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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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을 낸 출판사 '서해문집'에는 카툰 클래식이라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비롯해 갈릴레이, 브레히트, 다윈과 같은 인물을 다루기도 하지만 가끔 독특한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다룬 책들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 책이 그 중의 하나로 카툰 클래식 12번째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기 들릴(Guy Delisle)이라는 애니메이션 감독 겸 만화가로 캐나다 사람입니다. 특이하게도 2002년 북한을 방문했던 경험을 '평양'이라는 만화로 내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국경 없는 의사회(MSF)에서 일하는 아내를 따라 버마로 가 생활하며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버마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1989년에 UN이 채택한 공식 국가명은 미얀마입니다만 군사 독재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버마라는 국가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당연히 미얀마라고 부를 뿐 아니라 버마와 미얀마가 같은 나라인지 구분도 못하는 국민들이 수두룩하죠.
예상을 하고 봐서 그런지 내용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더군요. 군부 독재 국가이니 빈부 격차가 심해서 전기 공급도 원활하지 않고 가끔씩 폭탄 테러가 보고될 정도로 아직까지 안정되지 않은 곳이지만 그런 열악한 정치 사회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버마 사람들의 모습이 짠하게 그려집니다.
그림체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만 유머 감각은 저랑 좀 맞지 않아서 높게 평가는 못 했습니다.
국제 기구에서 버마로 파견된 개발국 사람들의 위선과 허세를 노골적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히 풍자한 건 좋았습니다.
저는 여행 국가 리스트에 버마가 들어가 있어 관심을 갖고 읽었습니만 다른 분들은 어떨까 모르겠네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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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많은 사람들이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한국인 최초의 세계 국제기구 수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국제기구의 수장이 된 사람입니다.
그는 누구처럼 화려한 장관 출신에다가 든든한 빽을 둔 친미주의자가 아니었으며 오히려 모국의 무관심 속에 정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23년 동안 WHO의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올라간 능력과 성실함만으로 사무총장에 당선된 사람입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엘리트였으면서도 사모아에서 열성을 다해 한센병 환자를 치료해 '아시아의 슈바이쳐'로 불렸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WHO 본부 예방백신국장으로 일을 할 때에는 소아마비 발생률을 세계 인구 1만 명당 1명 이하로 낮춰 '백신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국가원수급 대우를 받을 수 있는 WHO 사무총장이었으면서도 기금 모금을 위해 일년의 반 이상을 출장 다녔고, 가난한 회원국이 낸 돈으로 호사를 누릴 수 없다고 수행원 하나 없이 손수 짐가방 두 개를 끌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출입국 심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자기 집 하나 없이 전세 살면서 돈 욕심을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4개 국어를 사용하면서도 연설의 맨 끝에는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던 천상 한국인이었습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 참으로 자랑스러운 한국인입니다.
이 책은 후배이자 WHO에서 함께 일을 했던 권준욱 박사가 그를 기리는 마음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회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고 이종욱 사무총장이 WHO의 수장이 된 2003년 7월부터 지주막하출혈로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2006년 5월까지 3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인의 어릴 적 모습부터 차근차근 밟아올 필요가 없어서 전개가 빠른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이종욱 사무총장의 모습을 온전히 살펴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글쓴이가 전문 전기 작가가 아니어서 그런지 문체나 어투가 매끄럽지 못하고 때로는 존경심이 지나친 나머지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친 표현도 나오지만 많이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세계를 가슴에 품고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충분히 귀감이 되는 책입니다.
덧.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지만 기부나 자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아서 국민총소득 대비 정부개발원조(ODA) 비율이 0.084%에 불과해 국제사회에 미치는 사회공헌도가 매우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저 한국인 개인이 국제기구의 수장이 되고, 노벨상만 받으면 국제적인 위상이 엄청 올라가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놈의 천민자본주의는 언제나 극복할 수 있을지 참으로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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