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supervisor들은 어떻게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시작할 때 항상 supervision point를 물어봅니다.
사례를 준비한 supervisee가 발표의 대부분을 맡는 일반적인 supervision과 달리 저는 formulation을 제가 혼자 다 하기 때문에 좋게 보자면 발표자가 아주 편하지만 사례만 준비하면 아무 것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지극히 수동적인 자세로 앉아 있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저는 매번 새로운 사례를 그 자리에서 곧바로 formulation해야 하기 때문에 supervision 시간 자체가 제게는 엄청난 도전과 공부의 장이 되지만 수동적으로 앉아만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실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무언가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걸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거라고 하지요. 의도하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저는 매 supervision 시간이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고 결과물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시험장이 되었습니다.
제 supervision이 아니더라도 심리평가이든 상담이든 대개 사례를 준비하는 선생님은 굉장한 압박을 받지만 참관만 하는 선생님들은 한결 편한 마음으로 느긋하게 참석할텐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항상 본인이 발표를 하듯이 각 사례를 살펴볼 때 하나라도 확실하게 가져가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 그게 사례 발표에 동의한 수검자에게도 보답하는 길이고요.
그러려면 항상 호기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이 수검자의 어려움은 무엇일까, 어려움의 원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진단이 필요한 사례일까, 나라면 어떻게 상담 방향을 잡고 들어갈까 등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가설을 세우고 물어봐야 합니다.
상담자가 심리평가에 익숙해지지 않는 건 임상에 비해 사례 수가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내가 주력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수동성의 영향도 있습니다.
임상이든 상담이든 지금 내 일 네 일 가릴 때가 아닙니다. 심리평가, 상담, 심리치료, 센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해야 한다는 각오로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리평가 supervision부터라도 항상 point를 찾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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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supervision을 하면서 그동안 참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게 두 가지 있습니다.
둘 다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느낀 것인데요. 하나는 전공, 출신 학교, 수련 과정의 차이 없이 대부분
자신감이 너무 없다는 겁니다. 돌려 말하면 자신감이 넘치는 supervisee 선생님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아마 저도 수련을 받을 때는 똑같았겠지요)
formulation도 잘 되었고 작성한 심리평가보고서도 훌륭해서 진심으로 칭찬을 하거나 감탄을 하면 속으로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예의 "운이 좋은거지요", "선생님이 잘 가르쳐 주셔서 그렇지요", "아직 멀었는데요 뭐"라는 반응이 나와서 맥이 풀립니다.
하도 답답해서 2010년에는 관련 포스팅('supervisee를 혼내야 실력이 는다고 착각하는 supervisor')을 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자존감이 낮은 것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감이 지나치게 저하되어 있는 supervisee가 너무 많습니다. 이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를 저는 수련 과정이 지나치게 억압적이고 처벌 위주의 도제 중심이라는 것에서 찾습니다. 사명감과 겸손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야 하고 자만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련 분위기에서 교육받은 임상가가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는 자기가 배운대로 가르치는 supervisor가 됩니다. 그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설사 있다고 해도 자신이 supervisor가 되면 그저 관성에 따라 살게 됩니다.
두 번째 문제는 불안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겁니다. 자신감이 없고 자존감이 낮은 첫 번째 문제와도 연결될텐데 많은 supervisee 선생님들이 자신이 제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했는지, 채점은 틀리지 않았는지, 터무니 없는 진단 가설을 세운 건 아닌지, 심리평가보고서는 제대로 쓴 건지 등등에 대해 지나치게 염려하고 걱정합니다. 그래서 supervision을 할 때마다 저도 흔히 하는 실수라서 지적하면 제가 놀랄 정도로 미안해 하거나 심하게 주눅이 드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자신감이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는 현장에서 일을 할 때 굉장히 불리합니다. 그 불리함은 심리평가를 진행할 때 뿐 아니라 심리치료나 상담을 할 때 더욱 극대화되는데 자신감이 없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잘못된 역할 모델이 될 수 있고 불안 수준이 높으면 안전 공간을 확보할 수 없고 라포 형성을 방해함으로써 상담 회기를 늘려 치유를 더디게 만듭니다.
없는 자신감을 억지로 북돋고, 무의식적으로 배어 나오는 불안을 애써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임상가라면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건 아닌지, 내담자가 알아차릴 정도로 불안 수준이 높은 건 아닌지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자질이 뛰어나도 절대로 훌륭한 임상가가 될 수가 없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품질의 진주라도 시궁창 깊숙이 쳐박아 놓으면 그 빛을 발할 수 없으니까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자신감 없고 불안 수준이 높은 임상가가 과연 내담자를 제대로 도울 수 있을까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입니다.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낮은 자존감과 높은 불안 수준은 전문가가 된다고 해서 저절로 나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가 되면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문가가 되기 전 수련을 받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각오를 하세요. 이 두 가지 문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중요한 결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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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심리평가 관련 강의를 할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모든 심리검사는 대면 검사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과 검사 실시 타이밍은 평가자가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강조점은 다른 포스팅에서 다시 이야기를 드리기로 하고 오늘은 두 번째 강조점 중 심리검사 도구와 관련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심리검사 도구를 사용하는 임상가라면 누구나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작성하고 싶을텐데요.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수검자의 심리상태를 정확하게 formulation할 수 있어야(즉, 수검자의 심리상태 그림이 잘 그려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심리검사 도구의 선택이 중요하죠.
검사 수가와 관련하여 이미 심리검사 도구 묶음인 battery들이 구성되어 있는 병원 환경은 예전부터 그랬다 치고 요새는 상담 현장도 단기 상담으로 가는 분위기에 편승해서 선별 심리평가를 routine하게 실시하는데, 원래 그래서는 안 됩니다.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소탐대실 할 수 있죠.
앞에서 말씀드린 심리평가보고서를 잘 쓰는 방법을 다시 요약해 보자면, 수검자의 심리 상태를 잘 그려낼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제대로 된 검사 도구 선택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검사 도구는 어떻게 선택해야 잘 선택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걸까요? 당연히 평가자가 검사 전에 세웠던 가설(변별 진단을 위한 가설, 성격 역동을 파악하기 위한 가설, 예후를 예측하기 위한 가설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선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등교 거부 행동을 보이는 중학생의 부적응 양상을 평가하려고 할 때, 학교 생활의 어려움이 낮은 지능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경우,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지능 검사와 같은 인지 기능 검사의 실시가 필수적입니다. MMPI-A에서 LAS, IMM이 상승한다고 해도 부분적으로만 이를 입증할 뿐이죠. 결국 지능 검사가 필요합니다.
이미 실시할 검사 도구가 정해져 있는데다 평가자가 검사 도구를 선택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임상가들은 이미 실시한 검사 결과를 갖고 일종의 '사후 가설'을 세우는데 그건 연구 방법론에서 일단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후 이리저리 통계 분석 프로그램을 돌리면서 소위 말하는 '별이 뜨는' 결과를 중심으로 역방향으로 논문을 엮는 것과 유사한 것입니다. 그것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엄청 비효율적이고 시행착오적인 방법이죠.
원래
심리평가의 가설 검증 절차는 의뢰 사유와 현 병력, 주 호소 문제를 중심으로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검사 도구를 평가자가 선택한 뒤 실시한 검사 결과에 따라 가설을 채택할 것인지, 기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겁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심리평가 시 심리검사 도구는 평가자가 필요에 따라 선택, 실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가설을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도구를 선택하는 겁니다. 당연히 가설을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는 심리검사 도구인지를 파악하려면 심리검사 도구에 대한 이해와 숙지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가설을 잘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어떻게 해야 심리평가를 위한 가설을 잘 세울 수 있는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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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 사유,
임상가,
주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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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종합심리평가에 포함된 6가지 검사 도구만으로는 성격장애를 진단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로샤와 TAT도 충분치 않다고 생각함)하기에 대안 중 하나로 TCI를 추천하곤 합니다.
Cloninger가 애시당초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 차원의 조합을 통해 전통적인 성격장애 진단 가능성을 타진했죠. 이 중에는 DSM 체계에 속하는 성격 장애가 5개(
반사회성, 연극성, 경계선, 분열성, 강박성)나 포함되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TCI와 MMPI-2의 조합으로 진단하고, 또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TCI에서
반사회성 성격장애 기질 유형은 HLL 유형입니다.
자극추구 : High
위험회피 : Low
사회적민감성: Low
물론 HLL 기질은 모험가 타입도 포함하기 때문에 각 기질의 점수가 극단적으로 높을 때에 한해 반사회성 성격장애로 진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이면서 점수가 높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더군요. 대개 극단적인 백분위값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극단값을 갖는 HLL 기질 유형은 모두 반사회성 성격장애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 상으로는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TCI 성격 유형은 다시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유형에 따라 나타나는 양상이 조금씩 다릅니다. 성격 차원도 자율성은 극단적으로 높고, 연대감은 극단적으로 낮은 것은 공통적이며 자기초월 차원의 차이에 따라 양상이 달리 나타납니다.
1. HLH 성격 유형 : 편집성(paranoid)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High
HLH 성격 유형은 얼핏 보면 편집성 성격장애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살짝 헷갈립니다. 상담을 요청하는 이유도 대부분은 관계사고나 피해의식 때문이며 심한 경우는 박해망상의 수준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이 잘못되면 관계사고의 대상인 사람에게 모든 원인을 귀인하고 책임을 돌려 탓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민원 제기, 법적 소송 등으로 물의를 일으킵니다. 특정 인물들이 나름의 비밀 결사를 만들어서 자신을 의도적으로 박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이유는 자신이 너무 공정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2. HLM 성격 유형 : 괴롭히는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Medium
자기초월 차원에서 균형감을 잃지 않고 있어 겉보기에는 별로 문제없는 듯 보이지만 자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아랫사람을 희생시켜도 된다는 식이기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면서도 일의 성공을 위해서라고 둘러대지만 정작 성공하고 나면 자신의 공헌만을 뻥튀기하고 다른 사람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승부욕이 매우 강해서 지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며 동료, 후배, 부하 직원 할 것 없이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는 스타일입니다. 그래도 아래의 HLL 유형처럼 노골적으로 거만하지는 않습니다.
3. HLL 성격 유형 : 독재적인(Autocratic)
자율성 : High
연대감 : Low
자기초월 : Low
말 그대로 독재자의 면모를 보이는 유형입니다. 자기초월 차원이 극단적으로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지극히 속물적이며 자기 중심적이고 권위적인 특성을 많이 보입니다. 목적 의식이 분명하고 목표 지향성이 뚜렷하기 때문에 일이 잘 돌아갈 때는 자신의 행동을 효율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굉장히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관대함이나 참을성이 거의 없고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에 혹독히 처벌하는(그러면서도 자신은 절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전형적인 화이트 컬러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바로 이런 사람이죠.
그래서 상담 장면에서 만날 수 있는 경우 중에서는
HLL 기질 유형과 HLL 성격 유형 조합이 전형적인 반사회성 성격장애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MMPI-2에서는 어떨까요? 미안하지만 범죄자가 아닌 사회 적응이 어느 정도 가능한 반사회성 성격장애의 경우 흔히 예상하듯이 Pd2(권위불화) 임상 소척도, ASP1(반사회적 태도), ASP2(반사회적 행동) 내용 소척도가 상승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 척도들이 노골적으로 상승한 사람들은 이미 범죄 경력이 있거나 아예 교도소에 있거나 하겠죠. 당연히 상담을 받으러 오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예상 밖으로 상승하는 척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성격병리척도 중 AGGR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고 특히 HLH 성격 유형인 경우 실제 행동화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신체적인 위협이나 협박을 흔히 사용합니다.
DISC 성격병리척도가 동반상승하면 더욱 위험.
HLL 성격 유형의 남성인 경우
GM, ES 보충척도가 동시 상승(70T 이상)한 경우 마초적 기질이 농후하고 굉장히 완고하며 고집 또한 세기 때문에 상담자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적으로 보이지만(특히 S척도 상승 시), insight가 없기 때문에 상담 진행에 애로가 많습니다.
함께 살펴본 것처럼 MMPI-2만 갖고 반사회성 성격장애를 진단하려고 한다면 굉장히 좌절스러운 결과를 맞게 됩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반사회성 관련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진단은 TCI의 반사회성 기질과 HLH, HLM, HLL 성격 유형 조합으로 하고 MMPI-2를 통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들이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일지에 초점을 맞추어 formulation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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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심리평가 Battery의 다른 검사 결과와 MMPI-2 결과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심리평가자가 MMPI-2만 갖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대체로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석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을 적용해 유의미한 척도를 일단 다 골라냅니다.
예; 임상 척도의 경우 모척도가 65T, 자척도가 65T 이상의 척도를 모두 골라냄
2. 그 다음에 측정 개념이 유사해 보이는 척도 별로 묶습니다.
예; 내용 척도의 ANX, 보충 척도의 A를 따로 모음.
3. 묶인 내용을 보고서에 기술하고 괄호 안에 검사 sign을 나열합니다.
예; 피검자는 자신의 주관적 고통감을 호소하고 있으며(F=70T), 주로 불안이 피검자가 경험하고 있는 심리적
불편감이다(ANX=68T, A=72T).
이런 해석법의 문제는 유기적인 해석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검자의 심리적 모습이 파편화된다는 것과 비전형적인 측면이 있는 피검자의 경우는 해석에 빠진 빈 자리를 평가자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메울 위험성이 커진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MMPI-2의 척도만을 갖고 formulation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직관적 해석법을 소개합니다. MMPI-2와 SCT만 실시하는 선별평가에서 활용하면 좋겠지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다음의 개념을 머릿속에 넣고 있기만 하면 됩니다.
* 임상척도 = 집의 구조(뼈대, 벽, 기둥 등)
* 내용척도 = 가구(소파, 의자, 식탁, 협탁 등)
* 보충척도 = 소품과 인테리어(샹들리에, 포인트 벽지, 블라인드 등)
MMPI-2의 결과지를 해석할 때 임상척도는 집의 구조와 같은 피검자의 심리 구조로 보면 됩니다. 집의 구조를 볼 때 우리는 방이 몇 개 있고, 벽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있고, 천정이 낮고 등등 이렇게 집의 대략적인 구조를 파악합니다. 마찬가지로 임상 척도를 해석할 때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특성 불안 수준이 높은 편이고 내향적이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는 사람이다, 또는 기본적으로 우울한 성향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화 증상을 통해 자신의 고통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내용척도는 가구와 같습니다. 집에 아무런 가구가 없으면 여백미는 있겠지만 공간이 너무 많아 썰렁하고 휑할 수 있죠.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우울한 사람일까 하고 봤더니 자존감도 낮고 가족 문제도 있고 건강에 대한 염려도 있어서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이 도처에 깔려 있구나 하고 이해할 수 있는 피검자의 심리 내용으로 보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보충척도는 인테리어에 해당합니다. 없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적절한 인테리어가 집을 돋보이게 하고 사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것처럼 보충척도는 해석에 빠져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검자의 해석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는 액세서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사람은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여성적인 성역할에 경도되어 있어 지나치게 자신을 희생하는 덫에 빠져있을 수 있겠다, 또는 매사에 억압을 하다보니 술로 심적 불편감을 해소하려고 했을 수 있겠네. 분노와 적개심이 내재되어 있다보니 술을 마시면 간헐적으로 행동화 할 수 있을 것 같고 등등. 척도 이름 그대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냥 딱딱하고 건조하게 매뉴얼에 있는 해석 기준대로 유의미한 척도만 골라내서 조합하느라 고민하지 마시고 피검자의 심리 구조가 집과 같다고 상상하시고 임상, 내용, 보충 척도 해석을 적용하시면 formulation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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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진단명을 남발하는 것에 알러지가 있습니다만 심리평가의 주 의뢰 사유가 진단인 경우 의심되는 공존 장애가 많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노파심에서 말씀드리지만 R/O을 붙여서 되는대로 나열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 의뢰 사유가 치료 계획 수립이나 향후 대처 방법의 모색인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주의집중을 잘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 남아가 심리평가 의뢰 되었는데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면서 등교를 거부하고 밤에는 혼자서 안 잘려고 심하게 떼를 쓰는데다 억지로 혼자 재우면 어김없이 야뇨를 하고, 시험 기간이나 학습지 선생님이 방문하는 날이 되면 눈을 심하게 깜박이는 문제를 보일 때 어떻게 formulation해야 할까요?
정확한 변별 진단만 필요하다면 ADHD, Transient Tic Disorder, Enuresis, Adjustment Disorder, Separation Anxiety Disorder 등등의 가설을 세운 뒤 검사 sign으로 검증하면 될테지만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증상이 다양하고 여러가지 진단이 동시에 의심될 만큼 혼재되어 있는 상태에서는 핵심 문제가 무엇인지 찾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검사 sign을 정리하면서 진단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각 장애로 단독 진단을 한다면 어떤 것이 피검자의 심리적 상태를 가장 잘 설명하는지를 특히 염두에 두고 보는 것입니다.
위에서 예로 든 아동의 경우 핵심 문제가 평가 불안의 문제인지, 애착의 문제인지, 파괴적 관심 끌기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주의력 문제인지 말이죠.
핵심적인 문제를 찾아내면 거기부터 시작해서 다른 장애의 중복 진단 가능성을 생각해보면 예상되는 진단 가설이 많을 때에도 좀 더 손쉽게 피검자의 문제를 formulation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연습이 평소에 잘 되어 있지 않으면 핵심적인 문제를 골라내는 눈이 안 생기기 때문에 전에
'임상심리평가보고서 이렇게 쓰면 안 된다 II'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R/O 진단을 남발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양한 진단이 동시에 의심되는 경우에는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독 진단을 먼저 찾고 그 진단을 통해 피검자의 핵심 문제를 찾는 것을 연습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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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supervision의 경우 supervisee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피검자에 대한 정보 요약* 검사 원자료 사본* supervision을 받고 싶은 point 요약*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간혹 진단이 중요한 피검자의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막상 supervision을 받아보니 내가 내린 진단이 완전히 틀렸고 당연히 틀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해서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죠. 그러면 앞으로 자신이 없고 formulation도 잘 안 되는 피검자는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자료만 들고가서 supervision을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는 supervisee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보고서를 써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단을 완전히 헛짚은 보고서라도 그걸 쓰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고민과 노력이 알게 모르게 녹아들게 됩니다.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이 되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supervision을 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구분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꽤 많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지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supervision을 오래 받아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둘째. supervisor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supervisor와 함께 할 때에는 formulation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supervisor의 실력입니다. 나중에 혼자서 해 보면 자꾸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냥 supervisor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고민하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턱이 없습니다. supervisor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면 나중에 전문가가 되어서도,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supervisor만 찾게 됩니다.
셋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supervisor라도 보고서를 읽어 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코칭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만 갖고 formulation을 하면 당연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겠지요. 그러면 supervisee의 특징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덴지기 클론 보고서'가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 supervisor들의 강점을 잘 흡수해서 자신만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끄럽고 엉터리 진단을 내린 보고서이고, 나중에 거의 새로 쓰는 한이 있어도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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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에서 심리검사의 비중이 가장 크고 또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면담과 검사 중 관찰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많은 평가자가 그 중요성을 간과한 나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효율적인 정보 습득을 하지 못해 아까운 검사 시간을 낭비하거나 반대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피검자를 지치게 만들곤 합니다.
많은 경우 너무 많은 정보를 수집하려고 욕심을 내다보니 나중에는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리느라 정작 피검자의 핵심적인 문제를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심리평가를 위한 면담에서 평가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두 가지를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평가자는 피검자를 면담하기에 앞서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꼭 해 봐야 합니다.
'이 피검자는 왜 왔을까?'
심리평가를 받으러 온 목적에 대한 이 질문은 사실 상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질문인데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않는 평가자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매일같이 다양한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갖고 오는 사람들만 만나다 보니 당연히 뭔가가 힘들어서 왔을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찾으려고만 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심리검사 sign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피검자는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이 꼭 병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말로 문제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아이에게 투사하는
'독이 되는 부모'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의뢰된 아동이거나 실제로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의심한다고 망상 장애 환자로 몰려 강제로 평가에 의뢰되는 부인과 같은 사례가 왕왕 있거든요.
그래서 이 피검자가 왜 왔을까에 대해 피검자의 문제가 내부에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조망을 하게 되면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관계 문제나 외부 환경의 영향까지 놓치지 않고 살펴볼 수 있게 됩니다.
위의 질문을 평가자가 염두에 두고 면담에 임하게 되면 피검자가 자신의 문제를 자발적으로 보고하는지, 그것이 타인에 의해 보고되는 행동적 증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피검자가 보고하는 문제가 ego-dystonic한 것인지, 혹시 secondary gain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여부를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확인했을 때 가능한 질문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왔을까?'
이 질문은 두 가지를 확인하게 도와주는데 하나는 피검자나 보호자에 의해 보고된 문제를 토대로 가설을 설정할 수 있게 도와주고 동시에 course가 중요한 문제(예를 들자면 기분 장애와 같은)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게 해 줍니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는 피검자의 의지와 동기, 외부 자원, 지지 체계, 대처 방식 등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피검자의 학력, 가정 환경, 발달력, 병력 등의 정보를 청취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대부분 이미 chart에 기록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나중에 확인해도 됩니다. 혹시 누락되었다고 해도 전화를 통해 나중에 채워넣으면 되는 것이지 굳이 금쪽같은 심리평가 시간에 물어봐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심리평가는 피검자의 문제를 탐색하고 가설을 검증해서 formulation하는 것이지 피검자의 성장사를 꿰뚫고 취조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덧. 위의 두 질문을 굳이 심리평가를 위한 면담에서만 사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첫 회기에서도 사용하면 좋은 질문들이죠. 피검자를 내담자로 바꾸어서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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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평가를 할 때 평가자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정반대로 해석해야 할 것 같은 검사 sign이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간단히 예를 들어 주 호소가 또래로부터 집단 따돌림을 당해 자존감이 낮고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보여 평가를 받는 청소년이 있다고 할 때, MMPI-A의 LSE 척도 점수가 하늘을 찌르고, 반대로 ES 척도 점수는 바닥을 치며, HTP에서는 온통 필압이 약한 그림 투성이에, 평가자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검사 태도를 보이는 피검자가 문장 완성 검사에서 "내가 믿고 있는 능력은 최고다", "나의 장래는 더 없이 밝다"라고 응답하였다면 얼핏 보기에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 검사 sign을 어떻게 해석해야 좋을 지 난감하죠.
특히 로샤 검사에서 이런 sign이 나오게 되면 로샤 검사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은 유혹을 많이 받게 되고 결국은 엉뚱한 formulation을 하게 됩니다.
이는 모든 피검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검사에서 그대로(순방향) 드러낸다는 평가자의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위의 사례에서 피검자는 자신의 자신감 부족을 compensation하기 위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과장해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문장 완성 검사에서 피검자가 보여준 자신만만한 자기 기술은 취약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 위한 overcompensation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적절합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검사 sign과 일치하지 않는 독특한 검사 sign을 발견하게 되면 해석 방향을 반대로해서 보면 의외로 다른 검사 sign과 잘 통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의식적인 수준에서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 심리검사의 sign을 해석할 때에는 이 방법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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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심리학자가 진정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심리치료와 상담이라고 아무리 목소리 높여 외쳐봐도 아직까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심리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물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것입니다.
비유를 들자면 임상 심리학자에게 심리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숨을 쉬는 것과도 같습니다.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 하면 죽게 되는(이거 중요한 말입니다. 밑줄~) 그런 것이죠.
그런데 매일 하는 일이 되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보고서가 틀에 박힌 것 같고 사용하는 문구도 매번 똑같아서 정체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Somatization Disorder와 Conversion Disorder, Dysthymic Disorder 등 Neurosis 계열의 장애를 진단하는 각각의 보고서를 진단 명만 바꾸어 내도 별 무리가 없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아무런 고민 없이 공부도 안 하고 그냥 항상 쓰던대로 보고서를 쓰는 전문가는 어차피 제 발로 무덤을 파는거니까 신경쓰지 말도록 하고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움이 되실까 해서 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알려 드립니다.
첫째, 다양한 문구를 사용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 영어를 배울 때 미국인들은 똑같은 단어를 다시 사용하지 않고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바꾸어 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실 겁니다. 이걸 보고서 작성에 적용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보인다'는 흔히 사용되는 종결 문구입니다. 이걸 동일 보고서에서 '~생각된다', '~나타났다', '~드러났다', '~시사한다' 등으로 다양하게 바꾸어 보는 겁니다. 물론 앞뒤 맥락을 고려해 볼 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구로 바꾸어야 합니다. '~예상된다'도 '~가능성이 있겠다'로 바꾸어서 사용할 수 있고 '~가능성이 커 보인다'와 같은 변형도 가능합니다. 물론 이 방법만으로 보고서 작성의 매너리즘에서 곧장 빠져나올 수는 없습니다만 일단 보고서에 활력을 불어넣어 읽는 사람의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여주고 본인에게는 문장력을 높여주는 연습이 되기 때문에 적극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다른 평가자의 보고서를 탐독한다.
: 다양한 문구를 사용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평소에 독서를 많이 하고 글쓰기 연습을 하는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모든 전문가에게 그걸 요구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럴 때에는 다른 전문가가 쓴 보고서를 읽는 것이 도움이됩니다. local NP에서 프리랜서로 평가를 하는 선생님이라면 다른 선생님이 쓴 보고서를, 수련 레지던트라면 윗년차가 쓴 보고서를 자꾸 읽는 겁니다. 이 때 매너리즘에 자주 빠지는 특정 장애가 있다면 그 장애에 대해 다른 선생님이 쓴 보고서를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어떻게 formulation을 하는 지 눈여겨 보는 겁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면서 큰 도움을 받은 것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양한 스타일의 보고서를 매일 읽으니까 저도 모르게 표현력이 늘게 되더군요. 이것도 모르고 심리평가 supervision을 안 하는 supervisor들은 어리석은 바보라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저 supervision을 귀찮은 일이라고만 생각하겠지요. 그런 썩어빠진 정신의 supervisor는 뭘 해도 제대로 할 리가 만무합니다.
셋째, 다양한 표현을 수집하고 변형해 내 것으로 만든다.
: 다른 평가자의 보고서를 읽는 것과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법인데 보고서를 읽으면서 인상깊은 표현이나 구절을 적어서 나름의 관용어구 사전을 만들어 두는 겁니다. 제가 예전에 소개한
'글쓰기의 공중 부양'에서 이외수옹이 추천했던 방법이지요(참고로 말씀드리면 외국에는 이미 심리평가 보고서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모아 놓은 책이 나와 있습니다). 그 다음에 그걸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 아니라 변형시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체화시켜 사용하는 겁니다.
지겹다~ 지겹다고만 하면 아무리 재미있는 일도 지겨울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심리평가 보고서를 쓰는 일이 지겹다고 느껴질 땐 나름의 재미를 찾아보세요.
제가 설명드린 방법 말고 나름의 노하우가 있는 분들은 제보를 해 주시면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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