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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무수한 부조리와 불합리가 존재합니다. 이전부터 존재했지만 누군가는 두려워서 입을 못 열었고 누군가는 누려왔던 이득을 포기하는게 아까워서 애써 외면했던 문제들이 조금씩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인종차별 문제가 그랬고, 성소수자 문제가 그랬으며, 지금은 성폭력&성차별 문제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두 열매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덜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뿌리에 해당하는 근본적인 문제가 따로 있다는 것이죠. 저는 그게 파시즘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바로 그 파시즘을 속속들이 다루는 책입니다.
반민족주의 역사가의 선두 주자인 임지현 선생님을 필두로 여러 분야의 필진들이 자신의 분야를 잠식하고 있는 파시즘을 고발하고 극복하고자 고민한 흔적을 책으로 담았습니다.
* 일상적 파시즘의 코드 읽기 - 임지현
* 내 몸 속의 반공주의 회로와 권력 : '분단 규율'을 넘어서기 위하여 - 권혁범
* 전체주의적 법 질서의 토대, 주민 등록제 - 김기중
* 인간성을 파괴하는 한국의 '군사주의' - 박노자
* 한국 근대화 프로젝트의 문화 논리와 가부장성 - 김은실
* 진보, 권위, 그리고 성 차별 - 권인숙
* 한국의 '제3국인', 외국인 노동자 - 유명기
* 언어 안의 파시즘 - 김근
* 한국 교회의 승리주의 - 김진호
* 한국 건축, 파시즘의 증식로 - 전진삼
*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 - 문부식
국가주의, 민족주의, 군사주의, 가부장주의,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뿐 아니라 언어, 종교, 건축에 녹아든 파시즘이 얼마나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자유를 말살하는지(혹은 자유를 말살당하는지도 모르게 세뇌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줍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사이다처럼 시원하지만 한편으로는 얼음 망치로 뒤통수를 후려까는 충격을 주는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지현 선생님의 글이 가장 좋았어요,
이 사회는 왜 이리 불편부당한 일들로 가득한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이 책이 어느 정도 이해의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강력 추천합니다.
끝으로 임지현 선생님의 권두언을 소개합니다.
"법제적 민주화가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무늬라면, 파시즘은 물밑에서 살아 움직이는 한국 사회의 결이다. 우리 의식과 일상적 삶의 심층에 내면화된 규율 권력, '일상적 파시즘'의 극복이야말로 정치적 제도적 파시즘을 타파하는 요체이다"
덧. 지인께서 북 크로싱 해 주셔서 이 책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국민도서관을 통해 북 크로싱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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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당대비평 편집위원회에서 단행본으로 내놓은 기획작으로 87년 이후 민주화는 과연 실패하였는가에 대한 화두를 정치, 법, 문화, 종교, 노동계, 언론 등 다양한 영역에서 논객들의 입을 빌어 분석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함께 한 필진은 다음과 같습니다(2007년 기준).
김우창 :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상길 :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김두식 : 경북대 법대 교수
권인숙 :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방현석 : 소설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장하준 :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성태 : 자유기고가
임지현 : 한양대 사학과 교수
박노자 : 오슬로 국립대 교수(한국학)
김기봉 : 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진호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이국운 : 한동대 법학과 교수
조계완 : 한겨레 21 기자
임영호 :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서동진 : 문화평론가
우석훈 : 성공회대 외래교수
보시다시피 꽤 쟁쟁한 분들도 많고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분들이 참여했더군요.
2007년이면 아직 참여정부 시절이고 MB 집권 전이기 때문에 어떻게 분석을 했고 어떤 전망들을 내놓았을까 궁금했는데 MB 이후 박근혜 정권인 지금에서 읽어도 통찰력있는 글꼭지들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김두식 교수의 '아직 끝나지 않은 노래', 박노자, 임지현 교수의 대담인 '외길이 아닌 여러 갈래의 민주주의', 그리고 권인숙 교수의 '6월 민주화 항쟁, 그 이후에 찾은 질문들'이 특히 좋았습니다.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았어요.
아 물론 전혀 동의할 수 없는 글(대표적인 것이 서동진 문화평론가의 '민주화 이후의 문화와 진보를 생각하며')도 있습니다. 평론가에 대한 제 선입견을 한층 강하게 만든 어이없는 글이었네요.
386 세대도 아니고 87년 민주화 항쟁의 핵심에서 살짝 벗어난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세대지만 그래도 알건 알아야하겠기에 생각을 좀 넓혀보자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 독서였습니다.
세대가 어찌되었든 한번쯤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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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연의 영역'이 되어버린 자본주의를 '자유의 영역'인 민주주의가 충분히 견제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들지 못한 실패의 파장은 너무도 컸다. 그것을 10년 뒤, 또 20년 뒤에 거듭 안타까워했어야 할 만큼.
* 우리나라 경제 정책은 분배의 문제도 전부 성장을 통해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합니다.
* 성장이냐 복지냐,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사회 공동체를 성장에 종속시키느냐, 아니면 공동체의 필요를 충족하는 가치에 중심을 두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도덕의 강조는 분명 억압적인 담론입니다. 권력자나 시장에서 경제적인 강자들이 국가의 이익이나 전체 사회, 공공의 이익을 강조하면서 작은 이익이나 갈등의 분출을 억압하고 대안을 막는데 사용하면서 도덕이 이데올로기적인 기능을 합니다.
* 우리나라 민주화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독재정권이 경제 분야에서는 지극히 개입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것이 민주주의적이고 심지어는 '진보적'인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
* 우리는 늘 정의로웠다, 우리는 늘 피해자였다, 우리는 가해자일 수 없다와 같은 말처럼 집단을 구별화시키고, 통합시키고, 집단으로서의 명분을 부여하는 데 집단적 정의감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은 프랑스 혁명 이래로 역사와 사회를 독해하는 오래된 문법이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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