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1990년에 처음 출판되고 1993년에 개정되었으니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0년이 넘은 이 책은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그 가족을 위한 회복 지침서로 상당히 잘 알려진 책입니다.
하나의학사에서 나온 책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판형도, 제본도, 디자인도 모두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지만 내용만큼은 괜찮습니다.
천주의 성 요한 알코올 치료센터에서 일하는 정신과 전문의, 간호사, 상담자 등 현장의 임상가들이 함께 이 책을 썼는데 저자가 여럿인데도 입말처럼 자연스럽게 읽히고, 아래의 목차를 보면 짐작하시겠지만 알코올 문제로 고통받는 중독자와 가족이 꼭 알아야 할 핵심적인 내용을 작은 책에 알차게 담고 있습니다.
물론 치료자를 위해서는
'온전한 마음(Staying Sober, 2002)'과 같은 좋은 책이 있고 알코올 중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한잔만 더(Dying for a Drink, 2003)'와 같은 책도 있지만 이 책은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용기를 내는 중독자와 가족을 위한 입문서로 괜찮은 책입니다.
단점은 출판된 지 오래된 책이니만큼 당연히 알코올 문제에 대한 최신 정보가 부족하다는 걸 들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꼭 필요한 내용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 책의 목차1. 술의 역사2. 알코올 중독이란 무엇인가3. 알코올 중독이 신체와 정신기능에 미치는 영향4. 알코올 중독이 가족과 친구 그리고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5. 알코올 중독 환자의 가족을 위하여6. 당신은 알코올 중독 환자인가7. 술을 어떻게 끊는가8. 건강한 몸과 건전한 마음으로9. 회복에 이르는 길10. 알코올 중독 환자 사례11. 재발을 예방하는 방법12. 회복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문점
13. 여성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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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인터넷 한겨레
미국의 경우 보수적인 통계에 의해도 노동자의 약 6%가 알코올 중독자로 추산됩니다. 이들은
연간 150억 달러가 넘는 재산적인 손실을 초래하며 일터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일으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중독을 숨겨주거나 허용함으로써 더 빨리 치료 장면에 나오는 것을 막는 동료와 고용주 덕분에 계속해서 술을 마시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도박 중독자의 도박 사실을 감추고 빚을 갚아주거나 대신 변명을 하는 배우자와 같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률은 일반인의 그것에 비해 최고 30배까지 높습니다. 비단 알코올 중독이 아니더라도 지나친 음주는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습니다. 술은 사람들이 흔히 흥분제로 오해하고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중추신경계를 강하시키는 진정제로 술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마시게 되면 신체의 호흡과 심장 박동을 통제하는 중추 기관인 뇌간을 마비시켜 혼수상태에 빠지거나 심한 경우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환영회 자리에서 신입생들이 죽는 이유가 대부분 이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알코올 중독의 신체적 증상을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닫기
* 알코올 중독의 초기 증상
식은땀, 아침의 헛구역질 또는 구토, 설사, 위염, 손 떨림, 약간 부은 간, 발기부전
* 알코올 중독의 중기 증상
얼굴과 손의 붉은 빛, 코가 부어오름, 고혈압, 위궤양, 췌장염, 간경변증, 고환 수축, 식도암, 빈혈, 결핵 등의 합병증
* 알코올 중독의 말기 증상
흔히 진전 섬망(delirium tremens)라고 부르는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약 15~20%에 이르는 환자의 생명을 앗아가는 이 증상은 빠른 맥박, 심한 두통, 사지의 무의식적인 심한 떨림을 동반하며 흔히 심한 환각 상태를 보입니다. 때로는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기도 하는데 Korsakoff syndrome이나 Wernicke syndrome과 같은 뇌 질환에 이르기도 합니다.
술을 막 끊은 알코올 중독자는 두통을 느끼지 않고,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며, 손도 전혀 떨리지 않고, 먹어도 토하지 않습니다. 몇 년 만에 머리가 예전보다 더 맑아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흔히 자신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체계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곧 금단 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아도 다양한 신체적 증상으로 괴로움을 겪는데 이를
마른 주정(dry-drunk) 상태라고 합니다. 마른 주정 상태에서 겪는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자들은 흔히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영원한 안식을 위해 자살을 선택하든지,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음주를 선택하든지.
알코올 중독은 유전에 의한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중독계 질환이지만 술에 대한 사회적 태도와 식사 시간에만 술을 마시는지의 여부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당연히
식사 자리에서만 술을 마시고 공공장소에서 술에 취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나 사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알코올 중독자의 비율이 낮은 편입니다.
도박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중독자의 심리적 유사성은 중독의 원인이 아니라 중독의 결과입니다. 이를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데 참을성이 없고, 충동적이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폭력도 불사하는 공격성은 이들이 상종못할 짐승같은 성격의 소유자여서가 아니라 알코올과 도박에 의해 그렇게 변화된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는 도박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중독을 부인할 때, 놀랍게도
대부분 실제로 자신이 정상적인 음주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 장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이 중독임을 인정하는 시점에는 이미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큰 손상을 입은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자신 뿐 아니라 자녀에게도 치명적인 위해가 되는데
대체로 알코올 중독자의 자녀들은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보다 술을 마시지 않는 부모에게 더 불만을 느낍니다. 알코올 중독자는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나마 동정을 하지만 적절한 대처를 하지 않는 다른 부모는 문제를 방치한 것으로 지각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합리화 기제와 비난으로 무장한 알코올 중독자에 의해 이들은 세상을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찬 곳으로 여기면서 자라나게 됩니다. 이들은 알코올 중독자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최대한 빨리 집을 떠나는 데도 불구하고
30%는 알코올 중독자와 결혼하고, 그 중 50%는 결국 알코올 중독자가 됩니다.
닫기
1. 알코올 중독자가 먼저 도움을 청해야 한다.
-> 알코올 중독자는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으면 결코 스스로 도움을 청하지 않습니다.
2. 알코올 중독자는 최악의 상태에 빠져야만 도움을 청한다.
-> 최악의 상태에 빠져야만 스스로 도움을 청하기는 하지만 도움의 필요성은 훨씬 이전부터 느끼기 때문에 누군가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이 필요합니다.
3. 알코올 중독자는 스스로 술을 끊을 것이다.
-> 스스로 술을 끊을 수 있다면 이미 알코올 중독자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안되기 때문에 중독되었다고 하는 것이죠.
4.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마실 권리가 있으며, 아무도 방해할 권리가 없다.
-> 누구나 물에 빠져 죽을 권리는 있습니다만 그 사람이 진정으로 그것을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우리는 구명조끼를 던져줄 수 있습니다. 알코올 중독자에게도 구명조끼와 같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봐야 합니다.
5. 알코올 중독자를 도우려고 하면 그의 음주가 더 악화될 수 있다.
-> 알코올 중독자는 술을 계속 마시는 것 이외의 어떤 변화에도 저항하기 때문에 주변의 도움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악화된 상태를 연기할 수 있지만 알코올 중독자를 돕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위한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가 치료에 동의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속적인 치료 뿐 아니라 재발 예방을 위한 교육을 충실히 받아야 하고, 이후에도 재발의 위험 요인을 꾸준히 제거해야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시점은
금단 증상 기간인데
절대로 알코올 중독자를 혼자 두어서는 안됩니다. 일반적으로 금단 증상은 2~3일 정도 지속되지만 길게는 2~3주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음주 중단으로 인한 금단 증상을 방치했을 경우의 사망률은 헤로인 사용 중단 시 생기는 금단 증상으로 인한 사망률보다 높습니다.
종교 생활은 분명 중독자의 영적 재활을 위해 도움이 되지만 종교 생활을 통해서만 알코올 중독 치료에 접근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영적인 믿음은 반복적인 자제의 실패를 통해서 죄책감만 증폭시키고, 점차 극단적인 부인(denial)의 수단을 택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적절한 수준에서 다른 치료 방법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가장 큰 점은
도박 중독과 알코올 중독이 놀랄 정도로 중독되는 과정, 치료에 대한 저항, 가족들을 소진시킨 결과, 그리고 치료에 대한 접근까지 너무나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차이라고 하면 신체적인 금단 증상 정도일까요?
이 책은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치료자 뿐 아니라 알코올 중독자 본인, 그리고 고통받는 가족들을 위한 자가 지침서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특히 알코올 중독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사이사이에 실제 사례를 삽입하여 긴장감을 떨어뜨리지 않아 지루하지 않습니다.
도박 중독 치료를 위해서
'도박의 심리'가 있다면 알코올 중독 치료를 위해서는 '한잔만 더'가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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