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취약한 기질 유형이 있지만 LML, HML 기질 유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고 상담자도 잘 이해가 안 되는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오해하기 쉽죠.
저는 LML 기질 유형을 흔히 '뱀파이어' 기질 유형이라고 부르고 HML 기질 유형을 '집시' 또는 '야생 호랑이' 기질 유형이라고 부릅니다.
* LML : 뱀파이어 유형
* HML : 집시 또는 야생 호랑이 유형
이 두 유형은 자극추구 기질이 반대 방향이라는 것만 빼면 쌍둥이와 같아서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도 굉장히 유사한 기질 유형입니다.
위험회피 기질은 중간 수준이기 때문에 안전 욕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또 위험천만한 행동을 자초하는 유형도 아닌 중도 성향을 보입니다.
거기에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인 관계 욕구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아서 대인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습니다(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겠죠). 이 두 유형을 오해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아서인데 왠만한 상담자를 포함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에게 대인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예외이죠. 이들에게 대인 관계는 그렇게 중요한 영역이 아닙니다. 사람에 따라 전혀 중요하지 않기도 하거든요.
그렇다면 자극추구 기질의 방향에 따라 얼마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까요?
자극추구 기질이 약한 LML 유형은 특별히 좋아하는 게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의욕이 없어 보이고 자기 공간에 무기력하게 처박혀 있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에 은둔형 외톨이로 오해를 많이 받습니다.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면 하기는 하지만 에너지를 쏟지 않기 때문에 어차피 소용이 없습니다. 결과물이 좋지 않아요. 대신 좋아하는 걸 찾게 되면 무서운 속도로 파고 들기 때문에 그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넓이보다는 깊이가 중요한 기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자극추구 기질이 강한 HML 유형은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집적대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금방 싫증을 내고 그만두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걸 견디지 못하는 부모들이 push해봤자 어차피 끝까지 못합니다. 오히려 더 싫어하게 되죠. 이 유형은 싫어하는 걸 억지로 하는 걸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채찍보다는 당근 전략이 더 효과적입니다. 또한 깊이보다는 넓이가 중요한 기질이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해 보도록 격려하는 게 좋죠.
상담자들은 이 두 유형의 청소년이 왔을 때 헷갈리지 않도록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해서 알고 계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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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서 '성취에 대한 야망'은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고 '자기 수용'은 자율성 성격의 하위차원이니 하나는 기질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자기 수용'을 잘 한다는 건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고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자기 계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니까 '성취에 대한 야망'을 갖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기 수용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내력 기질에 포함된 '성취에 대한 야망'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제목 그대로 성공과 성취에 대한 열망이 강하고 야심적이며 자신이 맡은 일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어하는 기질의 소유자라는 겁니다.
자율성 성격에 포함된 '자기 수용'에서 알 수 있는 정보는 자신의 장점 뿐 아니라 한계를 모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신감이 있는 사람으로 훈련과 노력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그러면 성공을 원하고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은 기질을 타고 난 사람은 성장하면서 자동적으로 자기 수용이 높아지는걸까요?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기질의 사람보다는 아무래도 유리하겠지만 그렇게 단선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성은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돌봄을 받으면서 성장해야 발달하는 것이고 그 중에서도 '자기 수용'과 '자기 일치'는 self-concept에 대한 인식(awareness)과 통찰, 가치관과 태도의 정립이 되었을 때 발달하는거라서 단순히 성취에 대한 야망처럼 기질적인 장점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인내력 기질 내에서도 '근면'이나 '끈기'와 같은 다른 자원 또한 얼마나 갖고 있느냐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기질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적 맥락을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내력 기질이 높은 걸 우대하지 않는 문화권에서 자랄 경우 '성취에 대한 야망'이 낮은 게 오히려 '자기 수용'을 높일 수도 있으니까요. 이처럼 정반대의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성취에 대한 야망'과 '자기 수용'을 일차원으로 연결하여 해석하는 건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질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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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CI와 관련된 제 일련의 포스팅 시리즈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위험회피기질이 가장 취약한 기질이라는 걸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실제로 임상/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내담자의 기질 유형은 대체로 높은 위험회피기질과 상관이 있고요. 특히 강박성 기질과 고립된-겁많은 기질 유형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셔야 한다는 말씀도 수 차례 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가끔 위험회피기질이 높은데도 자해를 하거나 심하게는 자살 시도를 하는 내담자들이 있어서 임상가를 혼란스럽게 만들곤 합니다. '위험회피기질이 정말로 높다면 그런 위험한 행동은 피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죠.
맞는 말씀입니다.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면 기본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건 그게 무엇이든 최대한 피하는 게 기질에 맞는 행동이니까요.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이라도 위험한 행동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더 위험한 걸 피하기 위해 덜 위험한 걸 할 수 있는 것이죠. 덜 위험한 행동이 일반인이 보기에는 위험천만한 행동이라고 해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얼마나 위험한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일반인과 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혼자 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합니다. 혼자가 되면 결국은 외롭고 쓸쓸하게 죽고 말거라는 파국적 사고 경향을 갖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실제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심리적인 두려움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혼자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피를 보는 자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주변의 관심과 도움을 구하는 극적인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자해나 자살 시도가 훨씬 위험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이들에게는 혼자 되는 것이 더 큰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자살 위험성 평가와 관련해서도 위험회피기질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한 역치 수준이 높은 편이라서 상대적으로 자살 위험성이 낮은 축에 속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역치 수준을 넘어서기만 하면 가장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로 바뀝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죽음이 덜 위험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위험회피기질이 높다고 무조건 안심하면 안 됩니다. 항상 위험회피기질의 역설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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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증상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수검자의 TCI 프로파일'이라는 글에서 F, F(B), F1, F2와 같이 faking-bad 경향을 반영하는 척도들이 과도하게 상승할 때 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처럼 보이는 프로파일이 나타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계선 성격 장애 내담자들도 가끔은 지나치게 고통감을 호소하는 나머지 타당도에서 F척도군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증상 과장 경향만 갖고 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 프로파일이 나온 걸 구분하는 게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확인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하위차원 분석을 해 보는 겁니다.
경계선 성격 장애가 맞다면 각 기질/성격의 하위차원들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들은 하위차원에서도 이와 상반된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자극추구 기질에서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는 '탐색적 흥분' 하위차원만 원 점수가 표본 평균 이하로 낮을 수 있는데 이는 자극추구 기질의 네 하위차원 중 탐색적 흥분만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답변할 수 있는 보호 요인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전형적인 경계선 성격 장애라면 그런 눈가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모든 하위차원이 평균 이상으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겁니다.
또 다른 예로는 연대감 성격의 하위차원 중 '공감', '이타성'만 점수가 표본 평균보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faking-bad 응답 경향을 보이는 수검자들은 힘들다는 것을 과장하고 싶은 것 뿐이지, 자신이 나쁜 사람처럼 보이는 걸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둔감', '이기성'이 높게 나오지 않게끔 자신도 모르게 응답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점수가 높거나 낮다는 게 1표준편차 이상/이하로 유의미하게 높거나 낮은 정도는 아니고 단순히 평균값보다 높거나 낮은 정도이기 때문에 얼핏보면 구분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증상 과장 경향이 있는 수검자는 경계선 성격 장애와 달리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를 어필하는 쪽으로 응답 방향이 맞춰져 있어 각 기질/성격의 하위차원의 방향을 고려하면(특히 하위차원들의 방향이 갈릴 때) 어느 정도 구분이 됩니다.
그러니 MMPI-2/A의 F척도군의 과도한 상승만으로는 경계선 성격 장애를 변별하는 게 어려운 선생님들은 하위차원을 면밀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덧. 이 포스팅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라고 지칭한 건 HHL 기질에 미성숙한 성격 유형을 말하는 것으로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한 예시일 뿐으로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http://walden3.kr/5013, http://walden3.kr/4347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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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 1-3-3-3 패턴이란' 포스팅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날 때는 수검자 본인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방어 기제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심리검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A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났을 때는 모든 심리검사 해석을 포기해야 하냐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무의식 수준에서 철저한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수검자는 기질/성격 역동을 살펴봐야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TCI/JTCI 결과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기질/성격 유형을 완전히 뒤집어 보는 겁니다.
예를 들어 MLH - HLH 유형의 수검자가 왔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잘 속는-영웅적 기질과 편집성 성격 유형 조합인데 기질/성격의 조합이 좀 이상하죠. 정이 많고 따뜻해서 다른 사람의 요구를 잘 거절하지 못하는 기질인데 사람을 믿지 못하고 타인을 비난하거나 원망하는 성격으로 발달했다는 해석이 됩니다. 물론 성장 과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경험하지 못하고 수용적인 환경에서 자라지 못하면 충분히 가능하지만 중요한 건 현재 이 수검자가 MMPI-2/A에서 1-3-3-3 방어 패턴을 보이고 있어서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방어를 하는 수검자가 아니었다면 위처럼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MLH - HLH 조합을 뒤집어 보면 MHL - LHL, 즉 고립된-겁많은 기질과 의존적인 성격 조합이 됩니다. 이렇게 뒤집어 보니 이해가 되죠. 실제로는 겁이 많고 안전을 중시하는 기질인데 의존적인 성격으로 발달하여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 성장한거죠. 하지만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낼 경우 나쁜 사람을 만나면 본인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처럼 반대되는 기질과 성격처럼 행동하는 겁니다. 이 때문에 MLH - HLH 조합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기질/성격 유형으로 나타나는거죠.
정리를 해 보자면,
* MMPI-2/A에서 1-3-3-3 패턴이 나타나면 강력한 무의식 방어기제가 발동하는 것일 수 있으니 심리검사 결과를 해석할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
* 기질/성격 역동을 해석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수검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TCI/JTCI 결과는 살펴봐야 한다.
* 이 때 기질/성격 조합이 어색하거나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완전히 뒤집어서 이해가 되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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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타당도 척도들이 모두 정상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상, 재구성 임상, 내용, 보충 척도군에서도 별다른 문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지만 상담을 해 보면 뭔가 쎄한 느낌을 받게 되는 내담자들이 있죠.
이럴 때 확인해봐야 하는 게 1-3-3-3 패턴입니다.
바로 아래의 임상 소척도 4개를 묶어서 살펴보는 패턴입니다.
* Hy1(사회적 불안 부인) : 방어적 외향성
* Pd3(사회적 침착성) : 방어적 자신감
* Pa3(순진성) : 방어적 낙천성(근거없는 낙관적 사고)
* Ma3(냉정함) : 방어적 무관심
보시는 것처럼 이 네 척도는 모두 '방어적' 경향을 나타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물론 각 척도는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나름의 해석 내용이 있지만 개별적인 해석보다는 이 네 개의 척도를 묶어서 살펴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방어적 태도를 취할 때 이 네 척도가 일관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각 척도가 카테고리 내에서 값이 얼마인지 따지지 말고 가장 높은 점수일 때, 즉 No.1 점수일 때 이를 1-3-3-3 code pattern이라고 부르는데 보통은 L, K, S와 같은 방어 척도가 상승하지만 때로는 타당도 척도가 전혀 상승하지 않아도 1-3-3-3 패턴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S척도 보다 더 강력한 무의식적 방어가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Hy1이 'Over-socialized friendliness(Caldwell, 1988)'를, Pd3가 'Narcissistic syndrome'을, Pa3가 'Cynical attitudes(Ward et al., 1998)'를, Ma3가 'Performance-oriented pattern'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들을 조합하면 뭔가 성격 역동을 드러낼 것 같지만 문제는 현존하는 어떤 심리검사도구로도 이들의 문제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1-3-3-3 패턴을 보이는 수검자에게 실시한 다수의 종합심리평가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봤는데 해석할 만한 게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철저한 무의식적 방어를 사용하는 수검자로 잠정 해석하고 모든 심리검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신뢰하지 말고 심층 상담을 통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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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안 부인,
사회적 침착성,
순진성,
타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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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에는 '가정 불화'로 이름 붙은 척도가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4번 임상 척도의 소척도인 Pd1이고 다른 하나는 FAM 내용 척도의 첫 번째 소척도인 fam1(MMPI-A에서는 A-fam1)입니다.
둘 다 척도의 원 이름은 'Family Discord'입니다.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두 척도는 상관이 꽤 높은 편이고요.
그렇다면 두 척도의 차이는 무엇이냐 하면, rough하게 구분할 때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Pd1 : 원 가족 갈등
* fam1(A-fam1) : 현 가정 갈등
보통은 두 척도 모두 유의미하게 상승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꾸린 성인 내담자라면 유의미하게 상승한 척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원 가족 문제인지 현 가정의 문제인지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fam1 소척도가 유의미하지 않은데 Pd1 소척도만 유의미하다면 이 수검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의 근원은 현 가정이 아닌 원 가족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거지요.
아직 독립을 하지 못해 자신의 가정이 없는 청소년 내담자라면 현 가정이 곧 원 가족이니 두 척도 모두 상승하거나 상승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청소년 내담자인데 Pd1이나 A-fam1 소척도 하나만 유의미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할까요? 예를 들어 Pd1 소척도는 70T인데 A-fam1 소척도는 57T라면요.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 Pd1 : 부모-자녀의 직접적인 갈등
* A-fam1 : 자신과 상관없는 가족 구성원(어머니-아버지, 부모님-다른 형제자매)의 갈등
위의 예라면 청소년과 부모님 중 한 분과 직접적인 갈등이 있지만 그 밖에 다른 갈등 요소는 없을 수 있죠. 이런 경우 오히려 A-fam2(가족 내 소외) 소척도가 상승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청소년만 집안 내 왕따이거나 문제덩어리로 인식되고 있을 수 있거든요.
반대로 Pd1 소척도는 정상 범위 내에 있는데 A-fam1 소척도만 유의미하게 상승했다면 부모님 사이의 부부 갈등이나 부모님과 다른 형제 자매와 갈등때문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듯이 수검 청소년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일 수 있으므로 개입 대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보통은 성인의 경우 Pd1과 fam1을 원 가족, 현 가정으로 나누어 살펴보는 정도는 알고 계시지만 원 가족과 분리되지 않아서 현 가정을 특정할 수 없는 청소년의 경우 두 척도가 동시에 유의미하지 않는 경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정리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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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임상가가 일부러 반응을 왜곡하려고 종합심리평가를 받아보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가끔 심리학 전공자이고 심리검사 수업을 들어 대부분 검사에 대한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종합심리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는 가끔 있기 때문에 심리검사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전공자의 종합심리평가 profile은 대체로 어떻게 나오는지 정리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MMPI-2 : 특별한 임상적인 문제가 있지 않다면 normal profile이 나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MMPI-2/A를 알고 있는 임상가라면 문제를 감추려고 하면 방어 타당도 척도가 상승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방어 척도가 평균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 TCI : 이분법 문항인 MMPI-2와 달리 TCI는 5점 likert 척도로 구성(성인용 TCI-RS의 경우)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지 않고 중간에 몰아쓰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래서 기질, 성격 모두 Medium이 많이 나오게 되니 응답지의 반응 패턴을 확인해보는 게 좋습니다.
* 문장완성검사 : 문항의 의도와 해석 방향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지극히 방어적인 태도로 응답하므로 건질 내용이 거의 없을 정도로 교과서적인 평범한 내용 일색입니다.
* 지능 검사 : 전부는 아니더라도 정답을 많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표에 비해 언어이해지표 점수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게 상승하는 경우가 많고 그에 비해 시간 제한이 있는 지각추론과 작업기억 지표는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납니다. 처리속도 지표가 다른 지표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처리속도는 반복 연습을 하지 않으면 다른 지표의 소검사에 비해 연습 효과가 적게 나타나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호쓰기와 동형찾기 소검사의 점수가 약점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처리속도에 속한 소검사 수행의 수행이 떨어지는 것이 것이 아니라 학습 효과에 의해 다른 지표 내 소검사 수행이 우수하게 나타나서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겁니다.
* BGT : 반응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신 line quality는 거의 완벽한 수준입니다. immediate recall 과제에서도 거의 대부분 회상하는 편이나 역시 일반적인 수검자에 비해 반응 시간이 더 걸리는 편입니다.
* 그림 검사 : 종합심리평가에 속한 검사 중 그나마 방어가 덜 되는 편이지만 기존에 나와 있는 해석집을 꼼곰히 공부했다면 당연히 반응 양상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그나마 방어가 덜 되는 편이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그림 검사의 구조적 해석은 내용이 매우 많기 때문에 한 두 번 읽었다고 검사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로르샤하 검사 : C 반응이 없고 당연하겠지만 popular 반응이 많은 편입니다. 색깔을 반응해도 채점되지 않으며 영역을 구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반응 수가 많은 편이지만 질적 분석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 내용이 평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2) 반응이 많아도 COP 채점이 어렵거나 반대로 COP 채점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는 경향을 보입니다. 또한 PER로 채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한 주지화 설명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inquiry에서 방어하기 위해 쓸데없는 첨언(noise)이 많거나 반대로 아주 단순한 형태 평범 반응으로 일관합니다.
당연히 위의 profile은 심리검사에 노출된 정도, 임상가의 지적 능력 수준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해석 방향만 참고하셔야 하며 설명드린 반응 패턴과 유사할 경우 심리학 전공자이거나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공부를 한 수검자일 가능성을 의심하고 확인해 보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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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서 인내력 기질은 다른 기질과 상관이 유의미하기 때문(특히 위험회피 기질과 역상관이 높게 나타남)에 기질 유형을 구분할 때 사용하지 않는, 일종의 계륵같은 기질입니다. 다른 기질 차원과 독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렇죠.
그렇더라도 '새마을 운동' 정신이 장구히 살아 숨쉬는 우리나라에서는 인내력 기질이 높은 게 매우 유리합니다. 하위 차원인 '근면', '끈기', '성취에 대한 야망', '완벽주의' 모두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하는 특성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런 걸 중요시하지 않는 문화권 사회에서는 당연히 인내력 기질이 높은 사람이 대접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인내력 기질이 높은 수준인 내담자는 상담 장면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인내력 기질이 높다면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거든요.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 대부분의 인내력 기질이 낮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게으르며, 쉽게 포기하고, 뭔가를 성취하겠다는 야망도 없으며 꼼꼼하지 않은 사람은 어떡해야 하나요? 그냥 되는대로 막 살아야 할까요? 그건 아니겠죠.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일수록 좋아하는 걸 먼저 찾는 게 중요합니다. 좋아하지 않는 걸 잘한다고 해도 끈기가 부족한데다 동기 저하를 버텨낼 힘이 많지 않아서 재능만으로 버티는데 한계가 있거든요.
인내력 기질이 낮은 사람은 동기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그러려면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서 그 안에서 잘하는 부분을 극대화해야 합니다. 남들처럼 돈을 벌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와 같은 이유로 일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좋아하게 뭔지, 그 안에서 잘 하는게 뭔지, 잘하는 것 중에서 직업으로 연결하는 순서대로 찾는 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포스팅했던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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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의 F척도는 임상 척도와 상관이 높기 때문에 임상 척도, 특히 정신증 4척도(psychotic tetrad)라고 부르는 6, 7, 8, 9번 척도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임상 척도들이 유의미하게 상승했을 때 F척도도 유의미한 수준이라면 심각성을 어느 정도 감하여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6-7-8-9 척도들이 패턴 상승했을 때인데요. 이 때 F척도가 높게 상승했다면 수검자의 문제가 정신증일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죠. 수검자가 증상을 과하게 호소하고 이것이 F척도에 반영되어 상승했다면 F척도와 상관이 높은 임상 척도, 그 중에서도 6-7-8-9 척도가 반응하여 동반 상승했을 수 있거든요. 수검자에게 약물 치료를 병행할 지의 여부는 상담자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임상 척도와 F척도는 반드시 함께 해석해야 합니다.
반대로 6-7-8-9 척도군이 상승했는데 F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면 과장없이 순수하게 증상을 드러낸 것이므로 수검자가 실제로 정신증이거나 정신증 관련 증상을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F척도는 유의미한데 상승한 임상 척도가 하나도 없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F척도가 상승했다는 건 수검자가 고통을 호소했다는 말이고 평가자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내용이 임상 척도에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데 정작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임상 척도가 전혀 없다면 이는 수검자가 호소하는 문제가 임상적 진단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고 더 나아가서 코드 패턴 분석을 할 수 없는 경우라는 말입니다. 실제로 재구성 임상 척도를 살펴보면 코드 패턴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F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는데 임상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면 임상 소척도를 꼼꼼히 살펴봐야 합니다. 임상 척도의 모척도는 유의미하지 않은데 소척도 수준에서 유의미한 경우가 꽤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상 소척도의 해석 기준선인 65T-65T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심리평가보고서의 해석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은 임상 소척도에서 찾을 수 있으니 임상 척도가 유의미하지 않다고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임상 소척도를 자세히 들여다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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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해석에 있어서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건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냐의 여부입니다. 흔히 ~성격 장애라고 이야기할 때 장애인지 아닌지를 이걸 갖고 판단하니까요.
TCI를 사용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알고 계시듯이 백분위 기준으로
1) 자율성 < 30%ile and 연대감 < 30%ile 이거나
2) 자율성 + 연대감 < 30%ile 중 하나의 조건을 충족하면 조절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 조건에 예외가 되는 두 가지 조합을 만나게 되는데 둘 다 원칙적으로는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1. high 자율성 + low 연대감 조합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 판단할 때 자율성과 연대감을 동시에 고려하기는 하지만 비중으로만 따지면 자율성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왠만큼 높으면 연대감이 바닥 수준으로 떨어져도 자율성+연대감 조합이 30%ile 이하로 떨어지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얼핏보면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자율성이 아무리 높아도 연대감이 low level이라면 건강한 성격 유형이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지 보겠습니다.
* HLH : 편집성
* HLM : 괴롭히는
* HLL : 독재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기초월의 수준을 달리 했을 때 자율성이 high level이어도 연대감이 low level이라면 건강한 성격이 아닙니다. 연대감도 최소한 medium level은 되어야 합니다.
2. low 자율성 + high 연대감 조합
위의 경우와 반대로 자율성이 낮아도 연대감이 높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자율성이 연대감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낮은 자율성을 연대감으로 보완하려면 연대감이 굉장히 높아야 합니다. 경험적으로 자율성이 10%ile 미만으로 낮은 수준이라면 연대감이 제아무리 높아도 자율성+연대감 총합이 30%ile이 안 되는 것 같고 자율성이 10%ile 이상이라도 연대감이 90%ile이 넘어야 총합이 겨우 30%ile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자율성이 아주 낮은 수준이 아니고 연대감이 매우 높다면 조절 기능이 잘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자율성이 낮을 때는 연대감이 높다고 해도 역시 건강한 성격 유형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그런지 보겠습니다.
* LHH : 감정적인
* LHM : 복종적인
* LHL : 의존적인
보시는 것처럼 자기초월의 수준을 달리 했을 때 연대감이 high level이어도 자율성이 낮다면 건강한 성격 유형이 아닙니다. 자율성이 낮아서 생긴 문제를 누군가에게 의존함으로써 떠넘기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자율성 또는 연대감 중 하나가 낮을 때 다른 하나가 매우 높다면 수치 상으로는 총합이 30%ile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얼핏 봤을 때 조절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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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JTCI를 해석할 때 백분위 기준으로 자율성, 연대감이 모두 30%ile 이상이거나 총합이 30%ile 이상이어야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고 특히, 기질 상의 취약성이 있다면 자율성, 연대감이 높아야 하는 조건이 더욱 중요하죠.
상담에서도 자율성, 연대감을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상담 종결은 언제 하는 게 좋은가 : TCI 활용법'이라는 글에서도 최소한 30%ile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자율성, 연대감 중 하나만 낮아도 안 된다는 것도 실증을 해서 보여드렸고요.
그럼 이번에는 자율성, 연대감이 높기만 하면 과연 만사형통인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우선 자율성, 연대감 둘 다 high level일 때 어떻게 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죠.
HHH : 창의적인
HHM : 성숙한
HHL : 조직화된
보시는 것처럼 자율성과 연대감이 모두 높으면 자기초월 성격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바람직한 유형으로 나옵니다. 자기초월이 medium level인 성숙한 성격을 중심으로 자기초월이 높아지면 자율성을 창의적인 방향으로, 자기초월이 낮아지면 자율성을 현실적인 방향으로 사용하는 성격으로 발달하게 되죠.
이제 자율성과 연대감 둘 중 하나만 높을 때를 알아보죠. 우선 자율성이 high level일 때를 먼저 보겠습니다.
HMH : 독창적인
HMM : 높은 자율성
HML : 논리적인
연대감이 낮지 않다는 전제 하에 자율성이 높으면 앞서 살펴본 것과 비슷하게 자기초월이 높을 때는 독창적인 성격으로, 자기초월이 낮을 때는 논리적인 성격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연대감이 높은 경우를 보죠.
MHH : 사려깊은
MHM : 높은 연대감
MHL : 신뢰하는
자율성이 낮지 않다는 전체 하에 연대감이 높으면 자기초월이 높을 때는 사려깊은 성격으로, 자기초월이 낮을 때는 신뢰하는 성격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당연히 자율성, 연대감이 모두 high level이라면 더 좋겠지만 둘 중 하나라도 high level이기만 하면 비교적 양호한 성격 유형인 걸 알 수 있죠.
그러니 최소 자율성, 연대감 어느 한 쪽도 low level인 상태로 두면 안 되고 가능하면 둘 다 medium level 이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상담자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담자의 자율성, 연대감을 모두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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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워낙 TCI를 좋아하기도 하고 어딜가나 powerful한 검사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통에 TCI가 무조건 좋은 검사라고 오해하실 수 있지만 모든 심리검사도구가 다 그렇듯이 당연히 TCI에도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TCI를 사용하는 분들이 해석에 주의해야 하는 점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반드시 MMPI-2/A 같은 검사 도구와 함께 실시해야 함
: 내담자의 기질/성격만 알고 싶어 TCI/JTCI를 단독 실시하는 선생님들이 계신데 TCI는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아무리 라포가 잘 형성된 내담자라도 MMPI-2/A와 같은 타당도 척도가 포함된 검사 도구를 반드시 함께 실시하셔야 합니다. 차라리 증상을 과장하는 수검자라면 이를 어느 정도 감안하여 해석할 수 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하는 방어적 응답 경향성이 있다면 기질/성격 유형이 양호하게 평정되었을 때 그 결과가 방어 경향을 반영하는 것인지 실제 수검자의 양호한 기질/성격을 반영하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됩니다.
2. 유아용, 아동용 버젼은 양육자 보고식
: JTCI 3-6세 버젼과 7-11세 버젼은 자기 보고식이 아닌 양육자가 평가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평가자의 보고 신뢰도를 확인하기 위해 역시 MMPI-2와 같은 척도를 추가 실시해야 합니다. 사실 부모-자녀 관계 문제가 없는 아동/청소년의 수는 매우 적고 따라서 부모의 TCI, MMPI-2를 실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큰 단점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있지요.
3.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질 유형으로 8개만 포괄
: TCI에서는 성격 장애 진단을 위한 기준으로 성격(자율성, 연대감)의 기질 조절 기능이 잘 작동하는지를 먼저 따져봅니다. 거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성격 장애로 의심하고 하위 유형 구분을 위해 기질 유형을 확인하는데 이 때 DSM-5의 10개 성격 장애 중 8개만 기질 유형으로 확인 가능하고 편집성과 분열형은 기질이 아닌 성격 유형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에 문제가 있을 때, 예를 들어 반사회성 기질이자 편집성 성격으로 구분되면 원칙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 장애라고 해야 하나 편집성 성격의 모습도 갖고 있기 때문에 반사회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편집성 성격 장애로 진단해야 하는지 난감한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성격 장애 진단이 중요하지 않다면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으로 formulation하면 되겠습니다.
4. JTCI 12-18 버젼에 인내력 하위 차원이 없음
: (주)마음사랑 측에서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으나 JTCI 12-18 버젼, 즉, 중학생과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버젼에 인내력 기질의 하위차원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data loss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더 낮은 연령대의 7-11 버젼에는 인내력 하위 차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상담을 받으러 오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인내력 기질이 낮은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정확한 formulation 및 해석 상담을 위해 인내력 기질의 어떤 하위 차원이 특히 낮은 수준인지 알아야 하는 평가자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밖에 없습니다. 인내력 기질이 아주 낮은 수준이라면 대부분의 하위차원이 바닥권일거라고 짐작할 수 있지만 애매하게 낮은 경우(예; 27%ile), 어떤 하위 차원이 비교적 괜찮은지가 중요한 정보인데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5. 해석 지침이 체계적이지 않음
: 매뉴얼을 보면 1) 개별 척도의 해석 -> 2) 기질 유형의 해석(3기질 차원의 상호작용 분석) -> 3) 성격 척도와 기질 유형의 연계 해석 -> 4) 성격 유형의 해석 순으로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얼핏 보면 bottom up 방향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심리검사 결과는 지능검사처럼 top down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이해하기 편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해석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저 나름대로 3단계 해석 방식으로 재구조화하여 사용할 수 밖에 없었죠.
6. 기질/성격 유형 구분 시 T기준과 백분위 기준을 모두 사용해야 함
: 이건 사실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는 게 T분포와 백분위 분포가 겹치지 않는 것 뿐이거든요. 하지만 구매자격 연수에서도 통계적으로 더 정확한 백분위 기준을 사용해 기질/성격 유형을 구분하라고 안내하면서도 정작 매뉴얼에 있는 기질/성격 유형의 구분 결과는 T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두 기준 모두 알아야 합니다. 두 가지 기준을 모두 적용하는 문제는 수검자의 점수가 경계선에 애매하게 걸치는 경우 T기준과 백분위 기준에 따른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수검자는 두 가지 유형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겠지만 평가자가 분석해야 하는 유형이 당장 2가지 이상으로 늘어나니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하위차원 분석을 꼼꼼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길 때까지는 분석해야 하는 양이 많은 것은 결코 만만한 문제가 아닙니다.
7. Likert 척도이기 때문에 생기는 응답 경향성 문제
: MMPI-2/A의 경우 예(True)/아니오(False) 두 개의 응답지만 있는 dichotomous 문항이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지만 TCI/JTCI의 경우 TCI-RS 버젼은 5점, 나머지 버젼은 4점 likert 척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수검자라면 극단값을 피하는 응답 경향성을 보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중간에 몰려 MMM 유형처럼 나오거나 6번처럼 경계선에 걸려 평가자의 해석을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위험회피기질이 높고 강박성 기질도 많은 걸 감안하면 중간으로 몰아서 응답하는 반응 경향성이 꽤 많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놓치는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평소에 결과지를 보기 전에 응답지부터 먼저 살펴보는 훈련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단점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해석과 관련하여 놓치면 안 되는 부분을 정리해 봤습니다. 또 새로 발견하는 내용이 있으면 업데이트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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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포스팅한
'FBS 척도의 이해'에서 제가 드린 말씀의 핵심은 FBS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으로 인한 이차 이득을 탐색해 보라는 거였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FBS 척도와 관련해서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한 아래의 해석 기준을 추천드리고 있습니다.
1.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을 때 임상 척도 상승은 반드시 이차 이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할 것
2. 타당도 척도 중 FBS 척도가 가장 높은 점수값(유의미 여부 무관, 성별 기준 적용)일 때는 기질 상의 취약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며 K 척도가 40T 이하로 하강 시에는 성격 장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함. 따라서 TCI/JTCI를 추가 실시할 것
하지만 FBS 척도가 유의미하게 단독 상승했음에도 TCI/J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우도 가끔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다음의 순서로 살펴보시는 게 좋습니다.
1단계. TCI에서 기질 취약성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가 '가운데 몰아쓰기' 응답 경향성 때문은 아닌지 응답지를 확인할 것
2단계. 기질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 하위차원 수준에 기질 취약성이 숨어 있는 지 확인할 것
3단계. 이 모든 단계에서 나타나지 않을 경우 기질 취약성이 아닌 순수한(?) 이차 이득 때문은 아닌지 점검하기 위해 MMPI-2의 임상 척도를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꼼꼼히 살펴볼 것
1단계에서는 실제로 기질 취약성이 있기는 하지만 응답 경향성 때문에 나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점검하고 2단계에서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민감성 차원에서 두드러지지 않는 취약성이 하위차원에서 나타나지 않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거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많지는 않지만 이차 이득만을 반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색해보는 순서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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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보통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먼저 살펴보곤 합니다. 대개 문제가 되는 상황은 L, K(MMPI-2의 경우 S까지) 척도가 상승하여 방어적인 경향을 보이는 경우입니다. 이럴 경우 보통은 성격, 심하게는 기질 유형까지 지나치게 양호한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방어적인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TCI/JTCI를 해석하는데는 무리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평가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하죠.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과장해서 호소하는 방향으로 응답했다면, 즉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F, F(B), F1, F2 척도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면 TCI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해석 지침에는 자극추구, 위험회피 기질이 각각 경조증, 신경증 증상이 심할 때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서 낮춰 해석하면 될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증상을 과장하는 경향이 지나치다면 몇 개의 특정 기질/성격 유형으로 몰려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서 자칫하면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faking-bad 경향이 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기질/성격 유형은 아래와 같습니다.
HHL - L - LLL
그러니까 경계선 기질 + 낮은 인내력 + 침울한 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물론 LLL 만큼이나 LLM, LLH도 흔하기는 하지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성격 유형은 역시 LLL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 기질/성격 조합이 가장 많이 나타날까요? 그다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Cloninger가 성격 발달에 가장 유리하다고 이야기한 기질 조합 기억나십니까? 바로 LLH - H입니다. 안정적(staid) 기질에 높은 수준의 인내력 기질을 갖고 태어나는 겁니다.
그 다음에 가장 잘 발달된 성격 유형은 어떻습니까? 바로 HHH(창의적) 성격입니다.
'TCI/JTCI LLL 성격 유형의 이해'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HHH 성격 유형은 자신의 모든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발달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는 것이죠.
결국 가장 안정적이고 잘 발달된 기질/성격 조합은 LLH - H - HHH가 됩니다. 그럼 이를 뒤집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상하시겠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HHL - L - LLL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엉망진창의 기질을 갖고 태어났고 게으르고 끈기라고는 하나도 없으며 아무것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의 미성숙한 사람이라고 과장해서 주장하면 TCI/JTCI에서 HHL - L - LLL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 수검자가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증상을 심하게 과장하는 경향을 보였다면 TCI/JTCI에서 경계선 성격 장애로 진단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자칫하면 완전히 엉뚱한 방향으로 formulation할 위험성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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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에는 타당도 척도가 없기 때문에 MMPI-2/A의 타당도 척도를 참고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라포가 잘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TCI의 단독 실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만약 TCI만 단독 실시했을 때 상담 장면에서 보기 힘든 (양호한) 기질/성격 유형이 나온다면 해석이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거든요. 수검자의 기질, 성격이 실제로 양호한 것인지, 아니면 방어적인 태도로 작성했기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MMPI-2/A의 타당도 척도에서 수검자가 방어하는 경향을 보일 경우 TCI에서는 어떤 프로파일이 나올까요? 제 경험 상 다음과 같은 양상을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 K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척도가 상승한다는 건 정교하게 방어한다는 뜻인데 TCI에서는 대개 성격 유형만 양호하게 나타납니다. HHL(조직화된) 유형이 가장 많고 HML(논리적인) 유형이나 MHL(신뢰하는) 유형도 많이 나옵니다. 당연히 신뢰할 수 없고요. 특이한 건 K척도를 띄워 방어하는 수검자의 경우 성격 유형은 건강하게 나와도 기질은 취약성을 드러내는 유형이 그대로 나타난다는거죠. 그래서 성격은 양호하지만 기질이 취약한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K척도를 띄울 때의 전형적인 양상입니다.
* L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K척도와 달리 L척도는 다소 naive하게 방어하는 경향을 반영하는데 '다 괜찮다, 다 좋다' 태도를 보이는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성격 유형만 양호하게 나타나고 기질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는 K척도 상승 시와 달리 기질과 성격 유형 모두 양호하게 나타나곤 합니다.
* S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는 경우
: S척도는 보통 K척도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K척도가 상승했을 때처럼 성격은 양호하게, 기질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간혹 매우 높게 상승한 경우는 L척도 상승 때처럼 성격과 기질 유형 모두 건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K척도 상승 때와 양상이 비슷한 경우가 더 많았지만 case by case라서 L, K척도 상승 때와는 달리 좀 더 신중하게 해석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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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상담을 받으러 오는 성인/청소년 내담자의 상당수가 TCI 결과에서 LLL 성격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문제는 LLL 성격 유형의 이름이 '침울한(Melancholic)'으로 되어 있어 우울한 성격이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MMPI-2/A 결과에서 우울 sign을 찾지 못하면 당황하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물론 LLL 성격 유형인 수검자가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하지만 LLL 성격 유형은 사실 우울하고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실증적인 해석을 해 보겠습니다.
우선 LLL 성격 유형만큼 자주 볼 수 있는 LLM 성격 유형을 보도록 하죠. LLM 성격 유형의 이름은 '미성숙한'입니다. TCI는 기질이든 성격이든 양쪽 극단이 댓구를 이루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LLM을 뒤집으면 LLM 유형의 반대 의미를 갖는 성격 유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한번 해보죠.
LLM <---> HHM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시겠지만 HHM 성격 유형의 이름은 '성숙한'입니다. 이처럼 어떤 기질/성격 유형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는 뒤집어서 살펴보면 좋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오늘의 주제인 LLL 성격 유형으로 돌아가보죠.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뒤집어 보겠습니다.
LLL <---> HHH
HHH 성격 유형의 이름은 '창의적인'입니다. 창의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발된 상태에 창의성이라는 +@가 더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와 정반대인 LLL 유형은 어떤 의미일까요? 창의성은 커녕 자신의 역량을 전혀 발휘할 수 없을 정도로 미개발된 상태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LLM(미성숙한) 유형보다 더 미성숙한 것이죠. 내면 아이의 성숙도로 비유해서 설명하자면 나이에 비해 어리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 발달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정도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만큼 갈 길이 먼 것이고 상담자와 할 일이 많은 겁니다. 단순히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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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상담 현장에서도 심리평가 없이 상담만 진행하는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심리평가의 실시가 통상적인 절차로 자리잡았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관련하여 평가자가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검사 라포의 형성 유무 확인', '심리검사 실시 관련 orientation', '비밀 보장 범위 및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education'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죠.
저는 거기에 이전에 심리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 물어보는 과정을 추가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수검자가 심리평가를 받아본 적이 있는지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학습 효과입니다. MMPI-2/A, TCI 등 흔히 사용하는 구조화된 질문지형 검사의 경우는 원자료가 가공된 결과물의 내용을 수검자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에 크게 상관없지만 지능 검사라든가 반응 내용을 기억할 수 있는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르샤하 검사 같은 투사법 검사는 노출 정도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interval(지능 검사의 경우 안전하게 하려면 3년 이상)을 두고 실시해야 합니다. 만약 이전 심리검사 경험이 다시 실시하는 검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면 검사를 미루거나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검사 구성을 달리하는 등 대비책을 새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 다음 신경써야 하는 부분은 검사에 노출된 정도를 파악하는 겁니다. 이건 학습 효과와도 일정 부분 관련이 있는데 수검자가 이전 검사의 내용을 어느 정도 기억하는지, 예를 들어 문장완성검사의 개별 문항이나 로르샤하 카드를 기억하는 정도인지, 해석 상담 시 이전 평가자가 반응 내용을 보여주면서 해석을 진행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이전 검사가 이번에 실시하는 심리평가 결과에 미친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봐야 하는 건 가설입니다. 사실 상 심리평가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므로 수검자가 이미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왜 심리평가를 또 받는지 알아야 합니다. 기존 평가 결과에 의한 심리치료/상담이 실패했기 때문인지, 그래서 변별 진단이 다시 필요한 지 등을 고려해 가설을 수정하거나 새로 가설을 세워야 하는지 결정해야 합니다. 가설이 바뀌면 선택해야 하는 심리검사 도구와 타이밍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검사의 사전 경험은 중요합니다.
심리치료나 상담을 하는 임상가라면 과거에 심리치료/상담을 받은 경험이 왜 중요한 지 잘 아실 겁니다. 심리평가도 다를 바 없습니다. 거의 비슷한 이유로 심리평가를 받은 경험을 확인해야 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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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JTCI의 HML 유형은 '기회주의적-자유주의적(Opportunistic-Libertarian)'이라 불리는 기질로 자기 입장과 주장이 분명한 독립적인 사람이기에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우선 순위를 두고 행동합니다. 흥미와 관심의 범위가 넓고 호기심이 많은데다 자신이 목표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는 것에 외로움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죠. 그래서 흔히 '집시' 유형 기질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면이 있고 유형의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행동하는 기회주의적 면모가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무책임하거나 이기적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영혼이 자유로운 자유주의적 인간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시'라는 naming이 주는 선입견 때문에 '야생 호랑이'라는 별칭을 더 좋아하는데요. 야생마와 달리 야생 호랑이는 길들이기 매우 힘이 들고 설사 길이 든다고 해도 야생성을 잃게 되어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게 됩니다.
HML 기질의 소유자들이 상담에 오게 되는 이유는 거의 하나뿐입니다. 이들의 기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등쌀 때문이죠. 특히 HML 기질의 소유자가 남성인 경우 책임과 의무를 중요시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자녀 관계 갈등을 피할 수 없죠. 하지만 비수용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야생 호랑이'를 몰아넣어봤자 얻게 되는 건 상동증적인 행동을 하는 병든 호랑이나 사육사를 물어죽이는 살인 호랑이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기질은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고 수용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답답한 우리에 가둬두거나 동물쇼에 내보내려고 길들이려는 시도를 하지 말고 야생 호랑이가 원래 있어야 할 곳,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으로 보내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부모가 대리 만족을 위한 욕심부터 내려놓아야겠죠.
야생 호랑이는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자연에서 살 때 가장 아름다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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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LML은 '잘 드러나지 않는(Self-effacing)' 유형으로 불리는 기질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이 별로 없고 주로 사적인 활동을 추구하는 조용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혼자 있어도 별로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자기 나름의 편안함과 만족스러움을 찾아냅니다.
저는 LML 기질 유형을 '뱀파이어' 기질로 자주 비유하는데 뱀파이어의 특성 상 어둠 속 생활에 익숙하고 밝은 세상에 나오는 걸 극도로 꺼립니다. 혼자 있어도 불편함을 잘 모르죠.
그렇다면 왜 '뱀파이어' 기질 유형의 내담자가 상담을 받으러 오는 걸까요? 이는 불행하게도 가족, 지인 등 주변 사람들이 이 기질의 소유자들을 오해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뱀파이어 자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 때문에 그냥 믿고 내버려 두면 별 문제 없이 자신의 길을 잘 걸어갈 청소년들이 상담실로 '끌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불행하게도 이 '뱀파이어'가 예,체능이나 기타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재능을 갖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확률이 높아지죠.
부모나 학교 당국이 보기에 능력자가 자기 방에 처박혀 재능을 썩히고 있으니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고무하겠다며 압력을 가하는데 뱀파이어가 햇빛 찬란한 곳으로 끌려나오면 어떻게 될까요? 이 때 뱀파이어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며 부모에게 크게 실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됩니다.
또 다른 경우는 뱀파이어의 특성을 살려준답시고 나름 배려하지만 당연히 수반되어야 하는 애정은 주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입니다. 본인이 원하는대로 해 준다면 방해하지 않는 것은 좋은데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방임하면 이 역시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어 우울에 빠질 수 있습니다. 뱀파이어가 관계 욕구가 없기는 해도 사랑까지 필요없는 건 아니거든요.
가끔 언어적, 신체적 폭력만 학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기본적인 애정과 관심을 주지 않는 방임과 유기도 이에 못지 않은 학대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LML('뱀파이어') 유형은 인간이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를 갖고 태어난다는 기본적인 전제와 배치되는 기질이기 때문에 부모 뿐 아니라 상담자도 오해할 수 있으니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상담에서 실수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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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검사는 상담 현장에서 많이 사용하는 심리검사도구 중 하나입니다. 로르샤하 검사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익히기 쉽고 검사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 편이라서 상담 회기 중에도 상담 도구의 일종으로 가볍게 활용할 수 있죠. 특히 언어적 자극을 사용하지만 문항의 의도가 쉽게 드러나서 방어가 쉬운 문장완성검사에 비해 시각적 자극을 사용하는 보완적 성격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방어가 쉽지 않아 상담자들이 선호하는 검사 도구이기도 합니다.
임상 장면에서는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주된 이유가 변별 진단이기 때문에 MMPI나 로르샤하, 지능 검사에 비해 살짝 홀대받는 검사였고 병원에서 수련받을 때는 저도 그림 검사의 진가를 몰랐지만 막상 상담을 하면서 심리평가 결과를 적용해보니 그림 검사를 통해 드러나는 내담자의 역동이 만만치 않게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선별심리평가를 활용할 때 저는 TCI/JTCI+MMPI-2/A(구조화 검사)-SCT+그림 검사(투사검사) 조합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네 검사의 케미가 가장 잘 맞거든요.
그림 검사를 이야기할 때 보통 HTP와 KFD를 구분해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임상에서는 아동에 특화된 셋팅이 아니라면 대개 HTP를 그림 검사라고 부르고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탐색하기 위해 KFD만 실시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항상 HTP와 KFD를 함께 실시할 것을 권장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첫째, 상담에서는 가족 역동을 살펴볼 필요가 없는 내담자의 수가 극도로 적기 때문입니다. 현 가정 내 갈등이든, 원 가족 갈등이든 가족 문제가 없는 내담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HTP를 해야 한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수검자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KFD를 추가 실시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이니 기왕 HTP를 하신다면 KFD도 함께 실시하는 편이 수검자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그렇다면 가족 역동만 탐색하고 싶은 내담자에게는 KFD만 실시해도 되지 않냐는 반론이 가능할텐데 그렇지 않습니다. KFD의 실시 진술문만 들어도 수검자는 가족 구성원의 관계와 친밀도를 확인하려는 검사의 의도를 간파하기 때문에 방어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KFD에 앞서 HTP를 실시하면 집, 나무, 사람을 순서대로 그리면서 그리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가족을 그리게 되고 방어 수준도 KFD만 단독으로 실시할 때에 비해 낮아집니다. 게다가 KFD 내용은 HTP의 집 그림과 연계하여 살펴볼 수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니 그림 검사를 실시할 때는 HTP와 KFD를 연속해서 한꺼번에 실시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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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기질, 성격 유형은 각각 27개입니다. TCI를 실시한 심리평가 사례를 많이 접하면 자주 보는 유형은 자연스레 익히게 되겠지만 현장에서 보기 힘든 유형은 눈에 잘 익지 않죠. 물론 그 때마다 해석집을 찾아보면 되겠지만 매번 뒤적이는 것도 은근히 귀찮은 일입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을 좀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규칙만 아시면 됩니다.
1. 모든 기질/성격 유형의 세 차원 중 두 개가 MM일 때는 나머지 차원에 high/low만 붙이면 됨.
예를 들어, HMM 성격 유형이라면 자율성 차원만 high이고 연대감, 자기 초월은 medium이기 때문에 그냥 자율성 차원에만 high를 붙이면 'high self-directedness' 유형이 됩니다. 자율성이 높은 특징이 핵심인 성격 유형이 되는거죠.
MMM, HMM, LMM, MHM, MLM, MMH, MML로 모두 M으로 구성된 MMM까지 합하면, 기질/성격 각각 7개 씩 총 14개의 유형은 이 공식을 적용하면 유형을 금방 구분할 수 있습니다.
2. 1번 규칙 예외의 기질/성격 유형은 극과 극이 통함
이게 무슨 이야기냐 하면, 기질이든 성격이든 극과 극이 통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잘 모르는 유형이 나왔을 때는 반대로 뒤집어서 보면 뜻을 이해하기 쉽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보죠.
HHM 기질은 흔히 '불쾌한' 기질로 불립니다. 그럼 LLM 기질은 뭐라고 불릴까요? 상담 장면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이 아니기 때문에 금방 떠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HHM을 반대로 뒤집으면 LLM이 됩니다(M은 뒤집어도 M이 되니). LLM은 '유쾌한' 기질입니다. HHM-LLM(불쾌한-유쾌한)으로 서로 반대되는 뜻입니다. 하나 더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엔 성격 유형을 보죠.
HMH 성격 유형은 뭘까요? 역시 흔히 보기 어려운 성격 유형이기 때문에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럼 한번 뒤집어 보겠습니다. HMH를 뒤집으면 LML이 됩니다. LML은 상담 장면에서 아주 흔히 볼 수 있는 성격 유형이죠. 바로 '모방하는' 성격 유형으로 제가 흔히 '카멜레온'으로 부르는 유형입니다. 그러니까 HMH는 '모방'과 반대의 뜻을 가지는 '독창적' 성격 유형입니다. HMH-LML(독창적인-모방하는) 쌍으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죠. 어때요 쉽죠? 하나 더 해 볼까요?
상담 장면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기질은 LHL 기질 유형입니다. 바로 '강박성' 기질이죠. 이제 이를 뒤집어 보겠습니다. HLH이 됩니다. HLH 기질 유형은 '연극성' 기질이죠. 네, '강박성'과 '연극성' 기질은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하는 기질입니다. MMPI-2/A에서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할 때 보통 임상에서는 연극성 성격을 의심합니다. 하지만 3번 임상 척도가 단독 상승하는 수검자의 TCI/JTCI 결과를 보면 연극성보다는 강박성 기질인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왜냐하면 강박성 기질의 소유자는 위험회피기질이 높기 때문에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언행 동기이고 MMPI-2/A 3번 임상 척도가 상승하는 이유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연극성과 강박성이 서로 통하기 때문이고요.
이런 식으로 기질/성격 유형들이 양 극단에서 서로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유형 구분을 쉽게 하는 것 뿐 아니라 기질/성격 역동을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TCI의 기질/성격 유형이 얼마나 과학적으로 구조화되었으면서도 직관적으로 naming되었는지 아시겠지요? 놀랍지 않습니까? 제가 이래서 TCI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더 매력적인 검사 도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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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PI-2/A에는 한글로 번역했을 때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 원어 이름을 보면 다른 뜻을 가진 척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원문 용어로 기억하는 게 더 유용하죠.
하지만 가끔은 원 이름도 비슷한 뜻인 것 같은데 서로 다른 카테고리에 속한 척도들도 꽤 많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Pd5와 Si3 소척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Pd5는 임상 척도인 4번 척도에 속한 5개의 소척도 중 하나이고 Si3은 성격 척도인 0번 척도에 속한 3개의 소척도 중 하나입니다. 임상 척도와 성격 척도라는 어마어마한 차이 뿐 아니라 모척도의 구성 개념 또한 전혀 비슷할 것 같지 않은데 두 척도 모두 내적 소외라는 이름으로 번역되고 원문 이름도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꽤 헷갈립니다. 그래서 두 척도의 공통점과 차이가 무엇인지 정리해 봤습니다.
우선 두 소척도 각각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 Pd5(내적 소외, Self-alienation) :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이나 보람을 찾지 못하며 과거의 행동에 대한 후회, 회한을 나타냄. 죄책감으로 인해 삶의 즐거움이 상실되었음을 의미함(Nichols & Greene, 1995).
* Si3(내적/외적 소외, Alienation-Self and Others) :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여 자신의 운명을 선택하지 못할 것처럼 느끼며 일상 생활의 흥미 저하를 의미함(Sieber & Meyers, 1992)
보시는 것처럼 두 척도의 공통점은 일상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흥미가 저하된 상태를 나타낸다는 겁니다. 그래서 DEP2(기분 부전) 내용 소척도가 동반 상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이는 그러한 상태가 된 원인인데 Pd5는 그 원인이 죄책감인데 비해 Si3는 통제감 상실이 원인입니다. 재미있는 건 그 차이 역시 하나의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는 거지요. Delayed PTSD의 원인으로 애착 외상을 의심할 수 있는 수검자의 profile을 보면 임상 소척도 중 '소외'로 해석되는 5개의 소척도(Pd4, Pd5, Sc1, Sc2, Si3)가 함께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내담자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증상이 죄책감, 통제감 상실이라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그래서 Pd5, Si3 소척도의 의미 차이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두 척도가 동시에 상승했을 때 애착 외상을 의심하고 원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 역동을 탐색해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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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증 척도(Pa, Paranoia)는 원래 편집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변별하기 위해 개발되었습니다. MMPI와 마찬가지로 MMPI-2, MMPI-A에서도 40문항이 변화없이 거의 그대로 유지될 만큼 구조가 안정된 척도입니다.
측정하는 내용은 관계 사고(idea of reference), 의심, 피해 의식 등이라서 이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한 경우 우선 정신증을 변별해야 할 것 같지만 그건 병원 장면에서의 이야기고 상담에서는 '배신 경험 (지각)'을 탐색하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특히 상승한 소척도가 무엇이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각 소척도가 의미하는 바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Pa 척도 해석 시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는 편집성 성격 장애 진단이 있습니다. Pa 척도에 포함된 문항은 대부분 문항의 의도가 드러나는 명백 문항이기 때문에 사람을 믿지 않고 의심이 많은 편집성 성격 장애 환자들은 Pa 문항에 곧이곧대로 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척도가 상승하지 않죠. Pa 척도가 상승한 경우 오히려 편집성 성격 장애는 아닐거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합니다.
오히려 Pa 척도가 극단적으로 낮을 때(30T에 근접할 때) paranoid한 것으로 해석할 때 들어맞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임상 척도는 낮은 수준일 때 해석하지 말 것을 권고하지만 예외인 척도가 몇 개 있는데 Pa 척도가 그 중 하나입니다. 물론 단순히 Pa 척도가 낮다고 무조건 paranoid한 것으로 해석하는 건 아니고 CYN(A-cyn) 내용 척도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하는지(특히 CYN2, A-cyn2 소척도가 상승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상승했다면 역방향 해석에 좀 더 무게를 둘 수 있죠.
또한 Pa 척도가 상승하는 내담자는 투사(projection) 방어 기제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상담자라면 상담하실 때 주의를 기울여야겠지요. 그 밖에 분노나 적대감을 감추기 위한 합리화 때문에 상승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대상이 누구인지 탐색하는 것도 상담할 때 도움이 됩니다.
Pa(6) 임상 척도에 포함된 3개의 소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 Pa1(피해의식, Persecutory Ideas)
* Pa2(예민성, Poignancy)
* Pa3(순진성, Naivete)
각 소척도의 의미는 이렇습니다.
* Pa1(피해의식)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는 세상을 위협적인 곳으로 보고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매우 높은 수준에 이른 경우 관계 사고나 피해 망상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상 피해/편집 사고를 측정하는 유일한 소척도로 Pa 모척도가 유의미하다고 해도 이 소척도가 상승하지 않았다면 paranoid하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이 소척도가 상승한 경우 실제이든 수검자의 지각이든 간에 배신 경험(지각)을 탐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 Pa2(예민성)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는 매우 예민한 것이 특징입니다. 남들에 비해 쉽게 상처를 받기 때문에 해를 끼칠 대상과 의도를 탐지하려고 온통 신경을 쓰고 있죠. 일종의 감시 레이더가 예민한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특히 Pa1 척도와 동반 상승하면 피해 경험이 현재 진행형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 기억이 저하되거나 기타 다른 심리적 문제를 수반할 수 있습니다.
* Pa3(순진성) : 이 소척도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수검자를 보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1) 근거없는 낙관주의, 2) 이분법적 사고 경향. Pa1과 Pa2 소척도가 상호 관련성이 높은 것에 비해 Pa3 소척도는 인지 왜곡에 가까운 구성 개념을 갖고 있어서 별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는데 방향성도 다르기 때문에 Pa1, Pa2, Pa3 척도가 일제히 상승하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러니까 Pa1, Pa2 소척도가 상승한다면 Pa3는 낮게 나오는 것이 보통이죠. 반대로 Pa3 소척도가 상승한다면 혼자서 상승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Pa3 소척도를 어느 방향으로 해석해야 할 지는 다른 검사 결과도 살펴봐야 하는데 문장완성검사(SCT)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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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supervisor들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시작할 때 항상 supervision point를 물어봅니다.
사례를 준비한 supervisee가 발표의 대부분을 맡는 일반적인 supervision과 달리 저는 formulation을 제가 혼자 다 하기 때문에 좋게 보자면 발표자가 아주 편하지만 사례만 준비하면 아무 것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앉아 있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매번 새로운 사례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formulation해야 하기 때문에 supervision 시간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도전과 공부의 장이 되지만 수동적으로 앉아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무언가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거라고 하지요.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매 supervision 시간이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고 결과물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시험장이 되었습니다.
제 supervision이 아니더라도 심리평가이든 상담이든 대개 사례를 준비하는 선생님은 굉장한 압박을 받지만 참관만 하는 선생님들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참석할텐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항상 본인이 발표를 하듯이 각 사례를 살펴볼 때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게 사례 발표에 동의한 수검자에게도 보답하는 길이고요.
그러려면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 수검자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어려움의 원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진단이 필요한 사례일까, 나라면 어떻게 상담 방향을 잡고 들어갈까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가설을 세우고 물어봐야 합니다.
상담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지지 않는 건 임상에 비해 사례 수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주력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수동성의 영향도 있습니다.
임상이든 상담이든 지금 내 일 네 일 가릴 때가 아닙니다. 심리평가, 상담, 심리치료, 센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해야 한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 supervision부터라도 항상 point를 찾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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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의 LML 성격은 '모방하는' 유형입니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 나가기보다는 그 때 그 때의 상황에 맞춰 대처하는 사람으로 자율성이 낮을수록 의지가 되는 주변 사람(부모, 애인, 선배, 멘토 등)에 맞춰 행동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고민없이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 존재한다면 별 문제 없이 일상에 적응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대상이 상실되어 없어졌거나 더 이상 의지할 수 없게 되면 도움을 청하러 상담 장면에 오게 됩니다.
LML 유형도 자율성이 낮은 것이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은 자율성을 어떻게 증진시켜야 할 것인가가 상담의 핵심 목표 중 하나인데 문제는 상담자와 관계 형성에서도 '모방하는' 성격 유형이 드러난다는 것이죠. 그래서 상담자는 LML 성격 유형이 상담 초기에 보일 수 있는 행동 양상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함정에 빠지기 쉽거든요.
행동 양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상담자가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앞 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인데 하루는 굉장히 순응적으로 상담에 임하다가도 다른 날에는 매사에 삐딱하게 상담자를 도발해 역전이를 유발하는 것이죠. 이는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즉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를 찾아내기 위한 '모방하는' 성격 특유의 탐색 행동이지 초기 저항이 아니라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철벽을 쳐서 상담자를 답답하게 만드는 행동입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며 심하게는 상담자와 눈을 맞추지도 않아서 상담자가 감정 접촉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느끼는데 이 역시 상담자가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낼 때까지 자신의 패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모방하는' 성격의 탐색 전략입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행동 양상 모두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적입니다. 따라서 LML 성격 유형의 내담자와 상담을 할 때는 open disclosure를 빨리 해서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내담자가 빨리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불필요한 탐색 회기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물론 상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차리고 내담자가 그 색깔에 맞춰 반응한다고 해서 상담이 잘 진행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죠. 상담자가 내담자에게서 이질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편안하다면 그건 내담자가 상담자를 잘 모방해서 그런 것이지 라포가 형성된 것이 아닙니다.
'라포의 굳건함은 상담 중 갈등을 겪어야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방하는' 성격의 내담자와 상담할 때 진정한 치유 효과는 내담자가 상담자와 다른 의견을 낼 때에도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고려해 볼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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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보고서는 심리평가 결과를 수검자, 보호자, 의뢰(인, 기관)에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죠. 상담자라면 case formulation을 하는데도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전달하는 대상이 다른 임상가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유관 분야 전문가일 경우에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검사 sign을 동원하는데 별다른 제약이 없습니다. 검사 sign을 사용하지 않으면 설득력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고 심하게는 전문성을 의심받기도 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 작성 시 기술 근거는 어떻게 제시하나' 포스팅에서 저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할 때 '항상 매 문구마다 이를 지지하는 검사 sign을 함께 쓰는 방식을 권고한다'고 말씀드린 바가 있습니다. 여전히 저도 이 방식으로 기술 근거를 제시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 상황이 있습니다.
바로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직접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수검자에게 심리평가보고서를 제공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실거라면 이 글을 더 읽으실 필요가 없습니다만 저는 그게 어떠한 이유든 수검자가 자신의 심리평가 결과에 접근할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은 결코 치료적이지 않고 결국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 수검자의 응답 내용이 가공되어 수검자가 기술 근거를 알았다고 해도 재검사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는 검사 sign은 제시해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검사들, 주로 투사 검사들인데 문장완성검사, 그림검사, 로샤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심리평가보고서에 직접 기술하면 안 되며 가능하면 해석 상담에서도 직접적인 제시를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변별 진단과 치료 계획 수립이 중요한 병원 장면에서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검사 sign을 적나라하게 보고서에 기술하는 걸 자주 보게 되는데 학습 효과를 배제할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시간 간격을 두고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실정에서 무신경한 자세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 포스팅을 인용하느라고 중언부언 말이 길어졌는데 핵심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 수검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심리평가보고서의 기술 근거를 제시할 때는 가공되어 수검자의 재검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검사 sign들(MMPI-2/A, TCI/JTCI, 로르샤하 검사의 구조적 요약 지표 등)만 사용하고 그림검사, 문장완성검사, 로르샤하 검사의 반응 내용 등은 보고서와 해석 상담에서 제시하지 않는 것을 권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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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I 결과지 두 번째 페이지를 보면,
'탐색적 흥분'은 자극추구 기질의 맨 앞에 나오는 하위차원이고, '창조적 자기망각'은 맨 밑에 위치한 자기초월 성격에 등장하는 하위차원입니다.
탐색적 흥분이 높은 사람은 단조로운 것에 쉽게 싫증을 느끼고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이나 활동에 쉽게 빠져들고 스릴과 흥분, 모험을 즐기는 기질을 타고난 사람이죠.
창조적 자기 망각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나 관계에 몰입하는 성향이 강하고 심하게는 무아지경에 빠지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하나는 기질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성격 차원이기 때문에 별 상관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 두 가지 하위 차원이 동시에 1SD 이상 상승했을 때 예술적 재능의 소유자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 두 차원이 동시에 상승하는 수검자들의 전공이나 직업을 확인해봤을 때 예체능 계열의 전공자, 작가, 평론가, 디자이너 등의 직업군이 대다수였습니다. 실제로 Holland 진로 적성 검사를 실시했을 때 'Art'로 확연히 구분되는 사람이 많았고요.
특히 자율성 성격의 '목적의식' 차원까지 낮은 수검자(특히 청소년)라면 현재 자신이 걷고 있는 진로가 실제 적성과 맞지 않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본격적인 진로-적성 코칭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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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Ego Strength) 척도는 Barron이 신경증 환자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1953년에 개발한 52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보통 전반적인 심리적 적응을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되기 때문에 Es가 낮다면 현재 심리적 부적응 상태에 있거나 심리적 자원(스트레스 대응 능력)이 부족한 걸로 해석할 수 있죠. 실제 상담실에 내방하는 내담자의 상당수가 Es가 낮습니다.
Do(Dominance) 척도는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25문항으로 구성된 척도입니다. Do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면대 면 대인 관계를 더 잘하고, 쉽사리 기죽지 않으며,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Re(Social Responsibility) 척도는 Do처럼 Gough, McClosky & Meehl이 1951년에 개발한 30문항으로 구성된 척도로 Re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사람들은 법과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경우가 적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사람으로 평가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Es, Do, Re 척도의 구성 개념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았는데 그럼 이제 상담 장면에서 이들 척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Es 척도는 적당히 상승할 때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능력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긍정적 자원 지표입니다. 보통은 점수가 낮은 수검자가 많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Es 척도를 높이는 걸 상담 목표로 설정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상담 효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기도 하죠. 하지만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Es 척도는 resiliency 뿐만 아니라 control 측정치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는 통제에 집착하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거든요. 그래서 60T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는 오히려 권위에 저항하는 상대방(자녀, 아랫사람 등)에 대한 완고함, 고집, 공격적 태도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특히 남성 수검자에게서 GM 척도가 함께 상승하면 흔히 말하는 꼰대 성향을 반영할 수 있습니다. 해석집에는 65T 이상 상승한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하지만 그건 미국 문화에서나 그렇고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에서 65T 이상은 굉장히 높은 겁니다. 대략 50~60T 범위에 속하는 게 가장 건강한 것 같습니다.
Do 척도 역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했을 때는 자신의 삶에 대한 지배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삶을 이끌어 가는 능력(self-direction)의 지표가 됩니다. 하지만 Es 척도와 마찬가지로 60T 이상 상승하게 되면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이 화합이나 연대감, 배려 등 다른 심리적 자원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인 관계 갈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Do 척도는 GM 척도의 상승보다는 GF 척도의 동반 상승이 해석에 더 중요한데 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어머니가 Do-GF 동반 상승 패턴을 보이는 경우 고집스런 대갓댁 안방 마님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자녀들이 답답하고 숨막힌다고 보고할 수 있죠.
Re 척도 또한 60T 미만으로 적당히 상승할 때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도 뛰어나고 질서도 잘 지키며 민주시민의 생활 자세를 보이기 때문에 신뢰롭고 건실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60T 이상 상승했을 때에는duty-bound 상황에 대한 집착을 의미하기 때문에 의무감만 중요하게 됩니다. 즉, 기존의 시스템(예를 들어 가부장제)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됩니다. 특히 'ought & should'가 중요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에는 제가 자주 비유하는 '효녀 심청 신드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죠.
따라서 Es, Do, Re 척도가 60T 이상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을 때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고 특히 성역할 관련 척도도 상승했다면 GM-Es, GF-Do, Re 조합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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