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상담사 자격 연수 때 매번 로샤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만 해놓고 책임도 못 지는 무책임한 월덴지기입니다. ㅠ.ㅠ
올해는 아예 저보고 로샤 워크샵을 진행해 달라고 직접 문의를 주신 선생님까지 계셨는데 제가 하는 일도 없이 바쁜 통에 그 청을 들어드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실력 충만한 선생님들께 연결했는데 제 push가 통했는지 올해가 가기 전에 다행히 로샤 워크샵이 열렸네요.
10월 3일부터 12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 저녁 5시에서 8시까지 3시간 동안 10주에 걸쳐 진행되는 로샤 집중 워크샵입니다.
작년에 4주 동안 진행되는 로샤 미니 워크샵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번은 10주로 대폭 강화되었네요. 기대가 큽니다.
로샤 검사의 실시, 채점, 해석 3단계를 모두 다룰 뿐 아니라 사례 supervision까지 진행되는 알찬 워크샵이네요.
강사는 제가 실력을 보장하는 두 임상심리전문가 선생님입니다.
이 참에 로샤를 정복해야겠다고 마음 단단히 드신 분이나 다시 한번 체계적으로 정리를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한 파일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 정원이 8명에 불과하니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quality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 접수를 안 받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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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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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아카데미의 심리평가 워크샵 : Rorschach, 실시에서 해석까지 워크샵을 엽니다. (드디어!) 일 년 만에 D.K. Academy의 심리평가 워크샵이 열립니다. 로샤에 대한 워크샵 요청이 있어서, 올해가 가..
아동/청소년 상담을 하거나 상담 케이스를 supervision할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세상에는 정말 병든 부모가 많더군요. 대표적인 게 근친 성폭력 문제인데 굳이 그렇게 심한 경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주는 부모가 너무 많아서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충격적인 사례를 만나곤 합니다.
그래서 부모가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병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 부모라면 절대로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버리겠다는 협박
제가 어렸을 적에도 아이들이 말을 듣게 하려고 다리 밑에 사는 거지들에게 갖다 버리겠다고 하거나 집 밖으로 내쫓겠다면서 어른들이 협박을 하곤 했었죠. 추운 겨울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은 채 쫓겨나 어디 가지도 못한 채 대문 밖에서 덜덜 떨다가 어머니가 몰래 들여보내줘서 구들장 밑에서 언 발을 주무르다 잠이 들었다는 일화도 어디에선가 본 기억이 나고요.
어른들은 어른 말 어려운 줄 깨닫게 하려고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농담으로라도 절대로 버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농담과 진담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독자 생존을 할 수 없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는 건 곧 죽으라는 사형선고나 다름 없습니다. 이혼을 앞둔 가정에서 자신들이 누구랑 사는지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유가 엄마, 아빠의 애정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가 자신을 돌봐줄 지 점검해야만 하는 절박감에서 나온 말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절대로 버리지 않고 지켜주겠다는 말만큼 아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 게 없습니다.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말, 다 큰 어른이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 아닙니까?
2. 상처받은(실패한) 자녀 탓하기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차였을 때, 목표했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을 때, 어렵게 준비했던 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했을 때, 마음 잡고 공부했으나 원했던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았을 때.... 등등 아이들이 상처받는 경우는 굉장히 많습니다. 자녀가 기대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고 실패하는 걸 보는 건 부모에게도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자녀를 통해 대리 만족하려는 부모일수록 그런 열패감과 좌절감이 더 크겠죠.
그렇다고 해도 상처받은 자녀의 탓을 하는 것 만큼은 부모라면 절대로 피해야 하는 일입니다. "네가 조금만 더 노력했어도~", "네가 미리미리 준비했다면~", "네가 나만큼만 머리가 좋았어도~", "그러게 더 열심히 하라고 했잖아!"와 같은 말은 자녀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혀 그대로 뼛속까지 얼려 버립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모와 자녀 사이에 두터운 얼음벽이 가로막히고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집 밖으로 쫓아내는 것 같은 냉혹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패와 좌절은 아쉽지만 기회는 또 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들었던 그 때 자신의 편을 들기는 커녕 오히려 자신을 비난했던 부모를 용서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상처의 경험을 딛고 신뢰를 다시 쌓는 것도 역시 쉽지 않고요. 그러니 실패와 상처의 고통으로 아파하는 자녀의 편이 되어 주세요.
3. 편애의 노출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자식이 다 소중하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더 아픈 손가락이 있고, 덜 아픈 손가락도 있는 법입니다. 그냥 마음이 더 가고, 예쁘고,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자식이 있는 반면, 뭘 해도 안심이 되지 않고, 못마땅하며, 눈에 차지 않는 자식도 있게 마련이죠.
여러 자녀가 있을 때 더 사랑스러운 자녀와 덜 사랑스러운 자녀가 저절로 가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사실을 애써 부정한다해도 현실은 바뀌지 않습니다. 문제는 편애하는 자식의 존재 여부가 아닙니다. 그런 편애가 당사자인 자녀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편애를 받는 자녀는 일시적으로 우쭐할 수도 있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편애를 받지 못하는 자녀와 관계가 불편해집니다. 또한 편애의 대상이 되지 못한 자녀는 위축되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부모가 원치 않는 방향의 행동을 함으로써 '파괴적인 관심끌기'에 몰두할 수도 있습니다. 편애의 노출은 편애를 받는 자녀이든, 편애를 받지 못한 자녀이든 간에 모든 자녀에게 해롭습니다. 사실 편애를 감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어떻게든 티가 나게 마련이죠), 그래도 최선을 다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로 많은 힘이 드는 일입니다. 조심해야 할 것들도 참 많고요.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세 가지(버리겠다는 협박, 상처받은 자녀 탓하기, 편애의 노출)만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어렵다면 최소한 나쁜 부모라도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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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에 한국심리주식회사에서 Beck 관련 척도의 판권을 산 뒤 임상심리학회 정회원들에게
협조협박 문건을 발송한 내용을 포스팅한 적(
'한국심리주식회사가 Beck 척도 시리즈를 출시했습니다.....만' 포스팅 참조)이 있습니다.
그 때의 제 논조는 Beck 척도를 사용하는 관련자를 그렇게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했어야 했냐는 감정적인 질타에 가까운 것이었는데요.
1년이 지나는 동안 이 척도들이 사용된 심리평가 케이스를 다수 supervision하면서 문제가 제가 생각하던 수준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로 봤던 건 BDI와 BAI인데요.
가장 큰 문제는 증상이 과도하게 평가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한 수검자에게 MMPI-2/A와 BDI를 동시에 실시하면(기관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검사 수가를 맞추기 위해서 둘 다 실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불필요한 검사 비용을 수검자에게 떠넘기는 불합리한 관행입니다만)
전혀 우울하지 않은 타당한 MMPI-2/A 프로파일을 보이는 수검자의 경우에도 대부분 BDI 결과에서는 우울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BDI 결과에서 우울하지 않은 정상 수준으로 나타나려면 MMPI-2/A에서는 정상 수준이 아닌 S나 K가 비정상적인 수준까지 상승한 방어적 프로파일은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BDI, BAI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해서 의미 그대로 해석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우울, 불안하지도 않은 수검자를 우울 장애, 불안 장애로 잘못 진단할 수 있는 false positive error가 높다는 말입니다.
물론 MMPI-2/A와 BDI, BAI가 함께 상승한 수검자의 경우는 BDI, BAI의 문항 내용 분석을 통해 수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이끌어 낼 수 있지만 이 또한 MMPI-2/A의 문항 분석(결정적 문항 등)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하거든요. 불필요한 비용과 심리적인 부담을 수검자에게 전가하는 BDI, BAI를 굳이 실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나마 MMPI-2/A를 함께 실시하는 경우라면 그래도 해결책이 있는데 선별평가에서 BDI, BAI만 사용하는 경우는 정말 큰일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가 없거나 파트 타임 임상가로라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local NP에서 여전히 BDI, BAI만 사용해서 우울 장애, 불안 장애로 진단하고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저는 false positive error가 높게 나타나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BDI, BAI를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덧. BDI의 경우 높은 수준으로 측정된 사례의 문항 내용을 살펴보면 endogenous depression에서 흔히 나타나는 vegetative symptom 관련 문항보다는 guilty feeling, punishment, internal attribution 관련 문항이 높게 평정된 경우가 굉장히 많은 걸 흔히 볼 수 있는데 역기능적인 신념이나 자동적 사고 교정, 대인 관계 역동 분석을 해야 하는 수검자를 약물치료에만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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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항상 믿고 추천하는 D. K. Academy의 로샤 워크샵이 떴습니다~~~
얼마 전에 1년에 고작 1~2번에 불과한 금쪽같은 종합심리평가 워크샵이 성황리에 끝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또 한 번 유종의 미를 거두기라도 하듯 의욕이 활활 불타오르는 미니 워크샵 공지가 떴습니다.
D. K. Academy의 워크샵은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밀착토론형 supervision식 워크샵이라 항상 정원이 번개같이 마감되곤 합니다.
오죽 했으면 D. K. Academy의 워크샵 정보를 조금이라도 먼저 알아내려고 [월덴통신] 구독자로 가입하는 선생님이 계실 정도랍니다(이 참에
월덴통신도 묻어가는 소개~).
어쨌거나 4주 동안 실시와 채점, 특히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inquiry를 꼼꼼히 살펴본다고 하니 그동안 로샤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 분들이라면 얼렁 달려가시기 바랍니다. 8명 내외로 선착순 마감된다고 하거든요;;;;
11월 8일부터 29일까지 4주에 걸쳐 매주 토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워크샵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를 클릭해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D. K. Academy의 로샤 미니 워크샵을 보시려면 클릭!~
제가 상담 분야에서 일하는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 할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게 로샤를 공부하시라는 거잖아요.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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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1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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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아카데미의 심리평가 워크샵 : 로샤 기초 워크샵을 엽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셨는데 이제야 로샤 워크샵이 시작합니다. 올해 들어서는 D.K. 아카데미의 마지막 워크샵입니다. ..
상담/심리치료 supervision을 하다보면 상담 회기에 자신이 내담자에게 아무것도 해 준 것이 없다고 자책하는 상담자를 굉장히 자주 만나게 됩니다. 제가 볼 땐 충분히 공감하고 경청한 것 같은데 말이죠.
많은 상담자들이 자신이 내담자의 치유와 회복에 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상담은 오히려 상담자가 아직 준비가 덜 된 내담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기 때문에 혹은 주려고 욕심을 부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곤 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상담을 받고자 하는 내담자는 무언가를 잘못 먹어서 탈이 난 사람과 비슷합니다. 과식이나 상한 음식을 먹어 배탈이 난 사람에게 필요한 건 영양가 풍부한 다른 음식이나 건강보조식품이 아닙니다. 속을 게워내고 비운 뒤 금식을 통해 독소를 해독하고 속을 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나치게 기름지고 영양이 넘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면 더 큰 탈이 날 수 있습니다.
상담도 이와 비슷해서 내담자가 심리적 고통과 어려움을 충분히 토로해서 마음을 비우고 다시금 회복의 기운을 채울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마칠 때까지 상담자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마음이 조급한 나머지 겉으로만 보이는 내담자의 증상에 집착해서 이런 저런 프로그램, worksheet, 과제를 부여하는 건 내담자에게 도리어 해로울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내담자의 마음 '속'이 편안해질 때까지 충분히 털어낼 수 있도록 들어주세요.
특히 마음이 조급한 내담자가 상담자에게 빠른 처방과 조언을 요구할 때가 더더욱 들어야 할 때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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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가가 아닌 병원이나 상담센터에서 근무하는 임상가들은 이미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전문가를 만나 면담을 끝낸 수검자를 평가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통상적으로 chart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가설을 설정하고 심리평가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왜 하필 지금 왔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습니다. 뭐 당연히 도움이 필요하니까 왔겠지 또는 버티다 버티다 안 되니까 힘들어서 지금 왔겠지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는 거지요.
물론 그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왜 하필 지금 왔는지를 탐색하는 게 굉장히 유용합니다. 정말로 도저히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왔는지, 알려지지 않은 오지 못할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외부의 도움을 받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랬다가 최근에 깨닫게 되었는지, 그랬다면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지 등등 매우 다양한 대답이 가능하니까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묻지 않으면 수검자가 알아서 대답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전 또는 검사 후 면담에서 염두에 두고 있어야만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원 장면처럼 문제의 정도가 심각한 수검자가 많은 곳에서는 심리평가를 할 때에도 변별 진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진단 기준 충족을 위한 주 호소(Chief Complaint) 중심으로 탐색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잠재 가설이 너무 많아질 수 있어 진단이 틀릴 가능성이 커지고 무엇보다 임상가에게 과부하가 걸리게 됩니다.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에 대한 수검자의 응답을 면밀히 살펴보면 불필요한 진단 가설들을 배제할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 심리검사 sign만으로 알기 어려운 빈틈을 메울 수 있는 여러가지 단서를 발견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임상가들께서는 꼭 '왜 하필 지금 오셨냐'는 질문을 잊지 말고 수검자(또는 보호자)에게 꼭 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이 질문을 유독 강조하는 이유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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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뭔가 거창해보이지만 사실 별 거 아닙니다.
심리평가를 실시하는 현장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건지에 대한 개인적인 예측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예전에는 심각한 정신병리적 문제로 진단이 필요한 수검자(환자)는 정신건강의학과의 임상심리실을 방문하여 심리평가를 받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학교나 민간 상담센터에는 그렇게 심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가 별로 오지 않았지요. 그래서 병원만큼 심리평가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더랬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심리학의 발전(질적인 발전까지 견인하지는 못하고 있지만)과 홍보의 영향(시대의 추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으로 일반인들의 심리학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다양한 심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져서 심리적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기 이전에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의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특히 어떤 증상때문이 아니라 대인 관계 갈등 문제나 직무 부적응 등 사회 생활 전반에 걸친 다양한 문제로 도움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수도 많이 늘었죠.
다른 한편에서는 팍팍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게 되면서 예전보다 정신과적 문제를 겪는 사람의 수 자체가 많아졌습니다. 수요 자체가 폭증하게 된 것이죠. 이 수요를 병원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상담 센터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상담 센터에서 근무하는 상담 심리학자들에게 심리평가 능력이 요구되고 실제로 심리평가를 실시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심리평가에 대한 강의나 supervision을 원하는 개별 상담자와 기관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제가 supervision을 할 때 접하는 케이스도 예전에는 주로 연애 실패, 학교 부적응, 부모-자녀 관계 등의 다소 mild한 문제에서 요새는 강박 장애, 섭식 장애, 성격 장애, 심지어는 조현병까지 스펙트럼이 많이 넓어지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새 입버릇처럼 상담자들에게 DSM 진단 체계와 정신병리학을 공부하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합니다.
이와 반대로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에서는 진단을 내리기에 애매한 문제를 가진 수검자의 수가 늘고 있습니다. 호소하는 증상만 보면 뭔가 변별 진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아서 종합심리평가를 해 보면 검사 sign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호소하는 증상만큼 심한 수준이 아닌 경우가 많아진 거지요. 그러나 여전히 의사들은 진단을 선호(그래야 약물 치료를 편하게 할 수 있으니)하기 때문에 진단 없는 심리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임상 심리학자들은 혼란에 빠지는거지요. 게다가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리치료나 상담을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 병원 임상가들이 많다 보니 진단을 내리지 못할 때 어떤 제언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심리평가 실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병리학 공부와 함께 DSM 진단 체계에 익숙해지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상 현장에 계시는 분들은 더 이상 변별 진단에만 치중하는 심리평가 의존에서 벗어나 심리치료와 상담에 대한 관심을 갖고 그러한 치료적 목표에 따른 제언을 심리평가보고서에 작성하는 연습을 지금부터라도 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case formulation을 하는 틀이 지금과 다르게 바뀌는 것이죠.
사실 이건 예측이라고 할 것도 없이 이미 현재 진행 중인 상황이고 이러한 추세는 점점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상담 심리학회에서 상담심리전문가 수련 과정 중 5년차 이상의 임상심리전문가에게 심리평가 supervision 받는 것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임상 심리학회에서 치료 기법에 대한 워크샵을 대대적으로 열고 전문가의 치료 사례 회의를 강화하는 게 무엇을 시사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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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아마존
영국 맨체스터 대학 임상 심리학 department에서 전문가 수련 프로그램을 운용 중인 Ian Fleming과 Linda Steen이 영국 각 대학에 있는 전문가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supervision과 관련된 이론과 실제를 담은 일종의 handbook이죠.
1판이 2004년에 나왔고 이 책은 2012년에 나온 2판입니다.
주된 내용으로는
* 임상 심리학 분야에서 supervision의 역사
* 영국 NHS 정책의 영향
* supervision 모형과 supervisory relationship
* 수련 과정의 발달사
* 문화와 인종이 임상 수련에 미치는 영향
* 성차가 임상 수련에 미치는 영향
* 임상 수련 연구
* supervision의 형태
* supervision의 실제 양상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supervision을 받아야 하는 임상/상담 수련 레지던트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을까 싶어 힘들여 읽었는데 결론적으로 별무소용인 독서가 되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로 내용에 영양가가 별로 없습니다. 아무래도 handbook 형태라서 그렇겠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 피상적인 내용으로만 일관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너무 뻔한 내용들 뿐입니다.
둘째로 지나치게 영국 임상 현실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영국 임상심리학계의 NHS 정책도 그렇고 2장에 나오는 supervision의 역사도 그렇고 초점을 온통 영국 임상에 맞췄더군요. 영국에서 수련을 받는 임상가라면 또 모르겠지만 한국에 있는 우리들은 거의 읽을 필요가 없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추천하지 않습니다. 수련을 받고 있는 선생님 또는 예비 레지던트 선생님들은 일단
'Basics of Clinical Practice'를 읽으면서 버티고 계시기 바랍니다. 계속 좋은 책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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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상담 불문하고 최소한 supervisor라면 이 정도의 역할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1. 정확한 지식 전달
임상가들이 수련 과정에서 반드시 익혀야 할 지식과 정보를 그동안 학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두었다면 이미 현장 supervisor들의 애로사항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 분명합니다만 제가 10년 이상 학회를 지켜본 결과 난망한 일이므로 어쩔 수 없이 각개격파, 구명도생하셔야 합니다. 문제는 수련 현장에 따른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인데 그나마 많은 환자가 몰리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 과정과 접점이 많아 최신 지식을 업데이트할 수 밖에 없는 종합병원급 기관은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죽을지언정 실력은 늘 수 밖에 없습니다. supervisor도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니까요(물론 그런 기관에서도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시간만 죽이고 앉아 있는 무능한 supervisor도 있습니다만 그건 개인적인 문제이니 여기에서는 논외로 하고요). 예를 들어 최근에 DSM-5가 출시되었는데 번역판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눈치만 보는 건 supervisor의 자세가 아닙니다. DSM-5는 도입 시점이 문제이지 DSM-IV를 계속 쓸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당장 원판을 구입해서 읽고 정리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북 세미나 한답시고 엄한 레지던트 선생님들에게 번역, 정리 맡기는 짓 하지 마시고요.
supervision을 할 때에도 reference가 있는 지식과 자신의 체험에 기반한 지식을 구분해서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자신이 전문가가 되기 이전에 윗 supervisor에게 배웠던 지식만 알음알음 끌어모아서 울궈먹을 수 있거든요. 제가 최근에 제 supervisee 선생님들께 reference를 자주 물어보는데 제대로 답변하는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근거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연습이 안 되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supervisor들께서는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그 지식이 항상 업데이트되어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걸 아셔야 합니다.
2. 동기 부여
첫 번째 역할로 말씀드린 정확한 지식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동기 부여이며,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정확한 지식 전달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임상, 상담 현장의 일이 재미있고, 호기심이 샘솟으며,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하는 게 즐거워야 계속 하고 싶고 그래야 정확한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마련이니까요. 게다가 그렇지 않아도 힘든 수련 과정에서 동기마저 충천하지 않다면 수련 과정을 버티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가 되고 나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회의에 빠지거나 쉽게 질려서 무력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개의 경우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동기 부여가 잘 안 되는 건 supervisor 스스로가 동기 부여가 안 되기 때문이고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 없거나 무료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함정에 빠진 supervisor라면 이 문제부터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supervisee들까지 함정에 빠뜨려 공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만 더 첨언하자면 가능하면 동기 부여는 사명감보다는 흥미 유발과 재미 찾기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생각에 우리나라 임상, 상담 현장은 사명감과 소명 의식만 너무 강조한 나머지 내담자/피검자의 문제를 다룰 때 진지해지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임상가들에게 엄숙주의를 강요하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도제식 수련제도 때문에 힘든 수련 레지던트들에게 복종과 충성을 강요하는 이상한 교조주의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3. 핵우산 기능
이건 다른 직능 영역과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 곳에서 일하는 supervisor에게만 해당됩니다만 개업 상담센터나 대학 교수가 아닌 이상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지 않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supervisor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맞을 겁니다. 특히 의사 선생님들과 일을 하거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기관의 선생님들은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기관에 속한 supervisor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핵우산 기능합니다. 여러 직종이나 직능의 전문가들이 함께 일하는 기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의사전달과정이 모호하거나 명령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때로는 똥물이 튀는 것이 싫어서 희생양을 찾아서 떠넘기는 일도 생기게 되고, 업무 진행 상 약한 부서나 조직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다반사죠. 그런데 그럴 때 자기 하나 살자고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옆으로 비켜서거나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능 전문가의 뒤에 숨는 일만큼은 절대로 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나서서 나 하나만 믿고 의지하는 supervisee들을 위해 산화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뭐 그런다고 supervisor가 잘려나가는 일이 얼마나 되겠어요? 엄살 부리지 마시고요). 유능한 중재자가 못 된다면 최소한 싸움닭이 되는 것 만큼은 피하면 안 됩니다.
수련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수련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여론조사하면 supervisor가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기만 내빼거나 쏟아지는 압력을 몸으로 막아내기는 커녕 완장찬 마름처럼 되려 횡포를 부릴 때가 당당히 1위가 될거라는데 제 금쪽같은 돈 500원을 걸겠습니다.
존경받는 supervisor가 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실력과 성품을 겸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동기를 부여하려고 애쓰며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아랫사람들의 안위를 책임지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supervisor의 역할이고요.
오늘도 현장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계신 수많은 supervisor 선생님들 힘 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장래의 동반자가 될 supervisee 선생님들이 모두 잠재적인 우군이니까요. 그들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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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worksheet라고 썼지만 특정 심리치료 기법으로 바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worksheet의 보기를 든 것 뿐입니다.
가끔 상담 supervision을 할 때 상담을 잘 해나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내담자에게 뭔가를 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상담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때로는 죄책감까지 느끼는 상담자를 봅니다.
상담과 심리치료 기법을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생기는 착각입니다.
저는 상담과 심리치료 기법을 개념적으로 조금 다르게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예를 들자면 상담은 암 치료이고 심리치료 기법은 화학 요법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한다면 필요에 따라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인지 왜곡을 수정하기 위해 CBT 중의 일부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CBT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히 저처럼 절충-통합적 접근을 선호하는 상담자에게 심리치료 기법은 타이밍의 문제이지 무엇이 우선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어떤 특정 심리치료 접근법을 주로 따르는 상담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주로 게슈탈트 기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더라도 상담의 틀을 게슈탈트적으로 짜는 것이지 온통 게슈탈트 기법만 내담자에게 폭격하듯이 쏟아붓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거나 상담자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하려는 것이 내담자의 문제를 큰 치유의 틀로 보고 상담하는 것인지, 일부 증상이나 표면적인 문제만 특정 기법으로 완화 또는 제거하려는 것은 아닌지 구분하는 것입니다.
worksheet의 문제도 이런 구분의 틀 안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저는 대체로
내담자와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기 전에는 worksheet 사용을 자제하는 편인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내담자가 확실히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worksheet를 섣불리 사용하면 상담자가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내담자에게 어설프게 노출하게 되어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어 있지 않을 때라면 저항, 포기 또는 반대로 심하게 의존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라포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고, 그 다음에 함께 해결할 문제를 구체화 하는 것이 다음이며, 목표가 분명하게 드러나고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의 합의가 이루어진 후에 기술적으로 worksheet를 사용할 지를 내담자와 상의해도 충분합니다.
뭔가를 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부랴부랴 준비한 worksheet로는 절대로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합니다.
예전에
'상담의 원칙 : 열심히 들어라'에서 이미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뭔가를 자꾸 주려고 하지 말고 그보다 먼저 온몸과 마음을 다해 내담자가 주는 걸 받아 안아야 합니다.
내담자를 치료하려고 하지 말고 내담자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강력한 지지 세력이 되어 주세요. 그걸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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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YES24
'Fundamentals of Clincal Supervision'이라는 원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심리치료/상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supervision의 근본 내용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상담 심리학 분야 뿐 아니라 임상 심리학에서도 supervision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supervisor들이 읽으면 좋은 책일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실망한 책입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내용입니다. supervisor들이 supervision을 위한 입문서로 필요한 건 comprehensive handbook이 아니라 field manual입니다(이건 이견이 있을 수가 있는데 저는 comprehensive handbook은 그 다음에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흡사 MMPI-2를 공부하기 위한 입문자에게
'MMPI-2 : 성격 및 정신병리 평가(2006)'을 추천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목차를 보시면
제 1 장 임상 수퍼비전 개론
제 2 장 평가
제 3 장 윤리적·법적 고려사항
제 4 장 수퍼비전 모델
제 5 장 수퍼비전 관계 - 개인차와 발달차의 영향
제 6 장 수퍼비전 관계 - 수퍼비전 삼자 혹은 양자 관계의 과정과 문제
제 7 장 수퍼비전 관계 - 상담수련생과 수퍼바이저의 요인
제 8 장 수퍼비전 경험을 조직화하기
제 9 장 수퍼비전 개입 - 개인 수퍼비전
제 10 장 수퍼비전 개입 - 집단 수퍼비전
제 11 장 수퍼비전 개입 - 라이브 수퍼비전
제 12 장 수퍼비전의 교수와 연구
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clinical supervision에 대한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이론적으로 치우쳐 있어 분량 자체에도 압도되기 쉽고 끝까지 읽기에 지루하고 재미도 없습니다. 현장 사례는 하나도 안 나와요. 그래서 다 읽어도 실제 supervision을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입니다. 비용, 시간 대비 지나치게 상세한 책입니다.
이 책을 추천하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너무 오래된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3판 원서가 2004년에 나왔는데 이미 올해 5판이 새롭게 출판된 상태입니다. 그동안에 판이 두 번이나 바뀌었으니 새로운 내용이 많이 추가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굳이 이 책을 읽겠다는 분들은 5판 원서를 읽으시는 것이 낫습니다. 다만 가격이 16만 원을 훌쩍 넘는다는 건 아시고요;;;;;
세 번째 이유이자 제게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번역의 질입니다. 상담 분야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유영권, 방기연 선생님이 번역하셨는데 죄송하지만 직접 하신 것이 맞나 싶은 정도의 수준입니다. 맥락이 이해가 안 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게 읽히지 않는데 이런 류의 이론서는 그게 제일 중요하거든요. 제 기대 수준이 너무 높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supervisor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현장 중심이 아닌 이론 중심의 내용에다, 이미 한 물 간(죄송!) 책이고, 게다가 번역의 질도 썩 훌륭한 책이 아니어서 누구에게도 추천하기가 힘든 책입니다.
요새 supervisor에게 추천할 만한 supervision 관련 책을 계속 찾고 있는데 찾는대로 곧바로 소개하겠습니다.
덧. 사소하다고 볼 수 있지만 역자 소개는 상세하게 하면서 정작 원 저자 소개는 빠뜨린 전공서적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하다못해 역사 저문에도 저자들이 어떤 supervisor인지, 어떤 경력을 가진 분인지 소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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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나 상담 supervision을 받고자 할 때 정작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supervisee들이 많습니다.
한 회기의 verbatim을 몽땅 풀어 가야 하는지, 지금까지 상담한 내용을 회기 별로 묶어서 요약해야 하는지, 염두에 두고 있는 심리치료 기법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는지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기 쉬운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결정하기 위해 도움이 되는 몇 가지 guideline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에 차근차근 답을 하다 보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 A : 내담자의 현재 문제를 간단히 설명하라
B : 이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었나
* 회기에서 역동(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반응과 당신과 내담자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라
* A : 배경 정보를 포함하여 회기 중 알게 된 다른 중요한 정보를 설명하라
B : 회기 중 논의된 주요 문제들을 요약하라
* 현재 문제(들)와 관련된 문화적 또는 발달 정보를 설명하라
* A : 내담자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처음 했던 개념적인 해석은 무엇인가
B : 현재의 문제(들)에 대해 당신이 한 개념적 해석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DSM 체계를 고려할 때 당신의 진단적 인상을 나열하라
* A : 이 내담자에 대한 최초 치료(상담) 계획을 가능한 한 상세히 설명하라
B : 이 내담자에 대한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의 변화(또는 확장)를 설명하라
* 당신의 치료(상담) 계획을 바탕으로, 다음 회기에서 당신의 목적은 무엇인가
* 이 회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당신의 목적이 달성되었는가
* 이 사례의 어떤 양상이 당신에게 윤리적 염려를 불러일으키는가
* 회기에 대한 개인적인 성찰을 무엇이든 공유하라
* 당신의 supervisor에게 어떤 구체적인 질문이 있는가
A : 최초의 상담 회기
B : 현재 상담 회기
출처 : 'Fundamentals of Clinical Supervision, 3rd(by Janine M. Bernard & Rodney K. Goodyear, 2004)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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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습득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뭘까요?
바로 자신이 아는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는 겁니다.
상대방을 제압하지 못하는 무술이 아직 무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인 것처럼 다른 사람을 가르치지 못하는 지식은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정보의 무더기에 불과합니다.
대학 교수든 학원 강사든 간에 그들의 강의가 훌륭한 것은 그들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물론 능력도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만) 반복된 강의로 인해 그들의 지식이 매우 정교하게 체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무술의 고수가 된 것이지요.
강의 기술만 연마해도 될 것 같지만 결국은 들통나게 되어 있습니다. 진짜 고수는 자신이 고수라도 결코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잘난 척 하면서 폼만 재는 고수는 결국 더 뛰어난 고수의 칼날에 스러지게 되죠.
임상이든, 상담이든 3년차 이하의 전문가 선생님들은 잘 들으세요. 전문가가 되고 난 뒤 3년이 지나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든 심리평가, 심리치료, 상담 supervision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상관없습니다. ‘내가 뭘 알아야 하지’, ‘진정한 전문가가 되고 난 뒤에 해야지’라는 생각은 쓰레기통에 갖다 버리세요.
supervision은 supervisee에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지식을 통합해 진짜 전문가, 진짜 고수가 되기 위해 하는 겁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supervisee도 함께 성장하게 되지만요.
본인이 supervision을 해도 괜찮다고 자평하게 되는 그런 전문가가 되는 그 날은 지금 당장 supervision을 시작해야 비로소 오는 겁니다.
고수가 되고 나서 supervision을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순서가 반대에요. supervision을 시작해야 고수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문가가 된 지 3년이 지나고 사람들이 선생님을 senior로 평가하게 되면 실력과 상관없이 그 때 가서는 supervision을 시작할 엄두 자체를 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물론 나중에라도 학교로 돌아가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교수가 된 후 교수라는 타이틀의 힘으로 supervision을 시작할 수도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 supervision이 과연 제대로 된 supervision일까요?
내가 뭘 알아야 supervision을 하지 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지금부터라도 본인이 아는 것을 정리하기 시작하세요. 어디에 정리하건 상관없습니다. 저처럼 블로그에 정리하건, 녹음을 하건, 워딩해서 파일에 모아두건. 자신이 아는 것들을 꾸준히 정리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나만의 노하우가 생깁니다. 그걸 supervision의 재료로 사용하면 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분들은 더 이상 늦기 전에 어떤 영역에서든 supervision을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supervision은 능력이 아니라 습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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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원자료를 raw material이라고 쓰거나 제목의 reading을 다른 용어로 바꾸거나 해야 하는데 적절한 말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네요. 너무 습관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업계 용어는 막상 바꿔쓰고 싶어도 대체할 수 있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하다 보면 선생님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심리검사의 원자료를 잘 엮어서 핵심을 뽑아내는 것입니다. 물론 각 검사들의 sign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필요한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문제죠.
특히 빠지기 쉬운 함정은 각 검사 sign이 공통적으로 의미하는 부분만 찾으려고 애쓰는 것인데 그렇게 딱딱 떨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런 전형적인 profile보다는 반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원자료 리딩을 잘 하기 위해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 중 하나는 '의외성'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한 검사에서 발견되는 의외성을 눈여겨 보고 그 검사 sign으로부터 가설을 설정한 뒤 그 의외성을 다른 검사의 sign들과 교차 검증해 보면 그때까지는 생각도 못했던 역동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등교 거부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이 할머니와 함께 심리평가를 받으러 왔고 부모가 바빠서 동행하지 못해 발달력 등의 개인 정보가 거의 없는데다 할머니가 손주와 함께 살지 않아 자기보고형 평가 도구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경우를 한번 보죠. 문장 완성 검사에서도 아이가 부모나 가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기술로만 일관하고 지능 검사 결과도 평이해서 별로 연결된 고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KFD에서 모든 가족 구성원을 그렸는데 자신만 안 그렸다면 밖에 나가서 놀고 있어 안 그렸다는 아동의 보고만 믿고 넘어가지 말고 그 의외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자아중심성이 강하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나이인데 가족화에서 자신만 안 그렸다면 가족 내 갈등이 있거나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등교 거부도 학교에서 또래와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파괴적인 관심끌기나 알 수 없는 이차 이득이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의외성을 염두에 두고 다른 투사법 검사의 sign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될 수 있습니다.
자기 보고형 검사 등 구조화된 검사 결과와 궤를 달리하는 투사법 검사 결과가 새로운 가설을 입증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니 원자료 리딩을 할 때에는 공통된 부분을 찾으려고만 하지 말고 뜻밖의 모습을 보이는 검사 sign을 눈여겨 보고 새로운 가설을 설정해 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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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은 고도의 정신 기술이 동원되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입니다.
그런데 상담 supervision을 보면 내담자가 보이는 침묵의 압력을 상담자가 버텨내는 걸 훈련시킨답시고 상담 verbatim을 풀어서 상담자가 몇 초나 버텼는지를 따지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고 지금은 솔직히 좀 웃깁니다).
솔직히 이해도 잘 안 되지만 그런 조언을 하는 supervisor가 현장에서 상담을 할 때 본인도 그렇게 하는지 솔직히 궁금하기도 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내담자의 침묵을 버텨서 이겨내야 하는 압력으로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거든요. 내담자의 침묵이 목욕탕에서 누가 더 숨 오래 참나하는 내기입니까? 결국 내담자를 지게 만들어서 마옴 속 말을 털어놓게 만드는 기술인가요?
내담자가 침묵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방금 전에 자신이 했던 혹은 상담자가 한 말의 의미를 곰씹어 보느라고 그럴 수도 있고, 직면을 당했을 때 방어 기제를 작동시키기 위해 에너지를 모으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지요. 가끔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나머지 다음 이야기의 서두를 어떻게 꺼내야 하나 생각하면서 갖고 있는 카드들을 만지작거리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상담 분석에서 자주 다루는 내담자의 암묵적 저항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침묵을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침묵을 통해 내담자가 하고자 하는 걸 읽는 겁니다. 어떻게요? 바로 비언어적인 부분을 통해서요.
내담자가 침묵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탐색하는 동안이야말로 어찌보면 상담자가 내담자의 눈치를 살필 필요없이 자유롭게 내담자를 분석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침묵하는 동안 내담자의 자세, 표정, 제스처, 손동작, 안색 등에 주목하고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으로 활용하세요.
침묵이 끝난 후 다시 상담이 이어질 때 내담자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주변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내담자가 침묵할 때마다 숫자를 세지 않고 눈을 크게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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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심리평가 supervision을 할 때 심리평가보고서를 절대로 먼저 보지 않습니다. supervision point를 물어보고 대략적인 배경 정보를 확인(이것도 생략하고 blinded supervision을 할 때가 많음)한 뒤 곧바로 검사 원자료를 살펴봅니다.
검사 실시 순서대로 원자료를 살펴보면서 가설을 검증하고 case formulation을 하고 난 뒤 맨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함께 보면서 진단이 틀린 곳은 없는지, 해석이 잘못된 부분을 찾고 피검자를 기술하는데 더 필요한 내용은 없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심리평가보고서를 먼저 들여다보게 되면 supervisee가 피검자를 보는 인식틀에 자신도 모르게 갇혀서 다른 조망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supervisee가 MDD 진단을 내려왔다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 범주 내에서만 피검자의 문제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문구나 수정하고 몇 가지 다른 표현이나 추가하는 선에서 그치고 맙니다. 그건 제 기준에서는 supervision이 아니라 심리평가보고서 교정입니다. 아시겠지만 supervisee가 보고서 교정이나 하자고 supervision을 청하는 것이 아니죠.
물론 심리평가보고서를 보지 않고 원자료 만으로 소위 피검자의 '그림'을 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꾹 참고 반복하면 실력이 그야말로 일취월장하게 됩니다. '촉'도 날카로워지고요.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이고 나면 아무리 어려운 케이스를 가져와도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이 내공이 부족한 supervisor일수록 예전에 실시한 보고서, 의사의 진단, chart에 기록된 정보, 피검자의 주관적 호소에만 목을 매고 거기에서 벗어나는 걸 두려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안전지향으로 가게 되죠. 그거야 말로 망하는 지름길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믿고 온몸으로 버티세요. 심리평가보고서는 맨 나중에 보시고요.
덧. 실력을 더 빨리 늘게 하고 싶다면 원자료도 미리 받지 말고 현장에서 supervisee와 함께 보세요. 온라인으로 미리 전송받아서 열심히 공부하는 거, supervisor로서의 자세는 바람직하지만 그만큼 실력은 더디 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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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의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저는 개인적으로 심리평가를 통해 성격 장애를 정확하게 진단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될 수 있으면 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바입니다.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임상가는 병원 장면, 그것도 대학병원급의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을 하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무조건 진단을 내리는 것이 상례이고 진단을 내리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그래서 false positive error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저도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때는 몰랐는데 supervision을 하면서 학생생활상담소, local NP, 종합병원 급의 정신건강의학과, 개업 상담 센터, 국가 기관 등 다양한 임상/상담 현장에서 일하거나 수련받는 분들의 사례를 반복해서 접하다 보니 대형 병원에서 얼마나 과잉 진단을 많이 하는지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샜는데 일부 대형 병원에서는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DSM의 Axis I 진단이 이미 내려진 환자에게도 반드시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리거나 성격 문제를 찾아내도록 교육시킵니다. BIG 5 병원 중 하나입니다. 반성하세요.
성격 문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폭넓게 피검자를 살펴보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걸 이론적 근거도 없이 무조건 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게다가
심리평가에 포함된 심리검사 도구의 본질적인 제한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성격 장애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형성된 성격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그렇기 때문에 기질이나 특성까지 염두에 두고 종단적으로 살펴봅니다. 그런데 이를 진단하는 심리검사 도구는 대부분 횡단적인 도구입니다. Full Battery에 포함된 검사 도구 중 성격 문제를 잡아내는 종단적인 검사 도구는 사실 상 없습니다. 그나마 TAT가 가능성이 가장 큰 도구이지만 정작 Full Battery에는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 남는 후보는 로샤 밖에 없습니다.
자 여기에서 질문입니다. 로샤 검사가 정말 성격 문제를 명징하게 드러냅니까? 로샤 검사로 찾아낸 것이 정말 성격 문제 맞습니까? A, B, C군의 성격 장애를 로샤로 정확하게 변별할 수 있나요?
성격 장애는 충분한 상담을 통해 발달력을 포함한 개인력을 포괄적으로, 그러면서도 깊이 있게 살펴봐야지만, 그것도 어림짐작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만큼 인간의 성격이라는 것은 다면적인데다 DSM의 Axis I에 속한 장애와도 관련성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칼로 무우 자르듯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습니다. 왜 DSM-5에서 DSM-IV의 성격 장애가 4개나 빠지는지(40%의 탈락율)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심리평가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볼 일이 없으니 의사들의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면서 그렇게 무책임하게 진단하지 마세요. 성격 장애가 약물만으로 치료 됩니까? 그런데 왜 자기가 치료하지도 않으면서 정확하지도 않은 진단을 함부로 내립니까? 본인이 성격 장애 진단을 내린 근거를 명확하게 심리검사 sign으로 교차 입증하지 못한다면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걸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심리평가에 사용되는 심리검사도구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특히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데 있어 기존의 Full Battery는 무용지물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설쓰기의 위험성을 상당 부분 감수해야 할 정도로 취약한 도구들입니다.
잘려나가는 것이 내 살이 아니라고 그런 무딘 칼 함부로 휘두르지 마세요. 우리가 다루는 건 사람의 마음이니까요. 부끄러운 줄을 좀 아세요.
심리평가만으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기존의 Full Battery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덧. 정신병리연구회 사례회의에 참석했을 때 병원에서 수련받는 임상심리 레지던트들과 수련 감독자가 이구동성으로 피검자가 histrionic 하다느니, narcissistic 하다느니 하는 걸 듣고 기가 차서 하는 포스팅입니다(DSM-5에서는 histrionic PD가 빠지죠. 훗). 정작 어이없는 것은 그 사례는 Full Battery 검사도 안 했다는 거. 치료도 안 하면서 소설 그만 쓰세요. 병원에서 성격 장애로 함부로 진단내리면 정작 심리치료를 담당하는 상담센터 등의 현장 임상가들이 뒷수습하느라고 얼마나 힘든지 압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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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입니다. 사실은 제목 이상이죠.
제가 상담자로 일하면서 배운 모든 것들 중 교과서, 학회, 워크샵, 논문에서 배운 건 1%도 안 됩니다. 99%가 넘는 거의 대부분의 지식과 지혜는 모두 내담자에게서 배운 것들입니다.
그토록 원했던 해답이 자신에게 숨겨져 있음을 몰랐던 내담자와 함께 떠난 내면 여행을 통해, 해답은 알고 있으나 차마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었던 내담자의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떼었던 발걸음들 속에서...
그렇게 알게 모르게 배우게 된 것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내담자를 도와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저를 도왔습니다. 그들을 통해 제 삶이 변화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의 힘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제가 체험했고 지금도 매일 체험하고 있기에 상담을 통해 사람이 변화하고 그 변화가 영속된다는 걸 믿습니다.
그러니 체계적인 교육, 집중적인 supervision, 다양한 전문적 치료법 익히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항상 상담을, 내담자의 지혜를 얻는 기회를 최우선 순위로 두기 바랍니다.
모든 것은 내담자에게 있습니다. 내담자를, 상담의 힘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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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학자가 공해를 많이 유발하는 직업은 아닙니다만 불필요한 종이 사용량은 의외로 굉장히 많습니다. 심리검사를 실시하면서 사용하는 검사지, supervision을 받거나 자료 보관을 위해 사용하는 복사지, 상담 일지, 연구를 위해 사용하는 자기 보고형 질문지 등등.
그래서 소소하지만 자원 낭비를 막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을 시작합니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상담 기록은 아이패드와 전자펜을 이용해 전자 관리하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평균 3~4건의 상담을 하고 있는데 A4 용지 기준으로 5~6장이 소모되더군요. 한 달만 모아도 엄청난 양이 되는 걸 보고 놀랐습니다.
다음으로
제게 supervision을 받는 선생님들께서는 제게 보여주실 자료를 준비할 때 최소한 문서 파일로 작성하는 심리평가보고서와 상담 관련 정보 파일은 문서로 출력하지 말고 이메일로 미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무겁더라도 매일 아이패드를 지참하고 다니겠습니다. 한번 보고 버려지는(그것도 개인 정보 노출 때문에 이면지나 폐지로 활용할 수도 없는) 종이가 너무 아깝네요.
조금 더 노력을 하실 선생님들께서는 검사 원자료도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분들은 이미지 파일들을 하나로 합쳐서 PDF 파일로 보내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것은 스스로의 다짐일 뿐 강요하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우리의 자연 환경에 미치는 좋지 않은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의 많은 동참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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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간의 한국임상심리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제가 들은 강의는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 워크샵과 조선미 선생님의 심리평가 supervision 워크샵이었습니다.
오늘 제가 추천드리는 건 박경순 선생님의 심리치료 supervision입니다. 물론 2~3시간에 불과한 워크샵 내용만으로 정수를 파악하기에는 아무래도 부족하지만 제 느낌 상 풍부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 자신이 고수가 될 수는 없다고 해도 최소한 고수를 알아보는 눈 정도는 생기거든요.
제가 받아보지 않아 supervision 방식이 어떤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제대로 된 supervision을 해 주실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습니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현장을 떠난 교수에 대해 반감이 상당히 큰 편입니다. 그런데 박경순 선생님은 서울여대 특수치료대학원의 교수로 재직 중이면서도 심리치료의 손을 놓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아니라면 최소한 현장을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았거나요.
초기 치료 세팅에 대해 강조하신 것을 비롯해 구조화된 접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기법에 집착하지 말 것, 뭔가 해 주려고 애쓰지 말고 충분히 들으라는 것 등 현장 상담자로 공감하는 부분이 참 많았습니다.
제가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임상가에게 다소 호의적인 건 분명 있지만 어떤 치료적 접근법을 가진 치료자이건 상관없이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완급 조절을 잘 하면서 설명해 주시더군요.
이건 그냥 제 느낌인데 supervision을 받을 때 좀 엄하실 것 같기는 하지만 정석대로 가르쳐 주실 것 같았습니다. 강의만으로는 아무래도 좀 부족하고 치료 세팅이나 저항 다루기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초보 임상가들이 supervision을 받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강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보여서 좀 걱정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이용승 선생님의 워크샵' 때도 느낀 건데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들은 심리적 내상을 많이 입어서 그런지 많이 지치신 것 같아서 좀 안쓰럽더군요.
어쨌거나 정신역동적인 접근과 상관없이 초기에 치료 세팅을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경청하고 공감하는지 등 심리치료나 상담을 체계적으로 구조화하고 싶은 임상가라면 한번쯤 supervision 받는 것을 고려해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덧. 다른 내용은 모두 전적으로 동의하겠던데 임상 현장에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가 너무 많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더군요. 임상 현장의 성격에 따라 상당히 다를 것 같거든요. 정신역동적인 접근을 하는 치료자에게 더 많이 몰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일하는 도박 중독 현장에는 PD의 수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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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supervision의 경우 supervisee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대체로 아래와 같습니다.
* 피검자에 대한 정보 요약* 검사 원자료 사본* supervision을 받고 싶은 point 요약* 심리평가보고서 사본
간혹 진단이 중요한 피검자의 경우 심리평가보고서를 열심히 썼는데 막상 supervision을 받아보니 내가 내린 진단이 완전히 틀렸고 당연히 틀을 완전히 다 바꿔야 해서 허탈한 마음이 들 수도 있죠. 그러면 앞으로 자신이 없고 formulation도 잘 안 되는 피검자는 아예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자료만 들고가서 supervision을 받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생각하는 supervisee가 많습니다.
얼핏 보면 합리적인 생각처럼 보이지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무조건 보고서를 써 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실력이 늘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진단을 완전히 헛짚은 보고서라도 그걸 쓰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고민과 노력이 알게 모르게 녹아들게 됩니다. 보고서를 쓰는 동안에 부지불식간에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구분이 되게 됩니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데 supervision을 해 보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지 구분하지 못하는 선생님이 꽤 많습니다.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지 그 구분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supervision을 오래 받아도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습니다.
둘째. supervisor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
supervisor와 함께 할 때에는 formulation이 잘 되는 것 같지만 그건 자신의 실력이 아닌 supervisor의 실력입니다. 나중에 혼자서 해 보면 자꾸 막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그냥 supervisor에게 가서 물어봐야지 하는 식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고민하지 않으니 공부하지 않고, 공부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턱이 없습니다. supervisor에 대한 의존성이 심해지면 나중에 전문가가 되어서도, 교수가 되어서도 계속 supervisor만 찾게 됩니다.
셋째.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없다.
아무리 우수한 supervisor라도 보고서를 읽어 봐야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강점인지 코칭할 수 있습니다. 원자료만 갖고 formulation을 하면 당연히 자신만의 스타일로 하겠지요. 그러면 supervisee의 특징을 살릴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월덴지기 클론 보고서'가 되는 것이죠.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으면서 자신의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각 supervisor들의 강점을 잘 흡수해서 자신만의 심리평가보고서 작성법을 창조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부끄럽고 엉터리 진단을 내린 보고서이고, 나중에 거의 새로 쓰는 한이 있어도 supervision을 받을 때에는 반드시 심리평가보고서를 써서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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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에 한차례 모집을 하기는 했는데 그동안 2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기도 했고 월덴통신을 모르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추가(?) 모집합니다.
월덴통신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고 심리학, 임상심리학, 상담심리학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이메일을 통해 부정기적으로 보내드리는 겁니다.
짭짤한 워크샵 정보나, 따끈따끈한 학회 뒷이야기, 새로 입수한 워크북이나 자료집 소개, 원서 공동 구매, 스터디, 구인, 구직 정보를 보내드립니다. 방금 새해 첫 월덴통신으로 구인 정보가 하나 나갔죠~
죄송한 점은 월덴통신의 특성 상 보안유지를 위해 제게 supervision을 과거에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신원이 확인된) 분만 신청이 가능합니다.
사실 월덴통신은 supervision으로 저와 인연을 맺은 선생님들을 위한 일종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 미리 말씀드리지만 다른 분들은 제게 메일을 보내셔도 월덴통신을 보내드리지 않습니다.
월덴통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관련 공지(클릭!)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덧. 이미 월덴통신을 받고 계신 분들은 다시 신청하실 필요 없습니다만 이메일 주소나 연락처가 바뀐 분들은 제게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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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심리전문가나 상담심리전문가의 수련 과정에는 사례 회의를 통해 심리치료나 상담 사례를 의무적으로 발표해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담자에게 발표에 대한 동의를 구해야 하고 동의서를 서면으로 제출하게 되어 있죠.
그런데 상담을 진행하는 동안에 supervisor에게 supervision을 받는 경우 그것 또한 내담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죠.
'내담자의 가족이라고 하면서 전화로 상담 일정을 확인하려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글에서도 강조했듯이 상담에서 기본 중 기본은 내담자의 개인 정보 보호입니다.
아무리 개인적인 정보를 감추고 각색한다고 해도 심리치료 supervision은 내담자의 신상 정보가 노출될 수 밖에 없거든요.
외국이라면 소송에 걸려 막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하거나 자격을 빼앗길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현장의 임상가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단지 임상가 자신의 신상에 문제가 생기는 사안이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맡은 내담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상담자의 책무 중 하나입니다.
supervision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내담자에게 허락을 받으세요. supervision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세요.
내담자의 동의 없이 심리치료/상담 supervision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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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가 아닌 일반 상담센터나 대학교의 학생생활상담소 같은 곳에서 상담을 받는 내담자 중에는 인생이 즐겁지 않고 뭐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으며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내가 못난 사람 같아서 대인 관계에 주눅이 들고 사회 생활에 어려움이 많다는 호소를 하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낮은 자존감 문제는 어찌보면 현대인의 감기(우울증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흔한 문제이고 이 문제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중 어렸을 때부터 칭찬에 인색하고 처벌 위주의 훈육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 부모에게 양육된데다 운이 없게도 머리도 그리 좋지 않아서 공부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 별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상담이나 심리치료 과정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하도록 manage하기도 합니다.
저도 상담을 하면서 혹은 상담 supervision을 하면서 상담 과정에서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조언도 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성공 경험이 부족해서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 도식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볼 때
자존감이 낮아지는 이유는 나 아닌 다른 사람(부모, 교사, 손윗사람 등)의 인정과 수용에 목을 매기 때문이거든요.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내집단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의 틀을 깨지 않는 이상 성공 경험을 아무리 쌓아나간다고 해도 그 노력의 끝은 더 높아진 타인의 기대에 의해 가로막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자는 성공 경험 자체가 아예 없는 내담자의 경우에는 성공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일시적으로 도울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타인의 기준과 평가에 맞춰 살아가야한다는 인식의 틀을 부수고 내담자가 자신만의 수용과 인정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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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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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님의 블로그 walden3에서 자존감을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이라는 글을읽고나도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정리해 보고 싶어졌다. 미르님은 상담할 때 내담자가 잘 하고 있는 것을 칭찬..
임상심리학회에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증을 만들기 이전 소위 임상심리학 1세대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학과 병원에서 맨 땅에 헤딩하면서 임상심리학자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몸으로 굴렀습니다.
그 엄청난 고생의 결과로 임상심리학이 태동을 하게 되었고 본격적인 임상심리학자의 양성이 시작되었습니다. 1세대도 사실 심리학과 교수의 자리는 차지했지만 병원은 의사가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터라 제대로 된 수련 과정을 장착할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데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요.
임상심리학 2세대 또한 1세대가 만들어 놓은 자리를 지키고 양적으로 확장하는데 전력했기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만 역시나 수련 과정의 체계화는 제대로 이루지 못했습니다.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성과를 만들어내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각개전투로 점철된 세월이었습니다.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중반까지 이어지는 학번들이 임상심리학 3세대로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이 본격적으로 수여되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체계적인 수련을 받은 세대입니다(그 이전에 수련도 받지 않고 임상심리전문가와 정신보건임상심리사 자격을 소급해서 챙긴 분들은 당장 내놓으셔야 합니다. 그거 없어도 먹고 사는데 하등의 지장이 없는 분들이 왜 그렇게 찌질하게 자격증에 집착하십니까? supervision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으면서 더 이상 후학들 망쳐놓지 말고 반납하세요).
문제는 1세대에서 2세대를 지나오는 동안 표준화된 수련과정의 틀이 마련되지 않은터라 3세대가 수련 받은 환경의 차이가 병원마다 너무 큰데다 이들이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 투입되기 시작했을 때까지도 여전히 표준화된 수련 절차라는 것이 없었던 겁니다(물론 지금도 없습니다).
1세대와 2세대는 그래도 거의 비슷한 상황(열악한 측면에서 동등한 것이지만)에서 고생을 했기 때문에 현장 경험이 많고 체화된 노하우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3세대부터는 수련 받은 기관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3세대가 supervisor가 되면서부터는 개인차에 따라 그 아래에서 수련받은 supervisee의 quality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미 3세대에게서 수련을 받은 4세대 임상심리학자들이 supervisor로 포진하기 시작했는데 이 자리는 이미 선배들이 어느 정도 닦아놓은 길입니다. 그래서 일의 양은 많아도 모든 걸 몸소 처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니 심리평가는 무급 '수련생'을 뽑아서 맡기고 연구는 연구원 뽑아서 하고, supervision은 자기가 배운 만큼만 가르치니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없고 그 시간에 학연따라 지도 교수에게 인사 다니거나 같은 병원 출신들끼리 뭉쳐서 책을 번역하든 검사 도구를 표준화하든 하면서 의사들 비위 맞추고(이건 의사들의 잠정적인 진단에 맞춰 심리평가보고서의 진단을 알아서 자발적으로 바꾸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띵까띵까 살아도 됩니다.
그래서 생기는 단적인 문제는 심리평가보고서 quality의 하락입니다. 물론 예전에 제가 수련을 받을 당시에도 심리평가보고서의 질적인 차이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Big 5에 해당하는 대형병원에서 나오는 보고서까지 의심받을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심리학자인 제가 봐도 그대로 믿을 만한 보고서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대략 2년 전부터 어느 누가 쓴 보고서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미심쩍으면 원자료를 복사해 오라고 해서 하나하나 꼼꼼하게 reading합니다. 그만큼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관에 소속되어 전담 supervisor가 버젓이 있는데도 수련 curriculum을 신뢰할 수 없어 개인적으로 유급 supervisor를 찾아다니는(그나마도 거의 없지만) 상황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예전부터 잊을만 하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수련 제도의 정비와 표준화된 체계 마련을 목소리 높여왔던 겁니다.
제가 꿈꾸고 있는 심리치료의 보강은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현재 갖고 있는 유일한 무기인 심리평가마저도 도저히 봐줄 수 없는 수준이 된 이상 임상심리전문가의 몰락은 명약관화합니다.
임상심리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은근히 사회복지전문가를 무시하지만(참 한심한 정신머리입니다만) 그럴 것 없습니다. 그 분들이 하는 고생과 처우를 임상심리전문가들도 똑같이 받게 될테니까요. 이미 사회복지전문가의 명령을 받고 있는 임상심리전문가가 있죠. 그게 임상심리전문가의 미래입니다.
학회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접은 이상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조만간 제가 생각하는 임상심리학 분야의 블루 오션에 대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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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도 전문가 자격 취득을 위한 마지막 과정 중 하나로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레지던트들의 치료 사례 발표회가 연구회, 지회 별로, 또는 전체 학회 차원에서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발표할 치료 사례를 supervision하다 보니 답답한 마음이 들어서 포스팅합니다.
제가 수련을 받을 때에도 그랬지만 가져온 치료 사례를 보니 온갖 특이한 장애와 기법이 난무하더군요. Eating Disorder 정도로는 명함도 못 내밀고 Avoidant PD 정도는 되어야 하고 기법도 요새 유행하는 ACT, 마음챙김명상 등은 써 줘야 치료 좀 했다고 한답니다.
뭐 좋습니다. 평소에 워낙 심리치료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보니 이런 자리에서나마 특이한 장애와 치료 기법을 맛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말이죠. 임상심리전문가 수련 레지던트를 위한 치료 사례 발표회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요? 그것부터 좀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전문가가 되어 현장에 나가서 치료를 하게 될 때 꼭 갖추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치료 기법과 지식이 제대로 숙련되어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 아닌가요? 그렇다면 가장 흔하면서도 현장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 점검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가 되어야지 왜 현장에서 보기도 힘든 특이한 장애와 기법을 시험하는 시험장으로 사용합니까?
토론자로 나온 전문가조차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특이한 사례를 갖고 토론하면 없던 전문성이 갑자기 생기기라도 한답니까?
학회에서도 레지던트마다 특이한 사례를 발표하려고 하면 토론자 섭외하는데에도 곤란하지 않나요?
특이한 사례와 기법은 전문가 사례 회의에서 다루어야 합니다. 물론 그러자면 전문가 사례 회의부터 부활시켜야 하겠지만요. 이 또한 참으로 요원한 일입니다.
임상심리전문가 수련과정의 치료 사례 발표회에서는 '왕따당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여중생', '삶의 의욕과 목표를 잃은 기러기 아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해 진로를 고민하는 대학생'처럼 너무나 흔히 볼 수 있지만 아무도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한 문제 사례를 중심으로 어떻게 초기 면담을 하는지, 어떻게 문제를 구조화하는지, 어떻게 라포를 형성하는지, 치료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 목표 달성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종결은 어떻게 하는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치료의 맥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물론 치료 사례 발표회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심리치료 교육에 대한 틀을 제대로 짜는 것이겠지만요.
치료 사례 발표회가 계속 특이 장애와 기법의 시험 발표장으로 유지된다면 실속은 하나도 없고 임상심리전문가 레지던트의 부담만 가중하는 요식 행위로 전락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덧. 그리고 아무리 수가 적더라도 토론자는 자신이 직접 상담과 치료를 하는 전문가만 섭외하세요. 병원에 있는 전문가라고 모두 상담과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레지던트들에게 등 떠밀고 심리평가마저 게을리하는 전문가가 얼마나 많은데요. 발표를 하는 레지던트보다 사례를 접한 경험이 더 적은 토론자가 떡하니 앉아있는 것을 보면 제 얼굴이 다 화끈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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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런 일정 때문에 미루어두었던 휴가를 떠납니다.
오늘(11월 30일) 밤 비행기로 쿠바 여행을 다녀올 예정입니다. 쿠바로 가는 직항이 없어서 캐나다 토론토를 거쳐 들어갑니다. 가는 김에 캐나다에 사는 지인도 보고 올 예정이고요.
11월 30일에 떠나서 12월 13일 새벽 비행기로 돌아올 예정이니 12월 13일 오전에는 연락이 가능합니다.
supervision 일정은 미리 공지했지만 혹시 긴급한 supervision이 필요한 분들은 13일 오전에 연락주세요.
쿠바는 인터넷 인프라가 취약해 아무래도 메일 확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긴급한 연락은 휴대폰(꼭 시차를 확인하시고요. ㅠ.ㅠ)으로 하시기 바랍니다.
수도인 하바나에서 시작해 비날레스, 산타 클라라, 바라데로를 순서대로 돌아보고 올 예정입니다. 주변의 눈치가 심하게 보일 정도로 휴가를 길게 뺐는데 쿠바가 워낙 먼 곳인데다 캐나다에서 3박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실속이 별로 없네요. ㅠ.ㅠ
그래도 카리브해 연안의 국가는 처음이라 기대가 됩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______^
*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오늘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여독 풀랴, 여행 뒷정리 하랴, 바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가장 스펙터클하고 파란만장한 여행을 했습니다;;;; 여행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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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본적으로 심리치료나 상담 supervision을 할 때 형식을 별로 따지지 않는 편입니다. 그래서 선생님들마다 새로 상담을 시작하는데 어떻게 구조화 해야 하는지 상의하기 위해 case를 들고 오기도 하고, 이미 어느 정도 상담이 진행되었는데 상담 목표를 중간 점검하기 위해서나 또는 종결 시점과 방법에 대해 궁금해서 오는 선생님도 있죠. 물론 자신이 상담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한 회기의 상담 축어록을 풀어서 갖고 오는 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상담 supervision을 받았던 선생님들의 경우 당연히 축어록(verbatim)을 풀어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런 분들일수록 한 줄 한 줄 분석하듯이 소위 '깨부수는' supervision에 익숙하고요.
그런 방식의 supervision이 전혀 필요없다고는 말 안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상담을 잘하는데 도움이 되는 supervision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방식의 supervision 방식이 교수들이 학위 논문을 지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봅니다. 어떤 논문이든지 비판의 눈으로 보면 흠이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능숙한 상담자라고 해도 한 회기를 녹음해서 통째로 풀어내면 흠결투성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개입했냐', '상담자가 내담자가 하는 말의 1/3이상을 말하면 어떻게 하냐', '이 시점에서는 pause를 더 주어야지', '직접적인 조언을 하면 어떡하냐' 등등
말은 참 좋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비판적으로 supervision하는 상담자께서는 정말 그렇게나 완벽하게 상담을 하고 계십니까? 본인의 상담 축어록을 풀어서 이름 지우고 내놓으면 비판 하나 받지 않고 칭찬만 받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또 하나, 그렇게 지적을 당한 부분이 정말 다음 상담에서 개선이 되던가요? 상담이 그렇게 기계적으로 분석되고 적용될 수 있던가요? 저는 전혀 그렇지 않던데요.
제가 경험한 상담은 무술과 같았습니다. 아무런 기술도 없지만 그저 내담자를 돕기 위한 일념 하나로 들어가서 내담자에게 얻어맞고, 깨지고, 그러면서 내담자에게 배우고, 내담자의 감정에 동화되고, 같이 호흡하고 생각을 자연스레 이해하게 되고, 함께 뒹굴다보니 내담자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길을 찾고 용기를 얻어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그런 성장의 무술이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초식은 익혀야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무술에 대한 열정과 연습이 고수를 만들듯이 상담은 스캇 펙이 그렇게 강조했던 내담자에 대한 사랑과 사명의식, 그리고 연습만이 진정한 상담자를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pause가 25초라도 상담자가 개입하지 말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식의 기계적인 분석은 상담자의 기술은 증진될 지 몰라도(별로 그럴 것 같지도 않지만) 절대로 내담자와 함께 호흡할 수 없고, 내담자와 함께 호흡할 수 없는 상담자는 절대로 제대로 된 상담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supervisee가 원하는 상담 supervision 또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상담 supervision은 축어록 교정이 아니잖아요.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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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면 supervision이 끝날 때 supervisee 선생님들에게 질문이 있는지 꼭 물어봅니다. 정말 궁금한 것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면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더 큽니다.
첫째, supervision을 준비할 때 그냥 습관적으로 오지 않도록 항상 자신이 준비하는 사례에 대해 고민하고 궁금증을 가지라는 의미에서 질문이 있는지 물어봅니다. supervision에 익숙해지게 되면 사례를 점검하지 않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supervision을 받으러 오게 됩니다. 그건 저나 supervisee 선생님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요. 제가 질문이 있는지 계속 물으면 압력을 해소하기위해서라도 질문거리를 만들기 위해 한번이라도 더 사례를 살펴보게 되더군요.
둘째, supervisee 선생님들이 계속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문가가 되어 자신도 supervision을 해야 할 시기가 반드시 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자신이 현재 당면한 일들이 너무 버겁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그런 날이 오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또 supervision을 할 수 있는 실력을 쌓을 수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그 날은 반드시 오게 마련이고, 또 자신의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supervision은 꼭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supervisor가 되어 질문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연습을 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사례를 보는 눈이 길러집니다.
저는 가끔 심리평가보고서를 쓰기 전에 supervisee의 입장에서 supervisor에게 질문을 한다고 가정하고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일종의 자문자답을 하는 것이죠.
그게 의외로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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