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lestas섬으로 가는 도중에 여러 섬을 들렀는데 보시는 것처럼 해안가 바위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바다사자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심심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나중에는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바다사자를 쉽게 볼 수 있지요. 케냐에서 기린이나 얼룩말을 봤을 때처럼 처음에는 와~ 했지만요.
이 해역은 수온이 낮아 바다사자의 천적인 상어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햇볕이 조금이라도 닿는 바위 위에는 어김없이 바다사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바위가 울퉁불퉁해서 꽤 불편해보이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는 녀석들이 많습니다.
보트가 접근하자 아직 잠이 덜 깼는지 바다사자 한 마리가 고개만 뒤로 돌려서 쳐다봅니다.
그 자세로 다시 잠에 빠져들었네요;;;;
혼자서 고고하게 햇볕을 즐기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무리와 상당히 멀리 떨어져서 혼자 있는 녀석도 보입니다.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려보이는 바다사자들 몇몇은 물 속으로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하고 놀기도 합니다.
다른 섬의 해안가를 둘러보다가 흄볼트 펭귄 몇 마리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새들에 비해 흄볼트 펭귄은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어서 보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흄볼트 펭귄을 제외한 다른 새들은 많습니다.
이 머리가 큰 녀석들은 아마도 갈매기 종류인 것 같네요.
이건 다른 종류의 펠리컨 같은데 오른쪽 아래에 귀여운 애기 펠리컨이 보이네요. :)
예전에 접안 시설로 사용했을 것 같은 선착장에는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Ballestas섬 이외에도 인근의 모든 섬들은 새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야말로 새들만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겠더군요.
드디어 멀리 Ballestas섬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새들이 무리지어 날다가 앤쵸비를 사냥하기 위해 한꺼번에 수면으로 다이빙하는 장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새가 얼마나 많은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Ballestas섬은 '빈자의 갈라파고스섬'으로 불리는데 유기농업분야에서 각광받는 세계 최고 품질의 새똥 비료, 구아노(Guano)를 채취하기 위한 전진기지가 있는 곳입니다.
이 섬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우리 보트에 태워 같이 갔죠. 아마도 교대 근무자이거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섬이 온통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를 정박할 접안 시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응? 설마 저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직원이 나와 있고 밧줄 사다리가 드리워져 있는 게 제 예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 놔~ 역시나 불행한 예감은 딱 들어맞는다더니... 저걸 타고 올라가야 하네요. 팔 힘이 부족하면 여기서는 일 못하겠습니다.
직원을 올려주고 보트를 돌려 섬으로부터 조금 떨어지니 갑자기 새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헉~ 이건 무슨 히치콕 감독의 영화 '새' 촬영지도 아니고;;;;;
이건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마구 날아다니는 새도 많지만 기러기처럼 대형을 갖춰 날아다니는 새들도 많습니다.
Ballestas섬도 그렇고 인근 섬도 마찬가지인데 배가 근처에만 접근해도 새똥 냄새가 진동합니다. 저는 그리 역하다는 느낌을 못 받았지만 비위가 약한 분은 스트레스를 좀 받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새의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새똥 폭격을 조심해야 합니다. 모자를 꼭 쓰셔야 하고 물티슈 정도는 가져가는 게 좋겠죠.
그래도 다행히 한 방(?)도 안 맞았네요.
오늘 투어에서 평생 볼 수 있는 새를 다 본 것 같습니다.
빠라까스로 돌아가기 위해 보트를 돌렸습니다. Ballestas섬 인근을 벗어나도 새는 계속 볼 수 있고 헤엄치는 바다사자도 꽤 보입니다. 빠라까스 선착장에 도착할 때까지 보이는 걸 보면 정말 개체 수가 많은가 봅니다.
선착장에 도착해 팁을 걷어서 고생한 가이드에게 건네고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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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45분 쯤 일어나 일찌감치 샤워하고 짐을 대충 싸 놓은 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습니다. Emacipador 호텔의 식당은 투숙객을 모두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지만 조식 뷔페의 구성이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일은 종류가 많지만 비건에게 가장 중요한 샐러드가 없고 사이드 디쉬도 좀 부실한 편이네요. 그냥 훌륭한 전망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침을 먹고 7시 45분 쯤에 선착장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시내에는 사람이 별로 없어 보이지만 선착장은 Ballestas섬으로 가는 사람들로 북새통입니다.
인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해안가는 여유가 넘칩니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8시쯤 되었고 오늘 투어를 이끌 새로운 가이드를 만나 보트에 올랐습니다. 저희는 선착장 이용료가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만
별도로 선착장을 이용할 분들은 5솔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20인승 스피드 보트라서 양 쪽으로 한 명씩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 구명조끼도 새 것이네요.
가이드가 능수능란하게 설명하는 것과 별개로 스피드 보트인데도 마이크와 앰프가 장착되어 있어 한결 알아듣기 쉽더군요.
항구에 정박된 보트에는 어디나 펠리칸과 갈매기가 떼를 지어 앉아 있습니다.
무거운
150-500mm 망원렌즈를 힘들여 가져온 보람이 있습니다. 쉽게 당겨서 찍을 수 있네요.
항구를 빠져나오자 보트가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합니다. 빠라까스에서 Ballestas 섬까지는 20km 정도 거리인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느낌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보시는 것처럼 이런 섬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죠.
아마도 채석장이나 그런 공장이 있는 곳인 것 같은데 해안가에는 펠리칸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주로 부리가 빨간 녀석들이 대부분인데 가끔 배가 하얗고 머리가 갈색인 녀석들도 섞여 있습니다.
볕을 쬐면서 털을 고르는 녀석들을 줌으로 당겨서 보면 안 보는 척 하면서 이쪽을 노려보는 녀석도 있습니다. 덜덜덜....
보트를 타고 가다 저 문양을 처음 봤을 때는 관광객용으로 일부러 그려놓은 그림인 줄 알았는데 아니랍니다. 실제 나즈카 라인에 속한 문양 중 하나라고 하네요. 나즈카 라인이 얼마나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나무처럼 생겼는데요. 사진의 왼쪽 아래에 보이는 보트와 비교해 보면 이 문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대번에 아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모래 언덕에 만들어진 나즈카 문양도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하네요.
해안가로 다가가니 나즈카 문양 아래쪽 절벽에는 역시나 새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해안가에는 어디나 새들을 볼 수 있는데요.
주로 펠리칸과 갈매기들입니다.
아주 드물게 흄볼트 펭귄이 섞여 있습니다. 사진 중간 왼쪽에 한 마리 있고 중앙 위쪽에 한 마리가 걸어오는 게 보이네요.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새가 참 많구나'했는데요. 곧 엄청난 착오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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