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반려인의 지인을 통해 서촌에 리모델링한 한옥을 소개받아 호기심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가운데에 8평의 자그마한 우물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ㄷ자 구조의 한옥이었는데 12평 밖에 안 되는 작은 한옥이었는데도 내부는 현대식으로 리모델링되어 꽤 깊은 인상을 받았더랬습니다.
이후 집을 지을 생각으로 공부를 하면서 한옥이 정말 아름답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바이브가 있기는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기후 위기 상황에서 도저히 지속 가능한 집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제가 살고 싶은 집의 구조는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구조가 아니었으면 좋겠고 한옥에서 뭔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에는 18채의 한옥이 등장하는데 대부분 15~25평짜리 작은 한옥들입니다. 삶 또는 일의 터전을 한옥으로 옮긴 용감한 17명의 젊은 건축주의 이야기를 통해 한옥을 선택한 그들만의 삶의 철학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기존에 고려하던 경량 목구조에 대들보가 노출되는 중목 구조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옥을 구매하는 법, 리모델링을 할 때 유의 사항, 한옥 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가와 설계 사무소, 한옥 구입 및 신축을 위해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법 등을 잘 정리해 놓은 책이라서 현대적인 집을 지으려는 건축주보다는 실제로 한옥에서 살고 싶거나 한옥을 일터로 이용하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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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어떤 연유로 저희 집에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집을 짓겠다고 결심하면서 건축 관련 책들을 엄청 사들이던 시기 전부터 책장에 꽂혀 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반려인의 책인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책은 의상학을 전공한 디자이너였다가 함께 리빙 디자인 '스프링 컴 레인 폴'을 설립한 손재주 많은 부부가 섬세한 감수성을 가진 아들 율이와 함께 통의동 한옥에서 사는 이야기를 엮은 에세이집입니다. 에세이집이라서 그런지 목차도 '우리 손으로 고쳐나가는 일들', '마루 이야기', '부엌 이야기', '안방 이야기', '아이방 이야기', '마당 이야기', '엄마의 소품 이야기', '아빠와 아이의 요리 이야기'로 정감이 넘칩니다.
꽤 오래전에 반려인의 지인 소개로 서촌 한옥의 오픈 하우스를 구경한 적이 있습니다. 12평의 ㅁ자 한옥에 가운데 중정 모양의 8평 마당이 있는 정말 작은 한옥이었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살기에는 좋겠다 싶었죠. 그 때는 차도 없었던 시기라 주차장이 없는 것도 흠이 아니었고 ㅁ자 모양으로 사방이 막혀 있으니 저같은 극내향의 분열성 기질에게는 딱인 집이었죠. 자유를 만끽하는 건 저만의 하늘이 보이는 마당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물론 그 당시에 이미 몇 억을 호가하던 가격에 놀라 마음을 접었지만 한동안 한옥이 눈에 어른거렸더랬습니다.
본격적으로 나만의 집을 짓겠다고 결심하고 공부하면서 한옥은 지속 가능한 거주 형태가 아니(물론 한옥도 패시브 하우스로 지을 수 있지만 건축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닐테니까요)라는 결론과 함께 무엇보다 기존의 한옥은 대부분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어 터무니 없이 비싼데다 주변 풍경의 답답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양평의 전원 주택 단지 내 필지를 구입한 뒤로는 한옥짓는 꿈을 완전히 접었습니다.
그래도 현대식으로 재해석된 한옥을 보면 여전히 강한 매력을 느낍니다. 나무와 협소한 공간감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안온함이 이불을 이글루처럼 쌓아올려 비밀 본부를 만들었던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주거든요.
저는 꿈을 접었지만 한옥을 짓거나 구매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그러한 욕망에 불쏘시개가 되어줄 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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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으로 한옥에 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한옥의 참맛을 알 수 있는 나이는 결코 아니나 한옥의 단아한 맛이 참 좋아요. 보기만 해도 좋으니 살게 되면 얼마나 더 좋을까요.
요새는 현대 문명과 접목해서 한옥의 옛스러움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생활의 불편함은 거의 없다고 하니 복층으로 된 미니 한옥을 DIY로 직접 짓고 싶지만 그냥 개집 만들듯이 뚝딱할 수 있는 작업이 절대 아니라고 하니 결국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 같습니다. 하여간 제게는 그런 꿈이 있습니다. 아파트가 편리하다고 하지만 아무리 넓고 화려한 아파트를 가 봐도 답답하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 뿐 도무지 정이 가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정말 살기 좋은가요?' 포스팅 참조).
그래서 우연히 알게 된 guga 도시건축 '삶의 형상을 찾아서' 2008 정동전이 참으로 반가웠습니다. 관람료가 없는 무료 전시회라서 그런지 3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겨우 일주일 밖에 안 하는데 운이 좋았죠. 사진 촬용도 허용된다고 해서 D300 둘러메고 냉큼 다녀왔습니다.
장소는 경향 신문사 별관에 있는 정동 경향 갤러리였습니다. 1층 공간만 사용한 아담하면서도 알찬 전시회였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벽면에 guga 도시건축이 진행한 여러가지 프로젝트와 작품 해설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해 두었습니다. 나중에 brochure와 포스터를 2천 원에 샀는데 brochure에도 인쇄되어 있더군요.
전시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지만 건축 관련 학과 학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전시회가 막바지에 이른 것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관람객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guga 도시건축의 조정구 대표는 2000년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종묘에서 시작해 서울 구 도심을 답사하는 '수요답사'를 진행해 왔고 380회에 이르는 답사를 통해 도시의 나이테를 형상화하는 값진 작업을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꿈꾸는 현대식 한옥 건축 설계에 매진하고 있지요. ^^
2001년 이전에 설계한 대치동 K(주택)입니다. 모형만 가지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청운동 주택 II입니다. 제가 좋아라하는 형태의 집이네요. 이런 집에서 살고파요. 이건 모형만으로도 느낌이 팍팍 옵니다.
guga 도시건축에서 처음 설계한 아뜨리에(atelier)입니다.
앞에서도 한 장 찍어봤습니다.
충주에 지은 별장이라고 하네요. 별장은 명칭 자체로도 그리 마음에 와 닿지 않습니다.
아, 이건 미처 메모를 못해서 어떤 건축물인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
인제군에 위치한 한옥 구조를 활용한 전망대입니다.
이런 형태도 있습니다.
이것도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아이들 도서관이었던 것 같습니다. 도서관을 한옥풍으로 꾸민다니 멋지지 않습니까?
바깥 풍경으로 열리는 방사형 한옥입니다.
이렇게 햇볕이 쏟아지는 툇마루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하면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꼭 기와를 올리지 않아도 됩니다. 전통 기와는 아무나 올릴 수 없다고 하니까요. ㅠ.ㅠ
마당이 꼭 이렇게 넓지 않아도 되고요.
경주에 있는 한옥호텔 '라궁'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곳에 꼭 한번 묵어보고 싶습니다.
답사한 지역을 표시해 놓은 지도인데 정말 어마어마한 작업을 했더군요.
전시장 중앙에는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작업한 것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공간도 있습니다.
서교 365번지 일대는 옛날 당인리 발전소로 가던 철로(현재 폐선)에 면하여 생긴 폭 4미터가 안되는 길이 250미터에 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guga에서는 바로 이 서교 365번지 일대를 답사, 실측, 조사, 인터뷰하여 자생적인 풍경을 그대로 재현하는 작업도 하였습니다.
그동안 답사를 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꼴라주처럼 붙여놓은 것인데 도시 건축 뿐 아니라 사진 공부도 많이 되더군요.
혼자서 휘휘 둘러보면서 사진도 마음껏 찍고 전시물도 실컷 감상했습니다. 건축은 어려웠지만 즐거운 나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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