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그래도 임상심리전문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취득하고 나면 임상 현장에서 최소한 심리평가를 하면서 먹고 살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취득한 자격만으로 전문성의 인정을 받는 것이 어렵게 될 것입니다. 상담 심리 분야 뿐 아니라 수많은 인접 분야에서 심리 평가에 대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강화하고 있어 조만간 심리 평가 분야에서만큼은 차별성이 퇴색될 것이 분명합니다. 이미 임상심리학자의 수가 부족한 지방에서는 인접 분야의 인력이 심리 평가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 꽤 됩니다.
게다가 참으로 낯 뜨겁고 민망한 일이지만 임상 심리 영역에서도 주력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심리 평가의 고수라고 내세울 만한 전문가가 많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일반적인 심리 평가만으로는 차별성을 갖기가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소위 generalist에 대한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이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수요가 점차 늘 것으로 예상됩니다. 심리 평가 영역만 하더라도 단순히 성인 Full Battery가 아니라 소아 ADHD 진단 Battery, 노인 치매 전문 평가, 산재 판정을 위한 평가, 병역 판정을 위한 전문적인 평가 등 특정 영역의 검사 도구에 대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요하는 영역이 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정신 병리 영역에서도 중독, PTSD, 치매, 식이 장애 등 시대상을 반영하는 전문 영역에 대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한 specialist의 수요가 늘 것으로 보이는데 수련 과정에서 치료 분야에 대한 할당이 매우 부족한 임상 심리 영역의 경우 상당히 곤란한 지경에 처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임상 심리 영역에 진출하여 전문성을 발휘하고픈 분들은 단순히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대학원에서, 또는 수련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과 흥미 영역을 탐색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미리미리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라면 '과연 나는 어떤 영역의 specialist인가'라고 자문자답 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야에서는 누구 선생님이 최고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specialist가 되어야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죠.
덧. 이 글을 쓰면서 과연 나는 어떤 영역의 specialist인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심리 평가? supervision?, 도박중독치료?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도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겠네요. 가야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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