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알라딘
임상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는 농담 중에 학위 논문을 보면 그 사람의 문제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 후배 선생 중에 하나는 주제가 '걱정(worry)'이었고, '완벽주의(perfectionism)'가 주제였던 석사 동기도 있었는데 참으로 절묘하게 들어 맞는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공교롭게도 이 책을 지은 박현순 선생님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공황장애'입니다. 제발 이 어설픈 농담이 박현순 선생님께는 해당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이 포스팅의 제목에도 있지만 공황 발작(panic attack)은 공황장애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로 호흡곤란, 떨림, 현기증, 구역질, 비현실감, 감각 이상, 오한과 함께 죽을 것 같은 두려움을 동반합니다. 공황 장애는 불안 장애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고 극심한 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항상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일상 생활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므로 당사자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운 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황(Panic)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목신 판(Pan)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너무나 괴상한 외모때문에 친모에게서조차 버려져 님프(Nymph)에 의해 키워진 목동의 신인 판은 외모만큼이나 무서운 신으로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푸스의 신들이 거인족을 몰아내는 전쟁을 할 때, 엄청나게 큰 소리로 거인족을 공포에 떨게 만든 장본인이었다고 합니다. 중세 악마의 이미지는 상당수 이 판(Pan)의 외모와 속성에 토대를 두고 만들어졌는데 이 유래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공황이라는 말 자체가 극심한 공포 상태를 가리킵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불안과 공포를 구체적인 대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분하는데 대상이 있는 공포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유익한 감정이지만, 대상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불안은 참으로 괴로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안 장애가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불안을 야기하는 상황에 직면하는 것 자체를 회피함으로써 현실을 검증할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이죠.
공황장애의 치료에서는 어떤 상황에서 처음 공황발작을 경험했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앞서 이야기한대로 공황장애 환자는 처음 공황발작과 연관된 자극을 적극적으로 회피하는 것이 통상적이기 때문입니다.
연구자들은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수반한 공황장애 환자들의 첫 공황발작이 대체로 상황적인 촉발요인과 주로 관련되는 반면, 광장공포증이 없는 공황장애 환자들의 첫 공황발작은 주로 가까운 대인관계 갈등이나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공황장애의 약물치료는 '이미프라민'을 많이 사용하지만 불안할 때 느껴지는 신체감각을 파국적인 것으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에 공황발작이 일어난다고 설명한 Clark(1989)의 공황발작의 인지 모형(cognitive model of panic attacks)에 따라 실시되는 인지행동치료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황장애의 인지행동치료는 공황증상의 3요소 각각에 대한 치료의 복합체로서 '신체감각에 대한 민감성을 떨어뜨리는 훈련', '신체감각에 대한 파국적 해석 과정을 교정하는 인지 재구성 훈련', '전반적인 회피행동을 완화시키는 행동치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자가 이 책에서 공황장애를 극복하는 여섯가지 지침으로 제시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공포를 예상하고 받아들여라.
2. 공포가 다가오면 멈추어 기다리면서 내버려두라.
3. 지금 현재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 현재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
4. 당신의 공포 수준을 10점 척도로 평가하면서 그 변화 양상을 지켜보라.
5. 공포와 함께 하며 공포를 견뎌낸 성과를 인정하라.
6. 공포가 또 다시 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고 이를 받아들여라.
-> 공황 상태에서 가장 두렵게 느껴지는 신체 감각은 '공포에 대한 공포(fear of fear)'인데 여섯가지 지침은 바로 이 '공포에 대한 공포'를 차단합니다.
덧. 저는 학지사에서 출판한 이상심리학 시리즈(전 30권)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데, 모든 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작고 가벼운 크기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이 대체로 잘 풀어서 쓰여져 있어 임상 심리학 입문자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 모두를 만족할만한 quality를 보여주는 책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가 대학원에 있을 때, 제 동기들이 이 시리즈를 쓰기 위한 자료를 모으느라 고생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본터라, 이 시리즈가 결코 가볍게 쓰여지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책도 어김없이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에 공황장애를 충실히 소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치료 방법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해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식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황장애 치료에 필요한 여러가지 material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특정한 form은 없으니 입맛대로 만드셔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닫기
1. 날짜 및 시간
2. 지속시간
3. 장소
4. 동반자
5. 상황 설명
6. 예상여부
7. 스트레스 정도 : 10점 척도
8. 주요 신체감각
9. 떠올랐던 생각
10. 행동
11. 공포정도 : 10점 척도
닫기
1. 날짜
2. 과제를 시작하기 전
- 과제
- 시간
- 누구와
- 예상 불안점수 : 10점 척도
- 벗어날 방법
3. 과제를 끝마친 후
- 최고 불안점수 : 10점 척도
- 불안 지속 시간
- 신체증상
- 떠올랐던 생각
- 도움이 되었던 방법
- 만족도
닫기
1. 공황증상
2. 자동적 사고
3. 인지적 오류
4. 타당한 대안적 생각
닫기
1. 1주일동안 닥칠 불안한 상황
2. 떠오르는 생각
3. 예상 가능성(%)
4. 예상 불안점수(10점 척도)
5. 실제 일어난 일에 대한 불안점수(10점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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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기
(감각의 강도, 불안한 정도, 공황과의 유사성을 각각 10점 척도로 평정)
1. 30초동안 최대한 빨리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 어지럼증
2. 머리를 양다리 사이에 끼고 있다가 재빨리 고개를 든다.
-> 아찔한 느낌
3. 계단오르기와 스텝머신을 사용해 숨이 차고 가슴이 뛸 때까지 운동을 한다.
-> 호흡곤란과 가슴 두근거림
4. 30초 이상 숨을 참는다.
-> 가슴의 압박감과 질식감
5. 1분 동안 전신을 긴장시키거나 온몸이 떨릴 때까지 팔굽혀펴기를 한다.
-> 사지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화된 느낌, 마비감
6. 1분 동안 회전의자에 앉아 회전하거나 제자리에서 맴돈다.
-> 어지럼증, 메스꺼움
7. 1분 동안 힘껏 깊고 빠르게 과호흡을 한다.
-> 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달아오르거나 차가워지는 느낌, 비현실감, 두통
8. 1분 동안 가느다란 빨대를 통해 숨을 쉰다.
-> 질식감
9. 2분 이상 벽에 있는 작은 점을 뚫어지게 응시하다가 갑자기 다른 물체를 본다.
-> 비현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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