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운이 좋게도 회기 제한이 없는 기관에서 상담을 했기 때문에 상담이 너무 loose하지 않도록 게을러지는 제 마음만 잘 다독이면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대부분 상담 기관에는 회기 제한이 있습니다. 짧게는 4~6회에 불과하며 회기 연장이 가능하다고 해도 20회를 넘기는 게 쉽지 않습니다.
supervision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상담자 선생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건 하나같이 모두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거였습니다. 알고 보면 실력이 절대로 부족한 게 아닌데 심리평가 뿐 아니라 formulation, 구조화, 개입 전략에 이르기까지 통 자신이 없습니다. 물론 이는 지나치게 비판적이고 평가 위주로 진행되는 도제식 수련 과정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모두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부족하더군요.
저는 상담의 성공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을 때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 느끼는 '아하 경험',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내담자의 눈빛과 표정, 상담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치료 효과를 반영하는 내담자의 행동 변화 등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회기가 필요하거든요.
단기 상담에서도 이런 성공적인 변화가 가능한 거 아니냐고 물으신다면 저도 당연히 동의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기 상담만으로 이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그야말로 mild한 수준의 문제를 갖고 오는 내담자가 별로 없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내담자들은 거의 대부분 장기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1년, 길게는 10년까지 상담을 해야 하는 내담자가 대부분이거든요. 이걸 제가 어떻게 아냐 하면 재발을 밥먹듯이 하는 다양한 수준의 중독 내담자들을 최소 1년에서 길게는 8년까지 상담 해 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미니 강의나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결국 현장 상담자의 최종 목표는 장기 상담을 할 수 있는 개업 상담자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단기 상담을 주로 할 수 밖에 없는 상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제목처럼 상담을 마라톤이 아닌 계주처럼 인식하는 겁니다. 저는 이걸 농부의 역할에 비유하기도 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의 상담 현장은 한 명의 농부가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비료를 주고, 잡초를 뽑고, 수확까지 할 수 가 없습니다. 역할을 나눠서 누구는 밭을 열심히 갈아 다른 농부가 씨앗을 뿌릴 때 발아율을 높일 수 있는 옥토를 만들어야 하고, 누구는 잡초를 열심히 뽑아서 얼굴을 내민 새싹이 자라는 데 방해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누구는 최적의 타이밍에 가장 좋은 비료를 뿌려 바람직한 생육 환경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에게 맡겨진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다음 상담자에게 바통 터치를 잘 하는 것이 능력있는 상담자입니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주어진 단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날카로운 분석 능력이 필수겠지요.
그런데 현재 상황에서 대부분의 상담자는 항상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초보 내담자를 만나게 되기 때문에 항상 밭을 가는 역할만 하게 됩니다. 그러니 단기 상담 현장에서만 일을 하게 되면 밭은 기가 막히게 갈겠지만 적절한 씨앗을 선택해 뿌려본 적도, 비료를 줘 본 적도, 잡초를 뽑은 적도 없게 되고 특히 수확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자괴감을 버텨낼 수 있어야 번아웃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기 상담 현장에서 오래 일하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전문가 자격을 취득하고 난 이후에는 3년 이내에 개업을 하든, 장기 상담이 가능한 기관으로 이직하든 액션을 취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의 진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현장 상담자에게는 마라톤 완주 경험과 온전한 농부 역할이 요구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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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는 도중 어떤 회기에 이르자 갑자기 내담자가 봇물 터지듯이 중요한 내용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상담자는 한편으로는 전환점에 이르렀다는 걸 직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이 무거운 주제를 회기 내에 모두 다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결정적 순간에 상담자는 자신이 상담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내담자가 키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내담자가 아닌 상담자가 상담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상담자는 회기 중 제한된 시간 내에 내담자가 이야기한 모든 내용을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강박에 빠지기 쉽습니다.
물론 어떤 내용은, 어떤 감정은, 어떤 역동은 회기 중에 다룰 필요가 있기도 합니다. 그 회기가 지나면 그 때의 생생함은 사라지게 마련이고 다시금 내담자가 그 내용을 이야기할 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버스를 놓쳤다고 해서 다음 버스가 안 오는 것이 아니듯 대부분의 경우 내담자에게 중요한 주제라면 반복되게 마련이고 이번 회기가 아니라고 해도 대개는 다른 회기에 다시 나타납니다.
괜히 반드시 그 회기 내에 다뤄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내담자가 충분히 머무르도록 여유를 주지 못하고 조급한 나머지 push 하게 되면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럴수록 좀 더 여유를 갖고 이번 시간에 모두 다루지 못하면 다음 회기에 이어서 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일부러라도 마음을 느긋하게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은 한 회기에 끝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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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할 때 상담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내담자의 측면을 크게 생각, 감정, 행동으로 나누어 본다면 한 회기가 끝나갈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단연코 내담자의 감정입니다.
회기 중에 다루었던 생각과 행동은 다음 상담 때까지 내담자가 곰씹어 보고, 연습해 보고,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연결 고리같은 부분이지만 감정만큼은 어떤 감정으로 상담을 끝냈느냐에 따라 치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상담을 하던 도중 내담자가 자신에게 심한 말로 상처를 준 부모와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분노에 사로잡혀 손발을 부들부들 떨다가 급기야는 오열을 한다고 해보죠.
그런데 상담자가 시계를 곁눈질로 슬쩍 보니 이번 회기가 곧 끝날 시간이 되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급수습, 급정색을 하고 서둘러 마무리를 해야 할까요?
회기는 그렇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내면에 침잠해 있던 분노와 고통감, 슬픔 등의 부정적 감정이 올라와 내담자를 온통 사로잡고 있는데 회기가 끝난다고 그런 감정까지 쉽게 정리가 될까요?
상담 시간을 최대한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지키기 위해 내담자의 부정적 정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했는데도 부랴부랴 회기를 끝내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닙니다.
설사 내담자가 충분히 다루지 못한 감정에 대해 상담자를 원망하지 않고 돌아간다고 해도 부정적인 정서 상태로 상담을 마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담에 대한 거리낌이 생길 수 있고 무엇보다도 상담을 마친 이후로 충분히 다루어지지 않은 부정적 정서 때문에 연이은 고통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다음 회기에 상담자를 만날 때까지 최소 일주일의 시간 동안 온전히 혼자서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내담자가 부정적인 정서에 휩싸여 있을 때는 그대로 회기를 마치지 않습니다. 충분히 ventilation을 해서 다루고 난 뒤 내담자가 평온한 마음을 느낄 정도로 가라앉은 다음에야 조심스럽게 다음 회기에 만날 것을 기약하고 헤어집니다.
절대로 내담자가 상담을 마치고 부정적인 기분으로 돌아가게 하지 마세요. 즐거운 기분으로 돌아가도록 할 필요까지는 없어도 그 부정적인 감정이 충분히 해소된 다음에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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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 supervision을 받고자 할 때 정작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supervisee들이 많습니다.
한 회기의 verbatim을 몽땅 풀어 가야 하는지,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을 회기 별로 묶어서 요약해야 하는지, 염두에 두고 있는 심리치료 기법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쉬운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guideline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을 하다 보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A : 내담자의 현재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라
B : 이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 회기에서 역동(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반응과 당신과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라
* A : 배경 정보를 포함하여 회기 중 알게 된 다른 중요한 정보를 설명하라
B : 회기 중 논의된 주요 문제들을 요약하라
* 현재 문제(들)와 관련된 문화적 또는 발달 정보를 설명하라
* A : 내담자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처음 했던 개념적인 해석은 무엇인가
B :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한 개념적 해석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DSM 체계를 고려할 때 당신의 진단적 인상을 나열하라
* A : 이 내담자에 대한 최초 치료(상담) 계획을 가능한 한 상세히 설명하라
B : 이 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을 바탕으로, 다음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 이 회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당신의 목적이 달성되었는가
* 이 사례의 어떤 양상이 당신에게 윤리적 염려를 불러일으키는가
* 회기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을 무엇이든 공유하라
* 당신의 supervisor에게 어떤 구체적인 질문이 있는가
A : 최초의 상담 회기
B : 현재 상담 회기
출처 : 'Fundamentals of Clinical Supervision, 3rd(by Janine M. Bernard & Rodney K. Goodyear, 2004)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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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새 가장 우려하는 상담 현장의 분위기는 단기 상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겁니다.
개업 상담 센터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는 그 정도가 덜하지만 국가의 직, 간접적 지원을 받거나 voucher 사업을 하는 센터를 중심으로 단기 상담의 압박이 강해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공급에 비해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좀 더 많은 내담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어느 정도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고려 없이 임의로 12회기, 16회기, 6개월과 같은 근거없는 주먹구구식의 기준으로 상담 회기를 정하는 건 정말 곤란합니다.
문제의 경중을 따지지도 않고 모든 내담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란 것 자체가 웃기거든요. 그래도 흐름이 단기 상담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들은 다가오는 단기 상담 체제에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초기에 라포를 형성할 회기 수도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자칫하면 상담자와 내담자 간 충분한 신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치료적 기법이나 worksheet를 사용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날 겁니다.
그렇다면 단기 상담을 할 때에는 초기에 무엇을 해야 하는걸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바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cognitive frame 차이를 줄이는데 주력하는 겁니다.
뭔가 복잡하게 보이지만 사실 많은 상담자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주 흔한 예를 하나 들자면, 상담자가 부모의 간섭을 막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방문하는 청소년 내담자와 강압적인 훈육 방법을 사용하게끔 부모를 자신도 모르게 provoking하지 않도록 내담자의 의사소통 패턴을 교정하려는 상담자가 있습니다.
이 때 상담에 대한 상담자와 내담자의 cognitive frame이 다르기 때문에 상담 목표를 합의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상담 초기부터 이 차이를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단기 상담일수록 상담의 치료적 한계 설정, 치료 동맹을 맺기 위한 상담 과정 설명, 사전 동의 부분에 대해 내담자와 이야기를 빨리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그 과정에서 cognitive frame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니까요.
증상 탐색이나 clinical history taking은 좀 더 뒤에 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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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세팅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교과서로 꼽히는 '임상에서의 역동정신치료(Psychodynamic Psychiatry in Clinical Practice)'를 쓴 대가 Glen O. Gabbard 박사의 책입니다. 저는 아직 못 읽었지만 오늘 소개하는 이 책과 함께 읽으면 더욱 좋다고 역자께서 서문에서 추천하셨더군요.
Gabbard 박사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아닌 임상심리학자라고 할지라도 반드시 알아야 하는 대가 중 한 사람이죠. 이 책은 미국의 정신과 수련의가 반드시 획득해야 하는 다섯 개 정신치료 중 하나인 정신역동치료의 교과서로 저술된 책입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얇은 책이지만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개념', '평가, 적응증, 정신역동의 공식화', '정신치료의 기본 요소', '치료적 중재', '치료 목표와 치료 행위', '저항 다루기', '역동정신치료 시 꿈과 판타지의 사용'. '역전이의 발견과 작업'. '훈습 과정과 종결', '지도감독의 이용', '장기 역동정신치료의 핵심 능력 평가' 등 역동정신치료를 위해 꼭 필요한 내용들을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물론 Gabbard 박사도 언급하고 있듯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깊이는 다소 부족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 특화된 전문 서적으로 보강해야합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입문서에 가까운 책이니까요.
하지만 굳이 역동정신치료를 따르지 않는 임상가라고 해도 충분히 도움이 될 만큼 중요한 내용들을 정확하게 다루고 있어서 치료 이론적 접근의 차이와 상관없이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은 책입니다.
다만 미국에서 출판되는 치료 관련 서적은 각 장의 핵심 요약이 발군인 책이 많은데 이 책은 아쉽게도 요약 부분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소장을 권하는 수준은 아닙니다만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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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현적인 것과 지지적인 것 중 어느 것을 치료에서 강조할 것인가 하는 것이 회기의 빈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표현적인 치료인 경우 좀 더 전이를 강조하며, 주당 2~3회 정도 회기를 갖는 반면, 지지적 치료의 경우 주 1회 미만을 갖는다. 회기의 수가 증가하면 전이는 강화되고, 그 전이의 해석이 핵심적인 치료 방법이 된다. 주 1회 미만의 빈도일 때는 회기 사이의 연속성이 방해받을 수 있고, 전이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 역동정신치료를 하기는 매우 어렵다. * 전이가 치료에 저항으로 작용할 때에만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유용한 지침이다. * 역동정신치료의 기본 전제는 감정, 전이, 지각 등에 대해 일정 부분은 액면 그대로를 믿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 있는 복잡한 양면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가장 흔한 형태의 저항은 이야기가 한 회기에서 다음 회기로 이어지지 않고 마치 매번 새 회기를 시작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 프로이트는 꿈 내용을 두 가지 수준으로 구분하였다. 즉 명시적 내용(manifest content)은 꿈꾼 이가 자각하는 꿈의 표면적인 것이고, 잠재된 내용(latent content)은 무의식적인 소망과 생각들이다. 잠재된 내용은 꿈을 꾸는 사람이 잠에서 깨어나도록 위협할 수 있기에 꿈에서는 위장되어 나타난다. * 치료자가 꿈 해석에 접근하는 유용한 방식은 환자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고 난 뒤에 환자에게 "그 꿈에 대해 생각할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 투사적 동일시와 역전이 재연은 둘 다 비슷한 과정을 포함하지만 전자는 클라인(Klein) 학파와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생하였고 후자는 미국 자아심리학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졌다. * 투사적 동일시의 두 가지 단계 중 1단계는 정서 상태를 동반하는 자신 혹은 타인의 표상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안에서 부인되고 상대에게 투사되며, 2단계에서 투사자가 상대로 하여금 투사된 것을 무의식적으로 경험하거나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여기서 첫 번째 단계는 전이, 두 번째 단계는 역전이로 간주된다. 그런데 정신치료적 상황이라면 세 번째 단계가 일어난다. 투사를 받는 치료자는 문제자아 또는 타인 표상을 받아들인 후 이를 포용(contain & tolerate)하고 투사된 내용을 잘 소화하여 다소 변화된 형태로 투사한 사람에게 다시 돌려주거나 환자에게 다시 받아들이도록(reintroject)한다. 이 과정을 통해 환자는 자기는 참기 어려운 심리 상태를 치료자가 감내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배우게 된다. 환자가 투사된 내용을 다시 돌려받을 때 자아 표상 또는 타인 표상이 수정되고, 여기에 동반된 감정도 바뀌어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의 내적 대상 관계의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 치료자는 '내가 내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 자신과 환자 사이에 무엇이 발생하고 있는지를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투사적 동일시일 수 있다. * 환자에게 치료자의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환자와 딜레마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다. 예를 들자면, "당신의 질문은 저를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군요. 만약 제가 당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하면 당신은 매우 상심하실 것이고, 만약 제가 그렇다고 하면 당신은 이 치료가 이전에 생각한 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가 대답을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와 같이 반응할 수 있다. * 훈습 과정과 치료 종결을 결정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환자가 자신이 삶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느끼고 있느냐는것이다. 내 삶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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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치료적 접근법을 사용하든 간에
상담자가 매 회기 상담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멘트는 아마도 "지난 주에는 어떠셨나요?"일 것입니다.
가장 무난하게 사용하는 멘트입니다만 이 멘트는 두 가지 제한점을 갖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 멘트가 위력을 발휘하려면 내담자가 지난 주 상담 회기에서 다루었던 내용을 염두에 두고 일주일을 생활했어야 합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일주일을 지냈던 내담자라면 매 상담 회기 때 상담자가 똑같은 질문을 하게 되면 자신이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를 매 상담 때마다 단순히 상기해서 상담자에게 보고해야 하는 것에 지루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이 멘트를 사용하는 상담자는 지난 번 상담 회기 때 다루었던 내용을 일상 생활에서 한번쯤 곰씹어 보거나 적용해 볼 의지와 에너지가 있는 내담자에게 주로 사용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두 번째 제한점은 내담자라면 누구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담자를 찾아왔기 때문에 상담 초반에는 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보니 다소 상투적으로 들리는 "지난 주에는 어떠셨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고민하는 문제가 표면적으로나마 어느 정도 해결되거나 stable한 상태가 되면 실제로 별로 할 말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어느 순간부터 내담자가 "이번 주는 별다른 일이 없었네요", "평범한 한 주였어요",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면 상담을 시작하는 멘트를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이 때
제가 선호하는 멘트는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해 볼까요?"입니다.
이 멘트는 문제 해결 중심적으로 접근하는 상담에서 특히 효과적인데 자칫 매 상담 회기의 초반이 신변잡기나 근황에 대한 수다로 흐르는 것을 막아주고 동시에 지난 주 상담 내용과 연결성을 빠르게 회복시켜주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물론 상담자가 이 멘트로 상담을 시작하게 되면 상담할 내용을 미리 생각해와야 한다는 내담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충분한 rapport가 형성된 상태에서 사용하는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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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상담 시간은 일 대 일 대면 상담의 경우 50분인 경우가 많고 길다고 해도 90분을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담 기법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적으로 50~90분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물론 사안에 따라 특정 회기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초과되더라도 꼭 다뤄야 할 주제라면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특수한 상황이 아닌데도 언제나 상담 시간이 예정된 시간을 많이 초과하는 상담자라면 다음의 경우가 아닌지 한번쯤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첫째.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background information을 수집하고 있거나 history taking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 자신의 상담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상담자일수록 상담의 목표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중언부언 내담자의 호구 조사를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많이 알수록 rapport가 공고히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상담자에 대한 불필요한 의존만 강화된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둘째.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 특히 상담 초기의 경우 내담자들이 핵심 문제를 회기의 초반에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칠 때 쯤에 꺼내곤 합니다. 문제는 이것 또한 상담자-내담자 역동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고 내담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힌 나머지 내담자에게 질질 끌려가는 상담자가 많습니다. 상담은 누가 주도를 해야 하는 일방적인 상호작용이 아니므로 내담자가 일방적으로 끌고 가는 건 결과적으로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셋째. 상담을 자신의 전능 환상을 충족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닌지
: 상담자의 입장이 두 번째 경우와 반대되나 결과는 마찬가지로 상담 시간이 초과되는 경우입니다. 상담자가 자만심에 가득차 자신의 상담 기술을 자랑하고 내담자에게 들이붓느라고 예정된 상담 시간을 훌쩍 넘어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내담자의 피로도나 개인적인 사정을 고려하지도 않으나 언뜻 보면 열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내담자가 불만을 터뜨리지도 못합니다. 나르시스틱한 상담자에게서 자주 나타납니다.
그 오랜 심리치료와 상담의 역사에서 상담 시간이 50~90분으로 정해진 것이 그냥 가위바위보나 주사위를 던져서 한 것이 아닙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모두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간으로 오랜 세월 동안 반복 검증된 것이지요.
그러니 매번 상담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담자라면 자신의 사명감이나 열정으로 손쉽게 내부 귀인하지 말고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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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박 중독자의 치유가 그렇게 힘든 걸로 알려져 있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느닷없이(?) 통찰이 일어나 갑자기 좋아지는 도박자를 반복해서 경험하다보니 단일회기치료로도 그런 통찰에 이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도박 중독의 특성 상 1회기만 상담을 하고 중도 탈락하는 도박자 또한 만만치 않게 많은데 그런 내담자에게도 단일회기치료를 통해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는 TIP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순수한 궁금증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우선 단일회기치료가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저자의 주장에는 온전히 동감하지 못하겠는데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를 줄이기 위해 치료자가 아닌 다른 연구자가 추적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전화가 일단 연결된 상태에서 자신의 치료자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담자의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치료에 대한 자기 정당화 기제가 작동 못하게 하려면 최소한 치료자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지각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추적 조사를 해야할텐데 저는 개인적으로 요구 특성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따라서 너무나 자신있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건 좀 오버라고 봅니다.
저자가 미국 심리학자이거나 미국에서 훈련을 받은 심리학자가 쓴 책은 비용 대비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anaged care system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임상 현장의 분위기 하에 쓰여졌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이 책이 1990년에 발간된 책이고(무려 20년이 지나 국내에 소개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사용된 치료 사례가 1980년대 후반의 사례라는 점도 읽을 때 감안해야 합니다. 1980년 대 임상 현장을 고려하고 읽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현행 임상 장면의 속성 상 5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 안에 회기를 끝내야 하는데 3시간, 4시간 동안 진행하는 단일회기치료를 과연 단일 회기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단일회기치료라는 구조적인 접근에만 목을 매지 않고 1회기에 그칠 수 있는 모든 치료적 접근에서 임상가가 신경써야 할 부분을 꼼꼼히 짚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 책의 읽을 가치는 충분합니다. 저자가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상담이나 심리치료가 1회기로 종결되는 경우 임상가는 자신의 능력 부족을 탓하거나 내담자의 반치료적 특성을 비난하기 쉽지만 그 무엇도 상담자와 내담자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단일회기에 그친다고 하더라도 치료적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내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히 모색해 보겠다는 저자가 노력한 결과는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한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매 부수를 올리기 위해 출판사에서 붙힌 것으로 보인 '첫 번째 치료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라는 부제가 단일회기치료라는 주 제목보다 오히려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서도 강조하고 있지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단일 회기가 아닌, pre-session이나 follow-up이 오히려 단일회기치료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pre-session입니다. 이 책에서는 pre-session이라고 명명했지만 제가 볼 때에는 이것도 거의 하나의 회기로 봐야 할 듯 합니다.
제가 볼 때 단일회기치료가 효과적이려면 무엇보다도 내담자의 준비성(readiness)이 중요한 것 같고 전에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담자에게 있다. 하지만...' 포스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문제와 해결책을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으며 전문가를 통해 확인받고자 하는 내담자에게 특별히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회기 내에서 여러가지 기법을 쓸 수 있다고는 했지만 coaching이나 direct guidance가 효과적인 내담자에게 특히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고요.
내담자의 중도 탈락 비율이 높은 임상 현장에서 일하는 임상가와 조기 종결하는 것이 내 문제가 아닐까 맨날 자책하는 임상가들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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