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I에 대한 포스팅을 하면서 기질이 상극인 경우에 대한 이야기를 아래와 같이 여러 차례 했습니다.
서로 상극인 기질은 정상적이라면 절대로 서로에게 끌리지 않지만 성격 역동에 의해 상극인 기질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에 끌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강박성(LHL)과 연극성(HLH)은 관심을 공유하기 때문에, 반사회성(HLL)과 의존성(LHH)은 힘에 대한 끌림을 공유하기 때문에, 자기애성(HMH)과 뱀파이어(LML)는 'Self-centeredness'를 공유하기 때문에, '고립된-겁많은 기질(MHL)'과 '잘속는-영웅적 기질(MLH)'은 위험에 대한 예민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리는 겁니다.
물론 이러한 끌림은 각자 건강하게 발달하지 못한 성격이 기질을 조절하지 못함으로써 자신의 욕구를 외부에서 충족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병리적인 끌림입니다. 그래서 끝이 좋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와 결혼을 전제로 한 진지한 만남을 가지려 한다면 TCI, MMPI 정도는 해서 심리적으로 건강한지, 기질 궁합은 맞는지 확인해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말씀하실 수 있지만 부부 상담이나 커플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남녀 중 기질이 상극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그런 이야기를 못하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꽤 진지한 편입니다. 사주 궁합도 보고, 별점도 보고, 타로 카드점도 보면서 TCI, MMPI는 왜 안 된다는 겁니까?
도저히 TCI, MMPI를 하자고는 못하겠다면 최소한 그동안 자신이 실패한 연애들을 분석하는 일 정도는 하는 게 좋습니다. 뭔가 동일한 스타일의 사람에게만 끌리고, 그 끝이 항상 안 좋았다면 상극인 기질에 끌리는 문제일 수 있으니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이 문제 해결 없인 앞으로의 연애는 볼 장 다봤다고 봐도 별로 틀리지 않을 겁니다.
덧. 둘 다 건강한 성격이라면 상극인 기질끼리도 잘 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실 수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절대로 서로에게 끌리지 않습니다. 애초에 고래족이 원숭이족에게 끌릴 리가 없으니까요(
'당신은 원숭이족인가, 고래족인가' 포스팅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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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upervision 중에 사례 발표자였던 선생님이 "수검자가 강박성 기질인 경우에 MMPI-2/A의 0번 척도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던데 둘 사이에 관련이 있느냐"고 질문하셔서 이에 대한 답변을 정리해서 포스팅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관련이 있고 상관이 높은 편입니다. 정확하게는 위험회피 기질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은 기질 유형과 상관이 있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의 역습?' 포스팅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상담 장면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강박성(LHL), 고립된-겁많은 기질(MHL)이 모두 해당됩니다. 다만 0번 척도와 직접적인 상관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소척도 연결 분석을 통해 비교해 봐야 합니다.
* Si1(수줍음/자의식) : 타고난 기질적인 수줍음
* Si2(사회적 회피) : 기질 상의 내향성
이고 Si1 소척도는 위험회피 기질의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하위차원과 상관이 높고, Si2 소척도는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거리두기' 하위차원과 상관이 높습니다.
강박성 기질(LHL)은 위험회피 기질이 높고 사회적 민감성 기질도 낮기 때문에 당연히 0번 척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내향적 성격인지 단순히 수줍음이 많은 것인지는 TCI의 하위차원과 MMPI-2/A의 소척도를 연결해서 살펴봐야 합니다.
강박성 기질만큼 0번 척도 상승과 상관이 높은 고립된-겁많은 기질(MHL)을 갖고 다시 설명을 드리자면,
* 고립된 우세형 MHL 기질이라면,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극단적으로 낮은 게 특징이므로 '거리두기' 하위차원 점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MMPI-2/A에서도 Si2(사회적 회피) 소척도 점수가 유의미할 가능성이 큽니다.
* 겁많은 우세형 MHL 기질이라면, 위험회피 기질이 극단적으로 높은 게 특정이므로 '낯선 사람에 대한 수줍음' 하위차원 점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MMPI-2/A에서도 Si1(수줍음/자의식) 소척도 점수가 유의미할 가능성이 크겠죠.
당연히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모두 극단적으로 높은 전형적인 MHL 기질이라면 Si1, Si2 소척도 점수가 모두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겠죠.
따라서 강박성이든 고립된-겁많은 기질이든 간에 단순히 0번 척도가 상승한다고 기억하지 마시고 각 기질 차원과 소척도를 연결해서 보셔야 수검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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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와 관련해서 서로 반대인 성향의 사람에게 끌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일반적으로 심리학에서는 유사성의 원리(principle of similarity)에 의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끌린다고 알려져 있지요.
하지만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고, 연애를 하다가 결혼까지 이르는 커플들이 실제로 많거든요. 대체 왜 반대 성향의 사람에게 끌리는 걸까요? 그냥 자신과 너무 다른 사람에게 호기심이 생기기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는 사실 반대처럼 보이는 성향 안에 공통점이 있고 그 공통점 때문에 끌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TCI의 기질 유형을 통해 이를 증명해 보고자 합니다.
사실 예전에
'MMPI-2/A의 Hy 척도 상승 시 연극성 성격이 아닌 이유' 포스팅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하기는 했습니다만 그 때는 MMPI-2/A의 특정 척도가 상승했을 때 원래 그 척도가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반대의 내용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다면 오늘 이야기는 반대되는 기질은 서로에게 끌린다는 내용입니다.
위의 포스팅에서 예로 들었던 강박성-연극성 기질 조합의 예를 먼저 설명해보지요.
TCI에서는 기질과 성격 모두 spectrum의 측면에서 서로 반대되는 상극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조합이 생깁니다.
강박성(LHL) <-> 연극성(HLH)
강박성 기질의 상극은 연극성입니다. 이는 유형 코드를 뒤집으면 간단히 알 수 있습니다. 신기한 건 실제로 강박성 기질의 남자와 연극성 기질의 여자가 부부의 연을 맺거나 사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자신과 반대되는 기질에 끌리는거지요. 강박성은 C군이고 연극성은 B군이니 Cluster 자체가 다를 것 같지만 이 두 기질은 모두 '관심'이라는 핵심 공통 분모를 갖고 있습니다. 연극성에게 관심은 '애정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강박성에게 관심은 '안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만 어쨌든 '관심'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공통적입니다.
물론 이 상반되는 기질의 두 사람이 결혼을 한다했을 때 둘 다 성격이 잘 발달되어 기질을 매끄럽게 조절한다면 관심을 추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다르다고 해도 생활 속에서 어느 정도 공통 분모를 맞춰가면서 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성격 미발달로 인해 내면 아이가 미성숙할 때는 자신의 욕구만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밀월 단계가 끝나면 곧바로 전쟁이 시작되는거지요.
그럼 다음 조합도 살펴보겠습니다. 두 번째 조합은 반사회성-의존성 기질입니다.
반사회성(HLL) <-> 의존성(LHH)
보시다시피 반사회성과 의존성 기질도 서로 상극입니다. 반사회성 남성과 의존성 여성이 사귀거나 결혼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왜냐하면 이들은 '힘(power)'을 원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사회성 기질에게 힘은 상대방을 착취하여 자신의 이득을 추구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필요하지만 의존성 기질에게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위험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힘이 필요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갖고 싶어하지만 의존성 기질은 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고 싶어합니다.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이 힘을 휘두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의존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의존성 기질은 반사회성 기질이 그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데 사용할 거라고 생각(사실은 착각)하기 때문에 강한 반사회성 기질에게 매력을 느낍니다.
물론 이 기질의 조합도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미성숙하다면 파국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데 의존성 기질은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강압하는데 힘을 사용하는 반사회성 기질에게 속았다고 느끼게 되고 반사회성 기질은 자신에게 매달림으로써 자신이 힘을 마음대로 사용하는데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의존성 기질에게 금방 질리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하나의 조합을 더 보겠습니다. 자기애성-뱀파이어 기질입니다.
자기애성(HMH) <-> 뱀파이어(LML)
뱀파이어 기질은 제가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는 닉네임 같은 것으로 정식 명칭은 Self-effacing 기질입니다. 저는 어둠 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뱀파이어 하면 흡혈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은둔자' 기질이라고 이해하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 두 기질의 공통점은 'Self-centeredness'입니다. 이 두 기질의 소유자들은 자신과 자신의 행동에만 관심을 둡니다. 그래서 뱀파이어 남성과 자기애성 여성이 서로에게 잘 끌리는 편이죠. 뱀파이어 기질은 자꾸 자신에게 뭐라고 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기애성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수용하는 걸 마음에 들어합니다. 자기애성 기질은 자신을 재수없다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뱀파이어 기질이 자신의 'Self-centeredness'를 인정해 줬다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 두 기질의 차이는 방향성에 있죠. 뱀파이어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오로지 자신을 향한 겁니다. 자극추구,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다른 사람 따위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걸 조용히 혼자 할 수 있게 놔두는게 중요합니다. 이와 달리 자기애성 기질의 'Self-centeredness'는 다른 사람을 향해 있습니다. 자극추구와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높기 때문에 밖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추앙을 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니 이들 중 미성숙한 성격의 소유자가 있다면 곧 이들은 자신들이 큰 착오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뱀파이어 기질은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자기애성 기질에게 넌더리가 날테고 자기애성 기질은 맨날 자기 방에 처박혀 자신에게는 신경쓰지 않는 뱀파이어 기질 때문에 narcissistic injury를 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 가지 상반된 기질 유형의 조합을 통해 극과 극은 서로 통한다는 통설을 증명해 봤는데 상극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핵심 개념이 관계를 파국으로 이끌지 않도록 조율하려면 결국은 두 사람 모두 성숙한 성격이어야 하므로 기질 상의 차이보다는 성격의 성숙함이 더 중요하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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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DSM-5 기준으로 C군에 속하는 성격은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입니다. 이들을 TCI 기준으로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보는 게 C군 성격의 특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오늘 포스팅은 그에 맞추어 해보려고 합니다.
강박성, 회피성, 의존성은 TCI에서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분류됩니다.
* 강박성 : LHL
* 의존성 : LHH
* 회피성 : MHH
즉, C군은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게 강박성 성격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동적으로 강박 장애(OCD)를 떠올리거나 완벽주의를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강박성 성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C군의 공통 특징인 위험회피기질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C군의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공통된 가장 강력한 행동 동기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죠.
그럼 C군 기질 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가장 먼저 구분해야 하는 건 의존성,회피성입니다. 그리고 의존성과 회피성은 연극성과 자기애성 기질만큼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 연극성 : HLH
* 자기애성 : HMH
연극성과 자기애성은 다른 건 동일하고 위험회피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존성과 회피성은 자극추구기질이 낮으냐 중간 수준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위험회피기질과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모두 매우 높다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그래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 높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에 맞춰 사람을 필요로합니다. 아, 물론 하위차원의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관계 영역인 의존, 친밀감만 낮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이 포스팅에서는 다루지 않겠습니다)에 일단은 대체로 그렇다는 정도로만 이해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럼 의존성과 회피성은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하고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위험을 떠 넘기는 방식으로 위험을 피하고자 합니다. 사람이 필요한 건 동일하지만 사용하는 방식이 다른거죠.
이와 달리 강박성은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신변의 안전만 확보되거나 충분한 경제력만 확보되면 오히려 사람이 필요없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인이 대인 관계 문제를 호소하더라도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닐 가능성이 크죠. 경제적/물리적 안전이 확보되면 굳이 대인 관계가 필요하지 않고 친밀감, 의존 하위차원이 낮을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C군 기질의 공통점 : 위험회피기질이 높아서 위험을 피하려는 것이 행동의 주요 동기임
* C군 기질의 차이점
- 회피성과 의존성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사람이 필요하나 의존성은 사람에게 매달리는 방식으로, 회피성은 사람을 방패 삼아 회피하는 방식을 사용함
- 강박성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으나 환경적인 안전이 충족되지 않으면 사람에게 의존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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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근에 굉장히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는 상담 supervision을 받으러 가면 supervisor들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formulation을 많이 한다는 겁니다.
한 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한 두 명의 supervisor만 유독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니 뭔가 최근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그렇게 많은걸까요? 숫자 자체는 적다고 해도 상담 장면이라는 특성 상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정말 많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만 다른 성격장애와 비교하여 자기애성 성격장애만 유독 많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고(유병률만 봐도 그렇죠) 무엇보다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 상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다른 성격장애(특히 C군)에 비해 오히려 적을 것 같거든요. 실제로 제 경험만 따져봐도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렇다면 왜 많은 상담 supervisor들이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이야기를 하는 걸까요? 제가 이해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마 제 TCI 강의를 들으셨거나 심리평가 supervision을 받아본 선생님들이라면 한번쯤 들으셨을 내용인데 제가 상담 현장에서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TCI 기질 유형이 뭐라고 말씀드렸죠?
바로 고립된-겁많은(MHL)과 강박성(LHL) 기질 유형입니다. 둘 다 위험회피 기질이 높고 사회적민감성 기질이 낮은 특성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성격장애 중에서는 가장 먼저 강박성 성격장애를 공부해야 하고, 또 반드시 공부하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상담 현장에서 정말 자주 보게 되는 성격장애 내담자니까요.
그래서 저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이야기를 하는 상담 supervisor들이 강박성 성격장애를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착각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기애성 성격장애는 B군이고 강박성 성격장애는 C군이니 많이 다른데 왜 이런 착각이 일어나는걸까요? 그건 상담을 받으러 오는 강박성 성격장애 내담자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 대개 자율성, 연대감(특히 자율성)이 낮아 미성숙한(LLM), 침울한(LLL) 성격 유형으로 분류되는 분들이 특히 많기 때문입니다. LLM, LLL 유형의 특징은 내면 아이 성숙도가 매우 낮기 때문에 어린 아이에게서 볼 수 있는 자기 중심성(egocentrism)이 살아있고 이러한 자기 중심성이 대인 관계 맥락에서 노출될 경우 나르시시즘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상담 supervisor의 상당수가 TCI를 아예 모르거나 사용하는 분들이 아주 적은 것을 감안하면 강박성 성격장애를 자기애성 성격장애로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supervision에서 자기애성 성격장애를 의심해보라는 comment를 들은 경우 반드시 TCI를 실시하여 오히려 강박성 성격장애가 아닌지를 확인하라고 권하는 편입니다.
만약 강박성 성격장애가 맞다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개입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니 항상 TCI를 사용하는 임상가가 아니라면 TCI 추가 실시를 고려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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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적 불편감과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는 사람에게 TCI를 실시했을 때 가장 문제가 되는 핵심 성격 차원을 고르라면 단연코 '자율성' 차원입니다. 성격의 기질 조절 기능을 유지하는 두 개의 핵심축이 자율성과 연대감이기는 하지만 중요도로만 따지자면 자율성이 압도적이죠. 오죽했으면
'TCI의 자율성은 어떻게 높이는가' 포스팅까지 했겠어요.
그렇다면 기질에서는 어떨까요? 기질에서는 위험회피 차원이 핵심입니다. 워낙 위험회피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으러 많이 오기도 하지만 자극추구 기질이 어떻든 간에 위험회피 기질이 더 문제가 됩니다. 정말 그런지 한번 살펴보죠.
우선 자극추구 기질과 위험회피 기질이 모두 높은 경우부터 보겠습니다.
HHH(수동-공격) - HHM(불쾌한) - HHL(경계선)
보시는 것처럼 자극추구 기질과 위험회피 기질이 높을 때는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어떤 수준이든지 그다지 좋지 않은 기질 유형으로 평가됩니다.
이제 위험회피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이 모두 높은 경우를 보겠습니다.
LHH(수동-의존성) - MHH(수동-회피적) - HHH(수동-공격적)
자극추구 기질의 수준과 상관없이 대인 관계에서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취약한 기질 유형으로 평가됩니다.
마지막으로 위험회피 기질이 높을 때 자극추구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의 수준이 변하면 어떻게 되는지 남은 조합을 살펴보겠습니다.
LHL(강박성) - LHM((경직된) - MHL(고립된-겁많은) - MHM(높은 위험회피)
자극추구 기질과 사회적 민감성 기질을 어떻게 조합하든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이라면 취약한 기질 유형으로만 분류됩니다.
그러니 어릴 때 위험회피 기질이 높은 수준으로 측정되는 아이들은 신체적, 정서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물리적, 관계적 환경 조성에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지 않은 조합으로 평가하는 높은 위험회피 기질 - 낮은 자율성 성격이 내방하는 내담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주관적, 객관적 고통감의 수준도 가장 높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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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한 포스팅(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TCI) 간단 요약')에서 살짝 말씀드린 것처럼 TCI는 Personality Problem이 있는 수검자를 변별할 때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2012년 8월에 종합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고 또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
'과연 심리평가로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 있는가')을 쓴 적이 있는데 어찌 보면 TCI가 종합심리평가의 빈틈을 메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구분을 위해서는 각각 기질 차원 중 3개(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성격 차원 중 3개(자율성, 연대감, 자기 초월)를 사용합니다. 3분 분할점을 채택하여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 모두 27개의 유형(3 X 3 X 3)으로 분류되죠.
3분 분할점의 T점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구분 T점수 범위 비율
High(높음) 55<T 30%
Medium(중간) 45<=T<=55 40%
Low(낮음) T<45 30%
이 3분 분할점에 따라 각각 27개의 기질 유형과 성격 유형이 나오고 그 중 전통적인 성격 장애 범주를 기질 유형에 따라 나누면,
자극 추구 위험 회피 사회적 민감성
반사회성(Antisocial) H L L
연극성(Histrionic) H L H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 H H H
경계선(Borderline) H H L
강박성(Obsessional) L H L
분열성(Schizoid) L L L
안정된(Staid) L L H
수동의존성(Passive-Dependent) L H H
처럼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질 유형만 갖고 성격 장애를 진단할 수는 없고 성격의 성숙도(개인의 적응도, 성격 장애의 심각도)는 성격 척도 점수(자율성과 연대감)에 기초하여 판단합니다. 즉, 자율성 및 연대감 점수가 개인의 행동이 적응적인지 아닌지(혹은 성숙한지 미성숙한지)를 결정하고, 기질 유형이 개인의 행동 양식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TCI를 활용해 성격 문제를 평가할 때 먼저 성격 척도 중 자율성과 연대감 점수에 기초하여 개인의 성숙도와 성격 장애 가능성을 평가하고, 성격 장애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인의 기질 유형을 통해 성격 장애의 하위 유형을 판단하게 됩니다.
해석 지침을 제시한다면
자율성 및 연대감의 백분위 점수가 모두 30점 미만이거나 자율성과 연대감의 합산(TCI 결과지에 SC로 표시) 백분위 점수가 30점 미만인 경우, 적응상의 어려움을 보이고 미성숙하여 성격 장애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그 다음에 성격 장애의 구체적인 하위 유형은 기질 유형을 통해 판단하면 되고요.
그래서 성격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수검자에게는 선별 검사 도구로 TCI를 활용하여 일차 변별 진단을 해 보고 종합심리평가의 검사 도구를 활용해 내면의 역동을 기술하는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출처 : '기질 및 성격검사 매뉴얼 by (주) 마음사랑' 중 일부 내용 발췌 및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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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YES24
제가 현장에서 심리치료 및 상담을 하는 임상가들에게 반드시 읽어볼 것(+소장)을 권하는 치료전문가용 서적 3종 세트가 있습니다.
지금 소개를 드리는 '정신분석적 진단'과 이전에 소개한 '
정신분석적 심리치료(2007)', '
정신분석적 사례이해(1999)'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세 권의 책을 쓴 Nancy McWilliams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치료자 중 한 사람이면서 제 role model 중 한 명입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는 "어떤 교재도 치료의 효율성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경험한 심리치료가 주는 그런 종류의 마음 깊숙이 느껴지는 믿음을 제공해 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제가 이런 태도 때문에 Nancy McWilliams를 좋아합니다. ^^
Nancy McWilliams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이기 때문에 그녀의 책 3권이 모두 '정신분석적'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판되었지만 사실 상 그녀의 책은 오랜 임상경험이 녹아 있는 개념 충만한 책이기 때문에 자신의 직업 정체성이 정신분석과 전혀 상관이 없더라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입니다. 제목 때문에 이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얻지 못한 분들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 중 이 책이 가장 먼저 나온 책인데도 국내에는 가장 늦게 소개가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특정한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가 책을 쓴 순서대로 '진단' -> '사례 이해' -> '치료'의 순으로 읽었다면 맥락에 기초한 공부를 할 때 더 큰 도움을 받았을 것 같거든요.
앞서 번역된 다른 두 권의 책과 달리 '정남운', '이기련'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는데 '
지금-여기에서의 전이분석(1993)'에서 보여주신 깔끔한 번역 실력을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셔서 원래 Nancy McWilliams가 책을 쉽게 쓰는 편이기도 하지만 더욱 이해하기 좋게 나왔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1부에서는 진단이 왜 필요한지(정신역동적 접근을 하는 치료자라면 다소 뜻밖인 주장)에 대해 그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이 부분도 재미있습니다)하고 있고 성격 구조에 대해 발달 수준과 그 임상적 함의를 기술하고 있습니다. 1부에서 특징적인 것은 일차적(원시적) 방어 기제와 이차적(상위) 방위 기제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한 것인데 풍부한 사례를 제공하고 있어 방어 기제를 이해하는데 있어 더 할 나위없이 좋은 책입니다.
2부에서는 반사회성 성격, 자기애성 성격, 분열성 성격, 편집성 성격, 우울성 성격과 조증 성격, 피학성 성격, 강박성 성격, 연극성 성격, 해리성 성격 등 주요 성격을 '추동', '기질', '방어 기제', '대상관계', '자기', '전이와 역전이', '치료적 함의', '감별진단'의 구분에 따라 현장 치료자들이 확실히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놓았습니다.
현장에서 성격 문제를 가진 내담자를 많이 만나지만 성격 문제에 대해 참고할 만한 서적이 마땅치 않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기본적인 감을 잡는데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Nancy McWilliams의 책을 소개할 때마다 제가 정신역동적 접근을 따르지 않는 치료자라고 해도 꼭 필독하시라고 말씀을 드립니다만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장 가치 천만 점의 책이며 임상가라면 꼭 한번은 읽어보셨으면 하는 책으로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새 책으로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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