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몽골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되었거나 느낀 점을 간략하게 요약한 겁니다. 어떤 내용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니 몽골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은 참고만 하세요.
* 인터넷 환경
: 론플에는 몽골의 인터넷 환경이 좋은 것처럼 묘사되어 있지만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와이파이는 커녕 휴대폰도 안 터집니다. 고비 사막의 경우는 몽골 최고의 숙소인 Three Camel Lodge에서도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 신호를 잡으려고 차를 타고 높은 산으로 올라가야 하더라고요;;;; 수도인 울란바타르에서도 속도가 느려 동영상 업로드는 상상도 못합니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SNS를 하는 정도가 고작이에요. 홉스굴 Ashihai resort에서는 조식 뷔페로 이용하는 리조트 내 카페에서만 인터넷이 부분적으로 가능했는데 속도가 워낙 느려서 이미지 검색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포켓 와이파이, 로밍은 물론이고 심 카드를 사와도 소용 없을 겁니다. 그냥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만끽하는 것이 상책이에요.
* 몽골 사람
: 무뚝뚝해 보이지만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몽골 현지 가이드들은 UB(울란바타르를 보통 이렇게 부릅니다. 그냥 시티라고도 해요) 사람들은 돈을 밝힌다고 하지만 우리 수준에서 봐도 별로 그래보이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 돈을 밝히는 사람들은 외국 여행자에게 바가지 씌우는 게 몸에 배어 있는 불법 택시 기사들 뿐이었습니다.
* 치안
: 중범죄는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솜씨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펍에서도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문구가 탁자마다 붙어 있을 정도입니다. 현지인들도 뒤로 메는 가방은 잘 안 멘다고 할 정도에요. 사람들로 붐비는 일부 관광지를 제외하면 오히려 여행자가 조심해야 할 위험은 길을 건널 때 입니다. 우리나라보다 운전을 험하게 하는 경우가 많고 교통 신호를 잘 지키지 않기 때문에 녹색불로 바뀌었다고 그냥 건너면 안 되고 반드시 좌우를 확인해야 합니다. 신호 없이 끼어들기, 중앙선 유턴 같은 건 그냥 하는 수준이거든요.
* 택시
: 공인 택시는 2~3개의 택시 회사에서만 운영하며 이것도 국가에서 승인하는 면허 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차를 가진 사람은 누구나 택시 영업을 할 수 있으며 실제로 현지인들은 그냥 길가에서 손을 흔들어 차를 세워 요금을 흥정하고 타고 다닙니다. 문제는 외국인의 경우 적정 요금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바가지를 쓰기 쉬워서 숙소에서 이동할 때 미리 호텔 직원들에게 적정 금액을 물어두고 타기 전에 흥정을 해서 타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론플에는 불법 택시 기사가 강도로 돌변해 금품을 빼앗겼다는 말이 나오지만 밤 늦게 타거나 하지 않는다면 그럴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 공공 교통 수단
: 울란바타르의 경우 택시, 버스, 저상 버스, 전차까지 다양한 교통 수단이 실제로 운행되고 있지만 외국인이 이용하기에는 복잡하고 소매치기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어서 이용을 권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교통편이 많지 않아 현지인들도 대부분 자기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에 평일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습니다. 울란바타르 시내는 항상 붐비는 편이고 출, 퇴근 시간에는 보행 속도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차가 심하게 막힙니다.
* 동물
: 울란바타르에는 반려동물로 개를 기르는 사람이 꽤 있어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시골, 특히 유목민의 경우는 대부분 개를 방범견으로 기르기 때문에 덩치가 크고 사나우며 외지인이 다가가면 무섭게 짖고 물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몽골 지방 여행을 할 때 꼭 익혀야 하는 현지어가 '노호이 호르'(개를 좀 잡아주세요)라고 하니 말 다했지요.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거의 볼 수 없으며 여행 중 유목민 게르에서 딱 한 마리 보았는데 쥐를 잡는 목적으로 함께 사는 수준입니다. 시골에는 소, 양, 염소, 말, 낙타 등이 많이 있으나 방목해서 기르는 가축의 수준이고 반려동물은 아닙니다.
* 벌레
: 고비 지역에서 모기를 조심하라는 말을 하도 들어서 나름 준비를 많이 해 갔는데 여행 내내 모기는 한번도 못 봤고 물리지도 않았습니다. 바리바리 싸들고 간 전자 모기향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다만 고비에서 저희가 도착하기 일주일 전까지 모기가 극성이었고 도착하기 며칠 전에 다행히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고비 사막으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그래도 준비를 할 필요는 있겠습니다. 홉스굴 지역에는 호숫가 주변에 각다귀가 많지만 피해가면 되기 때문에 크게 신경이 쓰이는 수준은 아닙니다. 오히려 몽골 여행 내내 짜증나게 만들었던 벌레는 고비에서도, 홉스굴에서도 파리였습니다. 달려들기까지는 않지만 앵앵 소리가 거의 진주만 폭격기 수준의 소음이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립니다.
* 돈
: 동전은 없으며 최대 2만부터 1만, 1천, 500, 100, 50까지 지폐만 있습니다. 단위가 투그릭인데 100, 50투그릭 지폐를 제외하고는 모든 얼굴이 칭기즈칸이기 때문에 헷갈리지 않게 숫자를 잘 확인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현지에서 투그릭을 쓸 때 상대방이 거스름돈이 없는 경우가 많으니(심지어 대형 리조트에서도) 잔돈을 받으면 최대한 확보해 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마트에서 간단한 물건을 사거나 택시비를 낼 때, 팁을 줄 때에도 잔돈이 필요하거든요.
* 생수
: 숙소에 따라 상황이 많이 다른데 울란바타르의 캠핀스키 호텔 같은 경우는 매일 500미리 생수를 두 병씩 제공하기 때문에 따로 물을 구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고비 사막에 있는 Three Camel Lodge의 경우 Eco Lodge이기 때문에 PET병의 사용을 자제하므로 매일 정수된 물을 유리병에 담아 2리터씩 제공하더군요. 역시 가져간 텀블러에 담아서 다니는 걸로 충분했고 가이드가 차량에서 따로 물을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일부러 물을 챙길 필요는 없었습니다. 홉스굴 지역의 Ashihai Resort는 뜨거운 물은 수시로 제공하지만 찬물은 없어서 생수를 마시려면 구입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700미리 한 병에 3,000투그릭이나 해서 놀랐죠. 즉 케바케입니다. 울란바타르에서는 마켓을 자주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지방의 경우는 마켓을 찾는 것부터가 일이기 때문에 숙소를 예약할 때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 하면 몽골은 여름철 습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체감 온도가 낮은 대신 충분한 수분 섭취가 아주 중요하거든요. 조금만 물 마시는 걸 게을리 하면 탈수 증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 음식
: 몽골은 고기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음식에 고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채식주의자는 음식 선정에 어려움이 많은데 호텔급 숙소나 레스토랑에서는 따로 채식 메뉴가 있지만 local restaurant에서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울란바타르를 벗어나면 채식 메뉴를 주문해도 원래 있던 메뉴 중 고기를 밥으로 대체해 주는 수준입니다. Three Camel Lodge에서는 매우 훌륭한 채식 요리를 먹을 수 있지만 사실상 몽골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 마켓에서 장을 봐도 과일과 채소는 매우 비싸기 때문(한국과 비슷하거나 비싼 경우가 많음)에 배낭 여행자가 채식 음식을 챙겨 먹으면서 다니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전기
: 220V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기기의 사용에 문제가 없으나 울란바토르만 벗어나면 전기가 끊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조명은 태양열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통해 공급받지만 전자 기기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은 인근 도시에서 공급받기 때문에 고비 지역은 달란자드가드, 홉스굴 지역은 므릉시에 문제가 생기면 끊깁니다. 제가 여행하던 시기에도 고비 지역은 꽤 자주, 홉스굴 지역은 한 번 전기가 끊겼습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때마다 휴대폰을 비롯해 전자 기기를 수시로 충전하는 것을 잊지 마시고 무엇보다 보조 베터리를 반드시 가져가세요. 보조 베터리가 없으면 상당히 불편할 겁니다.
* 팁
: 몽골에는 원래 팁 문화가 없지만 관광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숙소의 메이크 업 비용이나 드라이버에게 적정 수준의 수고비를 주는 정도는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에서 팁을 남겨 놓고 나오거나 할 필요는 없어요. 울란바타르의 경우는 계산서에 기본적인 세금이 따로 붙어 나오는데다 특이하게도 도시세(1%)라는 항목도 있어서 메뉴판에 적혀 있는 금액에 비해 최종 지불하는 금액 차이가 꽤 납니다. 다만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일반직의 한달 월급이 50만 투그릭에 불과하다고 하니 육체 노동을 하는 분들에게 팁을 주는 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저는 가능하면 일부로라도 수고비를 챙겨 드리려고 노력했습니다.
* 선물
: 기념품으로 가죽이나 털로 된 제품이 인기 있으며 가격도 상당히 저렴한 편입니다. 다만 가죽 처리 기술이 그리 뛰어나지 않은지 매장에서도 좋지 않은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잘 확인하고 구입하는게 좋습니다. 반대로 비건이라면 살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세공품은 조잡하거나 너무 화려하여 기념품으로 부적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몽골의 초원 풍경을 그린 작은 그림이 괜찮아서 몇 장 구입했습니다(국영 백화점 7층 기념품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술을 좋아한다면 몽골 보드카(칭기스 골드 라벨)도 추천할 만합니다.
* 날씨
: 일교차가 크기로 유명(실제로 몽골은 연교차가 워낙 커서 여름에는 35도까지 올라가고 반대로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집니다)하여 지역에 따라 여름철 기준으로 낮을 때는 15도에서 높을 때는 35도까지 오르내리므로 여름철에 여행을 한다고 해도 한여름에서 초겨울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옷을 준비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반바지부터 윈드 브레이커까지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가방이 대부분 옷으로 채워집니다.
* 에어컨
: 울란바타르를 제외하면 에어컨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도 호텔 정도가 아니라면 에어컨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건 새로 지은 건물의 샵 정도입니다. 사람이 북적거리는 대표적인 곳인 국영 백화점에서도 에어컨이 가동되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덥습니다. 시골에서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도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고비 지역은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낮에도 그늘만 들어가면 견딜 만하고 홉스굴 지역은 온도 자체가 낮아서 그렇게 덥지 않습니다. 또한 고비나 홉스굴 모두 밤에는 온도가 많이 내려가서 이불을 덮고 자야 할 정도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습도도 낮아서 탈수가 오기 쉬우니 그야말로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ㅡㅡ;;;;
* 도로 사정
: 울란바타르 시내는 모든 도로가 포장되어 있으나 교통량이 많아 혼잡하며 교외로 가면 비포장 도로가 많습니다. 다행히 테를지 지역까지는 도로가 잘 포장되어 있어서 당일 투어를 다녀오는데는 별 무리가 없습니다. 울란바타르에서 홉스굴까지는 도로가 포장되어 있어 3년 전의 20시간에서 현재는 하루 만에 차량으로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므릉에서 하츠갈로 가는 도로는 아직 포장이 안 된 곳이 많아서 4륜 구동 차량이 필요합니다. 고비 지역은 거의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게 낫습니다. 공항만 벗어나면 곧바로 길도 없는 비포장이니까요.
* 여행 준비
: 울란바타르, 홉스굴, 고비 모두 가이드가 없으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교통편 이용과 음식(비건이라면 특히) 주문에서 애로 사항이 꽃필 수 있습니다. 떠나기 전에 섭외를 완료하거나 최소한 현지에서라도 가이드를 꼭 구해야 합니다. 다행히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가이드를 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며 영어 가이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언어
: 몽골어는 우리 말과 어순이 동일해 말을 배우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문법의 이야기이고 발음이 아주 헬 수준으로 어렵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만 해도 제대로 발음하는 게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울란바타르에서는 그나마 영문 병기가 되어 있어 괜찮지만 지방으로 가면 키릴 문자만으로 표기되어 있어 아주 답답함(가이드가 꼭 필요한 이유 중 하나). 몽골에는 한국에서 노동자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고 한류 때문에 한국말을 할 줄 알거나 최소한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사람이 굉장히 많으니 말조심해야 합니다. 몽골이나 몽골 사람을 비하하는 말을 공공 장소에서는 안 하는 게 신상에 이로울 겁니다.
* 한류
: 현재 개발붐(울란바타르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될 정도)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한류 때문에(한국 드라마를 시청하지 않는 몽골 가정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함) 한국을 모방하는 게 많습니다. 아파트 건축 스타일, 옷차림, 화장법도 많이 비슷하고 울란바타르 시내에는 한국 음식점과 수퍼마켓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한국말 간판도 가끔 보여요. 울란바타르 시내를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보면 옷차림의 미묘한 차이만 빼면 서울에서 만나는 젊은 여성들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비슷합니다.
* 환경
: 몽골인들의 정신세계를 지탱하는 샤머니즘의 영향 때문인지 대부분이 불교 신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환경 보호가 몸에 배어 있어 가이드들이 눈에 띄는 족족 쓰레기를 주을 정도입니다. 가축도 거의 방목으로 기르며 공장식 축산을 싫어합니다. 도축할 때도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하네요. 다만 위에서 말한 것처럼 최근 한국의 개발 지상주의를 도입하면서 지나치게 급속하게 환경이 파괴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 빈부격차
: 부패가 심하여 몇몇의 기업가와 국회의원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한데 생활 물가가 서울에 근접하는데 비해 소득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서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정말로 힘들다고 합니다. 현지인들은 매우 머리가 좋거나 집안의 배경이 좋아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체감하는 수준이더군요. 우리나라의 판박이 같은 상황이라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 중독
: 몽골인들이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로 론플에서도 취한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조심하라고 대놓고 경고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알코올 중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며 도박을 즐기는 몽골인도 굉장히 많다고 하니 숨겨진 도박 중독자의 수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나 정신 질환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낮은 수준이고 무엇보다 전문가가 전무해서 제대로 care받지 못한다고 합니다.
* 문
: 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의 문이 매우 협소해서 처음 봤을 때 대체 손님이 들어오라고 만든 것인가 의심이 될 정도였습니다.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게 만들거든요. 문을 자그마하게 만드는 이유는 혹독한 겨울 때 단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 시차
: 원래 시차가 1시간에 불과한데다 여름철에는 서머타임 제도가 있어 시차가 없습니다. 한국 시간과 동일하기 때문에 시차 적응은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 환전
: 울란바타르 시내 곳곳에 사설 환전소가 있으며 국영 백화점 1층에도 환전소가 있습니다. 호텔에서 환전을 하나 국영 백화점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나 100불 당 500원 정도의 환율 차이만 있기 때문에 아주 큰 돈을 바꾸지 않는 이상 편한 곳에서 해도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몽골 투그릭은 국내에서 재환전할 수 없으므로 비용을 잘 계산하여 중간중간에 환전하고 다 써야 합니다. 투그릭으로 환전하기 위해서는 달러가 가장 좋으며 100불 짜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100불짜리 달러만 준비해 가면 됩니다. 관광지에서는 간혹 달러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투그릭을 선호하기 때문에 적절히 환전하고 남은 돈 없이 현지에서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코타 키나발루 시내는 생각보다 그리 넓지는 않습니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아마도 한 이틀 정도 돌아다니면 금방 익숙해질 듯...
센터 포인트는 코타 키나발루 시내에서도 꽤 큰 쇼핑 타운인데 환전을 여기에서 했습니다. 환율을 가장 잘 쳐준다는 정보를 듣고 갔거든요. 뭐 그렇다고 센터 포인트에 환전소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코엑스몰 정도를 상상하고 가시면 크게 실망하실겁니다. -_-;;;
지하 1층에 있는 환전소입니다. 보시다시피 은행에서 운영하는 환전소라서 뭔가 있어보입니다만 결정적으로 한화는 링깃으로 직접 환전이 안 된다는 거... 미화를 링깃으로 환전하는 것만 됩니다. ㅠ.ㅠ
그렇다고 한화만 가져가면 낭패를 보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닙니다. 센터 포인트 지하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방구에 창살이 쳐 있는 것 같은 분위기의 사설 환전소가 있는데 여기에서 한화를 링깃으로 곧장 환전할 수 있습니다. 우리돈 모양을 밖에 인쇄해서 붙여 놓았기 때문에 찾기는 쉽습니다. 제가 환전을 했을 때에는 1RM당 400원 정도 되더군요. 그냥 저냥 괜찮은 수준이었습니다.
시내를 걸어서 돌아다녀볼까도 생각했습니다만 셔틀을 타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본 거리가 별로 구미에 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사지를 받기로 했습니다.
Warisan Square는 뭐랄까요. 명품 부띠끄나 고급 레스토랑들이 입점해 있는 지역입니다.
언뜻 보기에도 분위기가 좀 있어 보이죠.
CRES MOMENT는 우리나라 가이드북에도 곧잘 소개되는 유명한 마사지 샵입니다. 다른 마사지 샵도 몇 군데 정보를 알아보고 갔습니다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Warisan Square 초입에 있더군요. 바로 눈에 띄여서 날씨도 더운 김에 그냥 주저 앉았습니다. 불행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이유는 제가 조사해 간 유명 마사지 샵 중에서 가장 비싼 곳이 CRES MOMENT였습니다. T.T
1시간 짜리 Full Body Aroma 마사지 가격이 1인 당 128RM에 5% tax가 붙어서 134RM입니다. 1RM이 400원 정도 된다고 하면 1인 당 5만 원이 넘는 가격입니다.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인데 말레이시아 물가와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거죠.
CRES MOMENT는 평일에는 저녁 10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하는데 예약 손님만 받습니다. 그 사실도 이미 알고 갔기에 예약을 하고 이따가 다시 와야 하느냐고 매니저에게 물으니 바로 가능하다고 해서(외국인 관광객이라서 가능?) 바로 받기로 했습니다.
1층에 앉아서 차 한 잔씩을 마시면서 준비가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2층의 마사지실에서 준비가 되었다고 해서 1층에 있는 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안내를 받아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상당히 고급스런 분위기인데 여자는 방에서 남자는 2층 홀에서 마사지를 받습니다. 아주 어둡고 커튼이 쳐 있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창피하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어둡지요. ^^;;;
샤워를 하고 반바지만 입고 누웠는데 여자는 여자 마사지사가 남자는 남자 마사지사가 한답니다. 외국 여행 때 마사지를 많이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남자에게는 처음 받아보는 거라서 상당히 긴장이 되더군요. 아주 잘 생긴 꽃남 마사지사가 제 담당이었는데 굉장히 정중하고 예의가 발랐습니다.
아로마 오일을 사용해 배만 빼고 등, 팔, 다리, 손, 발을 포함한 전신 마사지를 아주 정성껏 해 주는데 머리는 두피 마사지까지 해 줍니다. 손이 얼마나 부드럽고 세심한 지 흡사 여자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착각할 지경이었습니다. 말이라도 걸면 남자인 줄 알겠는데 끝날 때까지 "돌아 누우세요" 정도를 제외하고는 한 마디도 안 하니까 자꾸 착각하게 될 밖에요. ^^;;;
마사지가 끝나면 뜨거운 물수건으로 몸을 말끔히 닦아 줍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 한 잔을 마시고(아마도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아로마 오일이 잘 흡수되도록 하려는 듯) 1층으로 내려갔는데 feedback form을 작성해 달라고 하더군요. 워낙 마사지를 시원하게 잘 하는데다 정중한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서 1인 당 10RM을 팁으로 줬습니다. 코타 키나발루에서 전신 마사지를 받고 싶으시면 비용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 곳을 적극 추천합니다.
마사지로 나긋나긋하게 풀려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센터 포인트로 다시 갔습니다. 걸어서 5분도 안 걸립니다.
센터 포인트가 그래도 대형 쇼핑몰이기 때문에 나름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네요.
4층은 영화관이 있어서 그런지 연인들이 특히 많더군요.
출출하기는 하지만 배가 고픈 정도는 아니라서 간단히 요기나 하려고 4층에 있는 푸드 코트에 들렀습니다.
미고랭(6.5RM)입니다. 양이 좀 적기는 합니다만 요기는 될 정도입니다.
나시고랭입니다. 역시 6.5RM. 국물은 맛있는데 면이 눅진 과자같아서 식감이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거기에 펩시콜라 캔도 하나 샀습니다(2.3RM). 모두 해서 15.3RM이니 6천 원 정도 되는 돈으로 간단히 점심을 해결했네요.
주문을 하면 번호판(?)을 주는데 자리 잡고 기다리면 아르바이트생이 음식을 들고 알아서 찾아옵니다.
코타 키나발루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번'을 판매하는 곳입니다. 센터 포인트 4층에 있는데 찾기 쉽습니다. 4층에 올라가기만 하면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니까요.
모카 번입니다. 1.8RM
요건 커피 번인데 역시 1.8RM입니다. 이게 original이라고 하네요. 거기에 중국식 드링크라고 하는 걸 2.2RM에 샀습니다.
이건 정말 장난 아니게 맛있습니다. 강추입니다. 코타 키나발루에 가시면 이걸 꼭 드셔야 합니다. 놓치면 후회하는 맛입니다. 한국에 돌아오니 '로띠보이'라는 상표로 싱가포르 번이 들어와 있던데 물론 그것도 맛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 먹었던 이 번하고는 비교 불허입니다. 먹어보면 금방 압니다. 일단 향기부터 차원이 달라요. 꼭 드셔보세요.
리조트로 돌아가기 전에 간단히 장을 보기로 했습니다. 센터 포인트 지하에 가면 우리나라의 할인마트 같은 대형매장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물, 과일 등을 사면 됩니다. Ground가 아닌 지하 1층에 있기 때문에 좀 헷갈릴 수 있습니다. 그냥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헤매지 않고 바로 찾는 길입니다. 물어볼 때에는 market이라고 물어보면 1층에 있는 노점 광장을 알려주기 때문에 반드시 supermarket이라고 물어봐야 합니다.
코타 키나발루는 센터 포인트 같은 대형 쇼핑몰도 실내가 별로 시원하지 않습니다. 홍콩과 완전 딴판입니다. 돌아다니면 땀이 날 정도로 덥습니다. 물론 실외는 더 덥고요. ㅠ.ㅠ
요건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음료인데 맛이 좀 거시기합니다. 설명하기 참 애매한 맛이죠. 개인적으로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supermarket'에서 물, 과일, 사바티(요거 선물용으로 아주 좋은데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습니다)를 산 뒤 셔틀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센터 포인트가 바로 리조트의 셔틀 버스 정류장 중 하나입니다) 리조트가 워낙 시내에서 가깝기에 그냥 택시를 타고 돌아왔습니다(10RM).
수영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Sea Quest로 갔더니 비바람이 몰려온다는 예보가 있어 안전 상 인근 섬으로 가는 배를 띄우지 않는답니다. 하는 수 없이 agency를 찾아서 내일 클리아스 강 투어를 예약하고 나서 reception으로 가서 옵션으로 포함된 저녁 식사 메뉴를 바꾼 뒤 리조트 수영장으로 갔습니다. 물맛은 봐야죠. ^^
수트라 하버 리조트에는 몇 개의 수영장이 있는데 이건 아침을 먹었던 Five Sails Restaurant 바로 앞에 있는 수영장입니다. 저쪽에 식당이 보이시죠?
이렇게 생긴 수영장입니다. 수영장 수심이 1.4m에 불과해서 수영하기 좋습니다. 수온도 딱 적당해요.
조금 있으니 Sea Quest에서 알려준대로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빗방울이 날리네요. 파라솔이 크기 때문에 비를 맞지는 않았습니다.
파라솔 밑에서 가져간 책을 읽기도 하고 비오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빈둥거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이게 바로 진짜 휴식이죠.
6시쯤 되니 빗방울이 굵어질 뿐 아니라 바람을 타고 파라솔 밑으로 들이치기에 일단 방으로 철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