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선별심리평가의 심리검사도구 구성하기 : TCI/JTCI와 MMPI-2/A 조합'이라는 글에서 SCT보다는 TCI/JTCI를 더 추천한다고 말씀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TCI/JTCI의 장점을 중심으로 설명을 드렸는데요. 엄연히 SCT도 종합심리평가 도구 중 하나로 널리 사용되는 검사인데다 실제로 대부분의 임상, 상담 현장에서는 여전히 MMPI-2/A, SCT 조합으로 선별심리평가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왜 SCT를 추천하지 않는지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선별심리평가를 할 때 SCT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표준화된 검사가 아니기 때문
: MMPI-2/A는 정식으로 표준화되어 도입된 검사인데 그와 짝을 이루는 문장완성검사는 표준화된 검사가 아닙니다. 우후죽순 격으로 손으로 만들었는지 발로 만들었는지 모르게 남발되는 청소년용 문장완성검사 뿐 아니라 그나마 통일되어 사용되는 50문항의 성인용 버전과 33문항의 아동용 버전도 표준화된 것이 아닙니다. 50문항으로 구성된 성인용 버전마저도 가이던스에서 나온 것과 복사해서 사용되는 것의 문항 구성이 약간 다를 정도입니다. 검사 도구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표준화된 해석 방식 또한 없으니 해석자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 물론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표준화한 Forer의 문장완성검사 2가 있습니다만 100문항이라는 터무니없는 문항 수도 그렇고 한국심리주식회사는 제가 신뢰하지 않는 회사이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습니다.
* 수검자의 의도에 따라 조작이 쉽기 때문
: 타당도 척도를 통해 보고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는 MMPI-2/A와 함께 실시하기는 하지만 문장완성검사의 내용을 보면 수검자가 어떤 의도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특정 영역의 문항 내용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습니다. 수검자가 전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이고 싶거나 반대로 엄청 문제가 많은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에는 이러한 응답 경향성이 MMPI-2/A의 타당도 척도 분석을 통해 충분히 드러나겠지만 특정 영역에 대해서만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타당도 척도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문항에 대해서만 "그런 거 없음"이라고 답했다면 L, K. S 척도가 상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MMPI-2/A 결과가 clear하지 않게 나온 경우에는 해석이 더 어렵습니다. 물론 TCI를 실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MMPI-2/A 결과와 상반되게 나온 문장완성검사 결과를 얻은 평가자는 고민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 반투사 검사이기 때문
: 두 번째 이유와도 관련이 있는데 문장완성검사가 선별심리평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로 채택된 이유 중 하나는 MMPI-2/A와 SCT 모두 자기보고형검사이면서 동시에 MMPI-2/A가 구조화된 검사인 반면 SCT는 투사법 검사이기 때문에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하지만 문장완성검사는 엄밀히 따지면 로샤와 같은 완전투사검사가 아니라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만 답을 요구하는 반투사 검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문항의 의도가 수검자에 의해 읽힐 수 있고 당연히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됩니다. 그러니 그 방어 기제가 무엇인지를 읽지 못하는, SCT에 익숙하지 않은 평가자에 의해 오독될 위험성이 큰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저는 선별심리평가에서 SCT 사용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이미 MMPI-2/A, TCI/JTCI 조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 현장에서는 MMPI-2/A, SCT 조합을 압도적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문장완성검사의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점점 이를 대체하는 TCI와 같은 검사의 사용 빈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장에서 선별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SCT를 계속 사용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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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Beck 관련 척도의 판권을 산 뒤 임상심리학회 정회원들에게
협조협박 문건을 발송한 내용을 포스팅한 적(
'한국심리주식회사가 Beck 척도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만' 포스팅 참조)이 있습니다.
그 때의 제 논조는 Beck 척도를 사용하는 관련자를 그렇게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했어야 했냐는 감정적인 질타에 가까운 것이었는데요.
1년이 지나는 동안 이 척도들이 사용된 심리평가 케이스를 다수 supervision하면서 문제가 제가 생각하던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로 봤던 건 BDI와 BAI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수검자에게 MMPI-2/A와 BDI를 동시에 실시하면(기관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검사 수가를 맞추기 위해서 둘 다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불필요한 검사 비용을 수검자에게 떠넘기는 불합리한 관행입니다만)
전혀 우울하지 않은 타당한 MMPI-2/A 프로파일을 보이는 수검자의 경우에도 대부분 BDI 결과에서는 우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BDI 결과에서 우울하지 않은 정상 수준으로 나타나려면 MMPI-2/A에서는 정상 수준이 아닌 S나 K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상승한 방어적 프로파일은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BDI, BAI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해서 의미 그대로 해석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우울, 불안하지도 않은 수검자를 우울 장애, 불안 장애로 잘못 진단할 수 있는 false positive error가 높다는 말입니다.
물론 MMPI-2/A와 BDI, BAI가 함께 상승한 수검자의 경우는 BDI, BAI의 문항 내용 분석을 통해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이 또한 MMPI-2/A의 문항 분석(결정적 문항 등)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불필요한 비용과 심리적인 부담을 수검자에게 전가하는 BDI, BAI를 굳이 실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나마 MMPI-2/A를 함께 실시하는 경우라면 그래도 해결책이 있는데 선별평가에서 BDI, BAI만 사용하는 경우는 정말 큰일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없거나 파트 타임 임상가로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local NP에서 여전히 BDI, BAI만 사용해서 우울 장애, 불안 장애로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저는 false positive error가 높게 나타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BDI, BAI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덧. BDI의 경우 높은 수준으로 측정된 사례의 문항 내용을 살펴보면 endogenous depression에서 흔히 나타나는 vegetative symptom 관련 문항보다는 guilty feeling, punishment, internal attribution 관련 문항이 높게 평정된 경우가 굉장히 많은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역기능적인 신념이나 자동적 사고 교정, 대인 관계 역동 분석을 해야 하는 수검자를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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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심리주식회사가 임상심리학회 정회원 명의로 회원들에게 발송한 메일 내용의 일부분입니다.
내용인즉슨 지금까지 무료로 사용해오던 BDI, BAI, BHS 등의 저작권을 당사에서 샀으니 이제는 정식으로 출시된 질문지를 사서 써야 하고 무단으로 사용할 시에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일단 저는 저 메일에 포함된 협박조의 문구 정도로도 굉장히 기분이 나쁩니다만 BDI, BAI 검사 소개 페이지의 내용은 정도가 더 심합니다.
'불법 인쇄물을 사용한 의료행위, 임상검사, 논문작업, 상담활용, 연구행위, 보험료청구는 추후 해당감독기관을 통하여 법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인터넷, 방송, 신문, 잡지 등 불특정인이 볼 수 있는 어떤 매체에서든 본 척도의 문항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합니다'라고 되어 있고요.
홈페이지에 가면 그 법적인 불이익이란 게 무엇인지 아주 상세하게 팝업창으로 띄워 놨습니다.
불법 제본, 불법 스캔, 불법 복사를 집중 감시하고 있는데 적발 시 저작권보호센터에 고발조치하여 5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에 더하여
소속 기관 및 해당 학회의 윤리위원회에 정식 공문을 통하여 실명을 밝히고, 항의조치 하도록 하겠다고 하네요. 아예 밥줄을 끊겠다고 대놓고 협박입니다.
더 치사한 건
이러한 불법현장을 당사에 신고 시 사안에 따라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고발 유도를 하는 겁니다. 하는 짓이 아주 역겨워요.
그런데 이번에 출시했다는 Beck 척도 시리즈를 보면 BDI-2는 모르겠지만 BAI, BHS는 규준 작업을 새로 한 것도 아니고 문항도 기존 문항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료로 잘 사용하던 것을 내가 판권 샀으니 이제부터는 동일한 quality의 척도를 나한테 돈내고 쓰라는 거지요.
BDI-2, BAI, BHS 각각 부 당 1,200원인 것도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는데 MMPI-2, TCI 등과 달리 부 당 구매를 할 수가 없고 최소 구매 수량이 100부(12만 원)입니다. 개인 구매는 아예 생각도 말라는 걸까요?
예전에 (주) 마음사랑에서 MMPI-2/A를 출시했을 때에도 말이 많았지만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MMPI가 워낙 문제가 많았던 도구라서 많은 임상가들이 MMPI-2의 도입을 기다려왔는데다 우리나라 규준이 적용된 표준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해서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검사 도구가 개발되었고 이후로도 사용자 편의성에 맞는 MMPI-RF 버전을 개발하고 해석 보고서나 통계 보고서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한국심리주식회사가 BDI, BAI, BHS의 척도 개발, 연구, 표준화, 보급 등에 무슨 기여를 했습니까?
연구자가 애를 써서 개발한 검사 도구를 제대로 된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거야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마는 지금까지 무료로 이용하던 척도를 별다른 개선 노력도 없이 저작권만 사서 그럴싸하게 포장한 뒤 예상을 웃도는 가격으로 파는 것도 모자라 지금까지 니네가 불법을 자행해 왔으니 반성하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면 법으로 처벌하겠다며 출시 초반부터 채찍질에만 열광하는 꼬라지가 아주 기분 나쁩니다. 그동안 BDI, BAI, BHS를 사용해 온 연구원, 임상가, 학생들이 모두 잠재적 범죄자입니까?
제가 이 회사의 대표였다면 절대로 이딴 식으로 출시를 알리지는 않았을 겁니다. 판권 계약을 통해 정식 출시한다고 알리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비전을 제시하고 임상가들에게 협조를 당부했을 겁니다.
솔직히 제 경험 상 BDI와 BAI는 허위 긍정 오류가 많아서 사용을 꺼리는 도구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각각 CES-D와 STAI를 사용하라고 권하는 편이고 차라리 MMPI-2/A가 종합적인 선별 평가도구로 훨씬 나으니 이걸 쓰면 됩니다.
K-WAIS-IV, K-WISC-IV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이 검사도구들의 문제도 곧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BDI, BAI, BHS는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사용을 피할 예정입니다. 다른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거 영 기분이 나빠서 말이죠. 쓸 때마다 기분이 나빠질 것 같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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