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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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인 크리스토프 앙드레가 쓴 책입니다. 현재 프랑스에서 심리학과 관련해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고 하네요.
이미 심리학 서적 소개 포스팅에서 몇 차례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저는 심리학자가 아닌 사람이 심리학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습니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이나 비슷한 거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심리학자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신의학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든다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뭐 그렇다고 심리학자들이 심리학에 대해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최소한 심리학에 대해 정통한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면 괜찮겠는데 지금까지 그런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게다가 정신과 의사라면 다른 사람들보다 기대 수준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실망도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특징은 저자가 신경증 환자를 오랫동안 치료해 온 인지 행동 전문가이기 때문에 낮은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으로 깨달음이나 통찰, 받아들임 같은 접근법이 아닌 구체적인 기술을 익히고 연습해서 조금씩 자존감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힐링을 표방한 어설픈 책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입니다. 자존감에 대해 새롭게 주는 정보가 없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입니다. 번역자도 공을 들여 열심히 번역한 것 같은데 말이죠.
가장 큰 문제는 자존감이 낮다 높다의 차원 뿐 아니라 강하다 약하다의 차원까지 도입하는 바람에 기존 패러다임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는 겁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과 자존감은 높지만 약한 사람들을 대비하는데 별로 설득력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후자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쨌거나 자존감에 대해 잘 모르는 분이 보기에는 좀 난해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내용이라서 차라리 선안남 선생님의
'행복을 부르는 자존감의 힘(2011)'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고, 자존감 개념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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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설적이지만, 좋은 자존감을 지닌 사람들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도와달라는 말도 잘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행동이라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 '더 이상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라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 남아 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잊어야 자존감이 발전한다. 숨 쉬듯 자연스럽게 자신을 긍정하기, 나를 잊고 다른 것과 다른 사람들, 삶에 관심을 쏟기 등.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런 '헛된 반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오이가 쓰면 던져버려라. 길을 가다 가시 덤불이 나오면 피해 가라. 그것으로 족하니라. '왜 이런게 있는 거야?'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 자신을 존중하지 않으면 자기주장을 할 수 없다.
* 다수를 따라가려는 노력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좀 더 자주 나타난다.
* 자존감이 약한 사람들은 남들 앞에서 자신을 농담의 대상으로 삼지 못한다.
* 시기는 우리가 갖지 않은 것, 우리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드는 기분 나쁜 감정이다. 한편, 질투는 이미 가진 것을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감정이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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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남 선생님은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practitioner이면서 동시에 심리학 책으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책을 내는 심리학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꽤 많이 읽히는 좋은 책을 쓰는 작가이고요.
그런데 작년에 월덴 3를 통해 소개한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에서도 지적한 것처럼 여전히 본인의 내공을 기존 심리학 연구 결과에 기대는 느낌입니다. 이게 본인의 생각인지 출판사의 전략인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은 몰라도 심리학도에게 어필하는 글쓰기는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책이 심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서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저 심리학도의 한 사람으로서 갖는 개인적인 아쉬움일 뿐이죠.
하지만 워낙 다작을 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점점 깊이가 떨어지는 느낌인데 이건 좀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읽은 책이야 '괜찮아, 괜찮아, 괜찮을거야(2010)'가 유일하지만 그 책에 비해서도 내공 수위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2011년만 해도 이 책 외에 '한밤중에 초콜릿 먹는 여자들', '나를 사랑해야 치유된다', '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까지 무려 3권의 책을 더 내놓았습니다. 물론 각기 다른 주제이기 때문에 제가 항상 우려하는 사골 국물 우려내듯이 후닥닥 쓴 책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다작을 하다보면 본인의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충분히 숙성된 내용을 담아내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이 책은 '자존감'이라는 너무나 중요하면서도 핵심적인 개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추천할 수준입니다. 자존감이 자존심이나 우월감과 어떻게 다른지 구분하고 있는 것도 적절(
'자존심이 세다?' 참조)했고 자존감의 정도 뿐 아니라 안정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아주 좋았습니다.
자존감이 행복감을 느끼는데 결정적인 요소라는 저자의 통찰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요. 다만 낮은 자존감을 올리는 요소로 제시한 것들 중 '친밀감', '경청', '가족' 등 관계 지향적인 접근 방식과 '자기애', '자기 수용' 등 자신만의 수용과 인정 기준을 수립하는 접근 방식을 함께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자존감을 증진하는 근본적인 방법'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자존감을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관계 지향적인 방식의 노력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전히 사람에 대한 무한 애정과 공감이 담겨 있는 책이라서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충분히 좋은 책이지만 앞으로 제가 계속 선안남 선생님의 책을 읽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더는 실망하기 싫거든요. 개인적인 바램은 한 2~3년에 한 권 정도씩 현장의 노하우와 정수를 담아서 책을 내셨으면 좋겠습니다만 출판사에서 가만 내버려둘 것 같지 않아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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