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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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이 궁극적인 해결책이라고 외치는 영화들이 점점(?) 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도 그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평화 유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만든 인공 지능인 울트론이 갑작스레 오류를 일으킨 것처럼 설정되었지만 별로 그래보이지 않았습니다. 울트론이 지구 상의 모든 데이터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면서 학습하는 과정에서 내린 최종 결론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인류가 멸종해야 하고 이를 방해하는 대표적인 존재가 어벤져스였기 때문에 어벤져스가 타겟이 된 거거든요.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 부르짖는 인류가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라는 결론과 동일한거죠. 지구 입장에서 보면 동의하지 않기가 어렵죠. 사실 이런 주제가 반복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사하는 바가 있거든요. 아무리 재미 위주의 블록버스터 영화지만 배울 건 배워야죠. 히히덕거리고 잊어버린다고 현생 인류가 직면한 위기가 없어지는게 아니니까요.
어쨌거나 마블의 대표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대작이었던 만큼 2억 5천만 불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15억 불이라는 경이적인 흥행 수익을 벌어들이며 전세계 박스오피스 3위에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촬영을 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결과는 안습;;;; 멋진 풍광까지는 기대도 안 했습니다만 진짜 구리네요. 촬영팀 눈에 비친 우리나라의 모습이란게 이런 수준이었단 말이죠. 게다가 그나마 조악한 배경이 캐릭터들과도 융합이 안 되고 따로 놀더군요.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최강의 적으로 상정한 울트론이 등장하는 만큼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위도우, 호크 아이에 나중에는 적이었다 아군으로 합류하는 퀵 실버, 스칼렛 위치까지 힘을 합쳐 대적하게 됩니다.
울트론이 등장하기 전의 전투 장면부터 물량 공세를 쏟아내는 통에 눈요기는 톡톡히 됩니다만 역시나 안습 국내 촬영분과 닥터 헬렌 조로 등장하는 수현의 어중간한 포지션이 참....
개인적으로는 새롭게 선보인 헐크 버스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헐크의 폭주 시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역시나 헐크에게는 중과부적이더군요. 모든 마블 캐릭터 중 최강은 아무래도 폭주한 헐크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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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으로(1991)'라는 굵직한 걸작을 만든 여성 감독 Kathryn Bigelow의 2008년 작품입니다.
2010년에 이 영화로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을 누르고 제 82회 아카데이 시상식에서 6개의 아카데미상(작품상, 감독상, 감독상, 음향상, 편집상, 음향편집상)을 수상했죠. 재밌는 건 제임스 카메론이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전남편이라는 거. 그래서 시상식 전부터 부부전쟁이니 뭐니 하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쉴 틈이 없었죠.
이 영화의 주연인 제러미 레너는 아카데미 주연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전 세계 유수의 연기상을 싹쓸이하면서 존재감을 널리 알렸죠.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른거나 다름 없습니다. 이 영화 이후로
'어벤져스(2012)'의 호크 아이로도 출연하고 본 레거시에서 주연으로 강렬한 액션을 선 보이기도 했죠. 어쨌거나 이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그야말로 최고입니다.
이 영화는 이라크에서 폭발물을 제거하는 특수부대인 EOD(Explosive Ordnance Disposal)를 다루고 있는데 단순히 특수부대의 활약성을 멋지게 포장해 자랑한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전장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매일 죽음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EOD 대원들의 심리를 날 것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고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숨막히는 폭탄 제거 장면도 그렇지만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제임스 중사가 본국으로 귀환한 뒤 장을 보던 중 너무나 많은 종류의 시리얼에 압도되어 선택을 못하고 난감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전장에서 폭탄을 해체하면서는 죽느냐 사느냐의 두 가지 길만 선택하면 되는데 일상으로 돌아오면 사소하지만 너무 많은 선택들이 제임스 중사에게는 오히려 힘겨웠던거죠. 결국 그는 다시 이라크로 재파병을 요청합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중사가 모빌에 정신팔린 자신의 아이에게 하는 말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릴 때 그렇게 몰두하게 만들었던 것들도 어른이 되고 나면 아무런 의미없는 사소한 것들이 되고 마는데 그래서 자신에게는 폭탄을 제거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몰두하게 되는 일이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제임스 중사가 참 불쌍하고 짠했습니다. 자신을 죽음의 위기 앞에 몰아넣을 때만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그리고 다시 안전한 일상으로 돌아오면 지루해 죽을 것 같아서 결국은 불나방처럼 또 다시 폭탄을 향해 다가가는, 언젠가는 폭사로 삶을 마칠 것이 분명한데도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가 참 안타까웠습니다.
어쨌거나 영화는 정말 괜찮습니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든, 심리 묘사를 좋아하는 분이든 간에 만족하실 영화라고 생각되어 추천합니다.
덧. 당연하겠지만 이라크 바그다드는 2008년 당시에도 미국인들의 출입 및 거주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요르단에서 촬영했다고 합니다.
덧2. 이 영화의 초반에 등장해 주인공인 제임스 중사와 상반된 캐릭터로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준 '가이 피어스'와 용병 대장으로 나와 잠깐이지만 역시 존재감이 쩌는 연기를 보여준 '랠프 파인즈' 모두 반가웠습니다.
덧3. 이런 걸작을 만든 감독도 작년에 제가 혹평한
'제로 다크 서티(2012)'같은 엉터리 영화를 후속작으로 내놓는 것을 보면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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