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YES24
2주 전에 가마타 히로키 교토대 교수가 쓴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이라는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각 분야에서 14권의 과학 고전을 선별하고 뒷 이야기를 통해 각 책의 내용을 재미나게 풀어내면서 매 장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양서까지 추천하는 좋은 책이었죠.
오늘 소개하는 강신주 선생의 이 책이 이와 흡사한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내용이 철학이고 시를 통해 풀어낸다는 차이만 있습니다.
목차를 보시죠.
1. 기쁨의 연대 - 네그리와 박노해
2. 언어의 뼈 -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
3. 사유의 의무 - 아렌트와 김남주
4. 삶의 우발성 - 알튀세르와 강은교
5.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시즘 - 바타이유와 박정대
6. 소비사회의 유혹 - 벤야민과 유하
7. 무한으로서의 타자 - 레비나스와 원재훈
8. 망각의 지혜 - 니체와 황동규
9. 미시정치학 - 푸코와 김수영
10. 대화의 재발견 - 가라타니 고진과 도종환
11. 밝음의 존재론 - 하이데거와 김춘수
12. 주름과 리좀의 사유 - 들뢰즈와 최두석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14. 작고 상처받기 쉬운 것들 - 아도르노와 최명란
15. 해탈을 위한 해체론 - 데리다와 오규원
16. 미래 정치철학의 화두 - 아감벤과 한하운
17. 육화된 마음 - 메를로 퐁티와 정현종
18. 포스트모던의 모던함 - 리오타르와 이상
19. 사랑의 존재론적 숙명 - 바디우와 황지우
20. 인정에 목마른 인간 - 호네트와 박찬일
21. 한국 사유의 논리 - 박동환과 김준태
보시는 것처럼 굉장히 다양한 철학 사상가와 시인을 짝지었습니다. 총 21명의 철학자와 21명의 시인이 등장합니다. 그 연결의 적절성은 논외로 하더라도 저자가 시집도 꽤나 읽는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런 책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을까 싶거든요.
'세계를 움직인 과학의 고전들'에서처럼 나중에 읽기 위해 찜해 놓을 책들을 여러 권 건졌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저처럼 철학을 곁눈질만 하는 문외한들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다는 겁니다. 강신주 선생도 글을 쉽게 쓰는 재주가 있어서 참 고맙더군요. 모쪼록 남모를 고민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돌직구를 날리는 건 이제 그만두고(그들을 돕는 일은 저 같은 상담자들에게 맡겨두고), 본업인 철학 분야에서 좋은 책을 많이 써 주기를 바랍니다.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훌륭한 책이고 훌륭한 시까지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마당쓸고 돈 줍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합니다.
닫기
* 흔히 너무 어려워서 읽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시집과 철학책을 멀리 하는 진정한 이유는 시나 철학에서 자신의 일상적 삶을 동요시키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 '네그리와 박노해'를 통해 민중 아닌 다중의 논리가, '비트겐슈타인과 기형도'를 통해 언어에는 뼈가 있다는 사실이, '아렌트와 김남주'를 통해 사유는 곧 의무라는 판단이, '알튀세르와 강은교'를 통해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이, '바타이유와 박정대'를 통해 너무나 인간적인 에로티즘의 비밀이, '벤야민과 유하'를 통해 자본주의의 소비 논리가, '레비나스와 원재훈'을 통해 기다림의 신비가, '니체와 황동규'를 통해 망각의 지혜가, '푸코와 김수영'을 통해 자발적 복종의 무서움이, '고진과 도종환'을 통해 타자로의 비약이 지닌 신비가, '하이데거와 김춘수'를 통해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가, '들뢰즈와 최두석'을 통해 마주침과 주름의 논리가, '사르트르와 최영미'를 통해 애무와 섹스의 비밀이, '아도르노와 최명란'을 통해 교환 불가능성에 대한 통찰이, '데리다와 오규원'을 통해 죽음과 삶의 관계가, '아감벤과 한하운'을 통해 생명 정치의 무서움이, '메를로-퐁티와 정현종'을 통해 사랑과 고독의 진실이, '리오타르와 이상'을 통해 포스트모더니즘의 논리가, '바디우와 황지우'를 통해 사랑의 내적 구조가, '호네트와 박찬일'을 통해 인정투쟁의 심리학이, '박동환과 김준태'를 통해 한국 사유의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 촛불 집회에 반복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참가자들은 네그리가 말한 것처럼 '공통되기(becoming common)'를 경험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쁨과 힘을 주면서 참가자들은 지금까지 자본주의가 분리시키고 단절시켰던 간극을 극복하고 공통적인 연대의 가능성을 처음 맛보기 시작했던 것이지요.
* 박정희 정권이 추진하던 경제 개발은 자본가 계층을 양성하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농지를 정리하고 기계화함으로써 농촌에서 남아도는 인력을 양산해 내야 했던 것이지요.
*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철저한 무사유(sheer thoughtlessness)'가 학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 아렌트가 생각하기에 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서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무사유란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지요.
* 우발성과 마주침의 철학을 주장한 루이 알튀세르를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철학자들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집요하게 마주침의 문제와 그것의 효과에 대해 숙고했던 인물이었지요.
* 바타이유의 에로티즘이 중요한 이유는 그가 인간의 성적인 욕망에 일종의 역사성과 사회성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입니다. 바타이유 이후에 에로티즘을 사유할 때 우리는 매번 금기라는 문제에 주목할 수 밖에 없습니다.
* 레비나스는 그다지도 집요하게 타자라는 문제에 집착했지요.
* 과거는 우리에게 기억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고, 미래도 기대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식입니다. 물론 현재도 기억과 기대에 물들어 있는 지각 능력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았지요.
* 푸코는 우리의 자유를 길들이고 억압하려는 권력이 청와대나 국회 같은 거시적 층위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도처의 개인들이 의식하기 힘든 미시적인 차원에서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ㅁ을 밝혀 냅니다. 이 때문에 흔히 푸코의 정치철학을 미시정치학이라고도 부르지요.
* 대화의 본질에 대한 성찰로부터 고진은 다음과 같은 타자론을 전개합니다. "타자는 언어 게임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런 타자와의 관계는 비대칭적인 것이다".
* 고진은 철학, 언어학, 경제학 등도 모두 예외 없이 타자에 대한 비약, 혹은 도약을 통해서만 시작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렇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사랑이란 감정이 이러한 경향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 사르트르의 철학 전체는 '존재와 무'라는 제목으로 훌륭하게 요약되어 있습니다. 사르트르의 '무(nothingness)'는 인간에게는 미리 주어진 본질이 '없다'는 것과, 그래서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만드는 존재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사르트르에 따르면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이 현재의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해체주의자로 유명한 프랑스 철학자는 데리다입니다. 그는 '차이'가 모든 것의 의미를 구성한다고 통찰했던 철학자였지요.
* 이탈리아의 현대 철학자 아감벤이라면 문둥이들을 호모 사케르라고 불렀을 겁니다.
* 고대 민주주의에서는 적대 관계가 공동체 외부의 벌거벗은 생명(조에)과 공동체 내부의 정치적 존재(비오스) 사이에 그어졌다면, 이제 근대 민주주의에서 그것이 한 개체 내부에 '벌거벗은 생명'과 '정치적 존재'를 함께 각인시키는 식으로 이행했다는 겁니다.
닫기
* 네그리 사상의 진화(2008, 갈무리, 마이클 하트, 박서현/정남영 옮김)
* 다중(2008, 세종서적, 마이클 하트/안토니오 네그리, 서창현 외 옮김)
* 루드비히 비트겐슈타인-천재의 의무(2000, 문화과학사, 레이 몽크, 남기창 옮김)
* 기형도 전집(1999, 문학과지성사, 기형도)
* 철학적 탐구(2006, 책세상, 비트겐슈타인, 이영철 옮김)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2006, 한길사, 한나 아렌트, 김선욱 옮김)
*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2008, 이매진, 알튀세르, 권은미 옮김)
* 에로티즘의 역사(1998, 민음사, 바타이유, 조한경 옮김)
* 시간과 타자(1996, 문예출판사, 레비나스, 강영안 옮김)
* 들뢰즈의 니체(2007, 철학과현실사, 들뢰즈, 박찬국 옮김)
* 들뢰즈 커넥션(2005, 현실문화연구, 존 라이크만, 김재인 옮김)
* 천 개의 고원(2001, 새물결,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김재인 옮김)
* 차이와 반복(2004, 민음사)
* 존재와 무(2009, 동서문화사, 사르트르, 정소성 옮김)
* 해체론 시대의 철학(1996, 문학과지성사, 김상환)
* 목소리와 현상(2004, 인간사랑, 데리다, 김상록 옮김)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764
★★☆☆☆
이미지 출처 :
YES24
'로쟈의 저공비행'이라는 서평 블로그로 유명한 인문학자 이현우 선생의 책입니다. KBS <책 읽는 밤> 2009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제50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을 수상한 꽤 유명한 책입니다만 저는 좀 별로였습니다.
이 책은 이현우 선생이 이야기한대로 블룩(Blook)입니다. 블룩은 블로그(Blog)와 책(Book)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올려둔 포스트를 골라서 편집하고 교정을 봐서 만든 책이라는 뜻입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닙니다. 작년에 제가 낸 책도 블룩이었는데요 뭐. 하지만 호흡이 짧은 블로그의 포스트를 모아 만드는 책이라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거나 없다면 흐름이 매끄러워야 독자들이 읽기 편한데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서재입니다. 이런 저런 다양한 책이 막 꽂혀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재미를 선호하는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테지만 제가 좋아하는 방식의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스스로를 찌질이, 곁다리 등으로 선전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진을 위한 동력으로 삼는거야 상관없지만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 역시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제목부터 좀 거슬렸습니다. 나중에 다 읽고난 느낌 역시 블로그 글쓰기는 블로그 글쓰기일 뿐이라는 것. 책으로 묶을 때는 거의 다시 쓰는 정도의 수고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게도 반성이 되는 책이었네요.
이 책은 크게 다섯 가지 서재로 나뉘어 있습니다.
1. 걷어차야지만 자리에서 일어난다 : 러시아 문학 읽기
2. 순간에 완성되는 사랑이 있을까요? : 영화에 대한 이야기
3. 아, 겸손한 느릅나무들 : 니체, 데리다, 벤야민 읽기
4. 내 머리는 불타고 있어요 : 지젝 읽기
5. 내 울부짖은들 누가 들어주랴 : 번역에 대한 로쟈의 생각
첫 번째 서재의 글들은 유난히 호흡이 짧습니다. 블로그의 글들을 그동안 계속 읽었던 팬이라면 모르겠지만 저는 뭐랄까 핑거 푸드만 잔뜩 집어먹은 느낌이어서 입맛만 다시다 끝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러시아에는 얼마만큼의 자유가 필요한가'처럼 뒷머리를 후려 갈기는 좋은 글도 있습니다. 김규항의 칼럼 '희망을 위하여'를 읽고 쓴 논평, '누가 희망을 말하는가'도 좋았구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더군요.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만... 전 여전히 김규항 선생의 사상을 지지합니다.
두 번째 서재의 글들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내용이 재미없었다기보다는 선택한 영화들이 재미없었기 때문(솔직히는 못 본 영화들이 너무 많아서)이었죠. 게다가 저는 기본적으로 예술에 평가와 비평의 잣대를 들이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휘휘 넘어갔습니다.
세 번째 서재의 글은 두 번째 서재의 글에 질린 상태에서 봐서 그런지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니체와 데리다, 벤야민의 저작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욱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니체만 조금 읽어보았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네 번째 서재인 '지젝 읽기'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주관적(어찌보면 당연하겠지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습니다. 속된 말로 지젝을 너무 빨더군요. 제가 얄롬을 숭배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뭐 지젝의 정치적 입장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편입니다만...
다섯 번째 서재인 '번역에 대한 로쟈의 생각'은 대체 왜 포함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번역 시장의 왜곡과 일반인들의 편견 등에 대한 울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게 왜 이 책에 수록되었는지는 이해 불가입니다. 그냥 말하고 싶어서 넣은 건가요? 그렇다면 저는 차라리 김우열 번역가의
'나도 번역 한번 해볼까'를 추천하겠습니다.
지적 충격을 주는 글꼭지도 많고 생각해 볼 거리도 많이 던져주지만 전반적으로 뒤죽박죽이라는 느낌의 책이라서 읽고나서도 영 정리가 되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로쟈의 저공비행 블로그의 글이 좋은 분들에게만 추천드릴 수 있겠네요.
닫기
* 문화란 무엇인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는 것
* 행복한 사람은 삶을 '의식'하지 않는다. 즉 당신이 행복을 '의식'하는 순간, 행복은 당신과 함께 있지 않다. 행복은 의식의 대상으로서 현전하지 않으며 언제나 기대되거나 회고될 뿐이다.
* 자유를 잘 다룬다는 건 원자력 에너지를 다루는 것보다도 더 어렵다.
* 국가란 인간이 동물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
* 전제주의나 독재는 나쁜 것이지만, 그것이 자본의 '합리적인' 독재보다 더 나쁜 것일까? 이 질문은 "과연 후세인이 부시보다 더 나쁜 놈일까?"란 질문과 같은 것이다.
* '자유'에는 두 종류가 있는바, '장사꾼들의 자유'와 '농부들의 자유'가 그것이며 이 둘은 구별되어야 한다.
* '중산층 페미니즘', 즉 "계급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는 페미니즘은 '허드렛일을 대신해줄 누군가(다른 여성, 빈민, 식민지인)'를 착취하는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 - 벨 훅스 [행복한 페미니즘]
* 책임질 수 없는 구호들만을 남발하는 걸로 자신이 정의(근본적인 변화)에 편에 서 있다고 믿는 건 착각이거나 오만이다. 그건 자신들이 물적 토대(힘)를 갖고 있기에 곧 정의롭다고 믿는 것만큼이나 오도된 것이다. 자신의 말(구호)에 책임지고, 그 말에 물적 토대(힘)을 부여함으로써, 말의 위엄을 되찾을 수 있을 때만이 정의는 반격/경멸을 받지 않게 된다.
* 결국 우리가 사랑하는 것에 대하여 말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가볍게 말하는 것이다. - 카뮈
* 선정적인 건, '대상'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시선'이다.
* 철학적 사유의 근간은 그것이 형식논리(아리스토텔레스)이건 변증법적 논리(헤겔)이건 간에 논리에 있으며, 논리에서 중요한 것은 순서(order)이다. 똑같은 언표들이라도 배치 순서가 바뀌면 문학에서는 새로운 의미가 창출되지만 철학적 논리는 한순간에 비논리 혹은 모순으로 전락한다(예컨대 삼단논법의 논항들을 뒤섞어보라). 의미론적 차원에서 논리적 모순의 등가물은 난센스(무의미)다. 때문에 어떤 철학적 논증/저작에 대해 '난센스'라고 말하는 것은 그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 된다(가령, "그게 말이 되냐?"). 반면에 문학에서의 '난센스'는 그 자체가 하나의 기법이자 전략이며, 장르, 더 나아가 사조를 이루기도 한다.
* 언어는 의미의 질병을 낳는 산파다.
*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정의 없는 힘은 전제적이다. 힘없는 정의는 반격을 받는다. 왜냐하면 항상 사악한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의 없는 힘은 비난을 받는다. 따라서 정의와 힘을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정당한 것이 강해지거나 강한 것이 정당해져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당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강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 법(의 힘)은 폭력에 대립적이지만 법(적 권위)의 기원에 놓여 있는 것은 폭력이다. 기원적 폭력. 이것이 데리다가 기술하고 있는 (본질적으로 해체 가능한) '법의 구조'다.
* 레닌주의의 핵심은 자유주의적 '선택의 자유' 대신에 선택 자체를 선택하는 데 있다. 즉 정치적 '활동'이 아닌 '행위'란 현 상황이 제시하는 강요된 선택 대신에 그러한 '정치적 계산'을 돌파하는 어떤 광기다.
* 상품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순환하지만, 인간들의 순환은 점점 통제되는 것이 그 진실이다. 물론 이런 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지나친' 세계화가 아니라 '모자란' 세계화다.
* 지젝이 기대하는 것은 미국(초자아)과 제3세계(이드) 사이의 합작이라는 현재의 '억압적 탈승화' 국면에 대항하기 위해서 유럽이라는 자아의 역량을 회복/확장하는 것이다.
* 반세계화 운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자명한 듯이 말하는 '자유와 민주주의'에 태클을 걸어야 합니다. 즉 자유민주주의가 자본주의적인 사적 소유 없이는 존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우리는 진정으로 반자본주의적으로 될 수 있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 :: http://walden3.kr/trackback/3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