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잠 자고 난 후에 reception desk로 가서 오후 일정을 상의했더니, 택시 대절 투어를 추천하더군요. 가격은 4시간(오후 2시~6시)에 80YTL이었습니다. 코스는 Urgup을 출발해 Devrent Valley, Zelve Valley, Pasabag, Avanos, Goreme Panorama, Uchisar, Uchisar Castle 등 북쪽 지역을 둘러 보고 다시 Elkep Evi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코스도 괜찮아 보였습니다. 사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투어를 놓친 저희로서는 선택권이 없었는데 마침 다행이었죠.
카파도키아는 대중 교통이 불편해서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은 알고 갔지만 앙코르 와트를 여행할 때처럼 택시를 대절해서 투어를 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행사에서 운영하는 투어는 시작 시간과 끝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택시를 대절해서 직접 돌아다니면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는 없는 대신 시간을 융통성있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어쨌거나 Elkep Evi에서 추천하는 베테랑 운전기사를 소개받았습니다. Ugur Bagci라는 풍채좋은(?) 터키인이었는데 영어를 거의 못하고 나이도 60이 넘어 보입니다만 운전 실력 훌륭하고, 점잖으며, 책임감이 뛰어난(나중에 나옵니다) 사람이었습니다. 역시 영어를 못하는 터키인이 친절하다는 속설을 훌륭하게 입증해 준 분이었죠. 명함도 한 장 받았는데 명함에 있는 젊었을 적 사진의 카리스마 있는 표정에 놀랐습니다. 포스팅을 하면서 지금도 보고 있는데 역시 카리스마 짱~
카파도키아에서 Elkep Evi에 묵는 분 중 택시 투어를 하실 분에게 Ugur Bagci씨를 강력 추천합니다. 만족도 200%~ 개인적으로 찾을 분을 고려해 휴대폰 번호도 과감히 공개합니다. 0536-526-2457입니다. 영어를 거의 모르시니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터키어로 대화를 해야 한다는 난점은 있습니다만... -_-;;;
택시에 올라 10분 정도 달렸을까, Devrent Valley에 도착했습니다.
Devrent Valley는 'Valley of Fairy Chimneys'로 알려진 지역으로 화산 분화와 침식, 풍화 작용으로 인해 생긴 기암 괴석이 멋진 풍광을 연출하는 곳입니다.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하는 곳이죠. 햇빛을 피할 곳이 없어서 상당히 더운데도 걸어서 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정말 존경합니다. 이스탄불과 마찬가지로 카파도키아도 습도가 낮고 건조해서 햇빛만 피하면 그리 덥지 않지만 직사광선을 받는 곳은 상당히 덥죠. 모자와 썬크림이 필수랍니다.
언뜻 보면 황량해 보이지만 카파도키아의 풍경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 수 없죠. ^^
Devrent Valley 근처에는 관광객을 위한 노점상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어차피 기념할만한 선물을 사야 했고 이스탄불에 비해 카파도키아가 전반적인 가격이 저렴하다는 정보를 듣고 간지라, 눈에 띄는 노점상에 들렀습니다. 그리고는 능수능란한 가게 주인의 말솜씨에 반해서(그럴리가~) 신나게 질렀습니다.
* 지른 품목
블루 아이 : 큰 것 4개에 12YTL, 장식이 달린 것 1개 1.5YTL인데 1.5YTL깎아서 12YTL
수공 장식 허리띠 : 12YTL
수공 치마 : 20YTL
수공 가방 : 15YTL
어깨 가방 : 8YTL을 합쳐서 55YTL을 51YTL에 흥정
총 금액 : 63YTL
Devrent Valley를 떠나 조금 더 북서쪽에 있는 Zelve Valley로 이동했습니다.
Zelve Valley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국제문화유산으로 동굴 주거지와 교회를 둘러볼 수 있는 곳입니다.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었으나 붕괴 위험이 높아지면서 인근 마을로 이주했고 현재는 살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아까 Devrent Valley에서 무리한 쇼핑을 하는 바람에 YTL이 다 떨어져서 입장료를 낼 돈이 없더군요. 다행히 입구에 환전소가 있어서 50유로를 95YTL(수수료 5%)로 바꾸고 입장료(1인당 5YTL)를 내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캔 환타 2개와 캔 립튼티 1개를 사서(2YTL*3 = 6YTL 비싸다!!) Ugur Bagci에게 마시라고 하나 주고 천천히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Zelve Valley는 다 둘러보는데 대략 1시간 정도 걸리는 여정인데 체력, 모자, 썬크림, 발바닥을 잘 잡아주는 신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슬리퍼 끌고 갔다가는 제대로 고생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새삼 느꼈는데 여행은 역시 젊을 때 많이 다녀야 합니다. 나이들고 가면 고생이죠.
보시다시피 계곡의 양쪽 벽을 뚫고 들어가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조금 더 가까이 가 보죠.
대체 어떻게 깎아지른 절벽을 뚫고 들어가 살 수 있는 거주지를 만들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동굴을 잇는 오솔길과 비교해서 보시면 거주지가 얼마나 큰 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1시간 정도 돌아다녔더니 역시 덥더군요. 0.75YTL주고 생수 한 병을 사서 마시면서 Pasabag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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