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 왕궁을 둘러보지 못했기에 달리보르 탑을 보고난 뒤 다시 돌아갔습니다. 기왕 돌아온 것이니 처음에 그냥 지나갔던 성 이르지 바질리카(Bazilika sv. Jiri)도 둘러보기로 했죠.
성 이르지 바질리카는 분위기가 성 비트 성당과는 사뭇 다르더군요. 하늘을 찌를 듯 천장이 높은 것도 아니고 내부가 화려한 것도 아닌데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경건함에 절로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천장 벽화가 아름다운 것은 이곳도 다를 바 없습니다.
성직자의 관인 것 같은데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장식인 줄 알고 가까이 갔다가 깜짝 놀랐다는...
구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아저씨. 중세의 대장장이를 재현하는 것 같은데 정말로 쇠를 석쇠에 달군 뒤 모루에 올려놓고 두들겨서 촛대, 쇠바늘, 장신구 등을 만들더군요(그 자리에서 살 수도 있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저희가 늦게 가는 바람에 건진 작업하는 사진은 이것이 유일합니다. 작업 시간이 지났는 지 곧바로 석쇠의 불을 끄고 오른쪽에 있는 상점 자리에 앉아서 쉬더군요. 무뚝뚝하기도 하셔라~
구 왕궁 앞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한글 안내도 되어 있는 걸 보니 한국인이 많이 오기는 오는가 봅니다.
구 왕궁(Kralovsky Palac)은 9세기 경부터 보헤미아 왕자들의 거처로 사용되던 곳입니다. 보시는 것은 1층의 블라디슬라프 홀입니다. 중세 유럽의 성 가운에 가장 넓은 홀이라고 하네요. 예전에는 기사들이 말을 타고 마상창 시합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크기를 짐작하시겠죠? 창가에는 전시 공간이 있는데 각 시대의 구 왕궁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가 있습니다.
아직은 거대한 성의 모습을 갖추기 전의 아기자기한 구 왕궁 모습도 있고...
웅장한 모습을 갖춘 뒤의 구 왕궁 모습을 재현한 것도 있습니다.
구 왕궁을 돌아다니다 보면 각 왕가의 문장을 벽면에 온통 모아놓은 방을 만날 수 있는데 다양해 보이지만 조금만 유심히 보면 그게 그거 같아서 사실 구분이 잘 안 됩니다. 이걸 깃발로 만들면 과연 아군과 적군을 구분해서 공격할 수 있을 지 의문이 들더군요. ^^;;;
광장의 이르지 기마상 앞으로 나왔습니다.
프라하 성을 다 둘러봤으니 슬슬 돌아가야겠지요. 배도 출출한 김에 근처에서 아침에 싸 갖고 나온 과일을 간식으로 먹기로 했습니다. 프라하 성에서 이동하기 전에 화장실 용무가 있는 분들은 최대한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실 사용이 대부분 유료인 프라하에서 프라하 성의 화장실만큼은 모두 무료거든요. ^^
달리보르 탑이 있는 후문으로 갈 수도 있지만 놓치면 후회한다는 왕실 정원(kralovska Zahrada)을 보고 싶었습니다. 왕실 정원은 중문으로 나가면 됩니다.
이곳이 중문인데 프라하 성 제 2 앞마당에서 오른 쪽의 성 비트 성당으로 가지 말고 분수대에서 왼 쪽으로 나가면 곧바로 중문으로 나가게 됩니다. 역시나 위병이 미동도 하지 않고 꼿꼿이 서 있습니다.
성 비트 성당과 프라하 성이 한꺼번에 보이네요.
관광객들로 붐비는 프라하 성과 전혀 분위기가 다른 왕실 정원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호젓한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프라하에서 가장 잘 가꿔진 정원이라는 평가를 받는 왕실 정원은 1535년 페르디난트 1세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유럽에서 처음으로 튤립을 심어 가꾼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왕실 정원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습니다. 현지인들과 순찰 경관만 어쩌다 지나다닐 뿐 함께 하는 것은 이름모를 새 소리와 상쾌한 바람 뿐이죠.
정원 구석에 앉아 싸 갖고 간 사과를 맛나게 먹었습니다. 프라하는 동남아도 아닌데 과일이 정말 맛있더군요. 다람쥐도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오고 갑니다.
충분히 쉬고 난 후에 천천히 다시 프라하 성으로 올라갑니다.
분수대인데 프라하 성 정문 양쪽에 있는 '거인들의 싸움' 동상과 비슷한 모양의 조각이 있네요.
다시 프라하 성 뒷문으로 가서 뒷길로 내려갔습니다. 벽에 붙은 가로등이 일제히 켜지면 밤에는 더 운치가 있죠.
보시는 것은 발렌스타인(Wallenstein) 궁전과 정원입니다. 프라하 성 뒷문으로 내려가는 길 옆으로 볼 수 있는데 들어가는 입구를 찾을 생각을 못해 살펴보지 못한 곳입니다. 지나고 보니 좀 아깝네요.
저기 멀리 까를교 부근에는 열기구가 떠 있습니다. 위 아래로만 움직이는 열기구라서 기분이 별로일 것 같지만 광주리에 타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오픈된 의자에 앉아서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보기만 해도 아찔합니다.
프라하 성 뒷길로 내려와서 오른 쪽으로 꺾어 5분 정도만 내려가면 지하철 역이 나옵니다. 접근성이 참 좋죠. 그런데 이 날 큰 실수를 하는 바람에 댓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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