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사람을 사귀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쉬운 이해를 돕기 위해 저는 사람들에게 흔히 아래의 비유를 들곤 합니다.
집을 제 마음에 비유한다면 저는 일단 모든 사람을 마당까지만 들어오게 합니다. 그리고는 적당히 거리를 두고 어울리면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마당에 들어온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신중하게 평가합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면 거실, 주방, 화장실을 단계적으로 거치지 않고 침실까지 일사천리로 들어오게 허용합니다. 침실까지 들어온 사람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끝까지 신뢰를 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대부분 5년 이상 꾸준히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며 사실 별로 많지는 않습니다. 저는 인맥을 관리한답시고 제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거든요. 뭐 하러 제 마음에도 들지 않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인생을 낭비해야 합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마당까지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저는 상당히 낯을 가리는 편이지만 일단 무장해제를 하고 나면 간이고 쓸개이고 다 빼주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 마당에 있는 사람이냐, 침실에 들어와 있는 사람이냐에 따라 저에 대한 평가가 많이 다릅니다. 침실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저를 매우 편한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직 마당에 있는 사람은 저를 냉정하거나 낯을 가리거나 가까이 하기에 불편한 사람으로 봅니다. 당연하겠지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침실까지 드나들 수 있는 사람에게 대하는 것만 보고 자기가 아직 마당에 있는 사람인 것을 모르는 사람 때문에 발생합니다. 제 마음이 아직 열리지 않았는데 어설프게 친한 척을 하려는 것이죠. 시간 간격을 빨리 메우려다 보니 공통점 찾기 신공을 발휘해서 '나이는 알아서 뭐하게?'에서 제가 이야기한 것처럼 무례하게 나이를 물어본다든가, 동문 선배의 지위를 활용한다든가 해서 빨리 친해지려고 합니다. 물론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런 사람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구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의 경멸하는 수준이죠. 그래서 제 동문 선배가 되었든, 같은 병원 출신이 되었든, 어떤 학연, 지연으로 연결이 되었든 제게 반말을 할 수 있는데 제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거의 없는 분이라면 제가 겉으로 어떻게 대하든 뒤로는 인간 취급도 안 하면서 비웃고 있다는 걸로 아시면 되겠습니다. -_-;;;;
이런 관계의 경우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웃으면서 안부도 묻고 인사도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상대방에 궁금하지도 않고 잘 따져보면 그런 사람의 부탁을 들어주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저는 호오가 매우 분명한 사람이고 한번 싫다고 마음의 도장을 찍으면 거의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 본인에게 도움도 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려고 아까운 에너지와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고 본인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걸 쏟는 것이 훨씬 이득일겁니다.
갑자기 누군가 생각이 나서 한 포스팅이니 뜨끔하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네요(이미 늦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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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좋고 싫은 것이 매우 분명한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첫인상이나 막연한 느낌에 따르는 것은 아니고 일단 경험을 해 보고, 비교적 곰곰히 따져본 후 결론을 내립니다. 대신 일단 결론을 내리면 세상이 두 쪽이 나더라도 좋은 것은 좋은 것이고, 싫은 것은 싫은 것이 됩니다. 특히 싫은 쪽에 대한 입장이 더욱 분명합니다. 제 성격 상 충분히 고려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제 판단을 믿습니다.
대체 언제부터 그랬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병원에서 수련할 때, 제 supervisor가 "좋고 싫은게 굉장히 분명하네?"라고 했던 말이 인상깊게(사실은 기분나쁘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면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그 supervisor의 말은 "호오가 분명하네?"라는 의미보다는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보네? 성격 까칠한데?"와 같은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만... -_-;;; 아마 기억도 못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그 말도 맞습니다. 저는 애매모호하고 막연한 상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난 이쪽이고 넌 저쪽인데 나랑 다를수도 있지. 뭐" 정도면 되는 것이지, 이쪽도 저쪽도 분명하게 아니면서 양쪽에 한 발씩 걸치고 있는 것은 제게 용납이 안됩니다. 그런 경우 대부분 이쪽에 걸친 발을 저쪽으로 밀어서 빠뜨려 버립니다. -_-;;;;
'아무거나'라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새는 술집에도 '아무거나'라는 안주가 있을 정도지만, 웬지 인생을 무감동하게 살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을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인생인데, 좋아하지도 않는 것을, 아니,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르는 무미건조한 삶을 살고 싶지는 않거든요.
기왕이면 좋은 사람들과, 기왕이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기왕이면 좋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기왕이면 좋은 생각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무엇을 좋아하는가 물으면 입에 침을 튀기면서 좋아하는 것을 줄줄이 늘어놓는 사람을 좋아하고, '글쎄' 하면서 내 인생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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