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2박 3일 간 엘리시아 강촌 리조트에서 열렸던 한국임상심리학회 봄 학술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보통은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를 통해 임상심리전문가 연수평점을 채우곤 했는데 그렇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임상심리학회 학술대회가 한국심리학회 연차 대회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quality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갈 때마다 기분이 상했기 때문입니다(올해도 이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고요). 그래서 매년 가는 해외 여행 시기를 여름철에서 다른 계절로 분산하기 시작한 이후로 여름철에 열리는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를 참석하지 못할 실질적인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에 참석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올해는 왜 임상심리학회 학회에 참석했냐하면, 8월에 몽골, 12월에 대만 여행이 계획되어 있어 자칫하면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 기간과 겹칠 위험성이 있었고 휴가 기간이 모자라 학회 참석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인데 왠일인지 올해부터 직장에서 학회 등록비를 지원하고 출장 처리까지 해 주는 바람에 아예 초반에 다녀오자고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래서 미리미리 챙기고자 이번 봄 학술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저는 2일차인 29, 30일 일정만 소화했습니다.
장소가 강촌인지라 가는 것도 일이어서(저희 집에서 itx 백양리역까지 지하철로만 꼬박 2시간이 걸리니까요;;;) 셔틀 버스 신청을 했습니다. 가격도 적당하고 대행사 일처리도 꼼꼼했는데 결과적으로 7시 20분까지 모이라고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길이 막혀서 버스 자체가 늦게 온데다 늦게 온 사람들을 태우느라고 7시 40분에 출발했는데 겨우 1시간 남짓 걸려서 8시 45분에 도착했으니까요. 미리 서두른 건 좋았는데 덕분에 저는 5시 30분에 일어나야 했죠. ㅠ.ㅠ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진행 상 문제 중 하나는 안내 표지판 설치가 부실했다는 겁니다. 수는 충분했지만 참석자 눈높이에서 부착한 것이 아니라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일례로 셔틀 버스 하차 장소에서 등록 데스크까지 안내문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감으로 찾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강의동 건물이 2개 밖에 없기는 했지만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데 가는 길 중간 실외에는 안내문이 하나도 없어서 역시 감으로 찾아갈 수 밖에 없더군요. B, C, D Room이 위치한 건물에 진행 요원이 있지만 1층에 있는데다 그냥 책상 하나 달랑 놓고 앉아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렸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학회 참석자가 앉아서 쉬는 줄 알았습니다.
등록 데스크도 동선이 효율적이지 않았습니다. 사전 등록과 현장 등록을 나눠 놓기는 했지만 제 경우는 사전 등록 후 환불 신청을 한 기관 신청자인데 별도의 안내가 없어서 사전 등록 데스크에 가서 이름을 확인하고 다시 현장 등록 데스크로 옮겨 가야 했습니다. 게다가 기관 신청자 명단에는 당일 등록만 한 걸로 표시되어 있어 확인하느라 시간을 지체하기도 했고요. 뭔가 딱딱 들어맞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등록자에게는 선물을 줬는데 내용물이 우산과 수건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인 30일에 비소식이 예보되어 있었고 요새 수건을 기념품으로 주는 곳이 많지 않아서 무겁기만 한 머그컵이나 별로 쓸 데도 없는 USB 메모리 따위보다는 훨씬 실속있었지만 엄청난 길이의 종이박스에 담아서 불필요한 포장까지 해서 주는 바람에 아이디어가 빛이 바랬습니다. 다들 선물을 받자마자 내용물만 빼고 박스를 버리느라고 한바탕 북새통이었고 그나마 많지도 않은 쓰레기통이 가득 차더군요. 제가 기본적으로 자원을 낭비하는 허식을 워낙 싫어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마지막 날도 이름표를 반납하려고 하니 재활용하지 않는다고 그냥 버리라고 해서 또 기분이 상했습니다. 이름표 규격이 통일이 되지 않아 재활용하지 못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들었지만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심리학회 차원에서 모든 이름표를 통일해서 일괄 구매하고 남은 걸 회수해서 재활용하면 쓸데없이 버려지는 자원을 충분히 아낄 수 있을텐데 그냥 그럴 생각이 없는 무성의라는 생각만 들었죠,.
그런 무성의는 식사 제공에서도 드러나는데 저처럼 채식을 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엘리시아 강촌이 고립된 리조트인데다 자체 레스토랑의 음식 가격이 어마무시하기에 중식 도시락 사전 주문을 받은 건 적절한 조치(그래도 모든 메뉴가 육식 위주라서 기분은 씁쓸했습니다)였지만 그걸 1회용품과 비닐 봉지에 담아서 준데다 식사를 할 공간이 부족해 사람들이 야외에서 도시락을 까먹은 뒤 버린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둘째 날에는 다음 강의가 있는 강의장(C room)에서도 냄새를 풍기며 점심을 먹게 했더군요. 누가 강의장에서 식사를 하도록 안내했는지 찾아봤지만 진행 요원 한 명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와 비교해서 임상심리학회는 연수 평점 관리를 철저히 하는 편이기 때문에 조기 탈락 방지를 위해 평점표를 강의 끝나고 제출하게 하는데 그거야 큰 불만없지만 그러면 연수 평점표를 제대로 수거해야죠. 셋째 날 R 통계방법론 강의 끝나고 조금 늦게 나갔더니 평점표를 수거하는 진행 요원이 가버려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멘붕에 빠졌습니다. 강의 시작 전에는 반드시 강의 끝나고 제출한 것만 인정된다고 그렇게 으름장을 놓았으면서 말이죠,
정작 그 강의는 9시에 시작하는데 8시 45분까지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도착해서 강의장에 불을 켜고 들어갔으니까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역시나 진행 요원 한 명 보이지 않았고 안내 방송도 없었고 하다 못해 강사도 안 와 있더군요. 처음에 강의장이 바뀐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돌아올 때 셔틀 버스를 타야했기에 시간표와 탑승 장소를 진행 요원에게 물어봤는데 리조트 직원에게 물어보라고 토스하더군요. 귀찮아서가 아니라 정말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정보도 숙지시키지 않고 진행 요원들에게 무슨 오리엔테이션을 한 건지 한심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참석자의 눈높이에서 진행하지 않는 미숙함은 이번 학회에서도 여전했고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이번 학회 장소처럼 고립된 곳이라면 그런 세심한 안내가 굉장히 중요한데 말이죠. 앞으로 엘리시아 강촌을 비롯해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서 하는 임상심리학회는 가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항상 학회를 다녀오면 제가 들은 강의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평가와 소개를 해왔습니다만 이번에는 일부러 안 하겠습니다. 그저 이 말씀만 드리고 싶군요. 임상심리학회는 학회 행사를 준비할 때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 타겟팅을 분명히 했으면 좋겠습니다.
수련을 받고 있는 레지던트 선생님인지, 올해 전문가가 된 신임 임상심리전문가인지, 현장에서 꽤 오래 practice를 한 senior 전문가인지, 아니면 대학원생 등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인지.... 제 생각에는 이도저도 아니었습니다.
타겟에 대한 아무런 고민 없이 그냥 개설한 강의들 같았습니다. 어떤 강의는 너무 기초적인 이론 설명에 치중하느라 하품만 나왔고, 어떤 강의는 너무 뻔한 기술적인 이야기에 시간을 들여서 실제 사례를 다룰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했으며 또 어떤 강의는 현장과 너무 다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황당했습니다. 전문가를 타겟으로 한 강의는 하나도 없었고 더 큰 문제는 이런 강의들은 임상심리 레지던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최소한 강의를 들으면 도움이 될 추천 대상을 명시하기만 했어도 매 강의가 끝날 때마다 씁쓸한 마음으로 나오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대체 왜 한국심리학회 연차 학술대회 때 개설되는 강좌에 비해 이처럼 quality차이가 나는 건가요?
앞으로는 꼭 듣고 싶은 강좌가 개설되지 않는 한(그것도 미리 아주 신중하게 알아보겠지요) 가능하면 임상심리학회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그럼 이번 학회에는 좋은 점이 없었냐 하면 딱 하나 있었습니다.
엘리시아 강촌 리조트 2층에 우양정이라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아마도 봄철 한정 메뉴인 것 같은데 봄나물 막국수라고 있더군요. 12,000원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는데 결코 돈이 아깝지 않은 맛입니다. 꼭 드셔보세요. 불쾌한 기분을 싹 날려주는 힐링 메뉴였습니다.
다시 쓰고 싶지 않은 학회 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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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가 되고 난 뒤 가장 번거롭고 귀찮은 일 중 하나는 바로 전문가 자격 유지를 위한 연수 평점을 채우는 겁니다.
일년에 고작 10점(정확히는 9점)만 채우면 되는건데 그깟 것도 귀찮아하느냐고 나무라실 수 있지만 일상이 바쁘다 보니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작년까지는 천금같은 휴가를 쪼개서 학회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번거로운 연례 행사였는데요.
이게 어쩐 일인지 올해부터 직장에서 직원 교육비로 (연수 평점을 채우기 위한) 학회 참석 비용을 지원해주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않도록 출장 처리까지 해 주겠다고 하네요. 이게 왠 떡입니까!!
올해는 8월에 몽골, 12월에는 대만 여행까지 계획하고 있어서 최대한 많은 휴가 기간을 확보해야하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얼마만인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처음?) 이번 임상심리학회 봄 학술대회에는 1박 2일로 다녀오기로 했습니다(어차피 하루 참석으로는 연수 평점을 다 채울 수 없다능;;;).
7시 20분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셔틀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 일찍 자야 하는데 아직 짐을 못 쌌습니다(그러면서 왠 포스팅?;;)
학회에서 딴 짓하면서 노는 거야 늘 익숙하게 하던 일(!!)이니 괜찮지만 먹는 걸 해결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 같습니다. 사전 중식 신청을 받기에 메뉴를 보니 제가 모두 먹을 수 없는 거라서 아무래도 바리바리 싸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현지 식당 이용은 최대한 자제하는 걸로(너무 비싸!!)...
그럼
잘 다녀오겠습니다.놀다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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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 상벌 및 윤리위원회 명의로 심리검사 문항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나왔습니다.
그간 대중매체 특히 방송을 통해 심리검사의 문항 자체가 노출되는 일이 반복되었고 최근 들어 더욱 빈번해지는 느낌이었는데 드디어 나왔네요. 만시지탄인 감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이라도 공식적인 학회 차원에서 공지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 특히 심리학회 회원이라면 아래의 윤리 규정과 대응 방안을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윤리 규정>
제50조 검사의 보안 유지
1항. 심리검사의 대중적 노출이 검사의 타당도를 손상시킬 가능성을 고려하여 검사의 보안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2항. 능력검사(지능검사, 신경심리검사, 적성검사 등)와 투사적 검사의 요강, 도구, 자극, 또는 문항이 대중 매체, 인터넷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검사에서의 특정한 반응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이 대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3항. 검사의 보안을 위한 노력의 의무는 심리검사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는 서적에도 적용된다. 단 심리학 전공자들이 심리검사를 연구하고 사용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제작되는 검사 요강, 핸드북, 해설서, 사례집, 워크북 등의 서적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4항. 심리검사를 제작하여 판매하려는 심리학자는 그 검사의 특징을 감안하여 검사 구입자의 자격 범위를 규정하고, 그러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응 방안>
1. 촬영 전 미리 검사의 보안 유지와 관련해 윤리규정을 제시하며 검사 자극 촬영을 거부할 것.
2. 방송사 등에서 검사 자극 노출 없이 검사 장면만을 촬영하겠다고 하여 허락을 하더라도 촬영 즉시 촬영 영상을 확인할 것.
3. 방송사에서 촬영 즉시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경우, 방송 전 편집본 사전 확인을 거칠 것을 담당 PD 또는 책임자에게 문서로 확약 받을 것.
4. 검사 자극 촬영이 꼭 필요한 경우 실제 사용되는 검사 자극이 아닌 유사한 자극이나 문항을 사용할 것.
* 월덴지기의 comment1. 윤리 규정과 대응 방안을 숙지하라고 하면서 정작 게시판에는 이미지 파일로만 게시하는 센스. 문서 파일 하나 첨부해 주면 어디 덧납니까?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한 조치인데 하나하나 입력해야겠습니까?;;;;2. 저는 방송이든 뭐든 대중매체가 심리검사와 관련된 촬영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거절하기 때문에 별로 걱정할 일이 없지만 대응 방안 2, 3번은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촬영 영상을 현장에서 보여주는 방송사는 제가 알기로 없으니까요. 아마 외주사도 그렇게 안 할 것이고 문서로 사전 확인을 받는 것도 불가능할겁니다. 구두로야 얼마든지 해 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러는 방송사는 거의 없죠. 인터뷰, 칼럼도 사전 확인 없이 그냥 내보내고 필요하면 논조도 얼마든지 뒤집는 곳이 대중매체인데 너무 naive한 대응입니다. 3. 자기 평판을 높이려 적극적으로 대중매체를 이용하는 소수의 회원을 제외한 대부분은 아마도 자기가 속한 직장에서 협조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촬영에 임하는 것일텐데 회원 보호에 대한 학회 차원의 의지가 별로 안 보여서 속상하네요. 윤리 규정을 위반한 회원만 징계하면 끝입니까? 최소한 그런 압력이 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상벌 및 윤리 위원회의 비상연락망 정도는 함께 게시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학회 차원의 대응 방안(학회 차원의 성명서 발표, 공식 항의, 변호사나 법무사 등의 자문을 통한 법률적 조치 등)도 당연히 고려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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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간의 한국임상심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제가 들은 강의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 워크샵과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supervision 워크샵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추천드리는 건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입니다. 물론 2~3시간에 불과한 워크샵 내용만으로 정수를 파악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제 느낌 상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 자신이 고수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고수를 알아보는 눈 정도는 생기거든요.
제가 받아보지 않아 supervision 방식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대로 된 supervision을 해 주실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장을 떠난 교수에 대해 반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런데 박경순 선생님은 서울여대 특수치료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도 심리치료의 손을 놓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아니라면 최소한 현장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았거나요.
초기 치료 세팅에 대해 강조하신 것을 비롯해 구조화된 접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기법에 집착하지 말 것, 뭔가 해 주려고 애쓰지 말고 충분히 들으라는 것 등 현장 상담자로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임상가에게 다소 호의적인 건 분명 있지만 어떤 치료적 접근법을 가진 치료자이건 상관없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완급 조절을 잘 하면서 설명해 주시더군요.
이건 그냥 제 느낌인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좀 엄하실 것 같기는 하지만 정석대로 가르쳐 주실 것 같았습니다. 강의만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고 치료 세팅이나 저항 다루기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초보 임상가들이 supervision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여서 좀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이용승 선생님의 워크샵' 때도 느낀 건데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들은 심리적 내상을 많이 입어서 그런지 많이 지치신 것 같아서 좀 안쓰럽더군요.
어쨌거나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상관없이 초기에 치료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경청하고 공감하는지 등 심리치료나 상담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싶은 임상가라면 한번쯤 supervision 받는 것을 고려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덧. 다른 내용은 모두 전적으로 동의하겠던데 임상 현장에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너무 많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임상 현장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 같거든요.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에게 더 많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현장에는 PD의 수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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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연수 평점 부족으로 1차 경고를 받은 김에 올해는 미리미리 챙겨두려고 일부러 휴가까지 내고 작심해서 춘천까지 다녀왔습니다.
사전 등록도 미리미리, 교통편도 미리미리 예약했죠. 직행특급을 없애 해당 지자체 주민을 배제했다고 말이 많은 ITX를 타고 다녀왔습니다. 예약도, 발권도 아이폰의 코레일 앱에서 편리하게 할 수 있지만 저처럼 어쩌다 이용하는 사람이 아닌 평상시에 자주 서울 나들이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타격이 크겠어요. 경제적인 부담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30% 할인을 받아도 거의 7천 원에 육박하니까요. 민영화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영 좋지 않았습니다.
오전 8시에 용산에서 출발하는 ITX를 탔는데 전철 승강장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찰구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환승 처리가 되는 걸 몰라서 아까운 지하철 요금을 날렸습니다. ㅠ.ㅠ
9시 20분 경에 춘천역에 도착하니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우연히 반가운 얼굴도 만나고요. 도우미를 많이 배치해서 길을 헷갈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회장이 한림대와 라데나 리조트로 나뉘어 있어 불편함이 클 것 같았는데 셔틀 버스 배차 간격을 잘 맞춰 배치해서 그런지 큰 혼란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야 하루종일 한림대 학회장에만 있어서 별로 상관은 없었습니다만...
오전에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수퍼비전 워크샵을, 오후에는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수퍼비전 워크샵을 들었는데 나중에 다시 포스팅하겠지만 둘 다 들은 분들이라면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의 수준 차이가 있더군요. 둘 중 하나를 듣고는 멘붕 상태로 머리가 아파 고생 좀 했다는... ㅡㅡ;;;;
사람이 많이 붐볐는데도 꽤 많은 인원이 투입되어서 그런지 등록, 자료집 및 연수 평점표 배부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였습니다. 강의장 시설도 괜찮았고요. 원형 강의장이라서 주목도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양쪽으로 영사막을 펼쳐서 어느 쪽에 앉아도 불편함이 거의 없었습니다. 게다가 국제 회의실이라서 그런지 각 자리마다 모바일 기기 충전이 가능한 전원 콘센트가 있어서 아이패드를 충전하면서 사용할 수 있어서 편리했고요. 강의 들으면서도 아이패드와 블루투스 키보드로 메일 확인해서 답장 보내고 할 건 다 했지요(자랑이냐!!).
강의가 끝나고 난 뒤 학회 보관용 연수 평점표를 제출해야 연수 평점이 인정되던데 새로 도입된 방식인 것 같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기는 한데 강의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기에 짜증나는 강의를 버텨내야만 연수 평점을 인정해준다면 그것 자체가 고문이 되지 않겠어요?
점심 식사는 한림대 구내 식당에서 먹었는데 저처럼 채식을 하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메뉴로는 쫄면이 유일하더군요. 그것마저도 없었으면 굶을 뻔 했습니다. ㅠ.ㅠ
음식값은 확실히 쌌지만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이 먹기에는 양이 턱없이 적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식당으로 가는 길에 대한 지도 안내가 분명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학회원들이 길을 헤맸습니다. 교직원 식당은 그래도 지도 상에서 찾기가 쉽던데 학생 식당은 찾기 어렵게 표시되어 있더군요.
그리고 강의가 모두 끝난 후 춘천역이나 버스터미널로 데려다주는 셔틀 버스가 없는 것도 아쉬웠습니다. 제가 몰랐는지 모르겠지만 라데나 리조트로 가는 버스만 안내하더군요. 결국 6시에 출발하는 ITX를 타기 위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최소한 버스 노선이나 시간표만 안내를 해 줬어도 훨씬 나을 뻔 했습니다.
하루만 경험했지만 시설, 인력 배치 등이 꽤 짜임새 있게 진행된 학회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들을만한 강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고 현장 전문가들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수퍼비전 워크샵도 정착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너무 낮게 본 것 같습니다. 바쁜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정리된 현장 노하우를 제공하지 않고 개인적인 상념이나 푸념을 늘어놓는 식으로는 계속 외면 받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한림대 관계자를 비롯해 강원 지역의 선생님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덧. 춘계학술대회 대신 봄 학술대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던데 사소한 것 같지만 참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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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연수 평점 부족으로 1차 경고를 먹었기 때문(먹어도 쌉니다. ㅠ.ㅠ)에 올해는 미리미리 챙겨 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는 보통 수도권에서 열리는 학회가 아니면 잘 가지 않는 편인데 이번 임상심리학회 춘계학술대회는 멀리(?) 춘천에서 열리는데도 일부러 휴가를 냈습니다.
뭐 그렇다고 사흘을 다 참석하는 건 아니고요. 목요일 워크샵만 들으려고 합니다. 아무리 뒤져봐도 들을 만한 것이 통 없네요.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 iPen까지 갖고 가니 제대로 된 모바일 환경에서 포스팅을 해 보려고 합니다(야!!).
말 많고 탈도 많은 ITX 열차를 아침 일찍 타야하기 때문에 얼렁 가서 자야겠네요.
다녀와서 참가 후기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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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임상심리학회 운영세칙에는 전문회원 연수평점제(2조 2항)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내용인즉슨 다음과 같습니다.
* 전문회원으로서 당해 1~12월까지 1년간 연수평점을 5점(10시간) 이상 취득하지 못한 자에게는 다음 해 1~2월 이사회 심사를 거쳐 주의경고를 한다. 주의경고는 해당 회원에 대한 개별 연락 및 학회 홈페이지를 통한 공지가 포함된다. * 3년 연속으로 주의경고를 받은 자는 이사회 심사를 통해 전문회원으로서의 자격정지 처분을 1년간 내린다. 이 기간 동안은 임상심리전문가로서의 활동(예: 전문가 수련과정에 대한 슈퍼비전)을 인정하지 않는다.
간단히 요약하면 1년에 10시간 이상 학회 행사에 참석해서 돈(등록비)을 내라는 말입니다. 안 그러면 경고를 할 터이고 이걸 3회 이상 무시하면 밥줄을 정지시키겠다는거죠.
사실 이 모든 것은 임상심리학회가 가난해서 생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임상심리학회가 돈많고 부유한 학회였다면 이런 구질구질한 내규 따위가 필요하지도 않았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임상심리학회가 동네 조기 축구회가 아닌 이상 운영하는데 있어 여기저기 돈이 많이 필요하고 무보수로 일하는 회장과 이사들에게 오히려 더 많은 회비를 내라고 해야 할 정도의 열악한 재정 상태라는 점, 연회비로는 이 정도 큰 규모의 학회를 유지하기에 턱없기 부족하기 때문에 일년에 몇 차례 있는 학술대회의 등록비를 통해 어느 정도 보전해야 한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연수평점제의 엄격한 적용에 반대하지는 않으며 저부터도 가능하면 연수평점을 채우기위해서 열심히 학회 행사에 참석할 겁니다.
그런데 최소한 연수평점제를 엄격하게 적용하기에 앞서 두 가지 정도는 학회 운영진이 고민을 해 보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두 가지 사안은 모두 왜 학술대회 참석이 저조한가와 관련 있습니다.
첫째. 학술대회 일정을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지 모르겠으나 저처럼 직장에 매인 사람들은 학교에 계신 분들과 달리 내 마음대로 시간을 뺄 수 없어서 윗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게 싫으면 천금같은 개인 휴가를 써야 하는데 참 야속하게도 학술대회는 왜 항상 평일에 걸쳐서 하느냐 말이죠. 주말에 하면 누가 잡으러 온답니까? 게다가 누구 편하자고 꼭 대학 방학 때 하는건지. 휴가 기간에 쉬지 말고 학회에나 참석하라는 건가요?
둘째. 수련 레지던트와 junior 전문가들이 커리큘럼의 질적 저하에 대해 그렇게 불평들을 하면 한번쯤은 대대적으로 의견 수렴을 하든지 해서 뭔가 참석하고 싶은 욕구가 불끈불끈 올라오도록 노력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대체 언제까지 현장에서 심리평가를 실시하지도 않는 supervisor의 심리평가 워크샵, 내담자를 만나지도 않는 교수의 심리치료 강의를 들어야 합니까? 책에 다 나와있는 뻔한 내용 들으러 시간 들여 돈 들여 지방까지 내려가게 만들어야 합니까? 대체 언제까지 제대로 된 심리치료 supervision도 받지 못하는 수련 레지던트들만의 사례회의를 열 겁니까? 현장 전문가의 치료 사례회의는 끝까지 안 할겁니까?
전문회원들의 느슨함을 질타하는 것은 좋은데 손쉬운 단매만 치실 생각하지 말고 당근도 좀 고민하셨으면 좋겠네요. 좀 심하게 말하면 현장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강사들의 엉성한 강의들으러 가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서 복장이 터질 지경입니다.
제 말이 과장이라고 생각되면 최근 5년 동안의 학술대회 커리큘럼을 꺼내서 늘어놓고 비교해보세요. 새로운게 얼마나 추가되었고 그 중 정말로 영양가 있는 강의 꼭지가 얼마나 되는지도요.
학술대회에 등록만 하고 확인증 받아서 곧바로 돌아나오는 전문회원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것만 아세요. 아, 이렇게 말씀드리면 강의 끝나고 확인증을 받아가는 방식으로 다시 바꾸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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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춘계학술대회는 임상심리학회와 건강심리학회에서 공동으로 주최하는군요.
내일이 노동절이라 쉬는 날이기는 하지만 학회 장소도 대전이고 해서 가까우니 바람도 쐬고 연수 평점도 채울 겸 다녀올 예정입니다.
오후에 신성만 선생님의 집단동기강화 워크샵을 들을 예정입니다. 당일 예정이라 부지런히 올라올 겁니다.
학회에서 발급하는 신분증과 도장도 받고, 사인도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에는 7시 KTX로 일찌감치 내려가려고요. 북적대는 등록 대기줄에서 기다리는 건 정말 싫거든요.
혹시 저를 알아보실 수 있는 분들은 아는 척 하시기 바랍니다. 점심이라도 같이 먹거나 안 되면 커피라도 한 잔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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