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이 어떤 병이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자신이 받은 훈련 베이스에 따라 입장이 갈립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임상심리학자의 생각이 똑같을 수 없는 것이죠.
하지만 도박 중독이 치유가 매우 어려운 병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물론 왜 어렵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또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요.
저도 그랬지만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어떤 치료 방법이, 어떤 치유적 접근이 도박 중독에 가장 효과적인지를 찾기 위해 애쓴 경험이 다들 있을 겁니다. 저는 절충-통합적 접근으로 귀결했습니다만.
중독 치유에 대한 치료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특별히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걸로 나옵니다. 그거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인데 충격적인 건 자발적 회복(spantaneous recovery)도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나오거든요. 물론 이 자발적인 회복은 그냥 내버려두면 나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문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사실 이 자발적인 회복을 믿지 않습니다. 인간이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이 워낙 강력한 것이어서 그 마음의 힘을 집중하면 혼자만의 힘으로 나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믿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마음의 힘이 작동하기 위한 최초의 동력은 중독자 스스로 만들지 못합니다. 펌프로 물을 긷는 것과 비슷한데 최초의 마중물은 누군가 부어줘야 하는 것이죠.
다른 비유를 들면 도박 중독 치유가 어려운 이유는 자유 의지의 회로가 끊긴 상태라서 동력이 전달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회복의 엔진이 가동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만의 하나 확률로 그 회로가 우연히 연결될 수 있지만 그 터무니없는 확률만 믿고 손을 놓고 기다릴 수가 없고 무엇보다 그 연결된 회로가 다시 끊기지 않고 유지될 거라는 기대를 저는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기다림의 과정에서 중독자에게 가장 소중한 자원인 시간이 낭비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중독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치유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아무것도 베팅하지 않겠습니다. 그 베팅의 대가가 제 내담자의 소중한 인생이라면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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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현 현상은 우리의 몸이 좋은 영양 물질을 섭취하게 되면 생체 기능이 조절됨에 따라 몸 안의 독소가 배출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걸 주로 한의학에서 일컫는 말입니다. 잠시 눈앞에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도박 중독 치유에서도 명현 현상과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하던 도박을 갑자기 중단하고 나면 잘 되던 주의 집중이 안 되거나 짜증이 늘고 잠자리도 불편해 뒤척이게 되는 등 여러 가지 금단 증상이나 문제가 갑자기 새롭게 나타날 수 있죠. 때로는 갑작스럽게 도박 충동이 강해질 수도 있어 내가 제대로 치유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명현 현상의 일종입니다. 제대로 된 치유의 길로 들어섰기 때문에 도박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저항하는 것이죠. 오히려 아무런 명현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문제인 것이니 지금까지 해오던대로 꾸준히 일관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치유의 원칙과 기준을 일관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지켜나간다면 명현 현상은 곧 사라지고 진정한 회복의 길로 들어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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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인적으로 상담,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제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왜곡된 supervisor-supervisee 도제 제도의 정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지도 교수의 권위에 굴종하고 비합리적인 처사에 굴복하는 걸 습성화했던 패턴이 전문가 수련제도에도 그대로 답습되어 supervisor는 어디까지나 supervisee가 향후 적절히 기능하는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support하는 사람에 불과한데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하고 심한 경우 수련 과정에서 탈락시킬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학회가 방임해왔죠.
결국 그 결과로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뒤 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임상가들의 자존감이 처음부터 바닥인데다 몇 년이 지나도 도무지 자신감이 올라갈 생각을 안 합니다. 저는 이게 다 무조건 혼내기만 하고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학문적으로 토론하고 임상적으로 숙의하기는 커녕 무조건 깔아뭉개기만 하는 못된 supervisor들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수련 제도의 시스템 문제라고 봅니다.
이야기가 곁길로 많이 빠졌습니다만 그래서
자존감이 낮은 상담자들이 상담을 하게 되면 상담의 결과에 일희일비하게 됩니다. 내담자가 좋아지는 것 같고, 상담에 빠지지 않고 열심히 나오고, 명절이 되면 간단한 선물이라도 챙겨오면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상담에 자꾸 빠지고, 연락이 잘 되지 않고, 그러다가 임의 종결이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무능을 확인이라도 한 것처럼 우울에 빠집니다.
내담자의 회복과 치유, 성장을 바라는 마음은 좋습니다. 하지만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모두 함께 성장하는 과정입니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일방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에요. 밝게 웃으면서 꼬박꼬박 상담 시간에 참석하는 내담자의 모습이 자기의 진정한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의 발동일 수도 있고 말없이 상담에 불참한 내담자가 사실은 상담의 효과로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나 상담자에게 종결하겠다는 말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 차마 연락을 못하는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내담자가 진정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회복하고 성장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언젠가는 스스로 알게 되겠지요.
그럴 때까지
상담자가 가져야 할 마음의 자세는 내담자의 회복이 곧 나의 실력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결론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고 내담자를 통해 배운다는 겸허함입니다.
그러니 상담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내담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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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빚을 갚는 것이 먼저인가 생활비 마련이 먼저인가'라는 글에서 생활비부터 먼저 확보하고 남는 돈으로 도박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럼 생활비를 확보하고 난 뒤에는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최선책일까요?
이율만 생각한다면 도박 빚을 하루라도 빨리 털어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치유와 회복까지 고려한다면 무조건 도박 빚부터 먼저 갚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도박 빚을 갚는데 있어서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는 비상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재정 전문가들은 가계 수입이 완전히 끊긴다고 해도 2~3 달은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현금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월 200만 원이 필요한 가정의 경우 최소한 400~600만 원의 현금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재정 긴축을 하고 남는 돈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비상 자금이 전혀 없으면 집에 재정적인 문제가 생길 때(큰 병에 걸린 가족이 생기거나 화재 등으로 인한 재산 손실 등) 크게 당황해서 대처 능력이 급감하게 됩니다.
둘째. 일정한 목표를 위해 저축하는 목적 자금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도박 빚의 이율이 년 10%이고, 정기 적금의 시중 금리가 년 4%인데 도박 빚을 갚지 않고 적금에 투자한다고 해 보죠. 앉아서 대략 6%를 까 먹는 것이니 그야말로 바보짓이라고 욕 먹을 입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 치유와 관련해서는 그 바보짓이 꼭 필요합니다.
생활비를 제외한 모든 재산을 도박 빚을 갚는데 집중해서 5년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간을 4년 6개월로 단축했다면 6개월의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작 빚을 다 갚고 나면 6개월을 단축한 기쁨보다는 도박빚을 갚느라 허송세월(도박자와 가족은 허송세월이라고 지각합니다)한 4년 6개월이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마이너스 인생에서 이제서야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니 플러스 인생을 위해 이제부터 또 뛰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원망스럽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래서 이율의 손해를 보더라도 도박 빚을 갚아나가는 동시에 목표가 분명한 계정을 만들어 돈을 모으는 재미 또한 느껴야 합니다.
기왕 이율의 손해를 보면서 돈을 모으려면 무조건 돈을 모으지만 말고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모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1년을 모아 단도박 1년 기념으로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간다든가, 2년을 모아 결혼 이후 처음으로 낡은 침대와 소파를 바꾼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죠. 3년을 모아 차를 바꾸는 것도 좋겠지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겁니다. 모으기 위해 버는 것이 아니고요. 그러니 도박 빚을 갚는 과정에서도 어떻게 하면 돈을 치유적으로 쓰고 그러기 위해 어떻게 돈을 모을 것인가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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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병이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도박 중독은 엄연히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편람(DSM-IV, 1994)에 등재되어 있는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것이 도박 중독자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무책임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족의 고통감을 덜어주므로 이롭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도박 중독을 병이라고 보면 도박자에게 낙인 효과로 작용해서 치유를 포기하고 자포자기할 위험성이 있고 또 중독의 공통 특성 상 자신의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저항하는 도박자의 경우에는 계속해서 부적응적인 행동의 원인을 병의 탓으로만 돌리면서 오히려 회복을 저해한다고 강변하는 쪽도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절충적인 관점에서 가족에게는 도박 중독이 병이라고 설명하는 편이고 도박자에게는 굳이 병적 도박이니 충동 조절 장애의 일종이니 하는 진단을 붙이는 것이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도박 중독이 병이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도박자의 책임은 없지만 치유의 길로 나서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하는 것이죠.
누구는 도박에 중독되고 누구는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임상가도 도박에 중독된 임상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남녀노소 어느 누구도 도박 중독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도 절대로 도박에 중독되지 않을거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도박에 중독된 것은 도박자의 자유 의지가 아니며 그렇다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되듯이 도박자의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이 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고 그 가운데 도박자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 따름이죠. 이건 도박자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도박자보고 책임지라고 몰아붙인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말입니다.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 해도 여전히 치료를 받고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와 회복의 길로 나아갈지에 대해서는 책임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온전히 도박자의 자유 의지에 달린 것이니까요.
도박 중독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도박 문제가 별 것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계속 멸망의 구렁텅이로 자신을 밀어넣든지, 더 이상 도박을 하지 않고 자신의 참된 인생을 찾겠다고 결심하든지 말이죠.
그 선택은 온전히 도박자의 책임입니다.
도박에 중독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더라도 앞으로 도박에서 빠져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옳은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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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은밀한 중독'이라 불리듯이 도박 중독은 모든 걸 감추고 숨으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치유 과정에서 가족들이 대위 변제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뒤로 숨어서 남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고 무조건 의지하는 도박자를 책임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함이요,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도박 문제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는 것도 문제를 감추고 자신이 모든 것을 뒤에서 조종하고자 하는 도박자의 시도를 무력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치유의 모든 것은 도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투명하고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에 방향이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도박자가 자신의 도박 문제를 더 이상 감추지 않고 부끄럽더라도 꿋꿋하게 이겨내겠다는 자세로 버티기 시작할 때 전환점이 생깁니다.
단도박 모임(GA)에 나가고 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는 건 도박자에게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닙니다. 어둠에서 사는 것에 익숙해 있는데 시간만 되면 억지로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은 불쾌감을 유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도박 중독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는 기미를 보이면 도박자는 상담 기관이든 단도박 모임이든 나가는 것이 꺼려집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이런 꺼림칙한 마음과 싸울 수 있을까요?
자신의 회복을 자랑하러 나가세요. 자주 나가는 단도박 모임의 협심자를 부러워하게 만드세요. 상담자를 경탄하게 만드세요.
절대로 도박을 끊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절대로 변화하지 못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못 나올 것 같았던 내가 이렇게 다시 새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시동을 걸었노라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노라고 자랑하세요.
진정한 치유는 내면에서 시작되지만 자랑은 진정한 치유를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입니다. 거기에서부터 회복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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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몇 가지 깨달음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선택과 책임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주변에서 어른이 되라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합니다. 주로 철없이 구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죠. 그런데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법에서 정한 성년이 되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어르신들 말씀처럼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아님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우리가 어른이 된다고 말할 때에는 그런 외형적인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겁니다. 어른스럽게 행동하라는 것이죠. 그럼 어른스럽게 행동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어떻게 행동해야 어른스럽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요?
저는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어른스러운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선택하고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를 몸과 마음으로 책임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우리는 어른스럽다고 하지 않나요?
제가 어른스럽다는 말을 앞에서 계속 했던 이유는 선택과 책임이 도박 중독 치유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도박 중독자는 도박을 하겠다는 선택만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도박 빚, 신뢰가 깨지는 것, 법적 문제 등)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도박자가 도박에 따르는 부정적인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도록 돕는 것이 치유의 제 1원칙이라고까지 하겠어요.
그런데
가족들은 반대로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도박의 결과를 도박자 대신 책임지는 것만 합니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도박자가 채권자들에게 협박당하지 않게 하려고, 직장에서 쫓겨나는 것을 막으려고, 신용불량자가 되면 안 되니까, 감옥에 안 보내려고, 혹시라도 절망에 빠져 목숨을 버릴지 몰라서 등등. 하지만 결국 가족의 이러한 선택은 그 결과까지 심사숙고해서 나온 행동이 아니며 선택 없는(희생하는) 책임지기에 불과합니다.
도박자가 회복되려면 결국 자신의 도박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치유에 임하고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가족 또한 도박자가 이러한 결심을 지킬 수 있도록 대신 책임지는 것을 중단하고 도박자가 치유의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도박 중독자와 가족 모두 선택과 책임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둘의 균형을 맞추는 것, 그것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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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 중독자는 칭찬에 목마르다'라는 글에서 도박 중독자가 얼마나 가족들의 칭찬을 갈구하는지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도박을 하지 않고 참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인데 도박자는 가족의 인정과 용서를 받기 위해 집안 일을 돕거나 대소사에 신경을 쓰는 등의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무심하게도 그런 도박자의 행동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물론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고 참는 것이라든가, 집안일을 돕는 것 등의 행동이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리 특별할 것이 없고 어찌보면 당연하기 때문에 도박자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생각하지 못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에 빠지기 이전에는 가족들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던 도박자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가족을 아끼고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면 눈에 띄지 않을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대부분의 가족들은 무심하고 칭찬에 인색합니다. 왜 일까요?
그건
가족들도 칭찬을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도박자가 교만해져서 변화하려는 긍정적인 노력을 멈추거나 만에 하나 다시 도박에 손을 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강한 두려움이 아직도 마음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도박 중독자의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라도 칭찬을 해 주라고 가족분들께 주문했지만 이번에는 도박자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위에서 말씀드린 그러한 두려움에서 가족들이 벗어나 마음껏 칭찬할 수 있을 때까지 조금만 참고 오히려 한 번 더 노력하라고요.
사람의 마음이 바뀌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한번 제대로 바뀌기만 하면 그 변화는 터진 둑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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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편집장 출신이자 공정 여행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 기획자였던 권혁란의 '트래블 테라피(2011)'
를 북 크로싱합니다.
여행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가이드 북도 아니고 여행지의 감성을 담아내는 여행 에세이도 아닌 이 책은 여행을 통해 자신의 치유력을 발견하고 절망의 골짜기에서 빠져나온 한 여성의 고백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은 즐거움도 주지만 사람에 따라 마음을 치유하는 강력한 효과도 있거든요.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스리고 정화하는 효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한 분들은 '소개글'을 참고하세요.
이 책은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국민도서관 이용)가 적용됩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방법에 있는 내용대로 하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변경된 북 크로싱 제도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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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누군가에게, 아니 제 자신에게 약속한 바대로 2005년부터 매년 해외로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1년에 한 번씩, 그러다가 한 번은 길게, 한 번은 짧게 가기 시작했고 2007년부터인가는 나중에 가기로 미루어 놓았던 국내 여행도 짬을 내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 여행이 취미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행을 간다는 생각만으로도 좋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설레고, 도착해서도 몸과 마음이 모두 열리는 그 충만한 느낌이 좋고, 돌아와서는 무사히 다녀왔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져온 추억을 정리하며 인생의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아쉬운 것은 내면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면서 나를 정리할 여행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소개를 어느 지면에선가 봤을 때부터 앞 뒤 안 가리고 온라인 서점의 장바구니에 집어 넣었더랬습니다. 책을 손에 넣고 책장을 넘겨서야 저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예전에
hanti님이 선물해 주신 책
'느긋하게 걸어라 : 산티아고 가는 길(2005)'에서 느꼈던 잔잔한 감동을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 책은 그야말로 재정, 일, 관계 모든 분야에서 극심한 타격을 입어 그로기 상태에 놓인 한 여자가 천 일동안 인도, 제주도, 안나푸르나, 하이난, 강화도, 지리산, 발리, 서해안 등을 누비면서 요가, 명상, 단식, 풍욕, 그 중에서도 느리게 걷기를 통해 내면의 내상을 치유하고 살아돌아온 치열한 생존기에 가까웠습니다.
왠지 군 미필자가 2차 대전 생존 베테랑의 자서전을 읽고 있는 느낌이랄까 하여간 그랬습니다. 읽는 동안 직업병이 발동해서 저자의 성격 역동이 수상하게 느껴지고 잠시 동안은 스스로 자초한 상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투쟁에 박수를 보내게 되더군요.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의 편집장 출신이자 공정 여행 사회적 기업인 '트래블러스 맵'의 여행기획자답게 글을 참 맛깔지게 잘 쓰더군요. 읽는 맛도 좋았고 제가 직접 경험하는 치유 여행처럼 느껴져서 자연스럽게 간접 경험이 되었습니다.
항상 여행을 가면 여행 일정을 체크하고 무엇을 보고, 듣고, 먹고, 느꼈는지를 꼼꼼히 적어오기에 치유 여행이라면서 저자도 저처럼 꼼꼼히 여행 일기를 적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기도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3년의 여행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었고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여행을 떠날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얻었으니 그것으로 이 책을 읽은 의미는 충분히 채웠으니까요.
굳이 저자와 같은 치열한 내면 탐색을 하지 않더라도 여행은 떠나는 것만으로도 치유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여행을 꿈꾸는 모든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치유 여행을 떠나는 겁니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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