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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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번역가인 고 요네하라 마리 선생이 쓴 책입니다. 나쓰메 소세키 선생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와 비슷한 책을 기대하고 구입했으나 소설은 아니었고 오히려 이우일 만화가의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2010)'에 가깝더군요.
1998년에 이 책을 위한 첫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고양이 6마리, 개 1마리, 사람 2명으로 시작한 가족 구성이 후기를 쓸 때쯤인 2000년 말에는 고양이 5마리, 개 2마리, 사람 2명으로 바뀌었네요.
요네하라 마리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는데 이 책에는 그녀가 2006년 5월 난소암으로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함께 살았던 고양이와 개들과의 인연이 담겨 있습니다. 주로 유기묘와 유기견을 데려오지만 모스크바에서 입양을 해 온 페르시안 블루 고양이 두 마리의 사연도 있습니다. 요절복통 반려동물 일기라고 할 수 있지요.
처음에는 공감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저자 말마따나 관련 서적을 엄청나게 탐독했다면서 이 사람은 보통 덤벙대는게 아닙니다. 반려동물 때문에 생기는 문제처럼 보이는 90% 이상이 사실은 저자의 잘못이고 그 때문에 오히려 반려동물들의 고생이 말이 아닙니다. 통역일을 하러 갔다가 너무 귀여워서 충동적으로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집에 도착해보니 단기간이기는 하지만 함께 살고 있던 고모는 고양이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사람이고 차일피일 중성화 수술을 미루다 암컷 고양이가 덜컥 임신을 하지 않나, 고양이들이 겨우 집에 적응했는데 유기견을 데려오지를 않나(개 때문에 고양이들이 좋아하던 마당 산책을 못 나가게 됩니다), 러시아에서 충동적으로 입양해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들 때문에 결국 원래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가출했다가 겨우 돌아왔고 이후 성격도 변합니다. 입양한 유기견 겐은 천둥을 무서워하는 특징이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밤새 번역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다가 결국 공황 상태에 빠져 뛰쳐나가 버린 겐을 영영 잃어버리게 됩니다. 제가 볼 때 이 사람은 반려동물을 키울 자세가 안 된 사람이에요. 경제력만 있으면 뭐 합니까? 게다가 결과가 좋았으니(좋기는 개뿔~) 다 좋은거라는 자기 합리화의 귀재입니다.
게다가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니나라는 러시아 애묘가 협회 회장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이 사람은 무려 고양이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입니다. 그냥 교감하는 게 아니라 온 동네의 고양이들과 야옹 니야옹 거리면서 대화를 나누고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저자에게 들려줍니다. 자기가 말하지도 않은 정보를 니나가 알아냈다고 호들갑을 떨며 놀라는 꼴이라니.... 일기에서 시작해서 에세이로 가다가 결국 심령 SF로 빠지네요;;;
즐겁게 읽기 시작했다가 떨떠름하게 끝난 독서에서 제가 제일 궁금한 건 2006년에 저자가 작고한 이후에 남은 반려동물들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입니다. 저자의 어머니는 당시부터 이미 치매에 걸려 있어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분이었고 당사자는 평생 독신이었으니 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주변에 없습니다. 게다가 그나마 가깝게 지내던 이웃들은 모두 이미 엄청난 수의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 뿐이어서 남은 반려동물들을 더 데려갈 수가 없었거든요. 혹시라도 보호소에 넘겨져 안락사 당하지는 않았는지 엄청 걱정되더군요. 이 책에 나오는 저자의 덤벙거리는 성격을 보면 사후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 안 해놨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지 않는 분이라면 재미난 책 한 권 읽는다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으나 고양이나 개와 함께 살고 있는 반려인이라면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 북 크로싱 신청할 때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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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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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릴 정도의 존재감을 가진 거장입니다. 1,000엔짜리 지폐에 떡하니 얼굴이 박혀 있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 어느 정도의 대접을 받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일본의 국민 작가 중 한 사람인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 문부성의 국비 장학생 1호로 영국에 유학을 다녀올 정도의 수재였는데 그의 재능을 신이 질투했는지 인생이 그리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교직에 계속 몸을 담지도 못했고 결혼 생활도 불행했으며 다양한 지병으로 고생을 했지요. 끝내는 49세의 창창한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나쓰메 소세키의 처녀작이자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책으로 고양이를 화자로 해서 인간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해학이 넘치는 작품입니다. 읽다보면 온통 인간을 비판한 내용인데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더군요. ^^
고양이와 함께 사는(저는 고양이를 키운다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알려진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을 토대로 해서 고양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일전에 소개한
'고양이 카프카의 고백'을 쓴 만화가 이우일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여러가지 번역본이 나와 있지만 개인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많이 번역한 유유정씨의 번역체가 마음에 들어 문학과 사상사의 책을 구입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재기 발랄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를 감상하는 맛은 확실히 좋았지만 일단 옛체로 씌여 있기 때문인지 이해가 쉽지 않아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게다가 분량도 500페이지가 넘다 보니 속도가 영 나지 않더군요.
모름지기 소설이라는 것이 고민하면서 읽는 책은 아닐텐데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나중에는 동력이 떨어져서 힘이 들더군요. 일본 고전 문학의 문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각오를 좀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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