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입문할 때 처음에는 보통 드립 커피부터 시작하곤 합니다. 취향에 따라 모카포트를 사기도 하고 프렌치프레스를 구매하기도 하고요.
커피 생각이 날 때마다 드립 커피를 내릴 때는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핸드밀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커피콩을 갈 때의 손맛과 손잡이를 돌릴 때마다 물씬 풍겨나는 커피향을 맡는 것도 드립할 때의 즐거움 중 하나니까요.
하지만
더치 커피를 마시게 되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워터 드립을 할 때의 기본 용량이 80g이거든요. 이걸 핸드밀로 갈려면 그야말로 팔이 빠지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죠. 커피를 마시기 위한 예비 동작이 고통 그 자체가 됩니다.
게다가
ROK 아날로그 에스프레소 메이커를 구입하고 나서부터는 휴일마다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시는데 핸드밀로 분쇄도가 다르게 갈려면 그 때마다 세팅을 다시 해야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전동 그라인더를 하나 질렀습니다. 에스프레소, 모카포트, 워터 드립까지 다양한 커피를 마시기 때문에 어차피 하나 필요했거든요.
Bodum사에서 나온 Bistro 전동 그라인더입니다. 가정용으로 나온 제품 중에 가성비가 가장 높다고 알려진 제품이죠. '불필요한 꾸밈이 없는 간격하고 효과적인 디자인이 Bodum사의 모토인 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습니다.
상단의 호퍼통에는 원두를 최대 220g까지 담을 수 있습니다.
외피는 실리콘 재질인데다 돌기가 있어서 미끄러짐을 방지합니다. 전원 케이블은 보이지 않게 감아서 보관할 수 있도록 밑면에 숨겨진 공간이 있습니다.
분쇄된 원두를 받아서 담는 그라운드 컨테이너와 뚜껑은 식기 세척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빨간콩처럼 보이는 것이 전원 버튼입니다. 호퍼통을 통째로 돌려서 분쇄도를 설정하면 되는데 그림으로 알아보기 쉽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맨 왼쪽이 에스프레소, 가운데가 드립, 오른쪽 끝이 프렌치프레스입니다. 분쇄도는 10단계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분쇄 시간은 최대 20초로 5초 간격으로 4단계 설정이 가능합니다. 80g의 원두를 드립용으로 분쇄하는데 대략 35초 정도 걸리더군요.
다른 그라인더에 비해 저속 회전하는 원뿔 기어날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보다 균일하게 분쇄됩니다.
사용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호퍼통에 그라인딩할 원두를 채움.
2. 아래 트레이에 그라운드 컨테이너를 끼움.
3. 분쇄도와 분쇄 시간 세팅
4. 전원 버튼 On
5. 그라인딩 버튼 On
그라인딩이 끝나면 호퍼통, 그라운드 컨테이너 등은 모두 분리한 뒤 솔로 털어서 청소할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말 기준으로 147,000원에 구입했는데 개인적으로 만족하며 쓰고 있습니다. 가성비 최고의 가정용 그라인더라고 생각합니다.
* 장점
- 가격 대비 훌륭한 가성비
- 거의 직관적인 수준에서 사용 가능한 동작 편의성
- 세밀한 분쇄도
* 단점
- 야간에는 도저히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그라인딩 소음
- 분리 세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기어날은 분리되지 않아 청소하는데 한계가 있음
- 한번 그라인딩을 하고 나면 열을 식히기 위해 5분 정도는 쉬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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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 루왁(Kopi Luwak)은 커피라는 인도네시아어와 야생 사향 고양이를 의미하는 루왁이 합쳐진 말로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섬, 술라웨시섬, 자바섬의 야생 긴꼬리 사향 고양이들이 커피 체리열매를 먹고 소화되지 않은 커피 씨를 배설하면 그걸 모아 가공해서 인기를 끈 커피입니다.
사향 고양이의 몸 속 분해 과정에서 커피 속 아미노산이 분해되어 코피 루왁 만의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고 하죠. 아무리 사향 고양이가 많다고 해도 한 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자연산으로 수확되는 커피의 양이 한계가 있다보니 엄청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보통 1파운드에 120~600불 정도 하니까 한 잔에 한화로 5만 원은 넘는 가격이라고 하니 아무리 커피 애호가라고 해도 쉽게 마셔볼 수 있는 커피는 아니죠.
함께 사는 사람이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 식품 박람회에 갔다가 저렴(?)하게 나온 코피 루왁을 사 와서 생전 처음 맛을 보았습니다.
커피와 차 전문 업체인 가비양에서 홍보용으로 100% 아라비카 코피 루왁 원두를 내놓았기에 250g만 사 봤습니다. 아무리 싸게 내놓았다고는 해도 역시나 가격(250g에 10만 원)은 덜덜덜입니다.
일단 핸드밀에 넣고 갈아봤습니다. 손맛이 굉장히 무겁고 원두가 굉장히 단단합니다. 지금까지 갈아본 원두 중 가장 단단한 수준이네요. 두 잔 분량인데도 한참을 갈았습니다.
향은 그냥저냥입니다. 한 모금 입에 넣고 맛을 보니 밸런스는 그런대로 잘 맞는 것 같은데 신맛이 약간 도드라지는 것이 제 입맛은 아닙니다. 전에 마셔본 블루 마운틴보다 신맛이 조금 더 강한 듯...
굳이 신맛으로만 비교를 해 보자면...
브라질 산토스<블루 마운틴<코피 루왁 순인데 뭐 그렇다고 해도 신맛이 강한 다른 커피보다는 훨씬 약하니까요.
어쨌거나 아무리 싼 가격이라고 해도 다시 사서 마실 정도는 아니어서 색다른 커피를 한번 마셔본 것으로 그냥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지름신 성전 펀샵에서도 팔고 있지만 여기 가격은 정말 정신이 아찔해지는 수준이니 마음을 단단히 잡숫고 보시기를...
덧. 처음에 마실 때부터 혹시나하고 염려했는데 역시나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자연산이 아닌 사향고양이들을 농장에 가둬놓고 학대하면서 대량 생산한다고 하네요. 이 커피도 더 이상 마시지 않을 뿐 아니라 불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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