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연수 평점 부족으로 1차 경고를 받은 김에 올해는 미리미리 챙겨두려고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작심해서 춘천까지 다녀왔습니다.
사전 등록도 미리미리, 교통편도 미리미리 예약했죠. 직행특급을 없애 해당 지자체 주민을 배제했다고 말이 많은 ITX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예약도, 발권도 아이폰의 코레일 앱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저처럼 어쩌다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평상시에 자주 서울 나들이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타격이 크겠어요.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30% 할인을 받아도 거의 7천 원에 육박하니까요. 민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ITX를 탔는데 전철 승강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찰구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환승 처리가 되는 걸 몰라서 아까운 지하철 요금을 날렸습니다. ㅠ.ㅠ
9시 20분 경에 춘천역에 도착하니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우연히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요. 도우미를 많이 배치해서 길을 헷갈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회장이 한림대와 라데나 리조트로 나뉘어 있어 불편함이 클 것 같았는데 셔틀 버스 배차 간격을 잘 맞춰 배치해서 그런지 큰 혼란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야 하루종일 한림대 학회장에만 있어서 별로 상관은 없었습니다만...
오전에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수퍼비전 워크샵을, 오후에는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수퍼비전 워크샵을 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겠지만 둘 다 들은 분들이라면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더군요. 둘 중 하나를 듣고는 멘붕 상태로 머리가 아파 고생 좀 했다는... ㅡㅡ;;;;
사람이 많이 붐볐는데도 꽤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서 그런지 등록, 자료집 및 연수 평점표 배부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강의장 시설도 괜찮았고요. 원형 강의장이라서 주목도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양쪽으로 영사막을 펼쳐서 어느 쪽에 앉아도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국제 회의실이라서 그런지 각 자리마다 모바일 기기 충전이 가능한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아이패드를 충전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고요. 강의 들으면서도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로 메일 확인해서 답장 보내고 할 건 다 했지요(자랑이냐!!).
강의가 끝나고 난 뒤 학회 보관용 연수 평점표를 제출해야 연수 평점이 인정되던데 새로 도입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강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기에 짜증나는 강의를 버텨내야만 연수 평점을 인정해준다면 그것 자체가 고문이 되지 않겠어요?
점심 식사는 한림대 구내 식당에서 먹었는데 저처럼 채식을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로는 쫄면이 유일하더군요. 그것마저도 없었으면 굶을 뻔 했습니다. ㅠ.ㅠ
음식값은 확실히 쌌지만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 먹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식당으로 가는 길에 대한 지도 안내가 분명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회원들이 길을 헤맸습니다. 교직원 식당은 그래도 지도 상에서 찾기가 쉽던데 학생 식당은 찾기 어렵게 표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강의가 모두 끝난 후 춘천역이나 버스터미널로 데려다주는 셔틀 버스가 없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제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라데나 리조트로 가는 버스만 안내하더군요. 결국 6시에 출발하는 ITX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버스 노선이나 시간표만 안내를 해 줬어도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하루만 경험했지만 시설, 인력 배치 등이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된 학회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들을만한 강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현장 전문가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수퍼비전 워크샵도 정착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본 것 같습니다. 바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정리된 현장 노하우를 제공하지 않고 개인적인 상념이나 푸념을 늘어놓는 식으로는 계속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한림대 관계자를 비롯해 강원 지역의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덧. 춘계학술대회 대신 봄 학술대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던데 사소한 것 같지만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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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한국 심리학회와 이런 저런 일로 얽히는(나쁜 일은 아니고) 동안 느낀 점에 대해 몇 가지 쓴소리 좀 하려고 합니다.
* 차기 심리학회장 선거에 우편 선거 제도를 도입한 것은 그것이 설사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할지라도 개인적으로는 찬성합니다. 연차 학회에 참석한 사람의 현장 투표만 인정한다는 건 좀 무리한 발상이라고 보거든요. 저만 하더라도 학회장 선거에 투표해 본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학회장 선거를 하려고 연차 학회에 참석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우편으로 도착한 투표용지를 보니 반송용 봉투에 등기우표(1,570원)가 붙어 있고 반드시 등기로 보내달라고 안내장에 적혀 있더군요. 우편사고를 염려하는 것도 좋지만 일과 시간에 우체국에 가서 우편물 등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는 학회원이 몇 명이나 될까요? 교내 우체국을 이용하거나 그냥 맘 편하게 조교를 시키면 되는 교수들이야 그런 걱정 할리가 없지만 직장인은 어쩌라고요. 가까운 곳에 이용할 수 있는 우체국이 없는 회원들은요? 설사 있더라도 점심 시간에 우체국에 가 보셨나요? 기다리다 볼 일 다 봅니다. 그렇다고 그냥 우체통에 넣자니 등기우표값이 아깝고 이러나 저러나 영 신경 거슬리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왕 우편투표제를 도입하려면 눈높이를 조금 더 평회원에 맞추는 자세와 눈썰미가 아쉽습니다.
* 저는 이번 연차 학술대회에 참석하지 않는데 연수 평점을 신경써야 하는 임상 심리학회 회원의 입장에서 모처럼 서울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감정적인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동보 메일을 보니 최다 논문이 등록되었다고 자랑이던데 그걸 자랑할 때가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 사전등록 기간이 끝나도록 프로그램이 확정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보고 등록을 하라는 것인가요? 그냥 심리학회의 전문성을 믿고 일단 등록을 하라는 건가요? 학회에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끔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그를 통해 사전등록을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이 아닐까요? 사전등록 기간이 몇 차례 연기되는 것을 보면 짐작컨대 발표자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 같은데 사정은 이해하겠으나 심리학회의 역사가 얼마인데 아직도 사전등록 전에 프로그램이 확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까? 좀 심한 것 같습니다.
* 서두에서 심리학회랑 얽히는 일이 좀 있다고 말씀드렸지만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 이번에 연차 학술대회 후원금으로 500만 원을 냈습니다. 그걸 중간에서 조율하고 자리를 만드느라고 회장님을 비롯해 몇몇 운영진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일하는 기관의 후원금 규모가 제일 크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놀랐습니다. 그 오랜 역사와 그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심리학회의 규모가 겨우 그 정도였군요. 사실 더 놀라운 것은 아직도 기업 차원의 후원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회원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문은 학문의 영역에만 머물러야 한다는 것이죠. 뭐 그 심정이 이해가 되지 않는 바도 아니지만 모든 기업이 돈 되는 걸 찾아서 게걸스럽게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차원에서도 학문 분야 지원을 통해 대외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고 서로가 윈-윈 하는 합의점을 찾으면 되는 것인데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굳이 수익모델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심리학회의 운영진이라면 교수라는 타이틀을 앞세우기 이전에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funding을 위해 좀 더 낮은 자세로 일해주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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