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향일암까지는 차로 대략 30분 정도 걸립니다. 대중 교통이 있기는 할테지만 가 보니 아주 번거로울 것 같습니다. 자가용이 없다면 아주 애로 사항이 꽃필 것 같네요. 차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향일암은 관세음보살의 보살핌을 받는 관음 성지로 남해 보리암, 양양 낙산사,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 한 곳입니다.
그런데 정작 향일암 진입로는 온통 돌산 갓김치를 파는 매장만 득시글하더라는. ㅡ.ㅡ;;;;;
얼핏 보니 입장료가 있는 것 같던데 휴일이라서 그런건지, 제가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매표소가 닫혀 있어 그냥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향일암 입구에서 정면은 보시는 것 같은 계단길이고 오른쪽은 등산로처럼 생긴 비탈길인데 보기에는 오른쪽으로 오르는 길이 덜 힘들어 보이지만 계단으로 오르는 길을 추천합니다. 전망도 그렇고 훨씬 호젓해서 걷기 좋거든요. 오른쪽 길은 내려올 때 이용하면 됩니다.
향일암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무슨 lost world라도 들어가듯이 바위로 막힌 좁은 절벽 틈새로 지나가야 향일암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기복신앙의 잔재인지 모르겠는데 바위 이곳저곳에 사람들이 동전을 올려놓거나 끼워놓았습니다. 외국 동전도 제법 많네요.
웅장하고 묵직한 분위기와 달리 경내에서는 연등을 비롯해 이런저런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상업화된 느낌이 많이 나는 게 흠입니다.
향일암은 신라 선덕여왕 때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라는 암자를 짓고 수도하다가 관세음보살을 만났다는 기록이 전하는 곳으로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숙종 때 인묵대사가 다시 지으면서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으로 향일암으로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지형이 거북 형상이고 주변의 바위들이 거북 등껍질 무늬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영구암', '금오암'으로도 불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거북 등껍질 무늬 돌로 만든 거북 조각을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잘 보시면 머리에 동전을 올려놓은 거북도 심심치 않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향일암은 입구 뿐 아니라 보시는 것 같은 바위 절벽 사이로 길을 곳곳에 내서 꽤나 독특한 느낌입니다.
해를 향한 암자답게 전망이 탁월합니다. 일몰을 보러 일부러 많이들 온다는데 오늘은 제가 좀 늦었네요. 그래도 멋집니다.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 보니 약수터가 있더군요. 얼굴만 보고 왠 용인가 싶었는데....
거북 등장이요~ 두둥~
거북이 용을 깔고 앉았습니다;;;;;
향일암의 멋진 풍광을 뒤로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차를 돌려 다시 여수로 향했습니다.
여수 시내에도 번화가가 있고 서울에서 유행하는 웬만한 먹을거리는 대부분 있습니다. 카페도 그렇고요. 원래는 '두부 마을'에서 두부로 만든 음식을 먹고 싶었으나 함께 간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하니 피자를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제가 치즈까지는 양보하고 '시카고 피자'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도우가 두꺼운 피자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리고 펜션으로 들어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내일 아침에 먹을 장을 봤습니다. 숙소로 들어오니 대략 10시 쯤 되었네요.
해외로 여행을 가면 시간이 아까워서 아침부터 부지런을 떠느라고 피곤한데 국내 여행은 상대적으로 좀 느긋한 느낌이어서 좋아요. 늦잠을 자도 상관이 없고...
내일은 오전에 보성 녹차밭만 둘러보기로 해서 한결 여유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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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굴을 빠져나와 원래 걷던 길로 돌아와 조금 더 올라가니 오동도 등대가 나타납니다.
입구에 앙증맞은 빨간 달팽이 구조물이 있는 등대인데요.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 전망탑까지 지친 다리를 끌고 또 올라가야 하는 부담은 없습니다.
입장료는 무료인데 문제는 전망대를 둘러 설치된 강화 유리가 부옇고 더러워서 전망이 썩 좋지 않습니다. 시설 관리하는 부서에서도 양해 바란다는 안내문을 부착했던데 그만큼 더럽습니다;;;;
휭 둘러보고 내려와 등대 매점에서 아이스 동백꽃차를 한 잔 마셨습니다(2,000 원). 목이 탔을 때 마셔서 그런지 시원은 했지만 꿀차와 다를 바 없는 맛이라서 꼭 드셔보라고 권해드릴 수준은 아닙니다.
오동도 등대로 오르는 길은 처음에는 계단이 많고 힘들어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리 난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그늘도 많고 중간에 쉴 수 있는 곳도 많아서 쉬엄쉬엄 가도 됩니다.
등대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오른쪽으로 음악 분수로 내려가는 길이 나오는데 그리로 가면 올라올 때처럼 오르락 내리락 할 필요없이 쉽게 내려올 수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시원한 나무 그늘길도 통과하면서 말이죠.
내려오고 나니 다리도 좀 고단하기에 동백 기차를 타고 나갈까 싶어 시간표를 봤는데 방금 떠났는데 30분이나 기다려야 하더군요. 기다리느니 결국 그냥 걸어서 오동도 밖으로 나와 다시 낑낑대며 스카이 플라이를 타기 위해 산을 올라갔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완성된 후 여수에 내려가실 분들은 꼭 엘리베이터 타세요;;;;
올 때는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스카이 플라이가 돌산대교를 가로질러 가는군요. 돌아갈 때 유난히 바람이 세서 그런지 캐빈이 흔들리는게 스릴 만점이었습니다(라고 쓰고 덜덜 떨었다고 읽는다). 게다가 답답하다고 환기나 하자며 머리 위의 환풍구를 조금 열었더니 그리로 황소바람이 들이치면서 더 많이 흔들리더군요. ㅠ.ㅠ
지금도 배를 건조하는 건지 그냥 사용하는 배를 끌어다가 올려놓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탑승장으로 돌아왔습니다. 2층이 탑승장이고 1층은 편의점, 커피 전문점 등의 편의 시설이 있습니다. 간단히 요기를 할 수 있는 스넥바도 있죠.
이제 슬슬 체크인을 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 둔 스머프 흙집 펜션으로 차를 돌렸습니다.
스머프 흙집 펜션은 이름 그대로 스머프를 모토로 해서 황토로 주인장께서 직접 지었는데요. 풍광이 엄청납니다. 보시죠.
바다가 코 앞이라 산책을 나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입구에서 스머패트가 반겨주네요. ^^ 입구 바로 오른쪽에 수영장도 있습니다만 제가 갔을 때는 아직 물을 채워놓지 않아 수영은 못 했네요. 여름에 방문하시면 수영하면서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리실 수 있을 겁니다.
펜션은 버섯 모양으로 된 독채 집이 연결된 형태라서 독립성이 보장됩니다.
나무로 된 창호문으로 모양새는 살리면서도 번호키를 장착한 유리문으로 보안 문제도 해결한 게 눈에 띕니다. 왼쪽의 흰 나무장은 신발장입니다.
모든 방이 이렇게 바다가 보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묵은 홍두깨방(재미나게도 모든 방 이름이 만화 주인공 이름입니다. 홍두깨, 하니, 엄지, 고길동, 까치, 짱구 등)에서는 바다가 그대로 보이네요.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황토, 나무, 한지를 주 재료로 사용해 지었답니다. 그래도 에어컨, 위성TV 등 편의시설은 잘 갖춰져 있습니다. 대부분은 원룸 시스템인데 인원수가 많은 경우 복층으로 된 방도 2개인가 있으니 그걸 이용하시면 됩니다.
방으로 들어오면 왼쪽이 주방, 오른쪽이 욕실입니다. 주방은 사용하지 못했지만 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더군요.
전망도 좋고, 깨끗해서 마음에 들더군요. 주인장이 처음에 맞이해서 이용 안내를 한 뒤로는 일체 간섭하지 않아서 편하게 쉴 수 있었습니다. 체크아웃하면서 문자 드렸더니 보일러 끄고 문만 잘 잠그고 가시면 된다고 하네요. 와서 점검도 안 하더라는;;;; 관리 참 손쉽게 하시네요;;;;
제가 원래 여행을 가도 잠자리를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황토방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더 숙면을 취한 것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이 개운하더군요.
이용요금은 비수기 기준 1박에 12만 원인데 저는 쿠팡가 8만 원으로 묵었습니다.
스머프 흙집 펜션에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청결함과 훌륭한 전망만으로도 추천드리고 싶은 곳입니다.
일단 짐을 풀고 어두워지기 전에 향일암을 횡하니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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