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라체 시장에서 Stone Gate까지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슬슬 걸어서 가도 충분한 거리에요.
세계 어느 곳에서나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여행자들에게 호의적이죠. 거리의 풍경을 사진기에 담고 있는데 형제인 듯한 두 장난꾸러기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포즈를 취하는 바람에 자연스러운 사진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약간의 오르막 언덕이 나오면 길을 제대로 찾은 겁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꽤 넓은 길이니 헷갈리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느 가이드 북에선가 봤음직한, 눈에 익은 상점이네요. 넥타이의 원조가 크로아티아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바로 넥타이를 파는 상점입니다. 원조답게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기에 언감생심 사지는 못하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치는 거리라서 그런지 갤러리나 박물관, 기념품점이 많습니다.
언덕배기를 거진 다 올라왔습니다. 원래 한 블럭 안쪽으로 들어가면 유명한 카페 골목인 트칼치체바(Tkalciceva)인데 일정이 빠듯한지라 트칼치체바에서 카바(Kava)라고 부르는 진한 커피를 마시며 쉬는 호사를 누리지는 못했습니다.
Stone Gate 앞에는 성 조지 기사의 동상이 있습니다. 이 동상을 만나면 제대로 찾아온거지요. 짐작컨대 바위를 감고 있는 것이 아마도 드래곤이 아닐까 싶네요.
사진 저쪽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바로 Stone Gate 입구입니다.
Stone Gate 입구를 등지고 성 조지 동상을 바라본 모습입니다. 바로 앞에 노천 카페가 있고 노천 카페 맞은편은 한창 공사중입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언가를 짓는 것 같습니다.
Stone Gate의 입구는 그냥 건물 입구처럼 생겼습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걸 보고 제대로 찾아왔으려니 했습니다.
사실 Stone Gate 자체는 13세기에 건설되었다는 걸 제외하면 특별한 점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적의 성모 마리아 그림을 안치한 예배당이 위치하고 있어서 유명한 겁니다.
예배당이라고 할 수도 없는 수준인데 정면에 기적의 성모 마리아 그림을 안치한 곳이 있는데 그 앞에서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1731년에 발생한 대화재로 인해 나무로 된 문이 모두 타버렸는데 잿더미 속에서 전혀 손상을 입지 않은 성모 마리아의 성화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이 성화가 기적의 힘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먼 곳에서도 기원을 드리고자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하네요.
주변 분위기가 경건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인데도 소란스럽지 않고 분위기가 차분합니다.
기적의 성모 마리아 성화가 안치된 문 옆으로는 이 문을 재건하기 위해 기증한 국민들을 기리는 돌판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습니다.
1991년 내전 당시에는 전쟁터에 나간 가족들이 살아오기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예배당을 지나쳐 나오면 바로 옆에 '도라의 상'이 보입니다.
성 도라의 상은 금 세공장이의 딸로 태어나 귀족 남자와 사랑에 빠졌지만 자신에게 청혼했다가 거절당한 사악한 이발사에게 독살당하고 마는 비운의 소녀였던 도라를 기리는 조각상입니다. 조각상만 봐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실제 도라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성 도라의 상 건너편에도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문이 정갈하게 느껴집니다.
손잡이도 독특하게 생겼네요. 위에서 지그시 눌러 여는 방식입니다.
Stone Gate와 연결되는 도로를 따라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그 유명한 성 마가의 교회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날씨가 덥지만 조금 더 힘을 내어 성 마가의 교회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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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싱가포르 여행 - 준비편' 때도 잠깐 말씀드렸지만 '꽃보다 할배' 때문에 대만 대신 싱가포르를 간 것처럼 '꽃보다 누나' 때문에 크로아티아 대신 다른 나라를 갈까 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피해 다니면 갈 나라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크로아티아는 고현정이 연예계로 돌아온 뒤 찍은 첫 광고지로 유명세를 날리기 이전부터 가고 싶어서 찍어 두었던 곳이라 더 망가지기 전에 후딱 다녀오기로 하고 이번 휴가 때 질렀습니다.
'꽃보다 누나' 프로그램 이전에는 크로아티아라고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디에 붙은 나라인지조차 아는 사람이 드물었고 대개는 요새 러시아와 한판 거하게 붙고 있는 우크라이나나 뭐 그쪽 인근 국가 취급을 했지만 사실 우크라이나는 유럽 사람들이 아끼는 관광국가 중 하나입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체코 공화국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 체코가 체코 슬로바키아에서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분리되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유고슬라비아에서 1991년에 독립했습니다. 2013년에는 EU에 28번째로 가입을 하기도 했죠.
유럽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열 명 중 7~8 명은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꼽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를 보유하고 있고 그 외에도 플리트비체나 스플리트, 흐바르섬, 자다르 등이 줄줄이입니다.
두브로브니크가 위치한 달마티아 지역은 명견 달마티안의 본산지로도 유명하죠.
사실
크로아티아는 발칸 반도에 위치하기는 해도 서쪽으로는 아드리아 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마주 보고 있는 남동유럽에 속하는 나라입니다. 당연히 기후도 지중해성 기후고요. 이탈리아와 가까워서 그런지 피자가 아주 맛있어요.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인물로는 많은 분들이 격투기 선수인
'크로캅'을 꼽는데 그 앞으로는
니콜라 테슬라도 있고 훨씬 더 앞으로는
마르코 폴로도 있습니다;;;;
넥타이와 체크 무늬의 원산지로도 유명한 크로아티아에 11박 12일 일정으로 다녀왔습니다.
여행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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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신파스럽네요. ^^
'블칵'의 입사 취소 사건을 제가 이해한대로 간략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유명한 한 메타 블로그(라고는 하지만 직원 수 15명 정도의 작은 기업)에서 개발자를 공개 채용했는데 한 블로거가 지원을 했고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면접을 본 후 합격 통보를 받았고 처우 등에 대해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사측에서는 같이 일할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에 급기야 전화로 입사 취소 통보를 하게 됩니다. 황당한 지원자가 전후사정을 따지는 과정에서 '전라도 운운'하는 지역 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반응이 사측에서 나왔고 지원자가 이 내용을 정리해서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그걸 본 관계자가 감정적인 대응 포스팅을 했고 그 과정에서 글 삭제니, 추천수 조작이니 하는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오면서 이 회사의 좋았던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사건입니다.
더 자세한 사항이 궁금한 분들은 검색을 하는 정도의 수고는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글들을 읽으면서 불현듯 예전의 제 경험이 떠올라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예전에 임상심리전문가 레지던십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수련 병원에 시험을 칠 때의 이야기인데 시험도 통과해서 면접만을 앞둔 때였습니다. 이 면접은 몇 배수로 뽑은 1차 합격자를 면접에서 골라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합격한 사람을 그냥 점검해 보는 일종의 요식 행위입니다. 물론 모든 면접 위원이 도저히 안되겠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합격이 취소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그 당시 면접 분위기는 화기애애한 편이었고 면접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잘 대답했다고 개인적으로 평가했을 정도로 겉으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면접 위원(정신과 과장을 포함한 스탭들과 제 수련을 감독할 supervisor가 면접위원입니다)들 사이에서 저 때문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을 자세가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저런 자세로 충성심(개인적으로 이 단어 매우 안 좋아합니다)을 보일 수 있겠느냐, 우리 병원에서 수련받고 싶어하는 간절함이 없는 것 같다 등등 말이죠. 그래서 제 supervisor가 상당히 입장이 난감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들이 위에서 이야기한 자세, 충성심, 간절함을 평가하는데 사용한 기준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입사 면접을 보는데 넥타이를 매고 오지 않을 수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런데 면접에 대한 복장 규정에는 그냥 단정한 옷차림이라고만 되어 있었거든요. 아마 청바지를 입고 갔으면 면접에서 떨어뜨렸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대체 넥타이와 충성심, 자세, 간절함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웃긴 것은 그 자리에 배석한 면접 위원 어느 누구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더군요. 저는 지금도 수련 과정과 넥타이의 상관 관계에 대해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넥타이로 상징되는 코드의 이면에 저열한 계급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군대에서 병장이 되어야 비로소 침상에 누워 TV를 볼 수 있듯이 적어도 스탭이 되어야 넥타이 대신 브이넥 가디건을 입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특권 의식말이지요. 그래서 지금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요새 보니까 남자 선생님들이 많이 수련 레지던트로 뽑히던데 면접 볼 때 아직도 넥타이를 매고 왔는지 아닌지 점검하는지를요.
저는 껍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참 싫어하고 혹시나 무의식적으로라도 실수를 할까봐 항상 조심하고 경계하는 편입니다. 이미 그런 주제로는 여러 차례(
'호칭에 대한 생각',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이는 알아서 뭐 하게?',
'포장지를 벗기고 알맹이를 보자') 포스팅을 한 적이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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