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upervision을 할 때 사례 formulation이 끝나면 항상 "질문 없습니까?"라고 물어봅니다. 실제로 궁금한 게 있으면 답변을 할 테니 질문을 하라는 의미도 있지만 이 물음에는 조금은 다른 의미도 있습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제대로 받는 법'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 지 모르는 사람은 앎에 이르기 어렵습니다. 무엇을 모르는 지 알려면 자신에게 질문해 봐야 합니다. 그래서 "질문 없습니까?"라는 제 물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어봤냐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없는 사람은 질문이 없습니다. 그건 단순히 수검자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닙니다. 물론 심리평가, 상담,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은 아예 심리학에 입문하지 않았을테고(권력과 재력을 목표로 심리학을 전공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정도 수준의 지적 능력으로는 성공하기 힘들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은 호기심의 문제입니다.
저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임상/상담을 전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저는 단연코 가장 중요한 게 호기심이라고 답변할 겁니다. 과장을 조금 섞어서 말씀드리면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이 쪽 영역으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호기심이 없다면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을 것이요,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니 아무리 우수한 지적 능력이 있다해도 실력을 쌓기 힘들 것이고, 실력이 없다면 내담자/수검자를 돕지 못할 것임은 물론 일하는 것 자체가 지옥 같을테니까요.
TCI의 자극추구기질 중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높은 분이라면 타고난 호기심을 장착하고 있을테니 복받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큰 문제 없습니다. 영장류의 DNA와 많은 부분이 겹치는 인간에게는 기본적으로 장착된 호기심의 양만 해도 만만치 않으니까요. 문제는 그게 작동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는 겁니다. 그래서 자신의 기질, 적성과 잘 맞는 분야를 찾아야 하는 것이고요.
자기와 잘 맞는 분야를 찾기만 하면 그 호기심을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당장 저만 해도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이 -1 표준편차 이하로 낮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관습적 안정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그래도 저는 심리학, 여행 관련해서는 무한 호기심이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되었죠. 누군가는 음식에, 누군가는 음악에, 누군가는 운동에, 누군가는 프라모델 분야에서 호기심이 남다를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호기심이 작동하는 영역을 잘 찾으신 뒤 그 호기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질문의 홍수를 타기만 하면 됩니다. 만약 아무런 호기심도 생기지 않고 그래서 질문할 거리를 전혀 찾지 못한다면 안타깝지만 이 영역은 본인과 맞지 않는 것이니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버텨봤자 그 끝은 그리 신통치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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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부모들이 가장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 중 하나가 자기 주도 학습입니다. 자기 자식이 스스로 알아서 척척 공부하는 걸 싫어하는 부모는 별로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 자기 주도 학습을 하게 할 수 있는지 제게 물어보는 부모들이 참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자기 주도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걸 '호기심'이라고 말해 줍니다. 호기심이 없으면 자기 주도 학습을 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왜냐하면 호기심이 끊임 없이 만들어 주는 내적 동기가 없기 때문에 보상과 같은 외적 동기에만 의존해야 하고 그마저 없거나 부족하다면 인내심이라는 밑바닥 연료를 끌어내어 계속 태워야 하니까요.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하면 어른들은 주로 체계화되어 있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는 학습법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자기 주도 학습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누구에게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해 오던 겁니다. 아이들을 그냥 놀이터나 숲에 풀어놔주면 호기심이라는 나침반이 이끄는대로 알아서 찾아다니며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지요. 어른들이 할 일이라고는 중간에 가는 길을 한번쯤 툭하고 점검해 주거나 호기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과 수확물을 함께 점검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요즘의 세상은 도무지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호기심을 발동시킬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통제되지 않은 호기심은 불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악용(세상에 대체 불필요한 지식이라는게 어디 있답니까?)당할 수 있다며 대학에 진학하거나 밥벌어 먹고 사는데 필요하다고 사회가 미리 정해놓은 지식만을 습득하는데 표적을 맞추라고 하죠.
이는 모두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그런 불신은 반드시 더 큰 불신과 배제와 침묵의 카운터 펀치로 되먹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건 불 보듯 뻔해요.
이건 제 경험인데 하기는 죽기 보다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공부해야 했던 수험생 시절과 신기하고 재미있기만 했던 심리학을 호기심에 끌려 즐겁게 공부했던 대학 생활을 비교해 보면 공부 시간은 전자가 압도적이었지만 결과는 후자가 압승입니다. 제가 심리학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대학 때 공부했던 지식은 여전히 아주 쉽게 생각이 나고 기억의 저편에서 끌어올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중, 고등학교 때 무엇을 공부했는지 뿐 아니라 어떻게 생활했는지의 기억까지 모두 뿌옇고 가물가물하기만 합니다. 쉬는 시간에 뭐하면서 놀았는지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부모가 원하는 종류의 사람을 만들겠다고 아이들을 시스템화된 입시 체계에 집어넣고 돌리면 아이들도 죽을 수 있지만 가장 먼저 아이들의 호기심이 죽습니다. 그래서
'아동/청소년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는 이유' 포스팅에 쓴 것처럼 꿈도 희망도 죽은, 시체 같은 아이들로 자라는 겁니다.
그러니 자녀에게 얼마만큼의 호기심이 남아 있는지를 꼭 한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남아 있는 호기심이 별로 없다면 아이가 알아서 공부하고 있다 해도 분명한 목표가 그 아이를 견인하고 있지 않은 이상 내면의 무언가를 쥐어짜면서 버티고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물론 부모 자신의 호기심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남아 있는지부터 점검하는 게 더 먼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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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찌군이 집에 온 지 사흘 째 되던 날의 모습입니다. 고양이가 워낙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기는 해도 호기심의 대상은 묘종에 따라, 각 고양이에 따라 다른 듯 해요. 저건 널기 전 빨래를 담아두는 플라스틱 빨래 바구니인데 모찌군만 관심을 보이지 똘똘군과 도림군은 들어가지 않더라고요.
대부분의 고양이가 상자는 좋아하지만 빨래 바구니의 경우 원형이라서 흔들거리는데다 사방이 뚫려 있으니 안정감을 주는 형태는 아니거든요. 모찌군의 경우는 흔들거리는게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것 같지만....
표정이 살짝 겁에 질린 듯 보이지만 페르시안 실버 태비의 어릴 적 모습이 대체로 저런 것 같더라고요. 전혀 긴장하거나 겁에 질린 상태가 아닙니다;;;; 밖에서 흔들고 있는 제 손에 집중하고 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흔들거리니까 아예 누워 버립니다~
마카펜 하나 주니 좋다고 품에 끼고 드러누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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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그래서 그렇지 사실 임상심리학 분야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니라서 분류는 '임상심리'가 아닌 '심리학 일반' 범주에 넣었습니다.
논문 supervision을 하면서 선생님들이 초기에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을 간략하게나마 한번 요약해 봤습니다.
* 어떤 종류의 논문을 쓸 것인가 : 논문의 유형 선정
임상심리학 분야의 논문은 난도(?)에 따라 대략 3단계로 분류해 볼 수 있습니다.
1단계 논문
: 제가 'How about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특정 장애의 심리적 특성이나 실태, 현황을 description을 통해 보여주는 논문입니다. 주로 기술 통계적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구 방법론이 어렵다기보다는 기존에 많이 다루지 않은 특이한 장애를 대상으로 하다보니 접근성(accesibility)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죠. 예를 들자면 성 정체감 장애의 심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이 유형에 속합니다.
2단계 논문
: 제가 'How much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집단의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집단 간 차이가 유의미하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카이스퀘어 검증이나 T검증, 변량 분석 등의 통계 기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연구 설계 당시부터 통제 집단을 설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비교 집단도 2개 이상을 상정하곤 합니다. 예를 들자면 정상 성인 집단, 도박 중독 집단, 알코올 중독 집단의 자극 추구 기질 차이를 알아보고자 하는 연구가 이 단계에 속합니다.
3단계 논문
: 제가 'Why 논문'이라고 부르는 유형으로 상관 관계, 가능하면 인과 관계와 관계의 정도를 설명하고자 시도하는 연구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2단계 논문에서 다루는 차이가 왜 나타나는지를 밝히려는 연구가 3단계에 속합니다. 주로 중다 회귀 분석 이상의 고급 통계 기법을 사용하고 공변량 구조 분석을 이용한 모형 검증을 하는 연구도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도박 중독은 왜 알코올 중독보다 더 쉽게 재발하는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연구가 이 단계에 속합니다.
* 논문을 쓰기 위해 어떻게 감을 잡는가
호기심 -> 궁금증 -> 선행 연구 review -> 연구 설계
아주 간략하게 도식화했지만 논문을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호기심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생긴 호기심이건, 현장에서 심리평가나 상담을 하다가 생긴 호기심이건 '대체 뭘까?'하는 호기심의 끈을 일단 붙잡아야 뭐가 되도 됩니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없다면 제대로 된 논문을 쓰는 건 물 건너 갔다고 보는 편입니다. 호기심이 있어야 흥미가 생기고 흥미가 생겨야 열심히 하지 않겠어요?
호기심이 생겼다고 땡이 아니라 일단 호기심이 생겼으면 그 다음에는 본인에게 호기심을 유발한 현상 또는 사건을 머릿속으로 계속 만지작거리면서 궁금증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어느 정도 궁금증이 모양을 갖추고 가지를 쳤으면 그 다음에는 기존에 실시했던 선행 연구를 review해야 합니다. 자신은 기상천외한 발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이미 연구되어 논문으로 발표되었을 가능성도 꽤 크거든요. 그래서 엄한 시간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내가 궁금해 하는 주제에 대해 꼼꼼하게 디벼보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선행 연구를 review하면서는 어떤 방향으로 연구를 할까 생각을 정리하고, 그런 생각을 다듬고 난 다음에는 거기에 맞는 연구 설계를 해야 합니다. 실험 연구를 할 지, survey를 할 지, 질적 연구를 위해 인터뷰를 활용할 것인지 등등의 내용은 모두 연구 설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죠.
* 선행 연구를 어떻게 review 하는가
선행 연구를 review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1) Handbook 등을 찾아서 reference를 일별하면서 대가의 논문을 중심으로 review 하는 방법
자신이 연구하려고 하는 주제를 다룬 handbook이 있다면 일단 그 handbook은 반드시 읽어야 합니다. handbook은 일종의 연구 역사서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handbook을 읽으면서 각 글 꼭지에 달린 references(그 중에서도 최신 연구 중심)를 꼼꼼히 정리해 보면 그 쪽 분야의 연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고 어떤 추세로 진행되어 가는지, 그리고 누가 최고수인지를 자연히 알게 됩니다. 그러면 최고수의 최신 연구를 기준해서 내 연구를 어떻게 설계해야 할 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죠.
2) 논문 검색 엔진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최근 기간으로 범위를 잡아서) 리스트된 논문 중 major journal 위주로 뽑아서 관심 분야의 최근 경향을 파악하는 법
일단 RISS4U, KISS, DBpia, e-article 등의 국내 학술 DB 및 검색 엔진과, PubMed, ScienceDirect, ISICC 등의 국외 학술 DB 및 검색 엔진을 활용하는데 키워드 검색을 통해 1) 최근 5년 안쪽의 논문을 중심으로, 2) SCI, SSCI에 등재된 major journal 위주로 정리하여 관심 주제의 최근 연구 경향을 파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술 DB는 유료지만 학교, 병원에 소속된 사람이라면 무료로 접근이 가능할 겁니다.
만약 그런 DB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면 그 정도로 풍부한 자료는 아니지만 구글에서 제공하는 Scholar.google.com 검색 엔진을 통해서도 원문 PDF를 꽤 많이 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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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담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걸 공감적 경청이나 수용으로 착각하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몇 년 전에 부하 여직원이 자기 맘대로 성희롱을 했다고 오해하는 바람에 상사에게 이야기를 해서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여성들을 대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힘이 듭니다"라고 내담자가 말했다고 해 보죠.
이 때 'trauma에 의해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 내담자구나. 혹시 성장 과정에서 어머니나 여자 형제와 관계 맺기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내담자가 한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상담자 마음대로 소설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상담은 심리평가와 다르고 형사 취조도 아니기 때문에 사실 확인에 목을 맬 필요는 없습니다. 상담에서의 사실이란 것은 이미 내담자의 인지틀 안에서 기억 윤색이나 망각 등으로 어느 정도 왜곡된 상태이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사실을 확인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담자가 하는 말이 주관적 사실에 가까울거라고 가정하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위의 예라면 '대체 어떤 일인데 단 한번의 사건으로 여성에 대한 불편함이 시작되었을까, 발단이 된 에피소드는 어떻게 시작되어 어떻게 끝이 났을까, 불편한 마음이라는게 직장에서 만나는 여성과의 사이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아니면 직장 밖에서 만나는 여성에게도 일반화 된 것일까'처럼 궁금증을 갖고 다양한 각도에서 물어봐야 하는 것이죠.
이래서
상담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내담자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상담자 자신의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고 물어보되 내담자와 내담자가 갖고 온 문제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에 기반하는 것이죠.
그러면 내담자가 갖고 있는 생각의 오류나 착각, 오해, 지각의 왜곡 등을 찾아낼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도 합니다.
그러니 내담자가 하는 말을 무조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내담자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상담자도 확신하지 못하는 길을 가라고 내담자에게 권할 수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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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반려동물을 보면 그 주인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개와 고양이만 놓고 비교해 봐도 두 반려동물은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죠.
물론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물 자체를 좋아합니다. 저만해도 사람보다 동물을 더 좋아할 정도니까요.
그렇더라도 특별한 동물에 끌리는 이유는 그 사람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마리의 냥이와 인연을 맺은 지 4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제가 고양이에게 특히 끌리는 이유는 제게 그런 특성이 많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함께 사는 사람도 저보고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고 합니다. 칭찬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_-;;;
고양이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동물입니다. 어떤 것에 소위 꽂히면 직성이 풀릴 때까지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 집의 페실(페르시안 실버 태비 종)은 빨래 건조대를 무척 좋아하는데 빨래를 널기 위해 빨래 건조대를 펴면 분무기로 물총을 맞는 것도 감수해가며 달려듭니다.
또 고양이는 하기 싫은 것을 절대로 억지로 하게 못 합니다. 기본적으로 안기는 것을 좋아하는데도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평소와 달리 발버둥칩니다. 그래서 한낱 동물이라고 해도 어떤 기분 상태인지를 면밀히 살피지 않고 인간이 기분 내키는대로 함부로 대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이처럼 사람이든 동물이든 기본적인 존중과 거리감이 바탕이 되는 관계를 좋아합니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놀이를 좋아합니다. 사실 인간만큼 본성에 충실하게 놀이를 즐기지 못하는 불쌍한 족속이 없죠. 그런데 고양이는 그 중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본성이라고 할 정도로 놀이에 특화된 동물입니다. 비닐 봉지나 택배 박스 하나로도 정신없이 놀 수 있는 것이 고양이이고 놀아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도 다른 동물과 다른 수준입니다.
호기심, 재미, 개인주의
이런 키워드가 고양이라는 동물을 정의하는데 저를 정의할 때에도 꽤나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면 저도 고양이를 닮은 인간임에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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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웬만큼 아는 분들은 대충 짐작하시겠지만 제 인생의 모토는 '재미있게 살자'입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이런 경향은 점점 더 강해져서 재미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기가 싫습니다. 재미있게 살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드니 할 수 없잖아요(세상에 시간만큼 아깝고 소중한 자산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지금은 실제로 재미있게 살고 있습니다. ^^;;;
관련된 이야기를 예전 포스팅에서 한 적도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제가 어떻게 재미있게 사는 지 제 나름의 비법(?)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뒤집어서 말한다면 자신의 인생이 재미없는 분들은 제가 알고 있는 비법을 한 번 귀담아 들어주세요.
사실 비법이랄 것도 없는 것이 알고 보면 아주 간단합니다.
우선 재미란 것의 본질을 알아야 합니다.
여러분은 언제 재미있다고 느끼십니까?
사람들은 흔히 호기심과 재미를 착각(첫눈에 온 몸에 전율을 일으킬 정도의 문화적 충격을 받은 사람은 제외)하는데 저는
이것이 사람들이 재미있게 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TV에서 멋지게 스윙 댄스를 추는 커플을 보고 느끼는 감정은 재미가 아니라 대부분 호기심입니다. 또는 막연한 동경이죠. 물론 호기심과 동경은 재미있는 삶을 위한 도화선이 되기 때문에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그친다면 재미있는 삶이란 결국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재미있는 삶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아닌 인내입니다. 엥? 재미와 인내의 관계라.. 뭔가 어울리지 않는 한 쌍처럼 보이죠? 그런데 재미를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정말로요. 왜냐하면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가슴이 뛰고 피가 끓는 재미를 느끼는 단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힘든 과정을 견뎌낼 수 있는 인내가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저는 2003년에 인라인을 시작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당시에 엄청난 인라인 붐이 일었습니다. 저는 우연히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처음으로 인라인을 접했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마침 제 손에는 선물로 받은 국산 인라인 한 족이 들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제게는 많은 시간이 있었습니다. 놀고 있었거든요. ^^;;; 하지만 문제는 제가 스케이트를 전혀 타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그래도 저는 인라인을 잘 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기초 강습을 위한 훈련 동영상을 다운 받아서 보고 또 보고, 시키는대로 혼자서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습니다. 동네 공원 귀퉁이에서 뒤뚱뒤뚱 8자 걷기부터 시작했지요. 거짓말 안 보태고 넘어지기를 수천 번, 하루에 4시간 이상씩 미친듯이 연습했습니다.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았지요. 내가 바보같이 이걸 왜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많이 했고요. 그래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타고 싶었습니다. 결국 플라스틱으로 된 스케이트 부츠가 쪼개질 정도로 연습을 한 결과, 웬만큼 타게 되었습니다. 인라인 동호회에 가입해서 한강 로드런도 하고, 나중에는 기술을 배운답시고 슬라럼용 부츠도 따로 살 정도로 인라인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어느 정도 단계에 이르러 인라인 스케이트를 제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자 드디어 재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뭐랄까요. 마약에 중독된 것과 비견할 정도의 집중력과 비현실감, 예민해지는 감각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는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인라인을 잠시 접었지만 그런 경험을 한 번 하고 나자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때마다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재미로 연결할 수 있을 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재미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야지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 진정한 재미를 경험해야만 그 분야를 계속할 수 있습니다.
호기심의 단계에서 멈추지 마세요. 처음에는 지루하고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익히고, 연습하고, 노력해서 일정 단계에 올라가면, 미칠듯한 재미는 여러분의 것이 될 것입니다.
저는 요새 사진의 세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재미를 느낄 때까지 제게 포기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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