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병(Malingering)은 '물질적 이득(금전, 상품, 각종 서비스, 상해 보상 등)과 공적 의무(군 입대, 처벌, 강제적 사회봉사, 위자료 지불 등) 및 공적 책임(사법 소송과 관련된 법적 문제)의 회피 등
외부 유인(external incentives)을 얻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의도적으로 위장하거나 과장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병은 외부 유인이 있는 상황이라면 어디서나 항상 염두에 둬야 하는 문제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외국의 연구(Greiffenstein, Baker & Gola, 1994)는 사병을 시도하는 피검자의 비율이 17~33%에 이른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연구도 없을 뿐 아니라 현장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정신의학회 진단편람(DSM-IV, 1994)에는 사병을 '임상적 관심의 초점이 될 수 있는 기타 상태'로만 분류하고 있어 소홀히 다루는 느낌인데 이미 여러 연구자들이 임상에서 좀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병의 진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Greiffenstein et al., 1994; Slick et al., 1999)
1. 외부 유인의 존재 여부
2. 사병에 특화된 검사(예, HFCP)의 결과
3. 인지검사의 결과와 뇌검사(예. CT, MRI 등) 결과의 불일치 정도
4. 인지검사의 결과와 피검자의 일상 행동의 불일치 정도
5. 자기보고된 증상과 뇌검사 결과의 불일치 정도
6. 정신병리검사의 타당도 척도의 결과
* 사병 시도자의 특징
사병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병리적(psychopathological) 증상 보다는 주로 기억력과 주의 집중력 문제와 같은 인지적(또는 신경심리적) 증상을 위장합니다. 그런데 Full Battery에서 사용하는 MMPI의 타당도 척도 등은 정신병리적 증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병을 찾아내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민감도 면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습니다. 따라서 Malingering을 전문적으로 진단하는 검사 도구가 필요합니다.
* 허위성 장애(Factitious Disorder), 전환 장애(Conversion Disorder)와 Malingering 구별하기
Malingering과 변별한 필요가 있는 장애로는 허위성 장애(Factitious Disorder)와 전환 장애(Conversion Disorder)가 있습니다.
2가지 변별 기준을 살펴봐야 하는데, 바로
'증상의 의도성'과 '
유인의 종류'입니다. 허위성 장애 환자의 경우 어떤 의도를 가지고 신체적, 정신적 증상을 위장하지만 이것은 외적 보상이나 이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들은 '환자 역할(sick role)'을 하고 싶은 내적 동기(internal motivation)에 의해 움직입니다. 즉, 의도는 있으나 2차 이득(secondary gain)을 원하는 것은 아니죠. 이에 비해 전환 장애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환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고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해서 일어납니다. 즉 이들은 2차 이득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의도도 없습니다. 이를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증상의 의도성 유인의 종류
사병(Malingering) 있음 외부
허위성 장애(Factitious Disorder) 있음 내부
전환 장애(Conversion Disorder) 없음 내부
* 사병을 진단하기 위한 검사
1. Wechsler 지능검사
지능검사에서 사병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시도하는 소검사는 '숫자 외우기'입니다. 숫자 외우기처럼 난이도가 쉬운 검사와 어려운 검사가 짝을 이루는 검사에서는 질적 수행의 결과를 진단 준거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바로 따라 외우기의 수행이 거꾸로 따라 외우기의 수행 보다 낮다면 사병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숫자 외우기를 사병 진단에 사용할 때에는
RDS(Reliable Digit Span)를 산출하는데 이는
'바로 따라 외우기'에서 두 시행 모두를 성공한 것 중 가장 긴 자릿수와 '거꾸로 따라 외우기'에서 두 시행 모두를 성공한 것 중 가장 긴 자릿수를 합하여 산출합니다. Greiffenstein 등(1994)은
7/8을 사병과 비사병을 변별하는 절단점으로 제시하였습니다.
2. 기억검사
AVLT 등에서는 재인 시행 결과를 사병 탐지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재인 시행은 난이도가 낮은 특성 때문에 기억 장애가 심한 환자라도 어느 정도의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사병을 시도하는 환자의 경우는 재인 시행의 수행이 오히려 낮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Greiffenstein 등(1994)은
재인 시행의 정답 수 7/8을 변별 절단점으로 제시하였습니다. 만약
재인 시행의 수행이 회상 시행의 수행보다 낮을 경우 사병의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3. KMDT(K-Malingering Diagnostic Test)
경험적으로 타당도가 높은 사병 전문 진단 도구인 HFCP(Hiscock Forced-Choice Procedure)형 검사 도구 중 검사 시간이 짧아서(약 10분) 임상적 사용성이 뛰어난 Guilmette형을 모델로 제작한 전문 사병 진단 도구입니다. 난이도가 극히 낮아서 아라비아 숫자를 읽을 수만 있으면 시행할 수 있고, 심한 인지 장애만 배제한다면 매우 신뢰롭게 사병을 진단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험적으로 실시를 하면서 임상적 유용성을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KMDT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소개하고 싶지만 진단 영역이 사병인지라 부득이하게 생략할 수 밖에 없겠네요. 학문적으로 궁금하신 분은 제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References
* Greiffenstein, M. F., Baker, W. J., & Gola, T. (1994). Validation of malingered amnesia measures with a large clinical sample.
Psychological Assessment, 6, 218-224
* Slick, D. J., Sherman, E. M. S., & Iverson, G. L. (1999). Diagnostic criteria for malingered neurocognitive dysfunction: Proposed standards for clinical practice and research.
The Clinical Neuropsychologist, 13, 545-561
출처 : K-사병진단검사 해설서 중 일부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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