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미 예전에 몇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
'가능한 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해야 하는 이유'에서는 수검자의 장점과 심리적 자원을 찾기 위해서 평가자가 수검자에게 직접 해석 상담을 하는 것이 좋다는 말씀을 드렸고,
*
'심리평가, 심리평가보고서, 해석 상담은 한 세트이다'에서는 업무의 편의성만 따질 것이 아니라 수검자를 위해 평가자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상담자가 접수 뿐 아니라 후속 상담까지 원 스탑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전 포스팅에 접수와 후속 상담이 앞 뒤로 추가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느냐 하면,
우선
접수하는 사람이 상담자와 다르면 의뢰 사유에 맞는 심리검사 도구를 선택할 수 없어서 미리 정해놓은 검사(주로 질문지형 검사)만 기계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이 문제는 각 상담 기관에서 접수 업무를 담당하는 임상가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상담자가 접수까지 담당하면 내방 사유에 따라 상담 목적에 따른 배정, 심리검사의 실시 타이밍과 필요한 검사 도구의 선정까지 할 수 있어 내담자에게 맞춤식 접근이 가능한데 현재 상황은 내담자가 방문하면 자기보고형 검사를 routine하게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문제의 심각도를 기계적으로 평정해 다른 상담자에게 배정하는 한숨나오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답답할 노릇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냐 하면, 내담자가 자기보고형 검사를 실시하였으나 배정이 늦어지거나 배정된 상담자가 상담이 많아 내담자가 오래 대기하는 경우 정작 상담을 시작했을 때 기존에 실시한 심리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게 되고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대기자가 많은 상담 기관에는 이런 문제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 다음에
심리평가를 담당한 평가자가 후속 상담을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발생하느냐 하면,
상담을 본인이 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자신이 상담을 하게 될 내담자가 아니므로 검사 도중 추가 질문이 현저히 줄고(궁금하지 않으니),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도 진단이나 예후, 개입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무엇보다 심리평가를 받은 내담자에게 큰 손해이고 이 내담자를 상담하게 될 상담자에게도 손해가 됩니다.
이처럼 한 사람이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해 해석 상담을 진행한다고 해도 접수와 후속 상담까지 담당하지 않으면 많은 구멍이 생기게 됩니다.
많은 상담 기관이나 센터가 supervisee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도록 안배하는 커리큘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이 시스템은 제대로 된 훈련을 제공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내담자에게 해가 되는 나쁜 시스템입니다.
제가 늘상 말씀드리지만
임상가는 언젠가 개업해서 1인 상담실을 운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련에 임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접수, 상담의 배정,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 심리검사의 실시, 심리평가보고서의 작성, 해석 상담, 후속 상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특히 그 과정이 앞뒤 과정과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꼭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훈련해야 합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4364
이 포스팅은 제목부터가 좀 웃긴데 '처방약은 왜 약사가 조제해야 하는가', '환자는 왜 의사가 치료해야 하는가'라는 선언처럼 사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임상 현장에서는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가 심리평가를 의뢰하고 임상심리학자가 의뢰받은 피검자에게 심리검사를 실시해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면 그 보고서를 의뢰자가 피검자에게 해석해주는 불합리한 시스템입니다. 실제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가 피검자에게 그 결과를 해석하는 상담을 실시하는 경우는 개업한 전문가를 제외하고는 매우 드뭅니다.
그래서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알고 계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평가의 해석상담을 임상심리학자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임상심리학자가 심리평가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가장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게다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즉문즉답을 할 수도 있고요.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임상심리학자보다 심리평가에 대해 더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저 보고서의 핵심 내용만 간추려서 기술하는 수준입니다.
심리평가보고서는 한정된 공간에 피검자의 인지 기능, 정서 상태, 성격, 대인 관계, 대처 행동 등 다양한 심리 상태와 현상을 압축 기술해야 하므로 모든 정보를 다 담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임상심리학자가 직접 해석 상담을 하게 되면 보고서에 누락된 내용을 보충해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을 거치는 것보다 원 스탑 시스템처럼
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결과에 대한 해석 상담을 받는 것이 시간, 비용 대비 면에서 효율적입니다.
임상심리학자는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조치까지 염두에 두고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적 제언이 가능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검자는
치료 세팅에 대한 신뢰감이 증진되어 치료에 대한 물입 수준이 증가됩니다.
실제로 제가 임상 현장에서 해석 상담을 하고 나면 그 전까지 상당히 거부적이던 도박자가 내용을 수긍하면서 치료를 받겠다고 동의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따라서
심리검사를 실시한 임상심리학자에게 해석상담을 받고 싶다고 주장하는 것이 의료 소비자의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2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