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 프라임 '맛의 비밀'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행동 생태학 전공 교수 Fred Provenza의 2018년 작, '영양의 비밀(Nourishment)'을 북 크로싱합니다.
동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학습, 장기, 세포, 더 들어가서는 장내 미생물의 식후 피드백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인간도 그 피드백 체계에 의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가능성에는 동의해도 현실성이 없는 가설이라고 생각하지만 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셔도 좋은 책입니다. 다만 저자가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뜬금포에 해당하는 부가적인 내용이 너무 많아 정독하기 어려운 점도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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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 프라임 '맛의 배신'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Fred Provenza' 교수가 40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해 2018년에 내놓은 책입니다.
Provenza 교수는 행동 생태학 전공으로 학습이 먹이 활동에 미치는 영향과 토양, 식물을 초식동물이나 인간과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평생동안 해 온 분입니다.
출판사가 뽑은 핵심 주제인 '동물에게 배우는 최상의 건강관리비법'이라는 말에 이 책의 핵심 내용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동물은 본인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학습을 통해, 그리고 장기, 세포 수준 뿐 아니라 장내 미생물의 식후 피드백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특정 영양소가 결핍된 동물은 그 영양소가 풍부한 먹이를 알아서 먹는다는 것이죠. 이걸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고 일반화하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1939년 시카고의 소아과 의사인 클라라 데이비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 연구에서 클라라 데이비스는 음식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생후 1살 이하의 보육원 출신 아기 15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다양한 음식을 주고 자가 선택하도록 했더니 아이들이 알아서 음식을 골라 먹었고 그 결과 모두 영양 상태가 좋고 건강하게 자랐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우리도 동물처럼 결핍된 영양소가 있다면 그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찾아서 먹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건강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 피검사를 하거나 중금속의 혈중 농도를 체크하거나 보충제를 챙겨 먹을 필요가 없겠죠. Provenza 교수는 보충제나 영양 성분이 강화된 음식을 먹으면 이러한 피드백 체계를 교란시켜서 오히려 음식 중독이 되거나 영양분 과잉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모든 종류의 비타민과 보충제 섭취를 반대하죠.
하지만 이 책에도 나오지만 동물도 서식지를 옮기거나(목장을 옮긴 양이나 소의 경우), 천재지변으로 생태계에 변화가 생기게 되면 이러한 피드백 체계가 무너져서 지연성 독극물을 걸러내지 못합니다. 이걸 인간에게 적용하면 어느 정도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생긴 인간은 그런 생태적 피드백에 의해 자신에게 유리한 음식을 선택하는 기제를 발달시키지 못합니다. 게다가 인간에게는 가공 식품이라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을 가진 문제가 있죠.
클라라 데이비스의 연구만 봐도 신선한 재료를 구해 지방, 탄수화물, 미네랄, 비타민이 골고루 섞인 34가지 음식을 제공했는데 여기에는 가공식품이 단 한 개도 없습니다. 라면이나 피자, 치킨, 사탕, 도넛 등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에게도 동물처럼 자신에게 가장 알맞는 영양소를 알아서 섭취할 수 있는 생태적 피드백 체계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가공 식품 노이즈에 시달리고 각종 환경 스트레스 및 독소와 싸우며 지력 고갈로 파이토케미컬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식재료만 먹으면서 생태적 피드백 체계만 믿고 살아서는 Provenza 교수가 주장하는 최상의 건강 관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이 있죠. 그 사람의 입을 보지 말고 행동을 보라는....
그래서 Provenza 교수의 연구 결과가 아닌 Provenza 교수의 영양 상태를 한번 알아봤습니다. 그랬더니 1980년 대 후반부터 5년 동안 우울증을 앓았고 1999년에는 암 진단도 받았더군요. 불행한 개인사지만 본인에게 적용하지 못하는 연구 결과라면 저는 신뢰할 수가 없네요. 그래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기는 하지만 박하게 평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 한 가지 이 책의 단점은 '동물에게서 배우는 최상의 건강관리 비법'만 이야기를 했으면 좋으련만 욕심이 과했는지 후반부로 가면서 환경 오염, 식량 수요, 진화생물학, 무조건적인 사랑, 창의성에 이르기까지 원래 궤도에서 벗어나 본인이 평소에 하고 싶었던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마구 풀어놓습니다. 그리고 정리를 못 한 채 끝맺기 때문에 엔딩 없는 대서사극을 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누구에게도 추천하기 어려운 책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건강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아는 이야기거나 반대로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아래에 정리한 '흥미롭게 읽은 구절들' 정도만 읽어보셔도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가는 대부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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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의 발전으로 지난 두 세기에 걸쳐 작물 수확량은 두 배에서 세 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수확량의 증가는 풍부한 파이토케이컬을 희생한 대가여서 지난 40년 사이에 43종에 달하는 과일과 채소 및 곡물의 파이토케이컬이 5%에서 40%까지 감소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작물을 재배하는 이들이 질보다 양을 중시하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예전보다 파이토페미컬이 덜 함유된 품종을 선택한다.
2. 관개 시설의 발달과 질소, 인, 칼륨 등의 비료를 외부에서 수혈하는 방식 또한 풍부한 파이토케미컬을 포기하는 대가로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3. 작물이 완전히 자라 파이토케미컬을 충분히 함유하게 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설익은 채로 수확해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4.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한 탓에 거의 모든 작물은 질소(단백질)의 농도, 아연과 철분이 감소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 신선한 작물일수록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하며 맛도 좋다. 과일을 완전히 익기 전에 수확하면 맛과 영양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파이토케미컬의 수치가 낮아진다. 수확 이후에는 맛과 파이토케미컬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어떤 과일과 채소의 경우는 그 속도가 다른 것들보다 훨씬 빠르다.
* 요즘 우리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지를 두고 '우리 선조들의 식습관'을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다양하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서로 다른 음식을 먹는 사람들 사이의 뚜렷한 차이를 반영하지 못하며, 지역과 계절에 따라 사람들이 먹는 음식의 종류가 지극히 다양하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 우리는 동물들이 본능적으로 맛이 없는 먹이를 피하고 맛이 좋은 먹이를 선택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40년 동안 내가 참여한 조사단은 수백 건의 연구를 통해 먹이의 맛에 대한 호불호가 세포와 장기, 그리고 장내 미생물의 식후 피드백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설탕이 들어간 음료의 부정적 효과가 알려지면서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사카린 같은 감미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단맛은 나면서도 칼로리는 없는 혹은 칼로리를 줄인 식품과 음료는 평소에 당과 에너지의 항상성에 기여하던 학습 반응을 저해한다. 인공 감미료를 섭취하면 칼로리와 관련된 식후 반응의 신호가 약해져 에너지와 체중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설탕을 대체하는 물질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은 지나친 체중 증가와 대사증후군, 제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으로 고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증거가 점차 축적되고 있다.
* 만약 사람이 초식동물과 같은 방식으로 과잉에 대응한다면, 에너지가 풍부한 강화식품을 먹었을 때(게다가 보충제까지 복용했을 때) 미네랄과 비타민, 여타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피할 것이다. 만약 에너지가 풍부한 강화식품과 미네랄 및 비타민 보충제를 먹지 않으면 채소와 과일을 더 많이 먹을까?
-> 가공식품과 미네랄 보충제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다니.....
* 복합 불포화지방산을 증가시켜 세포막의 유동성을 강화하면 인슐린 수용체 수가 늘고 그에 대한 인슐린의 친화력이 커져 인슐린 저항성이 감소한다.
* 짙은 녹색과 노랑 또는 주황색 채소와 과일, 콩, 견과류, 씨앗, 항산화 페놀과 섬유질, 그 밖의 여러 파이토케미컬을 함유한 완전 곡물의 조합은 한 가지 과일이나 채소만 먹는 것보다 항산화 효과를 더욱 높인다.
* 의식적인 식습관이-허기와 포만감을 알리는 육체 신호에 반응해 음식을 먹는 행위가-제2형 당뇨병을 앓는 성인의 혈당 수치와 체중 감량과 관련된 권고안을 따르는 것만큼이나 효과적이다.
* 포도당과 달리 과당은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도록 자극하지 않는다. 인슐린 분비와 렙틴 생성, 식후 중성 수치와 관련해 과당은 탄수화물보다는 지방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덧. 이 책은 국민 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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