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 기법에는 일종의 유행이 있습니다. 요새는 EMDR, ACT, MBSR(or MBCT)에 이어 긍정심리학을 활용한 치료적 접근이 하나 둘씩 국내에 소개되고 있죠. 중독 분야에서 효과적인 기법으로 알려져 있는 동기 강화 상담(MET or MI)도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고요.
실제로 학회 게시판을 보면 관련 워크샵이 하루에도 몇 개씩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정작 그 치료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장애와 심리적 문제에 적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워크샵이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이를 소개하는 치료자/상담자마저도 자신의 임상 경험을 녹여내어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저 그 치료기법에 대한 원론적인 소개와 시연 뿐이라서 큰 돈과 어려운 시간을 들여 힘들게 워크샵을 듣고 나서도 뭘 어떻게 활용하라는 것인지 난감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워크샵을 시행하는 임상가가 단기 코스로 외국에 가서 따온 자격증 하나만 믿고 국내 임상 경험도 충분히 쌓지 않은 상태에서 그 자격증의 한국 지부를 설립하기 위해 세몰이를 하거나 관련 서적을 몇 권 번역하면서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치료기법을 국내에서 선점하기 위해 일단 워크샵부터 개설해서 그렇습니다(전 개인적으로 자신의 임상 분야에서 5년 이상 적용하지 않은 걸 어설프게 들고 나오는 걸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대로 된 상담 및 심리치료 기법에 대한 수련을 받은 적이 없는 임상가들이 자격을 취득하고 현장에 나왔을 때 불안한 마음에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고액을 들여 수강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경력을 쓸 때 줄줄이 쓰고 마는 겁니다(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는 이상한 워크샵 수강 기록과 자격증을 나열하는거 창피하지 않아요?)
치료 기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치료 기법을 적용할 장애와 문제 영역이 무엇이냐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동기강화상담은 병식이 없는 중독 문제를 가진 내담자에게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냥 동기강화상담만 배워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치료 기법 수 백가지 알아서 뭐 합니까? 각각의 기법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니 항상 모든 치료 기법은 적용해야 할 대상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배워야 하고 그걸 모르는 치료자로부터는 배워도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자칫하면 만병통치약처럼 이거 하나면 다 끝난다는 식으로 맹신하게 됩니다. 세상에 모든 장애를 치료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치료 기법이란 없습니다.
굳이 기법을 익히고자 한다면 오히려 다양한 문제 영역에 일반화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법부터 익히세요. 예를 들어 심리평가보고서에 임상심리학자들이 맨날 사회 기술 훈련을 하라, 부모 교육을 하라고 하지만 정작 사회 기술 훈련이나 부모 교육의 최고 전문가가 없습니다. 대충 흉내만 내거나 그마저도 못하는 기관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센터에서는 그냥 놀이치료나 시키고 맙니다. 놀이치료가 아무나 할 수 있는 치료라는 말이 아니라 그저 치료자를 구하기 쉽고 만만하니까 놀이치료에만 매달릴 뿐 다른 건 아예 손도 못 대고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 교육만 해도 ADHD를 위한 부모교육, 강압적 훈육 방식을 고집하는 부모 교육, 헬리콥터 부모를 위한 부모 교육 등 세분화하면 얼마나 다양한 variation이 가능한지 모릅니다. 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개입조차도 제대로 하는 전문가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social skill training 하나만 제대로 파서 우리나라 최고의 전문가가 되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대박 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기본적인 치료 기법 하나 제대로 하는 고수가 없고 내노라하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 하나 없으니까요. 그러니 기본에서부터 시작해서 기존의 프로그램에서부터 현장 경험을 통해 가감해서 노하우를 축적하세요. 그러면 나중에 프로그램을 만들든,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든 제대로 된 접근을 할 수 있습니다.
짧게 요약합니다.
* 세부적인 치료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 적용할 장애나 문제 영역을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에 맞춰 해당되는 치료 기법을 익혀야 함.* 자신의 관심 분야에 정확하게 fit한 세부적인 치료 기법이 없는 경우 적용 영역이 넓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나 치료 기법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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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물질 중독이든 행동 중독이든 간에 중독 분야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반드시 익혀야 할 접근법 중 하나가 바로 동기강화상담입니다. 이 책의 원전 저자인 Miller가 사용한 용어를 따라 Motivational Interviewing(MI)(관련 책에 대한
'소개글' 참고)이라고도 하고 좀 더 일반적인 용어로 Motivational Enhancement Treatment(MET)라고도 합니다.
중독자는 대부분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합니다.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동기가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리 효과적인 치료적 접근법이라고 해도 효과가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알코올, 약물, 마약과 같은 기존의 물질 중독 뿐 아니라 도박, 쇼핑, 인터넷, 섹스 등 다양한 행동 중독 분야의 문제가 점차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중독 분야에서 일을 하실 분들은 미리미리 대비를 해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동기강화상담에 대한 서적이 쏟아져나오는 것이 싫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대로 된 책이 나왔을 때 이야기이고, 이 책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우선 책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번역본의 제목은 '중독과 동기면담'이지만 Miller의 원서 제목을 보면 'Enhancing Motivation for Change in Substance Abuse Treatment'입니다. 약물 남용의 치료에서 변화 동기를 향상시키는 접근법을 다루고 있는 책이죠.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도박, 인터넷 중독 등 행동 중독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당연하겠지요. 이 책은 약물 남용 분야에 동기강화상담을 어떻게 적용하느냐를 다루는 책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저처럼 행동 중독 분야에서 일을 하는 사람은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책은 약물 남용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도 적절한 책이 아닙니다. 변화 단계 모형의 각 단계를 chapter별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을 뿐 별로 특별한 내용이 없습니다. 동기강화상담의 이론적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동기강화상담(Motivational Interviewing, 2002)'을 보시면 되고 변화 단계 모형에 따라 어떻게 실제로 적용하는지가 궁금한 분들은
'생각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화 프로그램(Changing for Good, 2004)'을 보시면 충분합니다. 굳이 이 책을 챙겨서 볼 필요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물질 중독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권해드리기 어렵겠습니다.
게다가 하드커버로 만든거야 출판사 정책이니 뭐 할 말 없습니다만 2만 원이라는 가격은 좀 심했습니다. 이 책의 원서가 아마존에서 얼마에 팔리고 있는지 검색해 보시면 알 겁니다. 그런데다 324페이지 중 실질적인 내용은 254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참고 문헌과 부록인데 부록은 모두 알코올 및 약물 관련 평가 척도들입니다.
척박한 동기강화상담 분야에 몇 권 되지 않는 책 중 하나를 소개하는 것인데 신경을 좀 더 써 주셨으면 좋았을 것을 많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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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로 가는 세 가지 조건- 준비성(ready) : 우선 순위의 문제- 의지(willing) : 변화의 중요성- 능력(able) : 변화에 대한 자신감* FRAMES 접근법- 피드백(Feedback)
: 개인이 가지는 위험 또는 손상에 대해서 내담자에게 피드백을 준다. 피드백은 중독 패턴과 중독 관련 문제들을 평가한 후에 제공한다.- 책임감(Responsibility)
: 변화의 책임은 분명히 내담자에게 있다. 책임은 내담자가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권리이다. - 조언(Advice)
: 내담자의 중독 행동 감소 또는 중단과 관련된 변화 조건은 전문가가 내담자를 판단하지 않은 방법으로 제공한다. - 메뉴(Menu) : 내담자 스스로를 향한 다양한 변화 및 치료 대안들을 내담자에게 제공한다.- 공감(Empathic) : 공감적 상담(온정, 존중, 이해를 보여주는 것)을 강조한다.- 자기효능감(Self-efficacy) : 자기 효능감, 낙관적인 힘을 내담자에게 부여하여 변화를 이끌어낸다. * 동기 면담의 네 가지 원리- 공감 표현- 불일치감 늘리기- 논쟁 피하기- 자기 효능감 지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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