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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년 전에 읽으면서 큰 충격을 받았던 작품인
'영원의 아이'를 쓴 덴도 아라타가 영원의 아이 바로 전에 쓴 작품입니다.
덴도 아라타(본명 구리타 노리유)의 작품은 '가족 사냥' -> '영원의 아이' -> '애도하는 사람' -> '환희의 아이' 순으로 읽어야겠지만 처음 접한 게 '영원의 아이'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뒤늦게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은 책은 2004년에 나온 개정판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순서로 읽은 것이라고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족 사냥은 영원의 아이와 마찬가지로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원래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다가 판권을 북스피어가 인수하여 재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못 읽을 뻔 했지요. 작가 스스로 정점에 이른 작품으로 평가할 정도의 작품인 '애도하는 사람'도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었기 때문에 아쉽게도 저는 못 읽습니다. 그래도 최신작인 '환희의 아이'는 현대문학에서 나왔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애도하는 사람도 부디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나와주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덴도 아라타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한 권의 책을 쓰는데 막대한 분량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다는 점이 하나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 등을 세밀하게 구성해서 현실에 실재하는 것처럼 만든 후에야 집필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에 '가족 사냥'은 3년, '영원의 아이'는 5년 8개월, '애도하는 사람'은 7년, '환희의 아이'는 4년이나 걸렸다고 하죠.
또 하나의 특징은 상복인데 '하얀 가족'으로 노세지다이 신인상(1986)을, '고독의 노랫소리'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우수상(1993)을, '가족 사냥'으로 야마모토 슈로로상(1996), '영원의 아이'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1999), '애도하는 사람'으로 나오키 상(2008), '환희의 아이'로 마이니치출판문화상 문학/예술 부문을 수상하는 등 내놓은 작품마다 상을 받았습니다.
원래 가족 사냥은 1995년에 발표하였는데 10년 후인 2004년에 문고판으로 내면서 전면 개작을 하였습니다. 원고지 1,800매 분량이 추가되었고 덴도 아라타 스스로도 '신작'이라고 말할 정도로 동일한 문장이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1995년 판과 2004년 판이 나란히 팔리고 있고요. 개작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영원의 아이 못지않게 이 책도 1,57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물론 2권의 양장 하드커버이면서도 속도감은 뛰어나서 영원의 아이보다 오히려 더 빨리 읽힙니다. 그리고 손에 잡으면 놓기가 힘들 정도의 몰입력을 자랑합니다.
'뼈와 살이 튀는' 처절한 폭력 묘사로 유명했던 1995년 판에 비해 많이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강도가 만만치 않습니다. 영원의 아이와는 또 다른 충격을 주네요.
"첫 작품 '고독의 노랫소리'가 서스펜스 호러라는 장르로 국한된 소설 공모에 뽑혀서 출간되었던 터라 두 번째 작품도 같은 장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호러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무서워할까를 궁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공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도망칠 수 없는 대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권력도 부도 의미를 잃는 것, 누구나 평등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가족 환상이라는 벽을 깨고 싶었습니다"
작가의 이 말이 주는 무게감과 울림이 가족 사냥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얼마전에 시모주 아키코의 '가족이라는 병'이 우리나라에 출판되었는데 아마도 일정 부분 궤를 같이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과연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습니다.
덴도 아라타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본 분이라면 이 책도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덧.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은 저처럼 추리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범인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게끔 복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깔렸다는 것 뿐입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완벽한 소설입니다.
덧2.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두 권을 한꺼번에 북 크로싱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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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제 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등을 수록한 모리 에토의 단편 소설집, '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風に舞いあがるビニ-ルシ-ト, 2006)'를 북 크로싱합니다.
'그릇을 찾아서', '강아지의 산책', '수호신', '종소리', 'X세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이렇게 6편의 단편 소설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일단 재미도 재미지만 자신만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을 지켜내려고 애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읽으면서 힘이 되는 소설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북 크로싱 신청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경고 제도를 숙지하세요!
* 신청자 명단(2014년 11월 12일 21:35 현재)
- 벨라님(독서 완료 & 보관 중) : 9월 26일(신청), 9월 27일(배송), 10월 2일(독서 시작), 11월 12일(독서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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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를 헷갈리는 사람들이 꽤 있었죠(맹세코 저는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이제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라노 게이치로를 헷갈리지 않을까요? ^^
노파심에 말씀을 드리자면 히라노 게이치로는
'일식'으로 1999년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걸출한 작가로 월덴 3에서도
'달',
'장송' 등의 소설과
'책을 읽는 방법(2006)' 같은 독특한 책까지 소개를 드린 바 있죠.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에 비해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좋아하는 류의 작가가 아닙니다. 그나마 소프트하다(?)고 할 수 있는 134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용의자 X의 헌신'은 영화로만 봤고 그 외 나머지 작품들은 대부분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물이라서 그냥 통과했거든요.
그런데 어찌 보면 가장 히가시노 게이고 답지 않다고 평가되는 작품인 이 소설은 올해 제가 읽은 소설 중 최고의 흡인력을 자랑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내용은 소개하지 못하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전매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에 더해 독특함까지 장착해서 도무지 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기존 팬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평가하실 지 모르겠으나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니까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번역하신 양윤옥 선생이 강조해서 언급했듯이 범죄자의 컴컴한 악의 대신 인간 내면에 잠재한 선의에 대한 믿음이 있고 모든 세대를 감동에 빠뜨리는 기적에 대한 완벽한 구성이 있습니다.
강추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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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시공사를 보이코트 하기 이전에 구입한 책이니 최소한 몇 년은 제 책장에서 묵었을 겁니다. 출판사는 보지도 않고 작가나 서평만 보고 책을 사던 시절이었니까요.
이 책은 따스하면서도 힘찬 필체로 폭넓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인기 작가 모리 에토의 2006년 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인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를 수록한 단편집입니다.
'그릇을 찾아서', '강아지의 산책', '수호신', '종소리', 'X세대',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 이렇게 6편의 단편 소설을 수록하고 있으며 일부러 그렇게 배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에는 가볍게 흥미로운 단편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무게감을 더하다가 중반 이후에 감동과 폭풍 눈물로 몰아치는 방식으로 6편의 소설을 배치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는데 일단 재미있습니다. 재미란 건 사람에 따라 다른 영역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니 보장은 못 하겠고, 다른 하나는 꽤 독특합니다. 이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편 한 편 모두 좋았지만 제가 X세대여서 그런지 이 단편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도 물론 아주 좋았지만)보다 오히려 'X세대'가 더 감명 깊고 뭉클하더군요.
역자인 김난주 선생의 말처럼 이 단편집에 실린 소설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신만의 가치관과 삶의 기준을 지켜내려고 애쓰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읽으면서 힘이 되더군요.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가치롭게 사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배부른 사람이든 배고픈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필요해진 이 사회에 때맞춰 던져진 신호탄이 아닐까 싶습니다.
추천합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시공사 책은 사지 말고 월덴 3의 북 크로싱으로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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