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인 프리모 레비의 첫 작품 '이것이 인간인가(Se questo e un uomo, 1947, 1958)'를 북 크로싱합니다.
가스실과 화장터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 없이 파시즘을 통렬하게 비판함으로써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죽음의 광기를 고발하고 반성을 촉구한 화학자이자 철학자가 쓴 수용소 생존기입니다. 가슴 깊은 울림을 주는데다 문학적인 향기마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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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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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유태인 대학살을 다룬 자료들은 많습니다. 영화에서 여러 차례 다루기도 했고 증언록, 고백록, 다큐멘터리 등도 많고요. 그런 의미에서 얼핏 보면 프리모 레비가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라는 특이성 외에 이 책에 주목할 이유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심리학도라면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빅터 프랭클이라는 걸출한 아우슈비츠 생존 심리학자가 있기 때문에 더더군다나 이 책을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에는 특별한 점이 많습니다. 히틀러와 나치의 유태인 절멸 계획에 대한 피를 토하는 고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강제수용소의 처참한 현실이 자극적으로 나열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이런 류의 책에는 빠지지 않는 가스실과 화장터에 대한 묘사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돌베개 출판사가 이 책의 소개글 서두에 쓴 것처럼 이 책은 '역사를 왜,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장 진지한 문학적 답변'입니다. 프리모 레비는 2차 대전이 끝나면서 파시즘이 사라진 것이 아니며 우리가 역사의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고 그 참혹한 진실을 바탕으로 반성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경험한 그 지옥이 다시 도래할 것이고 '인간' 그 자체의 위기와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냉엄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저자 개인의 너무도 세밀한 체험기도 놀랍지만 파시즘의 위험과 인류의 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그토록 애썼던 그가 1987년 고향인 토리노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더 놀랍습니다. 이탈리아에서 강제수용소로 끌려간 유태인의 95%가 목숨을 잃고 단 5%만 돌아왔다는 통계를 본다면 그가 살아남은 것은 그야말로 운이 좋았다고 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는 왜 결국 목숨을 버린 걸까요? 수용소의 삶이 전쟁 이후에도 계속 연결되었고 파시즘과 싸우기 위해 그동안 버텨오다가 자신의 할 일을 다 마치고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간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그 답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각자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의 첫 저작인데 이후로 '휴전(1963)', '주기율표(1975)', '지금이 아니면 언제?(1982)', '익사한 자와 구조된 자(1986)'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에 모두 번역되어 들어와 있고 순서대로 모두 읽어볼 생각입니다.
단순히 수용소의 끔찍한 삶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 이상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만만치 않은 문학적인 향기가 느껴지는 책입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돌베개 출판사는 정말 좋은 책을 많이 출판해서 마음에 쏙 듭니다.
얼마전에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는데 이 책에서 프리모 레비가 유태인 수용소와 러시아 수용소를 비교해서 설명한 대목이 나와 매우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덧. 저는 이 책을 읽기까지 아우슈비츠가 단일 수용소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40여개에 달하는 수용소 군집을 말하는 것이더군요. 참고로 프리모 레비는 아우슈비츠에 속한 모노비츠 수용소에 있었습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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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 영역의 'smoke jumpers'인 국경 없는 의사회를 다룬 책입니다. 범죄심리학자인 저자 엘리어트 레이턴이 직접 세계 각지, 특히 아프리카의 MSF인들과 만나 그들의 삶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고 인터뷰한 내용을 가감없이 담았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하세요.
딱 한번 읽은데다 밑줄도 하나 긋지 않은 책이라 상태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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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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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없는 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이하 MSF)'는 비아프라 공화국에서 적십자 의료 활동을 펼치다가 환멸을 느낀 프랑스인 의사와 언론인들이 1971년에 창립한 긴급구호조직입니다.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도우며 어떤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권력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조직입니다. 선구적인 인도주의 활동을 인정받아 199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국경 없는 의사회라는 말을 들으면 다국적 의료인들이 일하는 야전 병원 정도를 생각했는데 사실 이들이 하는 일은 월드비젼의 긴급구호와 비슷합니다. 다만 smoke jumpers(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삼림 소방대원)라고 불리는 것처럼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되며 군인들도 꺼리는 위험 지역까지 비무장으로 서슴지 않고 들어가는 사람들이죠. 자신의 목숨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 같아 보였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너무나 엄청난 일들을 해 내면서도 한 달에 고작 몇 백 달러의 월급에 방 하나와 교통편만 제공받고 잠은 텐트나 임대 숙소에서 자면서 이들은 과연 왜 이 일을 하는 걸까요?
이 책을 쓴 엘리어트 레이턴과 인터뷰를 한 MSF 직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의 활동이 영웅시되거나 우상화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자신들에게는 영웅적이거나 이상적인 동기는 없다는 거지요.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어서, 삶이 지루해서, 기다리지 않고 빨리 구할 수 있는 직업이어서 등등. 경이로울 정도의 엄청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선택한 이유라기에는 너무나 평범하죠.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학살과 기아, 질병, 전쟁의 최전선에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수호의 천사같은 조직이지만 MSF에게도 나름의 고민이 많습니다. 내전을 치르는 군벌들에게는 MSF의 존재가 자신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MSF의 난민 캠프를 방패로 삼거나 MSF와 기타 원조 기구를 통해 들어온 물자를 약탈함으로써 전쟁을 더 길게 끌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더 많은 물자와 원조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기구들과 미디어를 통한 홍보 전쟁을 치뤄야 합니다. 더 잔인한 상황이 극적으로 노출될 수록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국가의 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MSF도 있으니(MSF는 국가마다 국가 기금 의존도가 다릅니다) 중립성이 오염될 위험성도 고려해야 하고.
참 세상에는 쉬운 것이 없지요. 구호의 세계에서도 그렇네요.
그래도 그들은 이런 저런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무엇이든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누구보다 빨리 움직여 도우려고 하지요.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덧. 이 책의 초반에는 자이레에서 일어난 1994년 인종 학살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자세하고 길게 소개됩니다. 심신의 충격을 받으실 수 있으니 마음의 대비를 하고 읽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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