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설계 계획안'을 받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4월 24일에 9차 설계 계획안이 도착했습니다. 4월 1일에 대면 미팅을 하면서 이야기가 나왔던 여러 가지 내용을 반영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 것 같은데 대충 보니 설계안이 업데이트되는데 평균 한 달 정도 걸리는 것 같습니다.
지난 설계안에 비해 가장 많이 변경된 건 옹벽이 모두 석축으로 변경된 겁니다. 분양 시행사에 문의해 보니 단지 내 필지 간 경계는 석축을 쌓아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드는 게 불문율이라고 합니다. 공사비도 시행사에서 부담하고요. 저희도 옹벽은 부자연스럽고 인공미가 너무 강해서 석축으로 했으면 했는데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아예 건물 내부의 북쪽 경사면도 모두 석축으로 변경했습니다.
석축이 더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대신 경사도 때문에 건물이 남서쪽으로 1.3m 정도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뒷마당 공간은 더 확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대신 2층의 북서쪽 후정 면적이 좀 들어들었기 때문에 조경의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1층 목공방은 동선에 맞춰 기계들을 배치하고 집진실 위치를 정했습니다. 탕비실과 화장실을 분리하여 관리는 용이해졌는데 세척실은 불필요한데다 공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기에 배치를 다시 해서 차라리 창고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동선을 다시 짜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원래 1층은 패시브 하우스가 아니기에 먼지 집진 시스템에만 신경을 쓰고 공기 청정기를 따로 두려고 했는데 2층의 열회수환기장치를 시공하는 업체에서 내부 순환 구조로 구축이 가능하다고 해서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2층은 4월 초 미팅에서 현관이 너무 좁다는 건축사님의 의견을 받아들여 폭을 30cm 키웠더니 서재 공간이 조금 작아졌습니다. 그래도 지금 사무실로 쓰고 있는 서재보다는 훨씬 넓으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가로세로 2m가 넘는 전창이 있으니까요!!
열회수 환기 장치 때문에 창문으로 환기를 할 일이 없기에 안방 베란다로 나가는 창을 제외하고는 모두 픽스창으로 변경했습니다. 창호 비용을 조금은 절감할 수 있겠네요. 픽스창과 열리는 창호의 가격 차이가 크거든요.
안방과 거실 중간에 있는 다용도실은 원래 출입구가 2개였습니다만 팬트리 공간을 좀 더 확보하기 위해 화장실쪽에서 접근하는 문은 없애고 그 부분을 욕실 수납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욕실은 조적 욕조를 넣을 생각인데 유리벽을 세워 건식 화장실 공간과 나누는 디테일을 제안받았습니다. 이건 인테리어 설계 때 다시 논의할 예정이고요.
침실은 베란다 쪽 뷰를 최대한 이용하도록 탁자를 배치하는 등 레이아웃을 조금 더 다듬었습니다.
주방은 아일랜드 식탁에 식기세척기, 인덕션, 식기 수납을 모두 할 수 있도록 사이즈를 변경했습니다. 이번 설계안부터는 정확한 크기를 계산할 수 있도록 1/100 도면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받았는데 아무리 봐도 아일랜드 식탁 크기가 4미터인 것 같아서 이것도 인테리어 설계 때 다시 의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는 3.6m 정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굳이 4미터나 될 필요가 있는지 건축사님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할 것 같거든요.
이번 설계안부터는 수치가 들어간 도면을 함께 보내주셔서 대략적인 크기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층의 거실 창은 원래 하나의 큰 전창이었는데 구조 상 가운데 프레임이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높이 1,95m 높이에 하나는 3미터, 다른 하나는 3.75미터인 두 개의 큰 창으로 나누었습니다. 대신 프레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얇게 만들었습니다. 서재창은 높이 2.24미터에 너비 2.3미터 전창이 들어가고요.
우측면도에는 튀어나온 베란다와 안방의 동쪽 픽스 액자창이 보이는데 서쪽 현관으로 들어오면 집의 반대쪽 끝인 동쪽에도 바깥 전망이 보이도록 액자창을 넣기를 원했습니다. 높이 1.8미터에 폭 90cm의 창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2배 이상 큰 창이 되었습니다. 개방감 하나는 최고일 것 같습니다.
처음 수치가 빠진 배면도에서 봤을 땐 북쪽 고창이 너무 작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높이 1,2미터에 너비 2.7미터 창인 걸 보니 생각보다 작지 않겠더라고요. 역시 수치가 들어가야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배면도에서 특이한 건 베란다가 옆으로 튀어나와서 복쪽을 볼 수 있게 뚫려 있는 부분인데 이건 3D 스케치에서 다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쪽 입구에서 보면 베란다를 뺀 집의 너비는 대략 6.2미터가 되는 것 같고 베란다까지 계산하면 7.7미터가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저희가 생각했던 너비는 대략 6.5미터이니 비슷한 것 같기는 한데 실제 공간 너비가 얼마나 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네요.
건축사님이 제안하신 최종 디자인입니다. 1층의 공방과 2층의 살림집을 2층의 돌출 베란다가 결합하는 방식의 구조입니다. 유리 대신 루버 난간으로 통풍과 개방감을 유지하면서 동쪽으로 더 많이 돌출된 형태라서 베란다가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남쪽에 면한 창은 모두 외부 전동 차양이 설치되었고 프레임을 고려하여 창의 크기가 다시 조정되었습니다.
베란다가 동쪽으로 많이 돌출되어 베란다에서 집의 북쪽을 직접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작은 탁자와 의자를 놓고 앉으면 남쪽과 북쪽을 관통하는 바람길 한가운데 앉아있게 되어 시원할 것 같습니다.
옹벽을 모두 석축으로 바꾸니 훨씬 인공미가 덜 한 것 같습니다. 옹벽보다는 석축을 쌓는 비용이 저렴하다고 하니 여기서도 비용을 조금은 아낄 수 있겠네요.
제일 염려하는 후정 공간입니다. 택배, 카트, 휠체어 이용을 위해 경사로 램프를 설치하는 것 때문에 공간을 많이 잡아먹었는데 석축으로 변경하는 것 때문에 건물을 서쪽으로 이동시켰더니 후정 공간이 더 줄어들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조경으로 커버를 해야겠지요.
5월 중에는 건축 허가 신청이 들어가야 하고 그 전에 입주자 협의회의 사전 승인도 받아야 하니 빨리 확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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