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려했던 쇠고기 전면 개방이 되었네요.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어떤 여파를 몰고 올지 모르는 철없는 국민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참 걱정입니다. 그동안 한우가 비싸서 쇠고기를 마음껏 못 먹었는데 이제서야 쇠고기 실컷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 순진한 분이 계시는가 하면 그동안 가격 비싸게 받아 처 먹었던 한우 농가들이 폭싹 망하게 되어서 쌤통이라는 정신줄 놓은 분도 계십니다.
이 상황에서 핵심 포인트는 값싼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었다가 아니라 너무나 치명적인 광우병에 취약한 쇠고기가 무제한 반입, 유통되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악몽같은 상황이거든요.
예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광우병은 보통 병이 아니에요. 일단 걸리면 뇌조직이 파괴되어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죽는 질병입니다. 치료제도 없고, 예방도 안되요. 광우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프리온(Prion)은 현재 알려진 어떤 수단으로도 없앨 수가 없습니다.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요. 1995년에 영국에서 광우병에 의한 변형 CJD가 발견되었는데 그 때 이후로 영국에서 거주(일정 기간 이상이었는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네요)한 사람은 평생 헌혈도 할 수가 없습니다. 못 믿으시겠으면 헌혈의 집이나 적십자사에 확인해 보세요.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로 유명한 케임브리지대의 장하준 교수도 국내에서 헌혈을 할 수 없게 되었노라고 인터뷰에서 이야기를 한 바 있습니다.
가끔 돈 많은 분들이 "그럼 나는 비싸더라도 한우 쇠고기만 사 먹어야지"라고 하시는데 과연 그럴까요? 위에서 쌤통이라고 했던 분 말씀처럼 미국산 쇠고기가 전면 수입되면 한우 사육 두수 20마리가 넘지 않는 소규모 농가(대략 80%정도)는 절단날 것이 분명합니다. 벌써 한우 쇠고기 값이 들썩거리고 있죠. 한우 사육 농가가 폭싹 망하고 나면 대체 어느 나라의 한우 쇠고기를 사 드시려는지 궁금하네요.
게다가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가 스테이크나 갈비만 조심하면 되는게 아니거든요. 갈비탕, 감자탕과 같이 뼈를 재료로 사용할 뿐 아니라 다양한 국물 요리에 육수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과 비교해서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학교와 군대의 급식, 다양한 가공 식품들을 어떻게 다 피할 수 있겠어요?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게다가 광우병은 잠복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자신이 광우병에 걸렸는지 조차도 전혀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발병해서 사망하게 됩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걸리면 끝이라니까요.
이래도 값싼 쇠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어서 좋습니까? FTA 협상할 때 할머니가 값싼 쇠고기를 손자에게 사 먹일 수 있게 되어서 잘 되었다는 홍보 동영상을 틀어주던데 구역질 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광우병 쇠고기를 푹 고아서 할머니와 손자가 나눠먹고 함께 광우병 걸려서 치매 환자처럼 앓다가 손잡고 죽게 되는 상황이 과연 잘 된 일일까요?
사랑하는 사람을 광우병으로 잃고 나서야 피눈물을 흘리면서 후회할 겁니까?
그 때는 이미 늦습니다. 언제 자신에게도 발병할 지 모르는 광우병의 공포로 평생 괴로워하며 살아가고 싶으십니까? 저는 싫어요.
나는 안 뽑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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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다음 책
이 책은 세계 경제학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장하준 교수를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인터뷰한 내용을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11월 19일에 출판되었으니 정말 따끈따끈한 책이죠. 원래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구매하려고 노리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이 책을 엉겁결에 구매하게 되었는데 참 잘 샀다는 생각이 든 책입니다.
경제하면 머리부터 가로젓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경제를 쉽게 풀어 설명하는 것이 경제학자의 일이라는 장하준 교수는 자신을 '성장주의자'로 규정합니다. 진보와 보수 양쪽 모두에게 불편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는 "너는 누구의 편이냐?"는 질문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상식으로 알고 있던 것들을 뒤집어 보고 정말 그게 맞는지 같이 한번 살펴보자고 꼬드깁니다. 자신의 말이 모두 맞다고 억지쓰지 않으며 좀 더 다양한 시각을 통해 눈을 넓혀보자고 설득하는 그의 말이 이 책을 읽으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모두 마음으로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대타협'을 주장하는 그의 실용주의적인 설득은 충분히 생각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새 이미 익숙하게 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입안의 모래처럼 껄끄럽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게 된 것만 해도 이 책을 통해 얻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기에 '시장 만능주의 이데올로기의 허구', '오히려 더 좌파적인 미국의 복지정책', '우리가 자유경제로 착각하는 박정희의 계획경제' 등은 짭짤한 덤입니다.
저같은 경제학의 문외한도 술술 읽을 수 있을만큼 쉬운 책이고 내용도 알찹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의 단점은 두 번의 대면 인터뷰와 한 번의 국제전화 인터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있어서 그런지 앞 부분에 나왔던 이야기가 뒷 부분에도 몇 차례 반복해서 나오는 것인데 강조를 위해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것 같지는 않은데 조금 거슬리더군요. 그것만 무시한다면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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