔던 엘리베이터가 사람들을 실어나르죠.
정각이 되어 가는 것 같군요. 어느새 사람들이 엄청 모여들었습니다. 북적거리는 가운데 소매치기에게 털리는 사람이 꼭 있을 겁니다.
저는 관광객들이 잘 다니지 않는 고즈넉한 프라하의 뒷골목이 참 좋더라고요. ^^
체스키 크롬로프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벨스카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지도를 들고 다니는데도 이상하게 찾기가 어렵더군요. 물론 일단 한번 찾고 나면 머릿속에 지도가 다시 그려지면서 나중에는 쉽게 찾지만요.
어쨌거나 찾기는 찾았습니다. 바츨라프 광장과 구시가 광장 중간 어디엔가 있습니다. -_-;;;
하벨스카 시장은 관광객, 특히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이 꼭 들르는 필수 코스 중 하나입니다. 각종 기념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해 보면서 살 수 있거든요. 저도 나중에 책갈피를 이곳에서 샀습니다. 하벨스카 시장은 그렇게 넓지는 않습니다. 천천히 둘러봐도 1시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정도이죠.
하벨스카의 진가는 기념품보다는 싱싱한 채소와 과일, 그 중에서도 진짜 맛있는 사과와 포도를 저렴하게 맛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사과와 포도는 꼭 사서 맛 보세요. 놓치면 후회하실 겁니다.
시장 한 켠에 보시는 것처럼 수도가 있어 산 과일을 곧바로 씻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즉석에서 씻어 벤치에 앉아 사람들이 오가는 것을 바라보며 먹으면 캬~ 침 넘어 가네요.
가끔 산딸기같은 열매 과일을 자그마한 박스에 넣어서 팔기도 합니다. 49코루나라고 하면 3,500 원 정도 하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100g 당 가격이라는 거. 저희도 한 박스 사서 먹었는데 저 박스 하나에 200g이 조금 넘습니다. 그러니 금방 7,000 원이 넘어가죠. 결코 싼 가격이 아닙니다. 그리고 사실 별로 달지 않아요. 그래서 저 같으면 다음에는 안 사 먹을 겁니다. -_-;;;
돌아다니다 보면 이처럼 사탕을 덜어서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먹어볼까 했는데 왠지 엄청 달 것 같아서 도전을 못 해 봤습니다. 가이드 북에는 쏠쏠한 재미가 있다고 되어 있던데 말이죠.
이제는 체스키 크롬로프로 내려 갈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슬슬 호텔로 돌아가 맡겨둔 짐을 찾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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