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단기 상담과 초단기 상담을 어떻게 구분하느냐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대략 3개월 안에 끝나는 12회기 미만 상담은 모두 초단기 상담으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단기 상담은 반 년 정도 진행되는 24회기 상담까지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제 기준에서 최소 24회기가 넘지 않으면 중장기 상담이 아닙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단기 상담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mild한 문제를 가진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수많은 상담자들이 매일 매일 악전고투하면서 노력하는데도 사실 상 생각만큼 치유되는 내담자의 수가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단기 상담의 접근법과 전략들이 비효과적이라서가 아니라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내담자가 없다는 게 문제이죠.
근본적으로는 우리나라 상담 시스템이 장기 상담 위주로 바뀌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텐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건수 위주의 실적 중심 시스템이 고착되고 있어 제가 볼 때 별로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회기 제한이 없는 기관에서 수련을 받아야 하고 이게 불가능하다면 자격증 취득 이후라도 장기 상담이 가능한 곳으로 최대한 빨리 옮기라고 권합니다. 너무 오랫동안 단기 상담 기관에서 일을 하면 실적을 쌓는 것에만 치중하다보니 내담자가 치유되는 경험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차만 쌓여서 갈수록 마음은 조급해지고 자존감은 낮아지고 다시 마음이 조급해지다가 현타가 오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formulation 결과를 바탕으로 개입 방안을 이야기하면 단기 상담 기관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일수록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현실적인 한계를 절감하기 때문에 그렇죠. 그런 분들에게 제가 항상 이야기하는 현실적인 대안은 아래와 같습니다.
"어설픈 치료적 개입을 하지 말고 모든 회기를 해석 상담에만 집중해서 사용해라"
만약 자신에게 주어진 회기 수가 10회기라면 초기 면접과 심리평가 회기를 제외하면 대략 7~8회기 정도 남을 겁니다. 이 회기 내내 해석 상담을 꼼꼼히 하는 겁니다. 상담자가 분석한 모든 것을 내담자가 몸과 마음에 새겨 상담을 완전히 종결했을 때 상담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면 그 상담은 성공한 겁니다. 왜냐하면 온전히 자신을 객관화하여 분석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은 사실 상 없기 때문에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 제대로 해도 다음 상담자와 만났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에서 곧바로 이어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상담은 마라톤이 아니라 계주에 가깝다'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다음 농부가 곧바로 씨를 뿌릴 수 있도록 밭을 잘 갈아두는 것과도 같습니다.
초단기 상담 현장에서 번아웃되어 현타를 맞은 경험이 있는 상담자라면 한번쯤 고민해 보셨으면 해서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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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할 때 결과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내용을 수검자에게 추가 질문해야 하는 일이 어쩔 수 없이 생기곤 합니다. 예를 들어 MMPI-2 결과에서 Mf 척도가 단독으로 유의미 상승하거나 APS 척도가 유의미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내담자가 자발적으로 호소하는 문제가 아니지만 관련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때에는 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 때 많은 임상가들이 아예 질문하는 걸 회피하거나 의무감 때문에 지나치게 긴장해서 원하는 정보는 얻지도 못하고 분위기만 어색해지곤 합니다.
이처럼 중요하지만 민감한 질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합니다.
'오늘 저녁 메뉴가 무엇인지 물어보듯이 자연스럽게 질문하라'
성 정체성, 중독 문제 등 내담자에게 private한 문제일수록 오히려 당연한 걸 물어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는 개인적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담자를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도와주기 위해 질문하는 겁니다.
상담자가 주저하고 쭈뼛거릴수록 내담자는 이런 주제가 상담에 적합하지 않다고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 쉽고 그 결과 방어하거나 뒤로 숨게 됩니다.
단순히 내담자를 돕는데 필요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라포를 형성하는 걸 방해한다는 겁니다. 내담자는 상담 공간이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라고 느끼기 쉽고 그 뒤로는 상담자에게 할 수 있는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스스로 검열하게 됩니다. 그러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핵심 주제로 들어가지 못하고 상담이 겉돌게 되죠. 그냥 망하는 겁니다.
그러니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상담 공간에서는 어떠한 이야기를 해도 수용되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상 생활에서는 예의상으로라도 물어보지 못하는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해 아주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어야 하고 이런 주제를 다루기 위해 평소에 연습을 많이 해 둬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 상황에서 당황하거나 주저하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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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묻는 선생님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만큼 심리평가가 상담자의 업무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의미일 것 같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서 의뢰자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넘기고 나면 그 뒤는 별로 생각할 일이 없는 임상 영역과 달리 상담에서는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대부분 주 상담자가 담당하기 때문이죠.
정답은 저도 모릅니다만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네요. 결국 해석 상담도 상담이라는겁니다. 모든 문제는 해석 상담이 일반 상담과 다르다고 또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물론 해석 상담은 심리평가 결과를 내담자와 나누는 상담이기 때문에 일반 상담과 조금은 다른 부분도 존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포인트를 몇 가지 정리해보자면,
1. 심리평가 결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려고 애쓰지 말 것
: 심리평가는 수검자에게 고통을 주는 증상(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야기할 것으로 추정되는 원인을 추론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수검자의 강점 영역보다는 개선이 필요한 문제 영역을 주로 다룰 수 밖에 없습니다. 지지적 상담을 하는 상담자일수록 수검자가 받을 심리적 타격을 최소화하고자 가능하면 긍정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고 애쓰지만 대개는 효과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강점을 몰라서 내지는 상담자로부터 강점을 확인받고 싶어서 찾아오는 내담자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노력은 대개 '좋은' 상담자가 되고 싶은 상담자의 욕구 투영 결과일 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좋은 상담자보다 유능한 상담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라'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면서도 담담하게 상담할 것
: 해석 상담 시 상담자가 내담자를 지나치게 안심시키려고 하거나 반대로 별 일 아니라는 식으로 포장하면 오히려 내담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과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포장하지 말고 날 것 그대로 내담자에게 전달한다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행히 내담자가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고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으나 그건 불가피한 결과이고 내담자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그리고 해석 상담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내담자의 충격을 다룰 기회는 있습니다. 내담자가 충격받을 걸 겁내서 포장하는 건 상담자에 대한 신뢰만 저하시킵니다. 이는 대개 상담자가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자신감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합니다. 자신의 두려움과 타협하지 마세요. 내담자에게는 당신 밖에 없습니다.
3.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지 말 것
: 해석 상담의 포인트는 '해석'이 아니라 '상담'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목을 해석 상담도 결국 상담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고요.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만 중요하다면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내담자의 눈높이에 맞춰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꼼꼼하게 작성해서 주면 끝이겠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심리평가 결과를 듣고 내담자가 받은 상처, 충격, 통찰, 상실감, 불안감 등을 다루는 것이 해석 상담의 핵심입니다. 따라서 내용 전달에 모든 시간을 할애하면 안 됩니다. 시간 안배를 적절히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포장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최대한 쉬우면서도 담담하게 결과를 전달하고 나머지 시간을 내담자의 감정을 다루는 데 사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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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에게 이차 이득이 있다는 건 상담자에게 아주 중요한 정보이기는 한데 해석 상담 시 이를 내담자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부분에 이르면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우울한 건 사실이지만 그 우울 때문에 이득을 보는 점도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특히 FBS 척도는 '무의식적인' 이차 이득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검자가 자신의 이차 이득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거든요. 자칫하면 수검자가 상처받기 쉽습니다.
그래서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라면 이차 이득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법이 궁금하실텐데요. 저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해석합니다.
"~님은 현재 ~~~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어려움을 겪는 이유와 원인이 있죠"
"~님이 그 이유와 원인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FBS 척도가 상승한다는 건 ~님의 마음 만큼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너무나 불안하고 그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한시라도 빨리 불안을 덜고 싶겠지만 마음은 그렇게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겁니다. 불안을 줄여서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싶지만 마음은 취업에 실패했을 때의 심리적 타격이 더 두려워서 불안이 필요하다고 말하는거죠"
"그러니 취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들여다보고 다루어야지만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불안을 없앤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겁니다"
조금 더 간략하게 줄여서 설명하고 싶더라도 그렇게 하다보면 설명이 충분치 않거나 직설적으로 들릴 수 있어 수검자가 평가자를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비유를 들어 완곡하게 표현하는 편이 낫습니다.
핵심은 수검자가 경험하는 고통감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망가려는 비겁함이 반영된거라는 식으로 표현되어 수치심이나 죄책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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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바로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 그것이죠.
많은 임상가, 특히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라고 하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은데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에도 검사실 세팅, 검사 라포의 형성, 수검자에게 적절히 반응하는 법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또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및 해석 상담 시 유의할 점, 보고서와 검사 자료의 보관 및 전송 등 심리평가와 관련해서 알아야 할 세세한 내용들이 많죠.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한꺼번에 총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상담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심리평가에도 관심이 많고 관련 내공을 올리고 싶은 임상가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심리평가 3종 세트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의 노하우
* 일시 : 2020년 5월 1일(금) 14:00~18:00(4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온라인 시스템 캡쳐 필)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자격 인증을 하지 않았는데 선착순에서 밀리면 구제하지 않습니다.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마감 후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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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니 강의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라면 꼭 알고 있어야 하는 핵심적인 내용을 함께 살펴봅니다. 바로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 그것이죠.
많은 임상가, 특히 상담자들이 심리평가라고 하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확하게 해석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많은데 심리검사를 실시할 때에도 검사실 세팅, 검사 라포의 형성, 수검자에게 적절히 반응하는 법 등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또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및 해석 상담 시 유의할 점, 보고서와 검사 자료의 보관 및 전송 등 심리평가와 관련해서 알아야 할 세세한 내용들이 많죠. 그래서 이러한 내용을 한꺼번에 총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하였습니다.
상담을 주로 하기는 하지만 심리평가에도 관심이 많고 관련 내공을 올리고 싶은 임상가에게 추천하는 강의입니다.
이번 미니 강의에 대한 기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주제 : 심리평가 3종 세트
* 다루게 될 구체적인 내용
: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의 노하우
* 일시 : 2020년 4월 11일(토) 14:00~18:00(4시간)* 장소 : 서울 신도림역 인근 월든3 아카데미
* 인원 : 이메일 도착 선착순 8명 마감되었습니다
* 비용 : 1인 당 5만 원(음료, 주차권 포함)
* 특징 : 강의 내용 녹음 가능, 예약 취소 시점과 상관 없이 무조건 100% 환불
# 정원 미달 시에는 강의가 취소됩니다. 단 예약한 인원이 강의 전 모두 취소하고 1명만 남더라도 강의는 정상적으로 진행합니다.
# 예약 취소가 두 번 누적되는 분은 월든3 아카데미에서 주최하는 모든 미니 강의 신청을 영구히 하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 수강을 위한 조건(매우 중요! 필독!)
: 이 강의는 임상/상담 장면에서 환자/내담자를 이해하기 위해 심리평가를 활용할 임상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은 들으실 수 없습니다. 따라서 아래의 조건 중 하나 이상을 반드시 충족하셔야 됩니다.
1.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2. 한국심리학회(임상, 상담, 중독, 발달, 범죄, 건강....) 산하 전문가 자격 수련생(학회에 수련 등록 필수)
3. 국가공인 자격증(정신건강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청소년상담사 등) 소지자(신청 시 자격 번호 기재)
-> 심리학 관련 대학원 졸업 자격만으로는 불충분합니다. 졸업 후 전혀 상관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수 있으니까요.
* 신청 방법 : 이메일(수신처 : walden3@gmail.com)
* 기재 내용 : 이름, 휴대폰 번호, 수강을 위한 조건 충족 여부(수련 여부, 자격증 및 자격 번호 기재 필)
-> 제게 supervision을 받고 있거나 받은 적이 있다고 해도 매번 알려주셔야 합니다.
-> 자격 인증을 하지 않았는데 선착순에서 밀리면 구제하지 않습니다.
* 선착순으로 정원 안에 들어온 분들께는 개별적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덧. 예약 취소가 자유롭고 취소에 따른 불이익이 별로 없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예약 후 취소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미니 강의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강력한 취소 불이익 옵션을 적용합니다. 예약 취소를 두 번(연속 취소가 아닙니다. 총합 두 번입니다)하는 분은 앞으로 월든3 아카데미의 미니 강의를 영원히 들으실 수 없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들어야겠다는 분만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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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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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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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검자가 아동/청소년인 경우 심리평가 해석 상담을 원칙에 맞춰 수검자에게만 실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도 그 결과를 궁금하게 생각하고 듣고 싶어할테니까요. 아동/청소년이 부모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하면 해석 상담을 미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 부모를 설득해야 하지만 그럴 때를 제외하고는 대개 부모에게도 해석 상담을 하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상담/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아동/청소년에게만 문제가 있는 경우는 사실상 거의 없습니다. 자녀는 가정의 불행을 드러내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서 자녀에게 심리적 문제가 생겼다면 이미 부모-자녀 관계나 부부 갈등, 가족 구성원 간 불화, 심하게는 부모가 치료를 요하는 정신 장애에 걸려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녀를 대상으로 심리평가를 할 때도 최소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선별검사(TCI, MMPI-2) 정도는 실시해야 하고 이 결과는 부모 각자에 대한 치료적 개입 여부 뿐 아니라 해석 상담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확인하기 위한 귀중한 정보로 활용됩니다.
부모가 약물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우울 장애로 고통받고 있거나 MMPI-2에서 S척도를 70T 이상으로 띄울 만큼 방어적이라면 해석을 위한 접근이 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문제는 많은 상황에서 이러한 부모 평가가 불가능하다는거지요. 부모가 심리평가를 거부하기도 하고, 비용 문제로 추가 검사를 실시할 수가 없거나 기관에서 부모용 검사를 제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의 제한이 있거든요.
그래서 부모가 어떤 분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녀 심리평가 결과의 해석 상담을 해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자녀의 문제가 부모 탓인 것처럼 들리게 말하지 말 것
: 실제로 자녀의 문제가 부모에 의해 생긴 게 맞다고 하더라도 그걸 부모에게 직면시키는 건 거의 항상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열린 마음을 가진 부모라고 해도 자신을 탓하는 평가자의 해석을 접하면 자동적으로 방어 기제가 작동하게 마련입니다. 그게 인간이니까요. 그러니 문제의 원인보다는 해결 방법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 부정적인 내용만 이야기하지 말 것
: 특히 임상 장면에서 일하는 평가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인데 훈련 과정 자체가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 치우치다보니 보고서를 쓸 때도 수검자의 문제를 조목조목 기술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죠. 그래서 해석 상담을 할 때만이라도 수검자의 문제 하나 당 강점 하나씩을 함께 이야기해서 해석의 체감 온도를 조절하려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평소에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도 어떤 부분이 수검자의 강점인지 부모에게 할 해석 상담을 염두에 두고 찾는 버릇을 들여야 하고요.
* 균형을 맞춘다는 느낌으로 해석할 것
: 예를 하나 들자면, 많은 아동/청소년들이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고집하는 부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심리평가를 받게 되는데 그런 부모일수록 평가자/상담자에게 원하는 건 다시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 이럴 때 공부만 강요하는 훈육 방법을 고집하면 안 된다고 훈계하듯이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습니다. 그게 바로 그 부모가 자녀에게 사용하던 방법이니까요. 그럴 때는 균형을 맞추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저는 두 날개의 비유나 포르쉐 엔진을 단 프라이드 자동차 비유 등을 많이 사용하는데 채찍을 많이 사용하는 부모에게 당근으로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묻거나, 규율과 규칙을 중요시하는 부모에게는 정서적 스킨십과 칭찬 등을 얼마나 사용하는지 묻거나 하는 식으로 부모가 잘못 하고 있다는 핀잔 식이 아니라 당연히 아시겠지만(물론 전혀 모르거나 알고도 사용하지 않는 부모가 태반입니다만) 조금 더 신경 써 주시라는 의미로 뜨끔하게 만드는 정도로만 이야기 하는 겁니다.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설사 부모가 자녀 고통의 원흉이라고 해도 부모를 가능하면 적으로 돌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도저히 설득이 불가능한 부모를 밀어내고 아동/청소년 내담자에게 집중하기로 결정하는 건 가장 마지막에 꺼낼 카드입니다.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부모를 협조자로 만드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고 신중한 해석 상담이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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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마음사랑
MMPI-2는 우리나라에 표준화되어 소개된 게 불과 2005년이라서 얼핏 보면 겨우 10 여년 정도 지난 새로운 검사 같지만 미국에서 MMPI가 MMPI-2로 개정된 것이 1989년이니 이미 나온 지 30년에 육박하는 구닥다리(?) 검사 도구입니다. 그만큼 이미 엄청나게 많은 관련 서적과 연구가 쏟아져 나와서 아는 사람들은 더 이상 팔 것이 없는 광산같다고 말 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내 사정은 열악한 정도가 아니라 참담한 수준이라서 당장 온라인 서점에 MMPI-2로 검색해 보면 저서는 둘째치고 번역서도 달랑 두 권 밖에 안 나옵니다.
한 권은 John R. Graham의 'MMPI-2 : Assessing Personality and Psychopathology(4th, 2006)'을 번역한
'MMPI-2 성격 및 정신병리 평가'로 월덴 3에서도 소개드린 바 있습니다(별로 추천하는 책은 아닙니다). 다른 한 권은 David S. Nichols와 Alan S.Kaufman의 'Essentials of MMPI-2 Assessment(2th, 2011)'를 번역한 'MMPI-2 평가의 핵심'입니다.
저는 두 권 다 별로였기 때문에 한글 서적으로는 그냥 (주) 마음사랑의 매뉴얼과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2nd, 2001)'를 주로 봤는데 이제 이 책을 참고 서적으로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원서는 저자로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에도 이름을 올린 Richard W. Levak과 David S. Nichols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차세대 MMPI-2 전문가가 집필한 서적이지요.
게다가 내용도 MMPI-2 검사 sign을 정신병리적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에게 피드백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의 서적과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성은 1장. 서론, 2장. 치료적 평가와 피드백의 단계를 거쳐,
3장. 타당도 척도
4장. 척도 1
5장. 척도 2
6장. 척도 3
7장. 척도 4
8장. 척도 5
9장. 척도 6
10장. 척도 7
11장. 척도 8
12장. 척도 9
13장. 척도 10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척도는 각각,
* 주요 특징 : 주 호소, 사고, 정서, 성격 및 행동 특성, 강점
* 치료자를 위한 지침
* 생활 방식 및 성장 배경
* 다른 척도와의 관련성
* 치료적 제안 및 고려 사항
* 낮은 범위 프로파일의 피드백(T점수<50)
* 정상 범위 프로파일의 피드백(50<T점수<65)
* 상승한 프로파일의 피드백(T점수>65)
* 살아온 과정의 피드백
* 내담자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
으로 꼼꼼하게 구성되어 있어 기존 MMPI-2 서적과 달리 내담자와 함께 작업하면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굉장히 참신해요.
단점은 타당도와 임상 척도군에 속한 10개 척도에만 국한되어 있어 재구성 임상척도, 성격병리척도, 내용척도, 보충척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알 수 없다는 것과 각 척도 별 대표적인 code pattern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건 code pattern 분석을 싫어하는 제 취향 때문일 수 있으니 원서를 읽기 싫지만 code pattern 분석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의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추천 대상은 MMPI-2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자신의 내담자에게 해석해 주면서 상담을 진행하려는 상담자이고
'Psychological Assessment with the MMPI-2'와 함께 읽으면 더욱 균형잡힌 해석이 가능합니다.
임상/상담 대학원생과 MMPI-2를 구체적으로 공부하기 전에 심리평가에 대한 개념을 먼저 잡고 싶은 분들은
'임상심리검사의 이해'와
'심리검사의 이해'를 차례로 읽은 뒤 도전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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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결과를 가능한 한 수검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상담계와는 입장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걸 미리 말씀드리고 이 포스팅을 시작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해석 상담 시 심리평가보고서는 물론이고 전문가에게 리딩을 받으라고 꼼꼼히 주의 사항을 일러준다는 전제 하에 심리평가에 포함된 모든 자료(심리평가보고서, 심리검사 결과지 뿐 아니라 원 응답지까지)를 수검자 본인에게 모두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것과 관련된 제 생각은 다음의 포스팅들을 참고하시고요.
* 심리검사 원자료는 의무기록인가?
* 부모가 아동/청소년의 심리평가 원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나
*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를 보겠다는데(혹은 갖겠다는데) 그걸 왜 막나
이 포스팅에서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하는 내용은 해석 상담 시 수검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저처럼 원자료를 활용하는 경우 주의해야 할 점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한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해도 됩니다. 그 두 가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 해석에 곧바로 연결되는 검사가 아니어야 함
2. 원자료 노출이 이후 검사(예; 재검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함
이 두 가지 조건을 적용할 때
해석 상담에서 원자료 노출을 피해야 하는 대표적인 검사는 HTP, KFD와 같은 그림 검사입니다. 결과 해석의 근거로 수검자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면서 구조적 해석을 하게 되면 이후 수검자가 검사 결과의 해석 논리를 알게 되어 나중에 나름의 해석을 덧붙이거나(선무당 효과) 재검사 때 수검자의 반응에 영향을 주게 되어 이전 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언어적인 자극을 사용하는 검사 중에서는 문장완성검사(SCT)가 대표적인 예인데 해석 상담 시 평가자는 각 문항의 의도를 수검자에게 알려주면 안 됩니다. 표준화된 문장완성검사가 별로 없다고 해도 몇 개의 버전으로 거의 정리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검자의 나중 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두 조건을 적용했을 때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검사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대적으로 지능 검사의 결과표를 활용한 해석과 MMPI-2/A의 척도 해석,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을 활용한 해석 등은 괜찮습니다. 원자료의 내용이 결과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검자가 짐작할 수 없고 해석 근거가 되는 점수를 안다고 해도 이후 검사 결과를 의도적으로 조작하는데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 시 해석 근거로 원자료를 사용할 때 그림 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card pull을 활용한 해석 등은 하시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가끔 수검자가 요구할 수 있지만 이후 재검사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저는 오염이 된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해서 수검자에게 설명합니다) 안 된다고 설명하시면 대개는 이해합니다.
좀 더 안전하게 한다면 모든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해석 상담 시 사용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결과 자료만 사용하라는 말)입니다. 평가자가 아무리 주의한다고 해도 원자료와 해석 결과를 연결해서 이해할 수 있는 수검자도 분명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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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 3종 세트가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이라는 말씀은 여러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임상, 상담 전공을 막론하고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건 어떻게든 배우려고 합니다. 현장에서 필요하고 또 유용하니까요.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은 임상 전공자의 경우는 피할 수 없는 요구 사항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무조건 열심히, 잘 할 수 있도록 익혀야 합니다. 하지만 상담 전공자의 경우는 심리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고 반드시 요구되는 절차가 아닌 만큼 소홀히 할 수 있으나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심리검사 결과를 통합하는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겁니다.
정작 문제는 해석 상담인데 임상 전공자가 있는 병원에서는 그 역할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하기 때문에 해석 상담을 하지 않지만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심리평가를 실시했다면 어떤 형태로든 해석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능하면 내담자에게 정보를 주지 말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보니 해석 상담을 할 때 내담자에게 어느 수준까지 정보를 줘야 하는지 제게 많이들 질문하시더군요.
원칙부터 말씀드리면 심리검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는 (결국은)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수검자에게 알리고 줘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수검자의 것이기 때문이죠.
중요한 건 내담자에게 건네지는 정보의 수준이 아닙니다. 진짜 중요한 건 '전달하는 방법'과 '타이밍'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청소년 내담자의 심리평가를 실시했는데 지능이 75로 측정되었습니다. 지능이 낮다는 걸 알게 되면 내담자가 너무 실망하거나 심하면 상담을 종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지능 이야기는 하고 싶어하지 않는 상담자가 많은데 학교 부적응의 원인이 낮은 지능이라면 이 정보가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경계선 지능이라는 걸 어떻게 전달하느냐와 언제 전달할 것이냐입니다. 내담자도 자신의 머리가 좋지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으나 부모의 기대가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해도 안 되는 공부를 꾸역꾸역 하고 있다면 빨리 해석 상담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부모의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제도화된 교육이 아닌, 청소년이 하고 싶은 적성과 진로를 한시라도 빨리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담자에게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을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지 말고 이 정보들을 언제, 어떻게 (필요하다면 나눠서) 전달해야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지를 고민하는 게 상담자가 해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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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평소
심리평가 3종 세트라고 부르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그리고 해석 상담입니다.
이 세 가지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면 제대로 된 심리평가를 했다고 말할 수 없는데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하니 불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수검자를 위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죠.
이 중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자가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건 뭐니뭐니해도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겁니다. 수련 과정에서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방법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심리평가보고서 작성에서도 가장 힘든 건 당연히 검사 결과(test results) 부분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추출하여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formulation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죠.
또한 검사 결과 부분은 유의미한 검사 sign들을 추려내어 어떻게든 엮어서 쓰겠는데 이제 '요약 및 제언(Summary & Recommendation)'은 또 어떻게 써야 하냐며 난감해 하는 상담자들이 많습니다.
'검사 결과'와 '요약 및 제언'을 연결해서 기술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유의미한 검사 sign들을 토대로 검사 결과 부분을 공들여 formulation한 뒤 핵심적인 개념들을 추려내고 검사 sign을 뺀 뒤 요약 및 제언 부분을 짧게 기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소위 전통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방법의 단점은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겁니다. 많은 검사 sign들 중 핵심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 원인이 되는 것과 결과가 되는 것을 구분하는 눈이 필요한데 이게 단기간에 생기지 않거든요. 많은 경험과 공부, 고민이 요구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상담을 주 업무로 하는 임상가들께 권하는 방법입니다.
'요약 및 제언'에 해당하는 내용을 먼저 구성하는 겁니다. 즉, 수검자의 핵심 문제에 해당하는 키워드를 먼저 떠올리고, 예후가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제언을 한다면 어떤 개입 방법을 권고할 것인지를 생각해 보는 겁니다.
이 때 '검사 결과'에서처럼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굳이 떠올리지 말고 상담을 할 때 내담자가 하는 말을 따라가면서 꼭 다뤄야겠다는 느낌이 드는 말을 잡아채듯이 검사 sign들을 순서대로 훑으면서 감을 잡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수검자의 핵심 심리 상태가 떠오르면 이를 바탕으로 해당하는 검사 sign을 찾아서 배치하고 살을 붙여 나가면서 '검사 결과' 부분을 써 나가는 겁니다.
요약하자면, 첫 번째 방법은 '검사 결과'의 검사 sign들을 생략함으로써 압축해서 '요약 및 제언'을 써 나가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반대로 '요약 및 제언'의 핵심 내용에 검사 sign들을 찾아서 살을 붙여 '검사 결과'를 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이 정통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상담에 익숙한 임상가들에게는 두 번째 방법이 좀 더 수월하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방법일 수도 있어 소개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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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심리평가를 하는 임상심리학자들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문제지만 상담 현장에 있는 임상가들은 심리평가를 언제(타이밍이 아닌) 해야 하는지가 상당히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기존의 상담 시스템에서는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상담 업무가 주가 되는 시스템 상의 문제 때문인데 어쨌거나 상담자가 심리평가를 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쪼개어 심리평가를 해야 합니다.
그나마 자기 보고형 검사처럼 실시할 수 있는 TCI, MMPI-2/A, SCT 등은 상담을 마치고 옆 검사실에서 작성하고 가도록 하거나 집에서 작성한 뒤 가져오도록 편법을 동원해 실시하고 있으나 문제는 대면 검사입니다.
그래도 HTP, KFD, BGT 정도의 검사들은 많은 시간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상담 시간 내에 충분히 실시 가능하죠. 하지만 상담 1회기 내에 끝내기 어려운 검사들이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능 검사이고 로샤나 TAT도 검사 실시에 익숙하지 않은 상담자에게는 1회기 내에 끝내기에는 만만치 않은 부담을 줍니다.
가뜩이나 단기 상담 위주로 재편되는 상담 시스템 내에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상담 회기를 심리검사 실시에 할애한다는 건 결코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활용하는 것이 상담에 큰 도움을 준다는 걸 알면서도 가능한 한 검사 실시를 꺼리거나 미루게 되고 정작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때도 상담 회기 내에 실시 가능한 것들에 국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지능, 로샤, TAT 처럼 중요도가 높은 검사를 실시하지 못함으로써 실질적인 종합심리평가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종합심리평가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게 되고 자기 보고형 검사로 구성된 선별심리평가에만 의존하게 되어 상담자 입장에서는 큰 무기를 잃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각 회기 내에 소수의 검사만 실시가 가능하다보니 여러 검사를 시행해야 하는 경우 여러 번의 상담 회기를 잡아먹게 되어 깊이 있는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데다 검사를 실시하는 interval도 늘어나게 되어 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맨 처음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를 들어 MMPI-2/A)와 맨 마지막에 실시한 검사 결과(예; HTP, KFD 등)가 서로 상응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심리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많은 상담 기관에서 심리평가 실시를 위한 시간과 장소를 구조화하는 것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심리평가 후 해석 상담은 상담 회기 중에 할 수도 있지만 심리검사의 실시 만큼은 반드시 충분한 별도의 시간을 확보하여 평가자와 내담자 모두 심리검사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공간도 상담실과 구분되는 별개의 검사실로 확보해야 하고요.
가장 최적화된 상담 시스템은 상담자가 상담 회기 수와 심리평가의 실시 시점, 검사 도구의 종류 등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인데 최소한 상담 회기 중에 시간에 쫓기어 부랴부랴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것만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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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부모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기승전 공부'입니다. 어떠한 문제로 왔든 상담을 하다 보면 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용 설문지만 봐도 주 호소나 증상에 '공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쓰지 않는 부모가 없을 정도지요. 그래서 ADHD, 우울 장애, 불안 장애, 틱 장애 등 아동/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도 공부를 열심히(사실은 잘)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당부가 꼭 따라 붙습니다. 이 정도 되면 부모님들이 공부 중독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심리평가를 하고 난 뒤 해석 상담을 할 때 거의 모든 부모님들이 (오로지) 관심을 두는 부분은 우리 아이의 지능(IQ)이 얼마인지입니다. 기준은 또 엄청나게 높아서 부모님들이 그나마 안심하는 지능의 마지노 선은 120입니다. 이 밑에 해당하는 지능을 이야기하면 표정이 어두워지고 간혹 90대로 나오기라도 하면 평균 수준의 지극히 정상적인 지능인데도 불구하고 노골적으로 기분 나빠 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을 진행하는 임상가들은 인지 기능 영역을 이야기할 때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해야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오해를 사지 않는 해석 상담이 가능한지 정리해 봤습니다.
1. IQ에 대한 간략한 orientation을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
: IQ의 평균이 100이고 표준 편차가 15라서 플러스/마이너스 1 표준 편차가 85~115에 해당하고 이 범위가 전체의 68%를 차지한다는 것, 부모님들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120이라는 지능이 사실은 굉장히 드물다는 것(130이 상위 2%에 해당하니까요), 100이하의 지능도 통계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인 수준의 지적 능력이라는 것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2. IQ보다 언어성/동작성 지능의 차이, 소검사 편차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할 것
: 전체 지능은 수검자의 대략적인 지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 뿐 그보다 더 중요한 내용들이 많죠. 요즘은 Wechsler 지능 검사도 반구 국재화 이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언어성, 동작성 지능의 유의미한 차이가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언어성, 동작성 지능이라는 게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시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그 차이가 유의미할 때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등을 설명할 필요가 있죠.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10~15개에 이르는 소검사 편차입니다. 동일한 지능(예를 들어 110)이라고 해도 소검사가 고른 분포를 보이는 것과 편차가 큰 것과는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실제 인지 기능을 발휘하는 면에서도 잠재력보다는 기능의 효율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 강점과 약점이 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해석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능이 높으냐 낮으냐 보다는 무엇이 강점이고 무엇이 보강해야 할 부분인지를 일러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교육적이니까요.
3. 아동/청소년의 호소 문제(chief complaint)와 인지 기능의 관계를 설명할 것
: 많은 부모님들이 IQ는 불변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한 아동/청소년이 어떤 심리적 문제나 정신 장애로 고통을 받는 경우 그런 영향으로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치료가 되면 어떤 부분이 회복되는지 등등을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불안 수준이 높은 아동/청소년의 경우 주의력 관련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불안을 적절히 통제하게 되면 병전 수준으로 주의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짚어서 알려줄 수 있습니다.
부모를 대상으로 한 해석 상담은 education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고 특히 IQ가 불변이 아니라는 점, IQ보다는 언어성/동작성 기능의 차이, 그보다는 소검사 편차에 의한 인지 기능의 비효율성, 강점과 약점 분석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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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는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세 부분으로 이뤄집니다. 셋 다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빼놓아서는 안 되죠. 제대로 된 심리평가라면 당연히 평가자가 이 세 가지를 모두 담당해야 하고요.
상담을 주 업무로 삼고 있는 임상가는 심리검사의 실시와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을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에 심리검사 도구와 결과의 해석에 대한 공부에는 많은 공을 들이지만 해석 상담은 평소에 하던 업무와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기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엄밀히 따지면 심리평가는 상담에 도움이 되려고 실시하는 것이므로 해석 상담이야말로 심리평가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검자가 성인이라서 당사자에게 곧바로 해석 상담을 하면 되는 경우는 별 문제가 없지만 보호자가 따로 있는 아동/청소년을 검사한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그래서 해석 상담의 순서와 주의할 점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아동/청소년
: 당연히 검사를 받은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이 심리평가 결과를 듣는 최초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간혹 아동이 어리기 때문에, 부모만이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아동/청소년 보다 부모를 먼저 만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검사를 받은 아동/청소년에게 먼저 해석 상담을 해야 하고 부모에게 평가 결과를 보여줘도 되는지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이는 심리평가의 주 client가 아동/청소년 당사자이기 때문입니다. 평가자는 주 client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부모의 강권으로 심리평가를 받았거나 부모-자녀 문제가 핵심 사안인 경우
간혹 아동/청소년이 해석 상담을 받은 직후 부모에게 결과를 보여주지 말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부모가 법적 보호자인 만큼 당연히 열람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수검자의 의사를 존중해 안 보시도록 최대한 설득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합니다.
2. 부모님
: 아동/청소년이 부모님이 심리평가 결과를 보시는 것에 대해 허락하면 그대로 해석 상담을 진행해도 되겠지만 만일 부모님이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한다면 당신의 자녀가 심리평가 결과를 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사를 부모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당장은 보시지 않게끔 설득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보겠다고 고집을 부리면 보여줄 수 밖에 없지만(법적 보호자이니) 담당 평가자가 설득을 했음에도 강제로 보셨다는 사실을 수검자인 아동/청소년에게 알릴 수 밖에 없음을 경고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이 정도로 강하게 말씀드리면 순순히 물러나지만 그래도 보겠다는 분들이 계시죠. 이런 경우는 부모에게도 상당히 높은 확률로 심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해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심리평가 해석 상담의 순서는
* 아동/청소년 해석 상담 -> 허락 -> 부모님 해석 상담 진행
-> 불허 -> 안 보시게끔 부모님 설득
-> 그래도 보겠다고 고집하면 이 사실을 수검자에게 알리겠다고 재차 설득
의 단계로 진행합니다.
아동/청소년을 심리평가하는 선생님들께서 한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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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수련을 받던 과거에도 그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대부분의 기관에서 그럴텐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 실시하는 심리평가는 심리평가보고서 작성까지는 하지만 해석 상담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많이 늘었다고는 해도 심리치료나 상담을 임상심리전문가/임상심리사가 담당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임상가는 refer(스스로를 격하시키는 order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받은 수검자를 심리평가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chart에 끼우는 걸로 심리평가 절차를 마무리합니다.
의사 선생님들이 충실한 해석 상담을 해 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일단 환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개개인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여력이 없고 무엇보다 심리평가보고서를 꼼꼼히 해석할 능력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심리평가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임상심리학자가 향정신성약물에 대해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대충 눈에 띄는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할 수 밖에 없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아예 보여주지도 않는 병원이 태반입니다. 아니 오히려 심리평가보고서를 환자에게 보여주는 병원의 수가 훨씬 더 적을 겁니다.
최근에는 상담 현장의 심리평가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에 심리평가에 대한 관심도 높고 실시도 많이 하는데 병원 장면과 달리 해석 상담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잘 인식하고 있지만 내담자를 전담하는 상담자와 심리평가만 실시하는 임상가가 구분되어 있지 않은(지나치게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는 것도 사실 문제입니다만) 기관의 경우 상담자가 지속 상담 중간에 여러가지 필요(정확한 진단을 위해, 상담이 벽에 부닥쳤다고 느껴 돌파구가 될 정보가 필요해서 등등)에 의해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그냥 심리검사 자료만으로 상담에 활용하고 마는 걸 자주 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란 심리평가 결과를 관련 전문가들이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공통의 용어로 정리한 치료 기록의 일종인데 그걸 작성하지 않는다면 결국 원자료를 각자 필요할 때마다 알아서 해석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는 안 되죠.
정리하자면,
병원에서는 해석 상담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상담 현장에서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나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해석 상담은 한 세트로 이루어진 절차라서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상담자이든 임상심리학자이든 간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시고 가능한 한 심리평가를 실시한 임상가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기관에 따라 해석 상담만 담당하는 상담자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업무의 편의성을 위한 일종의 편법일 뿐 내담자를 위한 올바른 심리평가 실시 절차가 아닙니다.
워낙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시고, 이를 바탕으로 손수 해석 상담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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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 중독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요. 이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현장의 치료자들도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스스로 치료 기관을 찾든,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을 하든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양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하였고 그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책감, 미안한 마음, 그리고 도박 때문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고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불안감이 하나의 축에 있다면 반대편에는 그래도 도박은 시름을 잊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용기를 주고, 짜릿한 기쁨과 위안을 주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니 도박자가 둘 중의 하나를 선뜻 버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달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양가 감정 상태에서 치료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에게 도박 중독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치료 기관에서는 첫 방문 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작성토록 해 도박 중독 상태를 평가합니다. 그래서 방문한 도박자가 어느 정도의 중독 상태에 있는 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치료자들은 "당신이 스스로 작성한 진단 척도 상 도박 중독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당신은 도박에 중독된 상태입니다"라고 가능한 한 빨리 말해줌으로써 양가 감정 상태를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 장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어떤 도박자는 이미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생각 쪽으로 많이 기운 상태에서 방문하며 공인된 전문 기관에서 자신을 도박 중독으로 결론 내려주기를 내심 희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도박을 포기할 명분이 생긴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초기에 도박 중독 진단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자가 도박 중독이라고 단호히 진단하는 것은
중독 치료에 가장 중요한 치료 의지를 약화시키거든요. '아, 나는 도박 중독자구나. 그 무서운 도박 중독에 걸렸구나. 이제 나는 끝났다'라고 내심 자포자기하는 도박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자신을 도박중독자로 낙인찍고 나면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절박감과 도박 중독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되면서 가족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해하면서 매달리고 때로는 재발을 당연시하면서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저도 해석 상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알려는 줍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이니 정신질환에 걸렸느니,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하는 말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선택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과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효과적으로 도박을 그만둘 수 있는 측면을 강조해서 이야기 해 줍니다.
내담자가 도박을 그만하기로 결정한다면 굳이 도박 중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무슨 추가적인 도움이 되겠습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도박자의 자기 결정권과 책임의 문제를 더 깊이 다루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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