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하이드 파크에서 성 메리 대성당까지는 걸어서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만 구글맵이 엉뚱한 길을 알려주는 바람에 한참을 헤맸습니다. 구글맵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계단이 많은 복잡한 지형에서는 안전하지만 돌아가는 길을 안내하는 경우가 간혹 있거든요. 예전에 크로아티아 흐바르 섬에서도 뒷목잡는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완전히 믿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시드니에서 또 한번 당했네요;;;
안내판에 미사 일정이 상세히 안내되어 있고 일요일 정오에는 가이드 투어를 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것이 St. Mary's Cathedral입니다. 사암으로 지어져서 그런지 외벽의 색깔이 정말 근사하죠. 고색창연한 느낌이 멋집니다. 규모는 좀 작지만 조형미만큼은 스페인 톨레도의 대성당과 견줄 만 합니다.
관광지라면 늘상 진을 치고 있는 잡상인들이 보이지 않아서 더 좋았습니다. 사진에는 안 나오지만 성당의 정면에 예쁜 화단이 조성되어 있거든요.
St. Mary's Cathedral은 내부도 굉장히 웅장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는데 제가 들어갔을 때 미사 중이어서 방해가 될까봐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고 이 컷 한장 찍고 물러났습니다. 놀라운 건 주말 미사였는데도 참석한 신자의 수가 정말 적더군요.
지도를 보니 시드니 왕립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도 그리 멀지 않기에 거기까지 둘러보고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구글맵이 사람을 이리저리 돌게 만들기에 길 가던 현지인에게 물어서 올바른 경로를 알아냈습니다. ㅡㅡ;;;;
왕립 식물원 입구에서 본 풍경인데 왼쪽이 시드니 타워인 것 같고 오른쪽은 무슨 건물인지 모르겠는데 칼로 자른 대나무처럼 생긴 게 외관이 아주 특이하네요.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왕립 식물원이 꽤 넓더군요. 여기가 저희가 들어간 입구인데 아마도 남쪽 게이트였던 것 같습니다.
문을 여는 시간은 아침 7시로 동일하지만 닫는 시간이 월별로 다른 것이 특징적입니다. 운동 기구 반입이나 반려동물 동반 입장은 안 됩니다.
입장료가 무료인데다 10월 이후에는 문을 닫는 시간이 꽤 늦은 편이어서 근처에 살면 매일 산책을 올 것 같은, 제 마음에 꼭 드는 곳이었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다 생각보다 넓어서 꼼꼼히 둘러보지는 못했는데 특이하거나 의미가 있는 식물이 많더군요(예를 들어 공룡 시대의 소철과 식물 같은 거). 이 나무는 얼핏 보기에는 소나무 같은데 위용이 어마어마해서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범상치 않아요;;;;
가족끼리 오거나 삼삼오오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도 많습니다. 집 주변에 이런 공원이 있다면 매일 올 것 같습니다.
중앙에는 새들이 모여 사는 구역이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가둬놓는 것이 아니라 풀어놨더군요. 사람들 주위로 날아다니거나 걸어다니는게 자연스러워서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하이드 파크에서 봤던 따오기도 있고 까마귀, 오리, 백조 등등 새 종류도 다양하더군요.
북쪽 끝은 바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멀리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걸 보면 시간만 충분하다면 걸어서 돌아가도 되겠더군요.
Royal Botanic Garden은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식물과 새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곳이더군요.
원래 식물원 중앙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려는 계획이었는데 주말이라서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기에 하는 수 없이 다시 돌아나와 택시를 잡아타고 달링 하버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에 숙소에서 기절해 있는 동료도 전화로 깨우고요.
시드니의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인도인이나 중동 사람입니다. 그래서 독특한 발음 때문에 도무지 영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더군요. ㅠ.ㅠ
요금 계수기는 기계식이 아닌 프로그램식으로 LCD화면에 띄워놓은 프로그램으로 금액을 알려줍니다.
기본 요금이 없는 대신 굉장히 빨리 올라가네요. 교통 체증 없이 15분 정도를 타면 우리 돈으로 대략 2~3만 원 정도의 살인적인 요금이 나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의 택시 요금과 우열을 다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출장이라서 일비가 나오기에 망정이지 제 돈으로 여행을 온다면 택시 타는 걸 주저할 것 같습니다.
시드니 첫날의 저녁은 달링 하버에 있는 음식점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55
점심을 먹고 짐을 부리러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리셉션에서 로비 쪽으로 바라본 노보텔 내부입니다. 넓고 인테리어도 근사해서 겉으로는 좋아 보입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죠. ㅠ.ㅠ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만 그렇습니다. 저희가 묵었을 때 더블 트윈 베드가 있는 딜럭스 룸이 조식 불포함 가격으로 1박에 24만 원 정도 했는데요. 호주 물가가 워낙 비싸니 다른 호텔 대비 숙박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잘 모르겠으나
노보텔은 하버 사이드 쇼핑몰로 곧바로 연결되는 접근성과 바로 앞에 꽤 큰 마트가 있어 생필품을 구입하기 쉽다는 장점을 제외하고는 절대 비추인 숙소입니다.
일단
주차장 이용료가 유료인데다 무엇보다
와이파이 이용료가 유료네요. 몇 년 새 여행 다닌 나라들의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유료인 경우는 아주 오랜만입니다. 게다가 체크인하는데 하루종일 걸리더군요. 물론 저희 일행이 4명이고 각자 방이 달라서 4개의 방을 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겠지만 손이 너무 느렸기 때문에 나중에는 아예 캐리어를 깔고 앉아서 기다렸습니다;;;;;
제가 묵었던 방인데 하버 사이드 뷰도 아닙니다. 넓어서 답답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어메니티가 엉망입니다.
슬리퍼, 목욕 가운, 우산 등이 없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슬리퍼가 없으면 굉장히 찝집하죠. 커피 포트는 더러워서 차를 마실 기분도 안 나는 수준이었습니다. 안전금고와 헤어 드라이어가 있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미니바로 사용되는 냉장고 용량이 커서 밖에서 사온 과일이나 음료를 충분히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은 있더군요.
욕실의 모습입니다.
양치컵이 없는 호텔은 처음 봤습니다. 빗도 없고요. 티슈가 화장실에만 있어서 티슈가 필요할 때마다 화장실 불을 켜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이것도 꽤나 불편하더군요.
아침에 공항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차를 타고 다니면서 무리했기 때문에 일단 두 시간 정도 쉰 뒤 만나기로 했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아무래도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저는 좀 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 일지를 쓰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간 맞춰 로비로 내려가니 아니나 다를까 팀원 중 한 명이 그 새 뻗어서 못 일어났다는군요. 비행 중에도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데 푹 쉬라고 하고 남은 인원들끼리 길을 나섰습니다.
시드니 하버에는 다리가 2개인가 3개인가 있는데 그 중 유일한 보행 전용 다리입니다. 양쪽 하버를 연결하며 중심가를 관통하는 다리입니다. 보행자는 대부분 이 다리를 이용하지요.
다양한 배들이 빼곡히 정박해 있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시드니 항구도 홍콩처럼 하버 사이드의 건물은 글로벌 금융 회사가 점령했습니다. 물이 맑다는 것만 빼면 홍콩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경치가 비슷합니다.
트위터를 통해 하이드 파크에 누들 축제가 한창이라는 정보를 알게 되어 벤치 마킹 차원에서 들렀습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어마어마한 규모더군요. 공원 전체가 축제 분위기인데다 사람들로 꽉 차 있습니다. 푸드 트럭의 수도 우리나라와 비교를 불허할 정도로 많습니다. 누들과 관련된 음식이란 음식은 다 모인 듯 합니다. 가이드 말처럼 별다른 activity가 없어서 그런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왔더군요. 깜짝 놀랐습니다.
하이드 파크에서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보고, 메모하면서 일했습니다. 일 이야기를 세세히 할 건 아니니 이 정도에서 넘어가고요.
그런데 이거 따오기 아닌가요? 공원을 돌아다니는데 이 녀석이 유유히 돌아다녀서 그야말로 깜놀했습니다. 흔히 보기 어려운 새(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이나 가야 볼 수 있지요)인데다 사람을 겁내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어서 더욱 신기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 하이드 파크까지 온 김에 주변에 있는 관광지를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St. Mary 대성당으로 향했죠. 하이드 파크를 관통해서 조금만 더 가면 St. Mary 대성당이더군요.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