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놓고 보니 제목이 지나치게 거창한데 그만큼 현장의 상담자라면 꼭 알아야 할 내용이기에 어그로를 좀 끌도록 하겠습니다.
제게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으시는 선생님들은 제가 '일' 영역을 탐색하고 이 문제로 내방하는 내담자에게 진로 적성 코칭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 우선 진로 적성 코칭이 필요한 내담자를 심리평가를 통해 어떻게 찾아내는지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 TCI/JTCI
- 자율성 성격 중 '목적의식' 하위차원 -1SD 이하
- 자기초월 성격 중 '창조적 자기 망각' 하위차원이 +1SD 이상인데 예체능 전공 또는 직업이 아닌 경우
* MMPI-2/A 공통 : 동기 척도 3총사(Sc4, (A)-DEP1, (A)-TRT1) 중 65T 이상인 척도가 많을 때
* MMPI-2 : WRK 내용 척도 65T 이상
* MMPI-A : A-las2(주도성 결여) 내용 소척도 65T 이상(A-las1 소척도 점수가 낮을수록 유의미)
당연히 의미있는 결과들이 많을수록 진로 적성 코칭이 필요한 내담자입니다.
그 다음, 진로 적성 코칭의 구체적 방법에 대한 이야기인데 보통 많은 상담자들이 진로 적성 코칭을 하라고 하면 Holland, Strong 같은 관련 검사를 실시할 생각부터 하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수검자의 적성, 흥미, 가치관에 대한 충분한 탐색 없이 이런 전문적인 검사를 실시하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1. 본인의 적성이라고 (잘못) 믿는 것을 투사함
2. 본인의 역동을 투사함
1번의 문제는 내담자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대로 법조인의 길을 걸었던 집안에서 판, 검사가 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성장한 내담자는 다른 길을 고민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이 길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믿고 응답합니다. 그러니 결과가 실제 내담자의 적성과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1번보다 2번의 문제가 더 심각한데 예를 들어 애착 외상을 경험한 Delayed PTSD 내담자에게 Holland 검사를 시행한다고 해 보죠. 어릴 때 불안정 애착이 된데다 애정 결핍이 있는 내담자는 항상 정서적 허기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돌봄 직업을 자신의 천직이라 믿기 쉽습니다. 그래서 Holland 검사에서 S(ocial)로 나오고 전공과 직업도 보육 교사, 유치원 선생님 등 돌봄 직업과 관련된 걸 선택하게 됩니다. 당연히 본인의 적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니 비판단적인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의 적성에 대해 심사숙고를 해 본 적이 없는 내담자에게 Holland, Strong 같은 검사를 실시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겁니다. 이런 검사는 진로 적성 코칭의 맨 마지막 단계로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시해야 하는 겁니다.
그럼 대체 진로 적성 코칭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막막해 하실 수 있겠죠. 제 생각에 진로 적성 코칭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만 그래도 그나마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자신의 진로 적성을 스스로 탐색해보지 않은 상담자가 내담자를 도와줄 수는 없다는 겁니다.
아래는 제가 제 진로 적성을 탐색하면서 사용했던 방법과 관련된 내용을 정리한 포스팅들이니 본인에게 맞는 지, 내담자에게 적용할 부분이 있는지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나열한 순서는 먼 과거에서부터 가까운 과거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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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초에
'학교 적응을 못하는 아동을 심리평가할 때 고려할 점'이라는 포스팅에서 학교 부적응을 보이는 아동/청소년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지적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을 고려할 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표준화된 지능 검사를 실시하는거지만 문제는 개인 지능 검사가 종합심리평가 내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평가자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지능 검사를 반드시 실시해야만 하는 아동/청소년을 사전에 선별할 수 있다면 현장 임상가의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아동/청소년 상담 현장에서 선별심리평가 도구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MMPI-A를 활용해 낮은 지능의 가능성을 예상함으로써 지능 검사를 실시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단계적 접근법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 때 사용하는 척도는 A-las 내용 척도와 IMM 보충 척도입니다.
* 1단계 : A-las 척도의 상승 + A-las1 척도의 상승
(모 척도는 최소 60T 이상, 소척도는 최소 65T 이상 상승 필요,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A-las 척도(낮은 포부)는 16문항으로 구성된 내용 척도로 관련 연구 결과 저조한 학업 수행 및 학교 활동 참가 회피의 가장 좋은 측정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A-las 척도에는 두 개의 소척도가 포함되는데 A-las1(낮은 성취성)과 A-las2(주도성 결여)입니다. 당연히 둘 다 높다면 좀 더 확신을 갖고 수검자의 지적 제한을 예상할 수 있지만 둘 중 A-las1 척도가 좀 더 분명하게 지적 제한 문제를 드러내는 척도입니다. 즉,
A-las 모척도가 60T 이상 상승하고 A-las1 소척도가 65T 이상 상승하면 낮은 지능을 의심해야 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반례를 들면, A-las2(주도성 결여) 척도는 상승하는데 A-las1(낮은 성취성) 척도는 상승하지 않는 경우는 낮은 지능보다 학습 의지 박약이나 수동성, 학업에 대한 무관심, 목표 상실 등의 요인을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
* 2단계 : IMM 척도의 상승 (최소 65T 이상 상승, 70T 이상이면 가능성 up!)
IMM 척도(미성숙)는 1992년에 Archer, Pancoast 및 Gordon에 의해 개발된 척도로 총 43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척도 이름처럼 점수가 높을수록 수검자가 더 미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령 증가와 부적인 상관을 보이기 때문에 연령이 증가할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바꿔 말하면 똑같은 점수일 경우 중학생에 비해 고등학생이 더 미성숙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IMM 척도에 포함된 문항들은 자신감의 결여, 통찰과 내성의 결여, 인지적 복합성의 결여, 자기 중심성, 적대감과 반사회적 태도와 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데 연구 결과 남녀 모두에서 학업상의 어려움과 높은 관련을 보였습니다.
A-las 척도의 상승(+A-las1의 상승)만으로도 낮은 지능과 그에 따르는 낮은 학업 성취도, 학교 부적응 등을 고려할 수 있지만
IMM 척도까지 동반 상승한 경우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처 능력 및 경험의 부재까지 겹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낮은 지능(ID보다 BIF나 BA가 더 문제)을 의심해야 하며 최소 생활기록부 점검과 발달력 탐색을 해야 하고 표준화된 지능 검사의 추가 실시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2단계에서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면 수검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이 문제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리평가와 별개로 해석상담과 부모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적 제한에 의한 학교 부적응이 야기되는 것이니 A-sch 내용 척도의 상승도 예상할 수 있지만 경험적으로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습니다. A-sch 내용 척도도 동반상승한다면 당연히 더욱 신뢰롭게 해석할 수 있지만 A-sch 척도가 상승하지 않는다고 해서 낮은 지능에 의해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죠.
즉, 2단계 점검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낮은 지능에 의한 성적 저하와 이에 따르는 학교 부적응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A-sch 척도의 상승까지는 고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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