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일지를 정리하느라 자정을 넘겨 12시 30분 쯤 잠이 든 것 같은데 전기 담요로 뜨끈뜨끈하게 몸을 지지면서 잔 덕분인지 7시에 알람도 울리기 전에 개운하게 일어났습니다.
천천히 준비를 하고 8시쯤 아침 식사를 하러 어제 저녁을 먹은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아침에 다시 보니 높은 산이 병풍처럼 호텔을 둘러싸고 있어서 아늑하더군요. 공기도 좋고요.
확실히 저녁보다는 아침이 조용합니다. 깊은 산속이라서 그럴수도 있지만요. 아침 메뉴는 서양식, 중식, 채식 등 굉장히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plum 주스는 여전히 맛있어서 아침부터 두 잔이나 마셨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8시 40분 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챙겨 체크아웃했습니다. 오늘 화롄에서 11시 쯤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타이페이로 돌아가야 하거든요.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이 타이루거 협곡 중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 섭외가 어려울 것 같아서 미리 송영 서비스를 신청해 두었는데 캐러반급 신형 차량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짐을 다 싣고도 공간이 넉넉하여 편하게 화롄까지 갔습니다
Leader Taroko Village Hotel의 송영 서비스는 1인당 250 타이완 달러인데 호텔에서 화롄시까지 차량으로 대략 50분 정도 걸리는 걸 계산하면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산이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낮게 드리워서 그런지 산 정상이 구름에 가려 잘 안 보이네요. 화롄시로 가는 도중에 짙은 구름대를 통과하면 비가 내리기도 하고 거기를 지나면 다시 해가 나기도 하는 오락가락 날씨였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대만은 지방에도 건널목마다 맨 앞에 이륜차 정차 구역을 따로 만들어 놨습니다. 이륜차를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정책인데 안전을 위해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면 좋을 것 같더군요.
화롄역에 도착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데려다 준 드라이버에게 감사 표시로 팁도 주고 짐을 챙겨 내렸습니다. 여전히 날씨는 흐립니다. 타이루거 협곡 투어의 출발점이 화롄시인만큼 화롄역은 오고가는 사람으로 굉장히 붐빕니다.
역 구내로 들어가 아무 창구에나 가서 e-ticket과 여권을 주면 보시는 것과 같은 옛날 방식의 티켓을 줍니다. 거의 한자로 쓰여 있지만 알아보기 어렵지 않습니다. 11시 14분 화롄발 열차로 4호차 25번 좌석에 앉으면 되고 13시 22분에 타이페이에 도착한다네요.
기차는 217 Tze-Ching Limited Express입니다.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1인 당 440불이고요.
역 구내는 우리나라 지방의 역사와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전광판도 모두 한자로 되어 있지만 역시 알아보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 남았기에 화롄의 명물인 떡과 만주를 사러 가기로 했습니다.
화롄역을 등지고 건널목을 건넌 뒤,
오른쪽을 보면 요런 풍경이 보이는데 여기서 다시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서서 맞은편을 보면,
파인애플 케이크, 만주, 떡으로 유명한 청지마슈가 보입니다. 간판도 크고 색깔도 눈에 확 띄기 때문(사실 주인장 외모 때문에;;;;)에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원래는 가전 제품 매장이었는지 몰라도 자동문을 통과해서 들어가면 입구 쪽이 훵합니다. 지나치게 넓어서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몰라 살짝 당황했죠. 안쪽에 매장이 있습니다.
장인이 쿵푸를 하듯이 만주를 빚는 홍보용 사진을 보니 제대로 찾아온 것 같네요;;;;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굉장히 다양한 제품군이 있습니다. 재료도 너무 다양해서 고르기가 쉽지 않더군요.
만주는 대략 한 봉지에 100~200불 사이입니다. 한 봉지에 들어간 만주 양이 꽤 많으니 양을 잘 가늠해서 사야 합니다.
여기서
전에 소개한 와인도 315불에 구매했죠.
저희가 먹을 것과 선물할 걸 정신없이 쓸어담다보니 기차 시간이 다 되어 부랴부랴 역으로 이동했습니다.
현황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매표원에게 표를 펀칭하게 하고 기차에 탑승했습니다.
에바항공이 Kitty promotion을 하는지 온통 기차 외벽과 내부에 랩핑이 되어 있더군요. 탑승객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합니다.
내부도 키티 캐릭터로 도배가 되어 있습니다.
저는 기차가 마음에 들었는데 우리나라 새마을호처럼 좌석의 간격이 넓어서 중형 이상 캐리어가 들어가도 공간이 남더군요. 앞에 테이블이 없어서 불편할 줄 알았는데 팔걸이에 접이식 테이블이 내장되어 있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차가 출발하고 20분 정도 지나고 나면 차장이 돌아다니면서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기 때문에 기차에 탔다고 티켓을 버리면 안 됩니다. 특히 기차에서 내려서 나갈 때도 도장까지 찍으면서 검표하기 때문에 주의하세요. 우리나라 KTX 타는 것처럼 생각하면 낭패를 볼 겁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보니 미화 노동자가 계속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쓰레기를 치우기 때문에 객차 내부는 항상 쾌적하고 깨끗합니다.
13시 22분에 정확히 타이페이 메인 스테이션에 도착했습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여기에서 MRT를 타고 이동하지만 오늘 저희가 타이페이에서 묵을 호텔이 지하철역과 역 중간에 애매하게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택시를 탔습니다. 역 앞에 택시 승강장이 있고 택시가 많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온천 투어 외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일단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후속 일정을 상의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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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루거 협곡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은 크게 세 군데입니다.
'옌쯔커우' 끝에 있는 친헝 공원과 타이루거 투어의 끝자락인 텐샹, 그리고 뤼수이입니다. 친헝 공원은 투어의 초반에 들르는 곳이라서 점심 전인 경우가 많아 사람들은 대개 음식점이 많이 몰려 있는 텐샹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하지만 사카당 보도와 옌쯔커우에서 시간을 꽤 지체한데다 시끌벅적한 걸 싫어한다고 가이드에게 일러 두었더니 그럼 뤼수이가 나을 것 같다고 추천해서 뤼수이로 갔습니다.
뤼수이에는 토착민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경관이 기가 막힙니다. 이런 경관을 보면서 먹는 점심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겠지요?(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 ㅠ.ㅠ)
사진 왼쪽으로 보이는 느낌표 부분은 뤼수이에서 시작하는 2km 정도의 절벽 트래킹 코스라서 트래킹을 즐기는 분들은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오는지 모든 메뉴에 한글이 함께 표기되어 있습니다. 잘못 쓰인 단어도 눈에 띄기는 합니다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 줄 수 있겠죠.
모든 메뉴가 230달러로 통일되어 있고 음료를 하나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당연히 맨 아래의 채식 요리를 주문했고요.
우리나라에서 먹어 본 음식으로 따지면 버섯 덮밥 같은 음식인데 맛있지는 않아도 먹을 만은 했는데 문제는 쓸데없이 콩고기가 들어 있어서 씹을 때마다 흠칫 놀라게 되니 음식맛에 통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음식점 바로 옆에 있는 뤼수이 지질전시관에 잠시 들렀습니다. 1992년에 설립된 곳으로 타이루거 협곡의 형성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념 스탬프가 준비되어 있어 스탬프를 모으는 분들은 1층 입구에서 찍으시면 됩니다.
지질학 전공자에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곳일지 모르겠으나 저같은 일반 관광객에게는 큰 흥미를 끌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중국어 설명만 있거든요.
게다가 전시물의 상태가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저 어릴 때 방문했던 호국안보관 느낌이에요;;;; 시설도 많이 낡아서 개보수가 필요한 듯 보였습니다.
뤼수이를 떠나 타이루거 협곡 투어의 반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텐샹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에 절벽을 마주보고 서 있는 건물이 타이루거 협곡 내에 있는 유일하면서도 가장 숙박료가 비싼 호텔입니다. 호기심에 하루 묵을까하고 알아봤는데 저희 여행 일정 중에 방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꽃보다청춘' 팀이 묵었다네요. 한국 사람들이 몰려서 방 구하기가 힘들었나 봅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가면 기념품점, 음식점들이 즐비한데 사람들이 드글드글한 것도, 뽕짝 분위기의 시끄러운 음악이 점령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관광지 분위기와 똑같아서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냥 돌아나왔습니다. 잠시 차 안에서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더군요.
텐샹 바로 옆에 있는 '샹더쓰'입니다.
텐샹을 전망할 수 있는 7층탑인 '톈펑파'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가야 합니다.
빨간색 현수교가 금색 지붕과 어우러지면서 강렬한 인상을 풍깁니다. 햇살이 비치니 더 화려하게 보이네요.
슬슬 해가 떨어지고 있기에 톈평파를 올라가지는 않고 샹더쓰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 다음에 들른 곳은 '웨왕팅'입니다. 웨왕팅은 '악비'를 기념하기 위해 지어진 정자인데 정작 정자보다는 이 정자로 가기 위해 꼭 건너야 하는 출렁다리가 더 유명합니다.
이 출렁다리는 예전에 벌목 인부들이 다니던 통행로였다고 하는데 항상 길게 줄이 늘어선 이유가 있죠.
오른쪽 사람에 가려서 경고문이 잘 보이지 않는데 무게를 지탱할 수 없으니 한번에 8명 이상 오르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줄이 길어지는 겁니다.
출렁다리를 건너서 조금 올라가면 시우폭포를 볼 수 있지만 시간 관계 상 출렁다리를 경험하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섰습니다. 건너올 때는 몰랐는데 다시 돌아가려고 하니 왜 그렇게 멀어 보이는지... ㅠ.ㅠ
다리 밑으로는 '입우하천'이 흐르고 있습니다. 햇볕이 들지 않아서 그런지 물 색깔이 더 시커멓게 보입니다. 바람도 만만치 않게 불기 때문에 다리가 더 출렁거리는 느낌이에요. 정말 무섭다는....
얼핏 보기에는 다리가 튼튼하게 만들어진 것 같았지만 막상 오르고 나니 역시나 걸을 때마다 출렁거려서 오금이 저린게 빨리 건너가야겠다는 생각만 들면서 풍광을 즐기며 사진을 찍을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래서 한 두장의 사진만 찍고 최대한 빨리 퇴각했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후덜덜하네요.
돌아나오는 길에 잠시 '츠무팅'에도 들렀습니다. 츠무팅은 장개석이 어머니인 왕타이 부인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정자인데 빨간색 현수교를 건너가면 절벽 끄트머리에 있습니다. 츠무팅이 지어진 바위는 두꺼비를 닮았다고 합니다. 각도가 그래서 그런지 두꺼비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멀리서 봐도 풍광이 대단하네요. 계곡이라 그런지 해가 빨리 떨어지고 있기에 잠깐 내려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류팡차오'입니다. 류팡차오는 리우계곡을 가로질러 놓인 다리인데 전망대가 있어서 주이루대절벽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절벽에 토착민의 옆얼굴 모습이 보인다고 해서 유명한데요. 보이시나요? 아래가 큰 얼굴, 절벽 꼭대기 쯤에 작은 얼굴이 있습니다. 확대해서 보여드릴께요.
이것이 아빠 얼굴로 알려진 얼굴입니다. 매부리코와 같은 콧날이 보이시나요? 다음은 아들 얼굴입니다.
아들이 아빠보다 콧날이 더 오똑한 것 같습니다.
류팡차오까지 둘러보고 나니 대략 3시쯤 되었는데 깊은 계곡이라서 그런지 이미 어둑어둑해지더군요. 그래서 오늘 묵을 'Leader Village Taroko Hotel'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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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쯔커우는 타이루거 협곡의 핫스팟 중에서도 백미로 가히 군계일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절경을 자랑합니다.
사카당 보도에서 옌쯔커우 입구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옌쯔커우 안에서는 도보로 트래킹하면서 경치를 구경하죠.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바짝 붙어서 걷기 때문에 낙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헬멧을 쓰는 게 좋습니다. 모양이 좀 빠지고 귀찮지만 목숨과 맞바꿀 수는 없으니까요. 옌쯔커우 입구의 안내소에서 안전모를 빌리면 됩니다.
물론 태풍이 없는 겨울철에는 보시는 것처럼 안전모를 쓰지 않은 용감한(이라고 쓰고 무모한 이라고 읽는다) 관광객들이 많습니다만 여행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안전이 제일이죠. 답답하다고 투정을 부리는 어르신까지 설득해서 이 구간 내내 안전모를 철저히 쓰고 다녔습니다.
차량이 지나는 양 옆으로 절벽과 그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 만들어 내는 멋진 풍광을 볼 수 있습니다.
사카당 보도처럼 절벽의 가장자리를 뚫어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옌쯔커우의 뜻은 '제비'인데 절벽의 바위 곳곳에 제비가 둥지를 틀고 살고 있기에 옌쯔커우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반대편 절벽을 잘 보면 제비들이 뚫어놓은 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실제로 제비들이 날아다니기도 합니다.
절벽 틈 곳곳에서 검은 석회질 물이 뿜어져 나옵니다. 계곡이 깊다보니 걷다보면 시원한 바람이 올라와 더위를 식혀 줍니다.
겨울이어서 수량이 충분하지 않았는데 여름에 보면 더욱 장관일 것 같습니다.
걷다 보면 곳곳에 도로를 내느라 절벽을 뚫을 때 생긴 굴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제비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혀 있다네요.
곳곳에 낙석 주의를 알리는 표지판에 세워져 있습니다. 실제로 옌쯔커우에서는 매년 낙석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고 태풍이나 지진으로 낙석 위험이 커지면 출입을 통제하기도 합니다.
입구에서 15분 정도 들어가면 휴게소가 나오고 이후 10분 정도를 더 걸으면 되는 거리니까 산보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걸어도 됩니다. 사카당 보도보다도 부담이 덜 합니다.
전체 25~30분의 코스 중 여기까지의 15분이 더 볼거리가 많습니다. 몸이 지칠 일은 없습니다만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도 좋겠죠.
아직 오전인데도 해가 미치지 않는 곳이 많은 걸 보면 협곡이 깊기는 깊은가 봅니다.
길을 걷던 중 가이드가 절벽 사이로 보이는 하늘의 모습이 대만 지도처럼 생겨서 현지인들에게 인기라는 곳에서 과연 그런지 광각 렌즈까지 동원해 찍어봤습니다만 한 장에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찍고 보니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반쪽의 성공.
보시는 것처럼 100미터가 넘는 수직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절벽 끝을 올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입니다.
이제 슬슬 시장기가 돌기에 일단 점심을 먹고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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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타이루거 협곡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침 6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부랴부랴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어제 밤에 들어올 때 장을 봐 온 것으로 대충 아침을 때운 뒤 체크아웃을 했는데 크리스마스라고 캔디와 체크인 할 때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을 선물로 깨알 같이 챙겨주더군요.
이미 호텔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국인 가이드와 인사를 한 뒤 7시쯤 곧바로 출발했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타이페이에서 화롄으로 가면 보통 3시간에서 4시간 정도 걸리는데 러시아워에 이동하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일찍 출발하는 것이 낫다고 해서 조금 무리를 했죠.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가이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말수가 많지 않고 다소 어눌한 게 저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혀에 버터바른 것처럼 쉬지 않고 떠드는 가이드는 좀 피곤하거든요.
가는 여정은 1시간 정도는 고속도로를 타고, 나머지 2~3시간은 예전 대관령길을 능가하는 구절양장길을 가야 합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자마자 나오는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 잠깐 들렀습니다. 어묵만 모아놓은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이들 먹나 봅니다. 신기해서 한 장 찍었습니다.
그 옆에서는 삶은 달걀도 팝니다. 꼭 우리나라 찜질방에서 파는 맥반석 달걀 같네요. 건식이 아닌 것도 신기합니다.
편의점 풍경이라는 게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네요. 대만 편의점 구경도 재미납니다. 돌아보는 중에 어르신이 옥수수를 드시고 싶다기에 하나 샀습니다.
아침에 부랴부랴 나오느라 서둘렀더니 뇌에서 카페인 부족 신호가 오길래 커피도 하나 샀습니다. 텀블러처럼 생긴 용기에 파는 커피와 차가 있네요. 얼그레이 밀크티도 있고 만델링도 보입니다.
꽤 다양한 상품이 있길래 호기심에 몇 개 구입했는데 하나같이 우유가 많이 들어있어서 저는 거의 못 마셨습니다. ㅠ.ㅠ
275ml에 30불 정도 하는데 서울보다는 당연히 싸고 타이페이보다도 싸다는 SNS 제보를 받았습니다.
화롄으로 넘어가는 길의 풍광은 그야말로 최고지만 급커브가 너무 많아서 한참을 달리다보니 속이 다 울렁거리더군요. 어렸을 때 대관령 고개를 넘어가던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원래 이 구간은 낙석 다발 지역이라서 교통 통제가 잦다는데 저희는 운 좋게도 한번도 안 쉬고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여기가 타이루거 협곡의 입구입니다. 출발점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기념 사진을 찍는 분들이 많죠.
타이루거 협곡은 입구에서 텐샹까지 이르는 약 19km 구간을 일컫는데 동에서 서로 가로지릅니다.
멀리 보이는 산만 봐도 얼마나 험준한지 짐작이 갈 정도입니다.
협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이 개천을 따라 흘러갑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수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여름에는 수량이 불어나서 장관이겠지만 태풍과 낙석 때문에 제약 사항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겨울에 와야죠. 겨울에 왔다고 해도 낙석이 많이 떨어지는 곳은 출입 통제를 하기 때문에 타이루거 협곡을 모두 돌아보는 행운이 모두에게 오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저희는 운이 좋았는지 통제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오늘의 일정은 차량으로 텐샹까지 이동하면서 타이루거 협곡을 둘러본 후 절반 정도 되돌아 나와 미리 예약해 둔 Leader Taroko Hotel에 체크인 할 예정입니다.
첫 방문지는 '사카당 보도'입니다. 보시는 것이 사카당 보도로 내려가는 입구이고요.
사카당은 토착민의 말로 '어금니'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보시는 터널을 지나오자마자 다리 위 오른 쪽에 입구가 떡 하니 나타납니다.
반대편 난간에 조각된 미니 사자상이 고개를 오른 쪽으로 갸우뚱한 모습이 귀엽네요.
이 다리를 건너 쭈욱 들어가면 두 번째 목적지인 '옌쯔커우'에 이르게 됩니다. 워낙 산이 높고 험하다보니 구름도 쉽게 넘지 못하나 봅니다. 산봉우리에 구름이 하얀 구름이 걸렸습니다.
다리 위에서 보면 절벽을 깎아서 통행로를 만든 게 보입니다.
계곡으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서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트래킹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왔습니다. 다리 위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빨갛게 칠해진 다리라서 그런지 푸르른 녹음과 대비를 이루니 눈에 확 띄네요.
사카당 보도는 총 4시간 정도의 코스인데 며칠 동안 타이루거 협곡에 머물면서 끝을 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2~30분 정도만 들어가서 돌아나온다고 합니다. 저희도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도로폭이 아주 좁아서 통행에 불편하거나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경사도 거의 없기 때문에 슬슬 산책하듯이 삼림욕을 즐기면 됩니다.
다리에서 사카당 보도 초입으로 연결되는 계단은 높이가 꽤 높지만 엘리베이터가 없기 때문에 어르신을 모시고 가면 부담되실 수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다녀오는 게 좋습니다.
물이 많지 않아도 워낙 계곡이 깊어 맑고 시원한 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기 때문에 절로 휴식이 되는 트래킹 코스입니다.
양 옆은 깎아지른 절벽이지만 그래도 숲이 우거져 삭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높죠. 너무 높아서 햇볕이 잘 들지 않습니다.
계곡물이 닿는 면이 만들어낸 기묘한 문양이 눈을 즐겁게 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도로폭도 충분하고 난간도 있어서 하나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타이루거 협곡의 첫 방문지인데다 주말이라서 사람들로 넘칠 줄 알았는데 의외로 기대보다 한산한 편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물 빛깔이 에메랄드를 연상케하네요. 아주 예쁩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쉼터마다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데 취사금지, 수영금지, 낙석주의 표지야 흔히 보던 것이니 잘 알겠고 벌 등에 쏘이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것도 알겠는데 대형동물 출몰을 주의하라니 설마 진짜로 '곰'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요?;;;;;
몸도 충분히 풀렸고 삼림욕도 마음껏 했기에 적당한 선에서 돌아가 다리 위 차량에서 기다리고 있는 가이드를 만나 다음 목적지인 '옌쯔커우'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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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대만으로 가는 경우 거의 대부분 타이페이로 입국하는데 타이페이에는 국제 공항이 2개 있습니다. 먼저 생긴 '쑹산 공항'과 나중에 생긴 '타오위안 공항'이 그것입니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포 공항과 인천 공항에 해당합니다.
국제 공항이 2개이기 때문에 노선도 2개로 나뉘는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캐세이퍼시픽 등 대부분의 대표 국적기는 인천에서 출발해 타오위안 공항으로, 그 밖에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저가 항공사는 김포에서 출발해 쑹산 공항으로 갑니다.
저는 Skyscanner에서 검색해 여행 일정에 가장 적합한 항공편을 찾다가 김포에서 출발해 쑹산 공항으로 가는 이스타 항공으로 예약했지만 인천을 출발해 타오위안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타오위안 공항보다는 쑹산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약하시는 게 여러모로 이익입니다. 항공편이 많지 않아 일정을 잘 맞춰야 하기는 하지만 일단 김포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은 저가 항공이 대부분이라서
좀 더 저렴한데다 무엇보다 공항 위치에서 메리트가 있습니다. 타오위안 공항은 인천 공항처럼 멀리 떨어져 있어 시내로 진입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40분에서 길게는 1시간까지 걸리지만 쑹산 공항의 경우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심한 경우는 5분이면 충분합니다. 실제로 제가 마지막 이틀을 묵은 Les Suite Taipei Ching Cheng 호텔에서 쑹산 공항까지는 교통 체증을 감안하더라도 택시로 10분 밖에 안 걸렸거든요.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2시간 30분 내지는 2시간 50분에 불과하기 때문에 시설이 다소 열악한 저가항공을 이용한다고 해도 견딜 만 합니다. 또한 김포 공항의 국제선 터미널은 인천 공항 수준으로 붐비지는 않아서 여행 초반부터 인파에 치여 기운이 빠지는 걸 방지할 수 있죠. 그래서 김포 국제 공항에서 쑹산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는 게 잇점이 훨씬 많습니다.
* 국제항공 : 이스타항공
- 가는 편 ZE0887 (11:00 -> 12:50) : 2시간 50분 비행, 타이페이 쑹산 공항 도착
- 오는 편 ZE0888 (13:50 -> 17:25) : 2시간 35분 비행, 대한민국 김포 공항 도착
- 항공료 929,400원(3인)
=> 이스타항공도 기내식 사전 예약이 가능하나 비건식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제게는 별로 의미가 없더군요. 어차피 기내식은 유료로 신청한 사람만 먹을 수 있죠. 좌석도 비상구 좌석 같은 곳은 5천 원에서 1만 원을 추가해서 배정받을 수 있으나 대만까지는 비행 시간이 2시간 30분에 불과해서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습니다.
* 열차 : TRA(twtraffic.tra.gov.tw/twrail에서 예매)
: 217 Tze-Chiang Limited Express (11:14 -> 13:22)
- (440X2)+220(65세 노인 할인) = 1,100불
=> 타이페이에서는 MRT나 택시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별도의 교통 수단을 이용할 일이 없었지만 전체 5박 6일의 일정 중 하루는 타이루거 협곡 투어를 위해 화롄을 다녀왔습니다. 화롄으로 가는 교통편은 크게 두 가지로 기차를 이용하는 방법과 차량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갈 때는 차량으로, 올 때는 기차를 이용했죠. 두 가지 교통편 모두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그건 후속 여행기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타이페이<->화롄역 기차표를 예매하는 방법은 Judas_Wing님의 블로그(http://judas74.tistory.com/8)에 상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 대략 일정(12월 24일 출국~12월 29일 입국, 5박 6일 일정)
- 12월 24일 오후 대만 입국, 호텔 체크인 후 쉬다가 저녁 때 국립고궁박물관 가이드 투어
- 12월 25일 오전, 오후 단수이 일대를 둘러보고 저녁에 타이페이 101 방문
- 12월 26일 아침 화롄으로 차량 이동하여 타이루거 협곡 투어 후 호텔 체크인, 휴식
- 12월 27일 오전 기차로 타이페이 이동하여 오후 호텔 체크인 후 융캉제 투어, 저녁 때 사마오구 온천 체험
- 12월 28일 아침 타이페이 근교 예류, 스펀, 진과스, 지우펀 투어 후 휴식
- 12월 29일 오후 김포 공항으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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