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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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오쿠다 히데오는 월덴 3에서도 몇 차례 소개한 바 있는 작가입니다. 131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공중그네(2004)'도 있었고 비교적 최근인 2010년에는
'올림픽의 몸값(2008)'도 소개를 했었죠.
올림픽의 몸값을 소개하는 포스팅에도 썼지만 오쿠다 히데오는 무라카미 하루키, 히라노 게이치로와 함께 제가 좋아하는 3대 일본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세 작가는 공통점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입니다만...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읽으면 항상 일본에서 대히트를 기록한 만화 'GTO'가 떠오르거든요;;;;
이 작품은 공중그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한 이듬해인 2005년에 선을 보였습니다. 3년 뒤 '올림픽의 몸값'에서는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엽기성과 코믹함이 사라져서 개인적으로 살짝 실망했는데 남쪽으로 튀어는 오히려 작가의 유머 감각이 절정에 달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인 양윤옥 선생이 번역하셔서 글 맛은 염려할 것 없고요.
사실 이 작품은 역자 후기에도 있지만 '진지함'과 '명랑성'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사회주의가 이미 구 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21세기 일본에서 혁명 세대들은 모두 어디 갔는지 궁금했던 것에서 시작(우리나라의 386세대의 행방과 비슷하게 느껴지죠)해 제도권 교육의 맹점, 시민운동의 허구성, 자본주의 체제의 무한 경쟁과 같은 사회 문제들을 무리없이 버무려서 잘 비벼놓은 작품입니다.
일본에서는 2006년도 전국 서점직원들이 뽑은 가장 권하고 싶은 책 '2006 서점대상'과 일본 최대 서점 기노쿠니야의 스탭들이 뽑은 '올해의 책' 베스트 1위에 당당히 선정된 걸작입니다.
내년에 임순례 감독이 영화화해 개봉한다고 하니 미리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연기파 배우인 김윤석씨가 주연을 한다고 하니(아마도 아버지인 우에하라 이치로 역할일 듯) 재미있을 것 같네요.
닫기
* 어른들에게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나는 그저 열한 살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을 뿐이다.
* 이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대로 풀려나가는 건 아니다. 한 가족이라 해도 저마다 따로 살아가는 것이다.
*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건 어딘가 유쾌한 일이었다.
* 따스한 기분이 되었다. 이별은 쓸쓸한 것이 아니다. 서로 만나 함께 어울리다가 와 닿게 된 결승점이다.
* 깨끗한 이별이었다.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센티멘털한 기분에 빠지는 건 대부분 어른들이다. 어린이에게는 과거보다 미래가 훨씬 더 크다. 센티멘털한 기분에 빠질 틈이 없는 것이다.
* 소형 트럭의 짐칸에 올라탄 여자애들은 그야말로 여름 그 자체처럼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정말 멋진 풍경이었다. 한 발 빠르게 여름방학이 찾아온 것 같았다.
* 이 사회는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 않고 사람을 구원해주지도 않아. 정의도 아니고 기준도 아니야. 사회란 건 싸우지 않는 사람들을 위안해줄 뿐이야.
* 이건 아니다 싶을 때는 철저히 싸워. 져도 좋으니까 싸워. 남하고 달라도 괜찮아. 고독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해해주는 사람은 반드시 있어.
덧. 올림픽의 몸값을 북 크로싱할 때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을 소개해 달라는 댓글이 달려서 이 책 이야기를 했는데 드디어 소개합니다. 북 크로싱도 할 예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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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의심많은 회의주의자이자 냉소주의자인 제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닥치고 추종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가 '본 조비'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본 조비는 제가 유일하게 모든 앨범을 사 모으는 밴드(가수?)인데 기분이 울적할 때(가 별로 없기는 하지만) 본 조비의 음악을 들으면 마술처럼 기분이 유쾌해집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르웨이의 숲'이후로 광팬이 되어서 닥치는대로 모든 작품을 읽었는데(제가 왜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해변의 카프카' 소개글 참조)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주력 분야인 장편소설보다 에세이를 더 좋아라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11년에 나온 따끈따끈한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닥치고 읽어야 하는 'must read' 아이템임에 틀림없지요.
30년 동안 여기저기에 써 두었던 다양한 글들을 '서문 해설 등', '인사말 메시지 등', '음악에 관하여', '(언더 그라운드)에 관하여', '번역하는 것, 번역되는 것', '인물에 관하여', '눈으로 본 것, 마음으로 생각한 것', '질문과 그 대답', '짧은 픽션', '소설을 쓴다는 것', '해설 대담'이라는 주제로 묶어서 출판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야말로 하루키라는 남자를 양파처럼 맛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생각이 새삼 들었는데,
1. 이 사람은 참 고양이 같은 남자로구나(실제로 고양이와 살았고 아마 지금도 함께 살고 있을 겁니다)2. 이 사람 (보기와 달리) 참 마음이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구나3. 이 사람 참 겸손한 사람이구나
마음의 구성 성분이라는 것이 있다면 제게 팔할이 넘을 것이 분명한 회의와 냉소는 하루키에게는 아예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긍정과 낙관으로 가득찬 사람 같거든요. 그래서 많이 부럽습니다.
하루키는 관찰력이 워낙 뛰어난 사람이기도 하지만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는 심미안이 아주 발달되어 있어서 하루키처럼 살 수만 있다면 사는게 얼마나 알차고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에 제 가슴이 다 두근거릴 정도라니까요.
소설과 관련해서는 하루키만의 소설관이랄까, 세계관이랄까 하는 걸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읽으면서 좀 당혹스러웠는데 이 책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던 머리가 정리되었거든요.
소설을 쓸 때 마음에 새겨 놓고 있다는
'혹시 여기에 높고 단단한 벽이 있고, 거기에 부딪쳐서 깨지는 알이 있다면, 나는 늘 그 알의 편에 서겠다'는 생각과
"나는 비교적 다림질에 자신이 있다, 라고 할까 적어도 내 셔츠는 내 손으로 다려 입는다. 그렇게 하는 까닭은 그게 당연하기 때문이다"라는 삶의 자세가 저랑 비슷한 걸 확인한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모든 글 꼭지가 다 마음에 들지만 특히 '음악에 관하여'에 속한 글들이 개인적으로 좋았습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번역자인 이영미씨가 번역을 해서 그런지 매끄럽고 읽기 편합니다. 하루키팬이라면 이런 책을 놓칠리가 없을테니 하루키를 잘 모르는 분들께도 추천드리고 싶네요. 읽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덧. 완소 하루키가 어느새 환갑이 넘었다니 뭔가 아쉽고 슬프고 그렇습니다. 생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걸 보고 싶은데 말이죠. 시간이 야속하게도 너무 빨리 지나가는 것 같네요.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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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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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는 일본 작가인 오쿠다 히데오가 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이라부'라는 독특한(?) 정신과 의사를 찾아온 환자 다섯 명의 치료기를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묶은 소설이죠.
'고슴도치' 편에는 이쑤시개만 봐도 오금이 저리는 야쿠자 중간보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공중그네' 편에는 갑자기 공중그네에서 자꾸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장인의 가발' 편에는 장인이자 병원 원장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과 의사, '3루수' 편에는 루키를 질투해 송구가 엉망이 되는 노련한 야구선수, '여류작가' 편에는 자신의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기억하지 못해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로맨스 전문 여류작가가 등장합니다.
굳이 진단을 내리자면 Specific Phobia, Impulse Control Disorder, NOS, Conversion Disorder,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로 진단 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의사 이라부가 택한 방법은 참으로 엉뚱합니다. 섹시한 간호사에게 비타민 주사를 억지로 놓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치료가 없는 듯 합니다. 그런데 그냥 앉아서 상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자신이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 이라부 선생의 방법입니다. 무대포식인 것 같지만 의외로 핵심을 찌르는 촌철살인의 미학이 있죠. 한 마디 한 마디가 환자들에게 통찰을 줍니다.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기고 재미있다는 출판사의 허풍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확실히 재미는 있습니다(단 정신과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만요)
여류작가편에서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쓴 불멸의 역작에 무신경하기로 유명한 섹시 간호사가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평을 전해듣고 감동받아 기운을 차리는 맨 마지막 부분이 참 찡했습니다(눈물 살짝).
약간 코믹 엽기적인 스타일의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정신과나 임상심리학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은 다른 분들보다 더 재미있을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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