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물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인체를 구성하는 성분 중 수분이 70%인 것을 예로 듭니다.
정확하게는 나이에 따라 수분 함량이 달라지는데 신생아 때는 75~85%에 이르고 신체 발육 상태가 최정상인 20~30대에 70%가 되며 40~60대가 되면 60%로, 그리고 60대 이상이면 55% 미만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인체 내 수분 함량이 떨어지면 당장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혈액 농도가 떨어질 수 있겠지요. 인간의 혈액은 85%가 수분이라는데 피가 끈적끈적해지면 건강에 좋을리가 없습니다.
기능의학을 전공한 의사들이 환자들의 수분 함량을 검사해 보면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탈수 상태라고 합니다. 그래서 하루에 물을 1.5~2리터를 일부러라도 마시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물론 억지로 물을 마시는 동물이 없는데 인간만 특별히 그럴 필요 없다며 목이 마를 때 마시는 것으로도 충분한 수분이 섭취된다는 주장을 하는 영양학자들도 있습니다.
목이 마를 때마다 수분 섭취를 해 주든 일부러 섭취량을 정해서 마시든간에 수분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이니 체내 수분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포스팅에서 말하고 싶은 건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하나가 아니라 '어떻게' 마셔야 하나입니다.
일단 아래의 이미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건 제가 매일 아침마다 측정하는 인바디 결과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이미지는 체내 수분량입니다. 12월 15일 현재 59.3%이니 정상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미지는 체수분량입니다. 전체 체중 대비 수분의 양을 kg으로 표시한 겁니다. 역시 정상 수준입니다. 그런데 두 가지 측정치 모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경계선에 걸려 있는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정말 그런지 추세 그래프를 보시겠습니다.
체내 수분량의 5개월 추세선인데 2020년 8월만 해도 56.4%로 정상 수준에 겨우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9월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10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12월에 들어서자 확실하게 안정권에 들어섰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제가 비타민C 메가도즈에 추천하는 제품' 포스팅에서 비타민C 메가도즈를 위해 9,000mg의 비타민C를 500ml 텀블러에 담아서 수시로 마신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체내에 흡수되어 활용되지 못한 비타민C가 결석 생성을 촉진하지 않도록 일부러 물도 많이 마셨지요. 그래도 체내 수분량이 전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이건 올해 초부터 계속 하던 습관이니 이것 때문에 체내 수분량이 올라간 게 아닐 겁니다.
그런데 10월에 생활습관교정을 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과일식을 주로 하는 자연식물식으로 바꾼 겁니다. 그러니까 과일을 주식으로 해서 채소를 추가해 먹는 식단으로 바꾼거지요.
과일을 먼저 먹는 건 당뇨가 있는 분들에게도 추천하는 식습관이죠. 흔히 '거꾸로 식사법'이라고 합니다. 과일을 먼저 먹고 단백질과 지방을 먹고 마지막으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치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런데 자연식물식을 하는 사람들이 과일을 먼저 먹는 이유는 과일이 워낙 빠르게 소화되기 때문에 먼저 먹어서(보통 본격적인 식사 30분 전에 먹으라고 합니다) 위를 비우고 장에서 영양분이 소화되는 동안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먹어서 천천히 소화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식사를 하고 나서 과일을 나중에 먹으면 과일이 다른 음식물 때문에 위에서 정체됨으로서 부패되기 때문에 몸에 좋지 않거든요.
그리고 자연식물식을 하는 분들은 과일과 채소가 주 음식이기 때문에 먹는 양이 많습니다. 저만 해도 아침에 바나나 1개, 사과 반쪽, 배 반쪽, 감 반쪽, 그린 키위 1개, 체리 한움큼 정도를 매일 먹으니까요. 거기에 견과류를 곁들인 샐러드를 주식으로 먹는데 저는 이 채소와 과일(특히 과일)에 포함된 수분 때문에 체내 수분량이 늘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것 이외에는 체내 수분량이 늘어난 이유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실제로 자연식물식을 권장하는 영양학 전문가들(대표적인 사람이 하비 다이아몬드입니다) 말을 들어보면 과일과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동물은 별도로 물을 마시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영장류들이 그렇다고 하죠. 그러고 보면 저도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이후로 목이 마르다고 느끼는 일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벌컥벌컥 마신 기억이 전혀 없네요.
그냥 물을 마실 때에는 몸 안의 나트륨 농도에 따라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된 수분은 식이섬유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세포에 흡수되고 또 흡수된 이후에는 배출되지 않고 머무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왜 물을 직접 마시는 것보다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체내수분량 증가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수분 섭취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억지로 물을 마시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은 한번 자연식물식으로 식단을 바꾸는 걸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점심으로 주로 먹는 식단을 보여드립니다.
이건 12월 16일 첫끼로 먹은 것인데 보시는 것처럼 엄청난 양의 과일과 샐러드, 그리고 두유로 만든 요거트까지 먹습니다. 보통은 마지막으로 통밀 식빵을 1개 정도만 먹는데 오늘은 통밀 치아바타까지 마음껏 먹었으니 평소보다 양이 더 많았습니다. 이렇게 많이 먹어도 자연식물식을 하면 체중이, 정확하게는 지방이 빠집니다. 9월 건강 검진 때 176cm의 키에 66kg이었는데 지금은 60kg까지 빠진 상태이고 체질량 지수가 12.9%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매일 하는 운동의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국 식단이 바뀌지 않으면 체중 조절과 건강 관리를 지속적으로 할 수 없다는 걸 자연식물식을 하면서 실감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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