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장애인 연금법 개악으로 인해 수혜 대상이 줄어들었고 그러다보니 현재 장애인 연금을 받고 있는 모든 대상에 대한 재평가 지시가 내려왔나 봅니다.
이 때문에 지적 장애 재판정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심리평가를 제공하는 일선 정신과의 업무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능검사 또는 지능추정검사 결과를 기준으로 판정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회 성숙도 검사(SMS)를 반드시 실시하고 이 중 높은 지수로 판정을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문제와 나름의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정신지체 판정을 위한 심리평가 시 지능 지수와 사회성숙도 지수의 차이 교정 문제'라는 글에서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오늘 함께 살펴볼 문제는 지능 검사 자체의 문제입니다.
지적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지능검사를 다시 실시하게 되면 크게 두 가지 검사 자체의 요인에 의해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지능 검사 도구의 차이인데 대개 아동용 지능검사 도구인 K-WISC-III나 KEDI-WISC로 평가한 뒤 성인이 되어 K-WAIS로 평가하면 검사 도구의 차이에 따른 지능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또 하나는
동일한 지능 검사 도구를 사용하였으나 규준 연령대가 달라지면서 지능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인데 이 문제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지적 장애인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19세 때 성인용 지능 검사 도구인 K-WAIS를 실시해 중등도의 정신 지체(Moderate Mental Retardation) 수준의 지능으로 평가되었다고 할 때 20년 뒤인 39세 때 동일한 K-WAIS를 실시해도 규준(norm)의 문제로 인해 지능이 경계선이나 평균 하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어 지적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지능이 낮게 측정되는 것보다 높게 측정되는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이러한 방향성은 분명 규준의 문제입니다. 특히 나이가 더 많은 지적 장애인의 경우에는 원점수에서 0점을 받았다고 해도 경계선 수준 이상의 지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독립적인 생활이 불가능한데도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현재 일선 현장에서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데 공무원들이 지침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윗선의 지시를 받다보니 융통성을 발휘할 수가 없어 나온 지능 지수 그대로 판정을 하고 이로 인해 많은 지적 장애인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능 검사 도구의 한계에 대해 아무리 설명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제 경우는 피검자가 대부분의 과제에서 전혀 수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원점수 자체를 산출하지 않고 심한 지체로 인한 검사 불가로 판정합니다. 미봉책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도 없고 반대로 피검자를 위한답시고 지능 지수를 조작할 수도 없으니까요.
빨리 지적 장애 판정을 위한 제대로 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도 (역시나) 아무런 문제 제기 및 대안 마련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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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한 자료는 대구대학교 재활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김홍근 선생님이 한국 임상심리학회지(2006, Vol. 25, No. 1, 257~271)에 publish 한 'Wechsler 지능검사에서 관리기능과 비관리기능의 비교'라는 논문 중 ERQ(Executive-function Relative Quotient)라는 관리 기능 지표의 규준과 점수 단위 전환표입니다.
이 논문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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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Wechsler 지능검사의 가장 큰 제한점 중 하나는 관리기능(또는 실행기능, executive function)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2. 관리기능은 전두엽의 손상과 관련성이 매우 높은데 임상 현장에서는 뇌손상 환자, Psychosis, Mood Disorder, ADHD에게서 흔히 발견될 만큼 중요성이 높은 기능이다.
3. 그래서 아쉬운 대로 K-WAIS의 소검사들을 이용하여 관리기능의 문제를 찾아낼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보고자 하였다.
4. Hunt의 유지-비유지 모형의 상대적 우수성에 근거하여 '토막 짜기', '바꿔 쓰기'를 관리기능형 소검사로, '기본지식문제', '이해문제'를 비관리기능형 소검사로 사용하였다.
5. 관리기능지표와 비관리기능지표를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우선 해당 소검사의 원점수를 K-WAIS manual에 있는 연령별 환산점수로 전환한 후 연령별 환산점수를 첨부 1의 점수 단위 전환표를 이용하여 M=100, SD=15인 점수 단위로 변환시키고 그 다음 변환된 점수 2개를 평균 낸다. 마지막으로 비관리기능지표에서 관리기능지표를 뺀 후 첨부 2의 규준표를 참고해 백분위 점수를 활용하면 된다.
6. ERQ가 '양수'인 경우 비관리기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고 '음수'인 경우 관리기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7. 다른 지능 지표에 비해 ERQ는 관리기능의 문제가 있는 환자군을 잘 detect 하는 것으로 보이나 역시 관리기능에 민감한 전문화된 검사에 비해 많이 취약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 월덴지기의 제멋대로 comment
1. 논문은 꽤 짜임새가 있으나 하나의 연구에서 여러 개의 결과물을 뽑아내려고 무리한 흔적이 있어 조금 아쉬움(휘하에 졸업해야 하는 사람이 많은 건가? -_-;;;).
2. 연구자가 개발한 'Kims 전두엽-관리기능 신경심리검사' 도구를 팔기 위해 이 논문을 쓴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점이 특히 아쉬움.
3. 기능지표를 산출하는 과정이 복잡해서 실제 임상 현장에서 과연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시 됨(사실 관리기능의 문제가 의심되는 경우는 신경 심리 평가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
첨부 1. 점수 단위 전환표
첨부 2. ERQ 규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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