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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선생님이 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2016)'를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도서 목록을 책 말미에 부록처럼 붙여 놓은 유유 출판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만 그걸 빼고는 판형도, 제본도, 하다못해 재생종이를 사용하는 세심함까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유유 출판사에 대한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뉴욕 해럴드 트리뷴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글쓰기 교사로 내공이 엄청난 William Zinsser의 이 책도 구매했습니다. 이 책 역시 디자인과 판형, 제본이 딱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이네요.
유유 출판사의 주 공략 분야는 중국, 고전, 공부인데 이 책은 아마도 공부 영역에 속하는 출판물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윌리암 진서가 주장하는 내용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배움은 읽기와 생각과 쓰기로 이루어지는데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사고 행위이므로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명료하게 사고하지 못하기 때문이지 글쓰기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죠.
또한 모든 학문은 추론(사고)이 필수불가결하니 글쓰기를 통해 추론 능력을 증진할 수 있고 그렇게 증진한 사고 능력의 적용 범위는 과학, 음악, 미술, 수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범교과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저도 평소 좋은 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게 된 계기 중 하나도 생각을 정리하고, 그 가운데 배우고, 배운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이었고요.
아직 마음에 들 정도로 글을 잘 쓰지는 못하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 생각을 명료하게 다듬는 연습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을 공부하는 분들에게 저는 항상 도구가 무엇이든 간에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 공감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분명 도움이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윌리암 진서는 자신이 글쓰기를 시작했던 계기가 된 과거의 시점에서부터 '범교과적 글쓰기'에 천착하게 된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놓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만난 범교과적 글쓰기의 모범을 보여준 각 분야 대가들의 주옥같은 글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그걸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분야를 막론하고 읽기 쉬우면서도 재미있는, 열정적인 글들이 가득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좋은 책입니다.
닫기
*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기 위해 글을 쓴다.
* 나는 글쓰기와 생각하기 그리고 배움이 동일한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어떤 글이든, 메모든, 편지든, 베이비시터에게 전하는 쪽지든 무언가를 쓰면서 우리는 비로소 진정으로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깨닫는다. '범교과적 글쓰기'는 두 가지 원칙, 즉 '글쓰기를 위한 배움'과 '배움을 위한 글쓰기'에 기초한다.
* 이제 새로운 3R을 정의할 때가 되었다. 읽기(Reading), 쓰기('riting), 추론하기(Reasoning)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가지 요소가 한데 결합한 것이 배움이다.
*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다면 그 일은 그만두는 게 좋다.
* 오랜 시행착오 끝에 내가 얻은 교훈은 이렇다. 독자가 정서적으로 글에 개입할 여지를 제공할 것. 작가는 말을 아끼면서 왜 이 소재가 그토록 감동적인지 설명하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한다.
* "우리 학생들이 왜 글을 못 쓰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어느 심리학과 선생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학생들은 글을 못 쓰는 게 아니라 추론 능력이 부족한 거라고요"
* 읽기, 쓰기, 생각하기는 통합된 하나의 과정입니다. 아무리 가치 있는 아이디어라 해도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 명료하게 사고하도록 스스로를 강제할 때만 명료한 글을 쓸 수 있다. 매우 단순한 이치다. 진정한 어려움은 글쓰기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있다.
* '숙고', '결론', '능력', '경향' 같은 개념을 나타내는 명사는 글의 생동감을 죽인다. 좋은 글쓰기는 명확하고 구체적이다. 글의 생동감을 살리는 한 가지 방법은 개념명사를 능동형 동사로 바꾸는 것이다.
* 자기 분야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저자가 쓴 글은 언제나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어떤 주제의 글이든 마찬가지다.
* 논픽션 글쓰기는 독자에게 읽기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정보나 개념, 견해를 제공해야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때로 자기만족을 위해, 심리 치료를 위해, 무언가를 잊지 않기 위해, 자기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글을 쓴다. 하지만 그 글의 유효성은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 다른 이의 기준은 마음의 족쇄다. 남의 눈치를 보는 글은 절대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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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건 아니지만 2004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홈페이지를 운영한 건 1998년부터이니 온라인 생활을 한 세월도 만만치 않네요;;)하면서 항상 우리글을 올바로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운영 초기부터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를 설치하기도 했고요.
최근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는 책이 있길래 점찍어 놓았다가 읽게 된 게 이 책입니다. 교정/교열 전문가인 김정선 선생이 쓴 책으로 200페이지에 불과한 작은 문고판 서적인데 우리가 글을 쓸 때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를 정리해 놓았습니다.
내용만 보면 매우 딱딱할 수 있는데 액자식 구성을 취해 '문장을 다듬는 내용' 중간에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어떤 사건을 소설 속 이야기처럼 배치해서 긴장감도 높이고 읽는 재미도 더했습니다.
김정선 선생이 결국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제 마음대로 짐작한 것은 글을 쓰는 것에 왕도는 없지만 글을 잘 쓰려면 대충 편하게 쓰려는 게으름과 협상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별 거 아닌 블로그 포스팅을 하면서도 나름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는데 정작 이 책을 읽고 나서 돌아보니 비문도 많고 유식한 체 하려고 에헴하는 글, 일본식 표현, 고답적인 문체도 참 많더군요. 반성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고칠 점이 많네요. 노력해야겠습니다.
글을 써서 먹고 살지 않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글을 쓰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는 책입니다.
닫기
* 글을 쓸 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는 법칙 : 적의를 보이는 것들
- 접미사 '적' : 사회적, 개인적, 정치적
- 조사 '의' : 문제의 해결, 혼자의 힘
- 의존 명사 '것' : 내가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
- 접미사 '들' : 수많은 무리들이 열을 지어 행진해 갔다
* 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 대개 문장 앞에 '~한다는 것'을 쓰면 뒤에서도 '것'을 쓰게 된다. '~한다는 것'이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 앞일을 예상하거나 다짐할 때도 유난히 '것'을 많이 쓴다. 이럴 땐 '것이라고'나 '것이라는'을 '~리라고' 또는 '~겠다고'로 바꾸어 쓰면 좀 더 부드러워진다
: 내일은 분명히 갈 것이라고 믿었다. -> 내일은 분명히 가리라고 믿었다.
* '있다'는 동사이기도 하고 형용사이기도 하다.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구분해 쓰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문장 안에 쓰인 '있다'를 '있어라'로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으면 동사, 이상하면 형용사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쉽게 가릴 수 있으려나.
* 문장의 주인은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장 안에 깃들여 사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와 술어가 원할 때가 아니라면 괜한 낱말을 덧붙이는 일은 삼가야 한다.
: 회원들로부터 정기 모임 날짜를 당기라는 요청이 있었다 -> 회원들이 정기 모임 날짜를 당기라고 요청했다.
* '있었다' 뿐만 아니라 '틀림없다' 또한 중독성이 강해 자칫 문장을 어색하게 만들 수 있으니 가려 써야 한다.
: 그의 말은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음에 틀림없다. -> 그의 말은 자신이 일전에 언급한 내용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다.
*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 ~들 중 한 사람, ~들 중(가운데) 하나, ~들 중 어떤
- ~같은 경우
- ~에 의한, ~으로 인한
* '~로의'나 '~에게로'처럼 조사가 겹친 표현은 쓰지 않는 게 좋겠다.
* 조사 '~에'와 '~에게'의 차이는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는 것이다.
: 적국에게 선전포고를 하다 -> 적국에 선전포고를 하다
*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 휴가가 너무 기다려진다. -> 휴가를 손꼽아 기다린다 (또는) 휴가만 기다리고 있다.
* 문장은 손가락이 아니다 : 그, 이, 저, 그렇게, 이렇게, 저렇게
: 지시 대명사는 꼭 써야 할 때가 아니라면 쓰지 않는 게 좋다. '그, 이, 저' 따위를 붙이는 순간 문장은 화살표처럼 어딘가를 향해 몸을 틀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 이, 저'가 한 문단에 섞여 쓰이면 문장은 이리저리 헤매게 된다.
: 같은 지시 대명사라도 '여기, 저기, 거기'보다는 '이곳, 저곳, 그곳'이 훨씬 객관적일 뿐만 아니라 글쓴이는 물론 읽는 이의 자리도 배려한 '지시'처럼 보인다.
* 그 어느, 그 어떤, 그 누구, 그 무엇
: 지시 대명사 '그'에 '어느', '어떤' 따위의 관형사를 붙이거나 '누구', '무엇' 같은 인칭 대명사가 지시 대명사를 붙여 쓰는 표현도 중독성이 제법 강하다.
: 그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된다.
*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덧.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덧2. 아주 좋은 책인데 이 책을 출판한 유유 출판사에서 자신들의 책 목록을 무려 16페이지에 걸쳐 부록처럼 붙여서 광고를 해 놨기에 평가에서 별 하나를 뺐습니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부록으로 제공했으면 좋았을텐데 광고비를 독자에게 전가하는 이런 꼼수를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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