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김이 빠지는 이야기로 그리스 여행기를 시작할까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 지역을 여행할 때, 그리스, 이집트, 터키 3국을 함께 묶어서 여행을 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같은 지역에 다닥다닥(?) 붙어 있기 때문에 그렇지요. 그런데 저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집트에 대해 들은 풍문과 제 터키, 그리스 여행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개인적으로 그리스 -> 이집트 -> 터키의 순서로 돌아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스와 터키 중 한 나라만 가야 간다면 당연히 터키를 추천하고요. ^^
그리스 -> 이집트 -> 터키의 순으로 방문하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적의 웅장함만 보자면 그리스는 이집트에 견줄 바가 안되고(이집트를 먼저 방문한 후 그리스에 들어간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더군요. 오히려 저는 이번 여행에서 그리스의 유적이 터키만도 못하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게다가 관광 인프라도 그리스가 터키만 못하더군요. 물가도 터비에 비해 훨씬 비싸고(어찌보면 한국과 비교해도 더 비싼 것 같습니다) 게다가 차량 합승, 승객 골라 태우기, 바가지 상술 등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못된 것들은 다 만날 수가 있기 때문에 자유 여행을 하는 분들은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고 여행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자유 여행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현지 사람들과의 조우를 생각해 볼 때, 그리스 사람들은 결코 친절한 축에 드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그리스에서 만난 가장 친절한 사람이 작년에 터키에서 만난 가장 불친절한 사람과 비교해야 할 정도라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말이 짧아 퉁명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는데 자국인들끼리는 말도 엄청 많고 시끄러운 것을 본 이후로는 여행객에 대한 서비스 정신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상대적으로 영어를 잘하는 백인과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동양인에 대한 대접이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다른 점이 상당히 기분 나쁘더군요(그러니까 평소에 영어를 열심히 익혀야 하는건데 말이죠. ㅠ.ㅠ).
그래서 약간은 차갑고 냉정한 나라인 그리스를 거쳐 엄청난 유적으로 압도하는 이집트를 지나, 친절한 사람들의 나라인 터키를 마지막으로 경험하게 되면 좀 더 즐거움으로 마칠 수 있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여행이 그렇지만 가이드를 따라 명승고적만 훑어보는 패키지 관광을 하게 되면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 없이 가이드가 보여주는 멋진 풍광을 사진에 담고,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 귀국하면 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여행의 참맛을 보기 위해 그 나라 사람들에게 깊이 다가가면 세계 어느 곳이나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만큼 상처받고 실망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작년에 터키의 여행 경험이 너무나 좋았기에 아주 단순한 이 진리를 잊고 있었는데 이번 그리스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지요.
무엇보다도 그리스를 여행하실 때에는 대접받기를 기대하는 만큼 상대에게 대접하고 그렇다고 항상 그런 대접을 받을 것을 섣불리 기대하지는 마시라는 것을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그저 그리스는 관광으로 유명한 나라라는 사실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한번 방문으로 그리스는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테네 1일, 산토리니 4일 정도의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면 딱인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 그리스 여행 간단 요약 >
* 그리스의 전통 음식은 대부분 생각보다 양이 많고 전반적으로 짜다는 점을 감안해서 주문하셔야 합니다.
* 산토리니의 지역 특산품인 와인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기념품이든지 아테네에서 사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합리적인 소비가 되겠습니다. 산토리니와 미코노스가 대표적인 관광지라는 점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쉽겠지요. 게다가 산토리니, 미코노스는 섬 안에서조차도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대표적인 기념품인 해면, 올리브 비누, 티셔츠, 견과류 등이 모두 아테네에서 사는 것이 가장 쌉니다. 예를 들어 키릴어가 새겨진 T셔츠의 경우 미코노스에서는 8유로인 것이 아테네에서는 6유로면 살 수 있습니다. 없을 것 같은 물품도 웬만한 것들은 대부분 아테네에서 살 수 있습니다. 꼭 참고하세요.
* 기념품으로는 키릴어가 새겨진 티셔츠, 달력 기능이 있는 탁상 장식품, 피스타치오 열매, 해면, 산토리니 와인 등이 괜찮습니다.
* 친절한 응대를 기대하지 말기 바랍니다. 관광 중심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리스인들은 퉁명스럽고 거만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사실 동양인들에게 관심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터키와는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지요.
* 교통편 중 택시는 바가지 요금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아주 급박한 상황이 아니면 이용하지 말기를 추천합니다. 저희는 어쩔 수 없이 2번 이용하였는데 2번 모두 엄청난 요금에 치를 떨었습니다.
* 물건을 살 때에는 반드시 먼저 물건을 확실하게 확인하고 난 후 대금을 건네기 바랍니다. 돈을 먼저 건네는 경우에 환불이나 교환을 거절당할 수 있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당한 일인데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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