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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월덴 3에서 드러내놓고 밝힌 적은 없지만 저는 신앙인이면서 동시에 무교회주의자입니다. 내가 믿는 신이 교회라는 공간 안에 모여있는 사람들에게만 임하는 편협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현재의 교회가 오히려 신의 뜻을 역행하는 짓만 골라하면서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존재로 전락했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니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제 생각이 옳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의 김상구 사무처장이 쓴 이 책은 이미 권력화한 종교계가 우리사회를 얼마나 뿌리깊게 좀먹고 있는지를 낱낱이 고발하는 책이며 동시에 종교 법인법 제정을 통해 종교인들이 자성하고 이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도록 거듭날 수 있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제공하고 있는 소중한 책입니다.
에어장, 기저귀 목사, 빤스 목사 따위의 찌질한 가십거리들과는 차원이 다른, 종교계가 우리 사회에 저지르고 있는 대표적인 악행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1995년 3월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이 법률 제 3조 1항에 명의 신탁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종교계는 유지 재단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부동산 실명제를 위반하고 있다.* 극소수의 자발적 납세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조세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승만 정권에서 일제의 종교 관련 적산을 개신교에 편파 불하함으로써 정교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을 위반하였고 이는 종교의 권력화를 낳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 유관순 영웅 신화 조작을 비롯해 친일파를 항일 투사로 둔갑시키는 등 역사를 조작함으로써 진실을 감추고 혹세무민하고 있다. * 1,404가지 종류의 직업 중 유일하게 여성이 될 수 없는 단 하나의 직종인 종교 전문가를 공고하게 유지함으로써 공공연히 성차별을 하고 있다.
그 밖에 교회를 기업 취급 해 신도 수와 교회 크기를 담보로 은행이 대출하는 문제라든가 종교 단체 기부가 탈세, 비자금 세탁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라든가, 학위 장사를 하는 문제 등이 비일비재하고 종교와 권력의 야합으로 인한 특정 종교의 공휴일 지정과 군종 제도 등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잘못된 제도입니다.
상대적으로 개신교가 저지른 악행이 더 많아 개신교를 타겟으로 쓴 책처럼 보이지만 제가 볼 때 불교, 가톨릭도 도찐개찐입니다.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추악함을 고발했던
'삼성을 생각한다(2010)'에 버금가는 책이라 개인적으로 별 다섯 개로 평가했습니다. 다소 문체가 감정적이기는 합니다만 모든 내용이 치밀한 자료 조사와 고증으로 뒷받침되어 있고 종교계(특히 개신교)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어 개인적으로 유익한 독서였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으로는 18,000 원이라는 다소 부담스러운 책값인데 각 장마다 빼곡하니 붙은 주석과 참고 문헌을 보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실겁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분들은 월덴 3의 북 크로싱 제도를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덧2. 종교 법인법이 하루빨리 제정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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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온,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입밖에 내면 반드시 시끄러워지는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종교, 남녀차별, 군대 문제가 그것이죠. 정치야 입밖에 내지 않아도 항상 시끄러운 주제이니 통과.
그런 나라에서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다니 출판사가 논란을 정면돌파하기로 작심을 단단히 했거나 아니면 관심있는 사람들만 읽으라고 틈새 시장 공략을 염두에 두었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신의 존재는 믿지만 기독교가 우리나라를 이 꼴로 망쳤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버트런드 러셀의 이 책은 언젠가는 꼭 한번 읽었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러셀은 서문에서부터 "나는 세계의 모든 위대한 종교들 - 불교, 힌두교, 기독교, 회교, 공산주의까지 - 에 대해, 진실이 아닐 뿐 아니라 해로운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종교가 진실하지 못하다고 굳게 믿는 만큼이나 해롭다고 확신하는 바이다"라고 못을 박고 있습니다.
러셀은 사실 무신론자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깝습니다. 신을 알 필요가 없다는 쪽에 가깝지요. 다만 유신론자들의 종교가 이 세상을 파괴하는 부분은 적나라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러셀의 공격 대상은 신의 존재가 아니라 이 세상의 종교입니다.
러셀의 주장이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쳐 있다고 본 온라인 서평이 있던데 저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었습니다. 너무 공감되어 그랬을까요?
러셀이 주장하는 종교의 해악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종교에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여겨지는 믿음의 성질에 좌우되는 것입니다. 반대 증거가 있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도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죠. 다시 말해 반대 증거로 인해 의심이 생기면 그 증거를 억압하는 것이 바로 해악입니다. 다른 하나는 믿고 있는 특정 신조들에 좌우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종교들에는 뚜렷한 해악을 저지르는 특정한 윤리적 교의들이 존재합니다. 가톨릭의 산아제한 금지라든가 힌두교의 재혼금지 같은 것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지나온 세계역사를 돌이켜보면 러셀이 주장한 것처럼 인간의 정서적 발전, 형법의 개선, 전쟁의 감소, 유색 인종에 대한 처우 개선, 노예제도의 완화를 포함해 단 한 걸음이라도 도덕적 발전이 이뤄질 때마다 세계적으로 조직화된 종교 세력의 반대에 부딪히지 않았던 경우가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요? 제가 보기에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종교는 문명에 공헌하였는가', '인간은 죽은 뒤에도 존재하는가',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종교는 우리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와 같은 도발적인 소제목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러셀이 종교를 비판하는 잣대는 진실성과 유용성에 달려 있습니다. 각 종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진실이라고 볼만한 과학적, 합리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종교들 간에도 합의된 진리가 없다는 것이고 유용성의 측면에서도 종교는 자신의 기득권을 보전하기 위해 자유와 진보를 박해하는 과정에서 결국은 속세의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게 되므로 민중의 정신을 현혹하고 인권을 억압하기 때문에 해롭다는 것(역자 후기 중)이죠.
자신이 유신론자이든 무신론자이든 불가지론자이든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입니다. 단, 얇고 가벼운 책이지만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니 감안하세요.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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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강조하면서 기독교 윤리는 스스로를 철저하게 개인주의화시켰다. 수많은 세월 기독교가 군림해오면서 생겨난 실질적인 결과는 사람들이 자연이 준 본성 이상으로 이기적이 되고, 자기 속에 갇혀 살게 된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 종교에서 구현되는 인간의 세 가지 충동은 공포와 자존심과 증오라고 할 수 있다. *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 수 있는 건 그것에 끝이 있기 때문이며, 사고나 사랑이 영원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들이 제 가치를 잃는 것도 아니다. *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 신학적 미신보다 훨씬 더 해로운 것이 바로 국가주의의 미신, 즉 자기 나라에 대한 의무만 있을 뿐 다른 나라들에 대한 의무는 없다는 미신이다. * '정의'란 모든 인간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인정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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