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 치료를 하는 상담자가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유형의 도박자는 아니지만 간혹 자신은 잡기에 능하고, 도박을 잘 하며, 좋아하기도 하니 이참에 아예 프로 도박사가 되겠다고 호언장담을 하는 바람에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내담자가 있죠.
이들은 대체로 젊고 혈기 왕성하며 머리가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도박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 수준이 아직까지는 그리 극심하지 않아서 소위 바닥의 쓴 맛을 아직 못 본 분들이 많죠.
이러한 도박자를 상담하는 상담자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도박 중독자라는 인식을 하게끔 노력하는 과정에서 프로 도박사의 길이 얼마나 힘들고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길인지를 강변하는 것입니다.
이는 도박자에게 도박으로 돈을 따는 것이 왜 불가능한 것인지 그 이유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과 비슷한 함정입니다.
물론 프로 도박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도박자가 (머리로) 알게 만들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현재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도박 중독 상태에 있는지를 도박자가 깨닫게 만들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작업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분들이 오면 프로 도박사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길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아래의 내용들을 먼저 생각해보도록 돕습니다.
1. 프로 도박사가 되는 것처럼 인생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의사 결정은 현재 깨어진 삶의 균형(balance)를 회복한 이후에 즉, 냉철하고 객관적인 판단력을 회복한 이후에 내려도 늦지 않다.
2. 삶의 balance를 회복하고자 노력할 때에는 일시적인 성공만으로 자만하지 말고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나타날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해보자.
이 두 가지를 먼저 해 보자고 합니다. 물론 당연히 실패하게 마련이죠. 삶의 균형을 그렇게 쉽게 회복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도박 중독자가 아닌 겁니다.
실패를 통해 내담자는 자신이 프로 도박사가 되기 위한 재원이 아니라 단순한 도박 중독 상태에 빠져 착각을 하고 있는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죠.
만에 하나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데 성공한다면 어떻게 하느냐, 프로 도박사가 되는 길에 대해 상담자가 함께 고민해야 하느냐고 우려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내담자가 프로 도박사가 되겠다고 매달리는 건 진지한 자기 성찰에서 나온 결론이 아니라 도박을 끊고 싶지 않은 갈망과 집착에 의해서 생긴 착각이니까요.
그래서 막상 삶의 균형을 회복하게 되면 프로 도박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예전에
'지도가 영토가 아니듯 증상이 원인은 아니다'라는 말씀을 다른 포스팅에서 드린 적이 있습니다.
도박자가 하는 모든 말이 도박자의 문제를 반영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상담자는 그 안에 숨겨진 도박자의 양가 갈등과 고민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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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30일 광주도박문제관리센터 강의에서 사용했던 PPT(이 스타일의 디자인에 꽂혀 요새 계속 이것만 사용하고 있네요)입니다. 약 3시간 분량입니다.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상담자가 상담 구조화와 상담 목표를 설정할 때 알아야 할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했는데 기존에 제가 만들던 강의안과 달리 현장에서 직접 도박자와 가족을 상담하는 선생님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틀을 구성했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이 반복되면서 강조되는 방식이라서 얼핏 보면 좀 중언부언하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 강의안의 내용은 도박중독치료에만 국한된 것이므로 일반 상담과 다를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상담 구조화란 무엇인가
* 상담 구조화는 꼭 해야 하는가
* 상담 목표란 무엇인가
* 상담 목표 설정은 왜 해야 하나
* 상담 목표의 유형
* 목표 설정 시 상담자의 역할
* 도박 중독 상담의 목표
* 목표는 구조화되어야 하나
* 목표 설정의 시점
* 상담 목표의 구분
* 상담 목표는 반드시 측정 가능해야 하는가
* 목표 설정의 우선 순위
* 목표 설정 시 고려 사항
* 구조화, 목표 설정의 제한점
필요한 분들은 얼마든지 내려받아 사용하셔도 됩니다. 출처만 명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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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월덴 3의 새 책 북 크로싱은 '파스칼의 내기, 노름의 유혹 : 도박의 이해와 치료(2013)'입니다.
그동안 10년 넘게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해 왔던 전, 현직 임상심리전문가 5인과 정신과 전문의 이상규 교수가 함께 쓴 도박 중독 치료 관련 공동 저술서입니다.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 이후 국내 두 번째로 출판된 도박 중독 전문 서적이죠. 이 책 한 권만 읽으면 국내 도박 및 도박 중독 현황, 도박 중독 및 치료에 대한 충분한 기본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고 있거나 담당할 예정인 현장 전문가들에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궁금하신 분은 '소개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분은 아래의 북 크로싱 제도 안내에 있는 내용대로 제게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이 북 크로싱은 월덴 3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새 책 북 크로싱이므로 맨 처음 신청하신 분은 새 책을 받게 됩니다. * 월덴 3의 북 크로싱에 대해 궁금한 분들은 여기를 클릭!* 북 크로싱 신청을 하시기 전에 반드시 경고 제도를 숙지하세요!
* 신청자 명단(2013년 4월 4일 13:13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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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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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이 책은 현장에서 도박 중독 치료를 실제로 하고 있는 임상가들이 도박 중독에 대해 쓴 '국내 최초의 공동 저술서'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책은 이흥표 선생님의
'도박의 심리'입니다만 그 책은 혼자 쓰신 것이니 단도박 모임을 제외하고는 도박 중독 치료의 역사가 십 수년에 불과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그나마 그동안 소개된 책들이 거의 번역서에 불과하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미 2007년에 선을 보였으나 KRA 유캔센터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던 것을 심리학 전문 출판사인 학지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보강하여 개정판으로 출판한 책입니다. 저자로는 유캔센터의 전, 현직 임상심리학자 5명과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수고하였습니다.
내용은 크게 3부로 나뉘어 있는데 1부. 개인, 사회, 도박에서는 다소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박을 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바다 이야기' 사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도박 광풍과 그로 인한 사회 변화가 도박과 도박 중독에 미친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1부의 특징으로는 매스컴에서 맨날 떠들어대는 것처럼 한국이 과연 도박 공화국인지에 대해 냉철하게 비판적 시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도박 중독 유병율 9.5%의 허상을 낱낱히 깨부수고 있죠. 이 부분은 지금까지 출판된 어떤 도박 관련 저작물에서도 공식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내용입니다.
2부. 습관성 도박의 이해에서는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함께 생물심리사회 모형에 따라 도박을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습니다.
3부. 치료와 재활에서는 개인 심리치료, 약물치료, 가족치료, 사후관리 및 재발 예방의 4개 영역에서 도박 중독을 어떻게 치료하는지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으로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박 중독에 대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시적인 관점까지 빠짐없이 폭넓게 아우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 정독해도 도박 중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함께 도박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현 실태까지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공동 저작의 문제점 중 하나인, 부분 내용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부 5장 습관성 도박의 생물학적 이해에는 신경전달물질과 뇌관련 연구결과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것은 3부 7장 약물치료의 내용과 상당 부분 겹칩니다. 아무래도 여러 저자가 공동 작업을 하다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나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대상은 도박자와 가족이 아닌 도박 중독 치료를 담당하는 현장 전문가들입니다.
특히 도박 중독 현장에서 일을 할 예정인 예비 임상가들에게 도박 중독 치료의 입문서로 추천합니다.
예전에는 도박 중독 분야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이흥표 선생님이 쓰신 '도박의 심리'를 많이 권했는데 이제는 이 책에 자리를 넘겨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덧. 이 책은 북 크로싱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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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물어보면 나름의 답을 들을 수 있습니다.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잃어버린 돈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든가, 한번만 크게 따서 자신이 가족들에게 입힌 피해를 조금이라도 보상하고 싶어서라든가 등등.
그런데 도박의 목표에 대해 물어보면 제대로 답을 하는 도박 중독자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10억을 모으려고 한다든가, 우리나라 바카라 최대 승률 기록을 세우려고 한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도박자는 없죠. 왜냐하면 도박이라는 게임 자체가 목표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를 세우려고 하면 가능은 하겠지만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게 되면서 목표가 흐려진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겁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도박 중독자는 목표 중심적으로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과정 지향적인 사람들입니다. 물론 과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아니고 순간 순간의 목표 달성에 목숨을 걸기 때문에 그 순간 순간을 연결해 보면 과정 지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지만요.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임상가들은 목표 지향적인 부분보다 과정 지향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12주 동안 CBT를 활용해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있다는 비합리적인 신념을 교정하겠다는 식의 목표 중심적이고 구조적인 방법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오히려 치유 과정에서 그동안 한번도 귀 기울이지 않았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무장해제를 시키고 도박 및 도박과 관련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좀 더 나아가 사는 의미, 자신이 꼭 지키고 싶은 가치관, 이런 의미와 가치관에 도박이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도박에 빠졌던 과정과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도박 중독 치료는 목표 지향적인 것보다는 과정 지향적인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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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자가 반드시 잊어야 하는 낱말'이라는 글에서 과거의 실수나 실패를 보상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낱말을 잊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본전'도 예로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자가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본전 생각만 안 나면 단도박 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 같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말 어렵다고 말하는 도박자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실제로 도박 중독 치료에서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기술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나름대로 정리를 해 봤습니다.
본전 생각을 없애는 건 경제학에서 말하는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유사합니다. 자꾸 고장나는 제품의 수리를 반복하다가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 빠진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제품 수리를 포기하고 버린 뒤 필요하면 새로운 제품을 사는 것이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이죠.
일단 이런 질문을 도박자에게 화두로 던집니다. 이 때 도박자는 도박의 확률 문제를 배워서, 또는 이미 알고 있어서 도박으로 돈을 딸 수는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 상태여야 합니다.
1. "만약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대로 갖고 도박에 빠지기 직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보통 이 질문에 그래도 도박을 하겠다고 대답하는 도박자는 거의 없습니다. 매몰 비용이 발생하기 이전이고 도박으로 돈을 딸 확률이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2. "만약 현재의 단도박 상황이 일년 동안 지속된다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이는 과거에 들어간 비용이 아닌 미래에 새롭게 들어갈 비용으로 초점을 옮기기 위한 징검다리 질문입니다. 새롭게 투입될 매몰 비용이 없을 때 어떤 느낌일 지 단기간이라도 한번 예상해 보도록 하는 거죠.
3. "도박을 그만둔다면 무엇이 나아지나요?"
이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에 초점을 맞추는 질문입니다. 이 때 지금까지 도박을 하면서 매몰된 비용(꼭 돈이 아니어도 됩니다. 도박자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비용이라도 상관없습니다)과 도박을 하지 않는다면 매몰되지 않아도 될 비용(매몰 비용 포기 시 장점)을 비교하지만 너무 오래 하면 안 됩니다. 비교보다는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의 장점을 부각해야 합니다.
혹시 매몰 비용을 포기한다고 생각할 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통을 받을거라고 믿는 도박자가 있다면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 같냐(한 달, 일 년, 10년?)고 묻는 것이 편향된 지각을 바로잡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중에서 3번째 질문을 다루는 것이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왜냐하면 많은 도박자가 매몰 비용을 포기했을 때 자신에게 주어질 긍정적인 부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도박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맞는 것을 예로 제시해야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그래서 매몰 비용의 덫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도박자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인 상담 중반 이후에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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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진정으로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통찰을 얻고 탈도박하기 위해 상담자를 찾아온다면 도박 중독 치료가 뭐가 어렵겠습니까마는 그런 도박자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도박 중독 상담의 문제 중 하나입니다.
설사 가족의 설득이나 강권에 의해 상담을 받으러 와도 자신의 도박 문제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으니 그저 가족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억지로 앉아서 시간이나 때우고 있거나 혼자서 도박을 끊을 수 있다면서 상담자를 설득해서 상담을 종결하려고 애쓰는 도박자도 많습니다.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된 것이 맞고 혼자서 도박을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상담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어차피 상담이란 것이 내담자의 치료 의지와 동기가 중요한 것이니 내담자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한편으로는 다시 도박으로 돌아가 최대한 빨리 바닥을 치고 그 가운데 깨달음을 얻어 다시 돌아오도록 도박을 하는 것이 나을까요?
아니면 상담을 그만두지 않도록 도박자를 설득하고 필요하다면 가족을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내담자가 상담을 임의로 종결하지 못하게끔 만드는 것이 나을까요?
저는 단연코 후자가 치료 효과가 높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도박자가 일상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박을 하고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고 그 문제의 원인이 도박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에 가족들의 인내심과 치료 의지가 바닥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정작 도박자가 다시 치료받기 위해 돌아왔을 때 그의 곁에 가족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죠. 또한 가족만이라도 상담을 유지한다고 해도 이미 도박자는 상담자의 손을 떠났기 때문에 도박자에 대한 정보는 부족하고 더 이상 정확할 수 없습니다. 가족을 통해 간간히 전해지는 단편적인 정보에 의지해 눈 가리고 수술하듯이 가족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야 하거든요. 효율성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물론 상담자는 상담에 대한 의지도 없이 삐딱하게 앉아서 건성으로 대답하고 상담자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듣는 도박자에게 분노를 느낀 나머지 확 밀어내고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가족만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담자를 붙잡고 설득해서 어떻게든 상담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쨌거나 함께 굴러야만 그 가운데에서 치료적 개입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납니다. 한번 떠난 도박자가 다시 돌아오는 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도박자가 가족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것이 상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로 간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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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에서 몇 차례나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만 오늘은 투명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내담자들에게 도박과 관련이 있는 일이건 도박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건 간에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아직도 도박 생각이 나느냐는 가족들의 의심섞인 질문에도 솔직하게 생각이 난다고 대답을 해 가족들이 발칵 뒤집어지는 일이 상담 초기에 일어나기도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가족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생각나지 않는다고 대답을 해야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하는 그런 뻔한 답변을 가족들이 믿을리도 만무하고 도박 생각이 나지 않는다는 건 상식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므로 도박 생각이 난다고 대답하는 것이 솔직한 겁니다. 가족들의 분노와 실망감을 피하려고 잔머리 굴리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도박자의 우직함이 결국 신뢰 점수를 따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자신과 타협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박자라면 대개 동의하시겠지만 도박을 하다 보면 자신과 타협하고 야합하고 합리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정교하게 계획해도 그런 타협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있죠.
그래서 모든 것을 가족에게 털어놓은 뒤 차라리 속 편하다고 고백하는 도박자가 많습니다. 그만큼 도박 충동의 먹이가 되는 거짓말은 그 자체로도 사람의 마음을 옥죄는 족쇄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데 매사에 투명하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음모를 꾸미려는 외부 사람에게도 별 매력이 없는데다 스스로를 속이거나 포장할 필요가 없게 되니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합니다.
그래서 도박을 하게 될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항상 감추고 숨기고 음모를 꾸미는 것에서부터 재발은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무조건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 재발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으니 일거양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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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자신이 심각한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스스로이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이건 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신과를 방문할테고 월덴 3를 자주 방문하셔서
'내가 상담/심리치료를 받는다면',
'좋은 상담자/심리치료 전문가를 선택하는 방법'과 같은 글을 이미 읽어보신 분이라면 믿을 만한 심리학자를 찾아가 해결 방법을 함께 찾아볼 겁니다.
정신과를 찾아가면 대개는 보험 청구를 하는 정신과 약을 처방받아 먹게 될 터이고 심리학자를 찾아가면 대부분 보험 청구가 되지 않는 비급여 심리평가나 심리치료를 받게 될 겁니다. 어쨌거나 둘 다 비용을 지불하게 되죠.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정신과적인 혹은 심리적인 문제로 치료를 받게 되면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도박 중독은 어떨까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건전한 믿음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도박 중독 치료도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만큼은 도박 중독 치료 비용이 전액 무료입니다.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도박 중독 치료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사감위와 같은 국가기관, 사행사업체에서 운영하는 전문치료기관과 이들과 연계된 모든 센터 포함)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제약(예를 들어 병원 입원 치료를 3개월에 한정한다든가)을 둘 수는 있지만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기관은 절대로 없습니다.
만약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비용을 내게 하는 치료 기관이 있다면 그 기관은 도박중독만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도박 중독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라면 위에서 이야기한 어느 기관과는 반드시 연계되어 있고 그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으면 별도의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걸 명심하세요.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무료입니다. 그러니 일체 비용을 부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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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에 중독되면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든, 얼마나 많은 재정적인 피해를 입혔든 간에 한 번만 크게 따면 지금까지의 피해를 몽땅 보상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도박 중독 치료에서는 결과만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불법 하우스에서 불법 포커를 하는 도박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만약 가족이 "불법 도박을 하게 되면 범법자가 될 수 있는데 어쩌려고 그러느냐, 법에 걸리니까 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도박자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가족이 법에 걸리는 걸 염려하니까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도박을 그만둔다는 생각따윈 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결과가 중요한 것이니 걸리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전에
'도박이 싫다고 이야기하라'라는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나는 당신이 양심에 거리끼는 행동을 하는게 싫어. 아이들에게 떳떳하지 못한 아빠가 되는 것도 싫고. 그래서 당신이 도박으로 얼마를 벌어오든 간에 땀 흘리지 않고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이 배어 있는 그 돈이 싫고 단 한 푼도 받지 않을거야. 그래도 당신이 끝까지 도박을 하겠다면 그 돈은 오로지 당신을 위해 쓰도록 해"
상담자 뿐 아니라 가족들도 과정이 나쁘면 결과가 어떠하든 간에 결국은 나쁜 것이라는 관점에서 도박 중독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그런 관점을 가져야 도박자도 다른 시각으로 도박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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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을 상담할 때 보면 처음에는 이구동성으로 도박만 안 하게 된다면 다른 건 뭐든지 참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정작 도박자가 도박을 그만두게 되면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오게 마련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도박자의 얼굴만 봐도 짜증이 밀려와서 꼴 보기 싫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도박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상태인데 하지 않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니 가족들은 눈에 보이는 다른 변화를 도박자에게 알게 모르게 요구하게 됩니다.
가장으로서 요구되는 생활비를 벌어오기 위해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퇴근도 일찍 해야 하며, 집에 들어와서는 가사일도 열심히 도와야 합니다. 또한 그동안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하고 필요하다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남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도 해야 하고요. 도박에 몰두하느라 소홀했던 친지와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관계를 회복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존재감이 엄청난 도박을 빼앗긴(혹은 내려놓은) 도박자는 과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까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소소한 재미? 일을 열심히 해서 상사에게 인정받는 재미? 빚을 빨리 갚는 재미?
물론 그런 재미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은 중요하고 또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건 나중의 일입니다. 당장 도박이라는 일생일대의 재미를 빼앗긴 도박자에게 다른 건 그야말로 하찮은 일들입니다. 왜냐하면 도박이 차지하던 빈 자리가 너무나도 크니까요. 그러니 도박자에게는 그 엄청난 공허감을 극복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공허감을 극복하는 것마저도 만만한 일이 아니라서 가족들이 요구하는 여러가지 변화들을 따라갈 마음의 여유가 도박자에게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이 만족할 만큼 신속하면서도 충분한 변화를 보이는 도박자는 과연 뭘까요? 도박을 끊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나머지 지나치리만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입하여 긍정 중독의 위험에 노출되거나 혹은 가족들에게 잃어버린 점수를 만회하기 위해 너무 무리하는 겁니다.
두 경우 모두 장기적으로 볼 때 도박자나 가족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됩니다. 왜냐하면 의욕만 앞선다고 변화가 쉽게 몸에 배는 것이 아니니까요. 변화는 방향과 양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 중독 치료는 상담자와 도박자와 가족의 3인 4각 경기와 같다고 말하곤 합니다. 도박자와 가족, 상담자 중 누구 하나라도 먼저 뛰어나가면 함께 발을 묶은 나머지 사람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마음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부상을 입지 않도록 몸도 충분히 풀고, 신발끈도 다시 묶고, 서로 격려하면서 회복의 의지도 다지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치료 초반에 그것도 갑자기 너무 많은 것이 바뀌는 도박 중독자는 위험합니다. 처음에는 반드시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뭐가 더 중요한 지 초점을 잘 맞추어야 합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고 하면 두 마리 다 놓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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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도박을 끊는다는 말과 도박을 안 하기로 선택한다는 말의 차이' 포스팅에서 이미 한 차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만 언어적인 습관이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이 때문에 행동까지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도박 중독 치료에서 흔히 사용하는 단도박이라는 말이 과연 적절한 용어인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단도박이라는 말은 원래 칼로 무우를 자르듯이 도박을 단칼에 끊어낸다는 신념을 담은 행동의 말인데 자칫 잘못 사용하면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또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서 도박을 억지로 떼어낸다는 수동의 의미가 담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도박 중독이 반복적인 도박 행동으로 인해 생기는 병이니만큼 염료가 옷감에 배어 염색이 되듯 몸에 배어 익숙해져버린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피부에 돋은 종기를 수술로 단칼에 떼어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제안합니다. 단도박이 아니라 탈도박을 하자고요.
도박적인 속성에 물든 몸과 마음과 습관에서 벗어나 도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기로 결심하는 겁니다.
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서도 도박을 끊어내는 이미지보다는 헌 도박옷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의 옷으로 갈아입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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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두려워하는 것은 여자 도박자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90%이상의 도박자가 남자 도박자이니 편의 상 남자 도박자를 대상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요새는 그래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치료를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가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남자 도박자들이 이혼을 당하지 않기 위해, 배우자가 준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가족에게 등 떠밀려 치료 기관의 문을 두드립니다.
자신이 중독자라는 인식이 별로 없는 도박자가 상담을 받으러 전문 기관을 찾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 기관을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남자 도박자에게 이혼이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의식주를 스스로 챙겨야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지만 보고 싶은 가족들을 원할 때 볼 수가 없고 가족 없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니까요.
간혹 도박자의 배우자들 중에서 도박자가 먼저 이혼을 요구한다는 호소를 하는 분들이 있지만 이 경우는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도박자가 채권자의 추심 압력에서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소 충동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거나 혹은 너무 도박에 빠져 있어 가족과 헤어지는 이혼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도박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배우자를 압박하는 것이죠.
전자의 경우라면 채권 추심 압력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고 후자라면 가족 교육이나 배우자 상담을 통해 도박자의 조종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습니다.
도박자의 배우자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해 말씀드리지만 경제 능력이 없는 배우자가 이혼을 두려워하는 것 이상으로 모든 남자 도박자는 이혼을 두려워합니다.
자신이 불편함 없이 마음껏 도박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인 뻔뻔한 도박 중독자이든, 도박으로 한 몫 거머쥐어 가족을 행복하게 해야겠다고 착각하고 있는 도박자이든 간에 모두 똑같습니다.
그러니 이혼에 고민하기에 앞서 도박자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우선적으로 집중하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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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법 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심리치료 기법은 일반적으로 치료 초기에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를 강조하며 rapport 형성을 중요시하고 적극적 경청과 수용, 공감에 초점을 맞춥니다.
특히 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중독 상담에서는 치료 동기를 고양하기 위한 동기 강화 상담을 중요시합니다.
그러니 도박 중독 치료 초기에 직접적인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는 제 주장은 기존의 심리 치료적 접근법에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도박 중독자를 상담하다보면 공감적인 경청과 수용보다 direct guidance가 더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이 궁금해 하는 부분에 대해 명쾌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답답한 마음이 해소되고 상담자를 신뢰해도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 다음에야 치료적 관계가 시작되지 개입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기도 전에 조기 종결되는 사례가 많아집니다.
물론 상담자가 상담 초기에 직접적인 조언에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 도박자와 그 가족이 상담자에게 매달리는 의존성 문제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아무 내담자에게나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하지만 대개의 경우 도박 중독 상담에서는 초기에 명확한 guideline을 제시하는 것이 병식이 부족한 도박자와 치료적 관계와 한계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저는 치료적 관계가 공고해진 다음에 직접적인 조언을 조심스레 사용하라는 기존 심리치료 기법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내담자의 상담자에 대한 dependency 문제보다 조기 종결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 도박 중독자와 그 가족을 상담하는 상담자는 직접적인 조언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을 충분히 습득하고 있을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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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담을 할 때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기왕 상담을 시작하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든 간에 일단 꾸준히 상담을 받으러 나오라고 당부합니다.
그 이유는 도박 중독 치료가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양 발을 페달에 올리고 저으면서 중심을 잃지 않고 어느 정도 타려면 어쩌다 한 번씩 자전거에 올라 연습하는 정도로는 어림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자전거를 연습하면 과연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있을까요?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 재미가 없고 그래서 금방 때려치우게 되고 결국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좀 힘들고 재미 없더라도 매일 1시간씩이라도 열심히 연습을 하면 곧 뒤에서 누가 잡아주지 않아도 뒤뚱거릴지언정 혼자 탈 수 있게 됩니다. 그 정도가 되면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잠시 자전거 타는 것을 미루어 두어도 나중에 다시 시작할 때 처음부터 다시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몸에 체화되었으니까요.
도박 중독 치료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 잘 모르겠고, 도박을 안 하고 싶은 마음과 하고 싶은 마음이 충돌해 머릿속이 복잡하고 금단 증상 때문에 온통 초조하고 일도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상담을 받는 것이 과연 답일까 하는 회의가 생기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모두 치료 효과를 몸으로 느끼기 전까지 경험하게 되는 일종의 명현 현상입니다. 치료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웬만한 유혹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고 자신감이 붙을 때까지는 꾸준히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니 몸이 허해질때마다 응급실을 찾아 링거 맞듯이 띄엄띄엄 상담을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 평생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하고 오히려 더 달려들어 초반에 뿌리를 뽑을 각오로 상담에 전념해야 합니다.
제 경험 상 그런 분들은 반드시 치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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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포스팅 한
'도박 중독 치료법 중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치료 기법 간 차이가 없으며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치료 방법도 없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자발적인 회복도 가능하다고 했으니 도박 중독이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도박자들에게 전문적인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받으시는 것이 좋다고는 이야기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비유를 들겠습니다.
도박 중독은 집에 도둑이 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도둑은 언제나 활개를 치고 다니지만 내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상 사실 상 문제가 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도둑이 들면 피해가 큽니다. 재산 상의 손실 뿐 아니라 운이 없다면 사람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일단 도둑이 들고 나면 얼마동안은 문단속도 열심히 하고 집안의 귀중품 관리라든가 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이것이 자발적 회복입니다.
하지만 우리 집에 내가 모르는 취약한 보안 문제가 있다면 언제든 도둑이 다시 침입할 수 있죠. 게다가 사람의 기억은 간사한 것이어서 시간이 흐르면 마음이 점차 해이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전문 보안 업체에 의뢰해 우리 집의 보안 상태를 샅샅이 점검하고 취약한 부분에 경보 장치를 다는 등 안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이 전문적인 치료입니다.
당연히 전문 보안 업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도둑이 다시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안전이 한층 강화되겠지요.
도박 중독의 재발을 야기하는 요인은 매우 많으며 도박자에 따라 다양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므로 도박자 개인이 이 모든 요인을 점검하고 도박 충동의 상승을 감지하는 일종의 경보 장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것이죠.
전문적인 치료기관에서는 단순히 도박과 관련된 환경 요인 뿐 아니라 도박자의 심리적 문제, 관계적 문제 등 도박 중독의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을 꼼꼼하게 분석해서 재발 가능성을 최소화하므로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전문적인 치료도 함께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도박 중독 치료는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니까 경제적인 부분을 염려하실 필요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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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에 대한 포스팅이 늘다 보니 무슨 이야기를 했고,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자꾸 헷갈려서 포스팅 한 목록을 다시 찾아보게 되네요. ^^
도박 중독 치료에 있어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략 대상의 하나가 '거짓말'입니다.
흔히들 도박 중독의 주된 특징으로 이야기하는 '금단증상'과 '내성'은 그 정도가 두드러지지 않거나 금전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뿐입니다(그렇다고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거짓말은 도박자에게 심리적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거짓말 자체가 양심과 영혼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금단증상'과 '내성'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현장에서 상담을 하는 전문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책임'의 문제도 잘 따지고 보면 결국은 거짓말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됩니다. 상습적인 거짓말로 양심이 무디어지게 되어 무책임해지는 것이니까요.
많은 도박자들이 가족의 의도와 심정을 상상해서 거짓말을 하고는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포장합니다.
"아내가 마음 아플까봐 도박을 끊었다고 거짓말을 했어요", "조금이라도 내 힘으로 갚으면 위안을 얻을까봐 숨겨둔 빚이 없다고 부모님께 거짓말했어요" 등등
하지만 포장지가 화려하다고 독극물이 성수가 되지 않듯이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고 상대방 뿐 아니라 돌아와서 자신의 심장에 꽂히는 부메랑과 같습니다.
선의의 거짓말은 결코 해결 방법이 아닙니다. 오로지 진실만이 해답입니다.
그래서
도박을 하고 있든, 하지 않고 있든 간에 도박 중독 치료의 핵심은 '죽어도 정직하자'는 마음을 먹는 것입니다.
자신과 세상에 정직할 수만 있다면 그 도박자는 결국은 치유되기 때문입니다.
정직하지 않은 도박자는 제 아무리 빚을 다 갚아도, 많은 돈을 벌어도, 다정한 가장이 되어도 반드시 재발합니다.
이것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직하세요. 죽어도 정직해야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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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자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도박 중독 치료에 복식 호흡이나 이완과 같은 대안 요법들이 많이 사용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임상 현장에서 복식 호흡, 이완 등은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감소를 위해 사용됩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 보니 복식 호흡이나 이완이 도박 중독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도박 중독으로 발생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도박 충동을 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복식 호흡과 이완 요법은 일단 도박 충동과 궁합 자체가 맞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도박이란 몸과 마음을 온통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저절로 호흡이 빨라지고 신체가 각성되면서 긴장됩니다.
따라서 몸을 이완시키고 복식 호흡을 통해 호흡이 느려지면 도박 충동을 제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도박장에서 온 몸을 이완시키고 느린 호흡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도박을 할 수 있을 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굳이 명상과 같은 방법을 병행하지 않더라도 호흡을 느리게 할 수 있는 복식 호흡과 신체 이완에 능숙하다면 언제 어디서나 효과적으로 도박 충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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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도박 중독자를 치료하는 초기에 심리적인 문제를 꼼꼼히 살피는 편입니다.
그래서 MMPI-2를 비롯한 다양한 심리평가 도구를 사용해 도박 중독자가 기타 중독, 우울 장애, 불안 장애 등 치료가 필요한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은 지 평가하고 해석 상담도 꼭 합니다.
물론 현장에서 실제로 보면 교과서에서 보듯이 도박 중독자에게 공존 질환이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인 문제를 반드시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만에 하나 놓친 심리적 문제가 재발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우울 장애가 기저에 있는 사람의 치료 목표를 도박 중독에만 맞출 경우 설사 그 목표가 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우울 장애에 의해(우울한 기분을 잊기 위해 다시 도박을 하는 등)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간혹 도박 중독 치료는 도박 중독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도박 중독은 매우 복잡한 문제이고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서도 다양한 재발 요인을 꼼꼼히 챙겨 살펴봐야 합니다.
그것이 전문가가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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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자가 도박에 중독되어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면 가족들은 '조급증'과 '의심병'으로 고통 받습니다.
'조급증'은 만족 지연을 하지 못하고 빠른 결과만 성급하게 바라는 도박자의 증상이 가족들에게도 나타나 평소에도 매사에 참을성이 없어지고 치료를 받을 때에도 빠른 효과가 나타나기만을 조급하게 바라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의심병'은 도박자가 그 동안 도박을 하면서 했던 거짓말 때문에 가족의 신뢰가 사라지면서 가족들이 매사에 의심이 많아지고 도박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심하는 것을 말합니다.
도박자가 다행히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치료 초기에 중점이 되는 것은 도박자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족의 의심병은 상대적으로 치료 선상에서 뒤로 밀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도박자는 자신이 열심히 치료받고 노력을 하는데 왜 가족들은 여전히 자신을 믿지 않고 계속 의심하고 감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토로합니다.
이럴 때 가족들은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이 누구 때문인데 하며 도박자를 탓하거나 몰아세우기 쉬운데 차라리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란을 조장하지 않고 도박 중독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나도 당신에게 이러고 싶지 않지만 내가 의심병에 걸려서 나도 나 자신을 어떻게 통제할 수가 없어. 그러니 미안하지만 내가 이 의심병을 고치는 동안 당신이 나를 좀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나도 열심히 노력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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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이 야기하는 문제 중 도박자와 그 가족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는 바로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빚 문제입니다.
상당히 많은 도박자들이 과중한 채무의 압박을 못 이겨 가족에게 도박 사실을 들키고 치료를 받기로 결정하곤 합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할 때 초기에 꼭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도박자가 도박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채무를 목록화해서 상담자와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이것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치료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와 그 가족은 대개 도박빚과 이로 인한 재정적인 곤란이 심각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기술적인 부분에만 의존하게 되면 도박자와 그 가족이 상담 및 심리치료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고 겉돌게 됩니다. 그래서
구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채무 변제 계획을 조기에 마련하는 것이 이후 진행되는 치료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둘째, 도박 중독을 치료할 때에는 도박자가 자신이 어떻게 주변 사람을 속이고 도박을 했는지 자발적으로 고백하는 '자발적 무장해제'를 비롯해 도박을 할 수 없도록 환경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를 '환경 조성'이라고 부르는데
채무 변제 목록 작성을 통해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고 나면 도박 중독 치료의 초기 세팅이 빨리 완료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셋째, 실제 현장에서 도박자에게 관찰되는 또는 호소하는 심리적 불편감 중 가장 많은 것은 우울감이 아니라 불안감입니다. 과연 도박을 끊을 수 있을까, 가족과 행복한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도박자를 뒤덮고 있는데
채무 변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그 중 상당한 분량의 불안감을 덜어줄 수 있습니다.
물론 상당수의 도박자들이 채무 변제 목록을 작성할 때 일부 도박빚을 기록하지 않고 남겨 두었다가 이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도박을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도박자가 작성한 채무 변제 목록이 완전한 것이 아닐 가능성에 대해 상담자는 항상 주의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상담자가 작성된 채무 변제 목록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거나 추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내담자와 rapport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누락된 내용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게 된다는 점을 따뜻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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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상담을 하다보면 상담자가 자신이 했던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도박자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기도 하지만 도박 중독을 치료하려면 도박을 했던 경험이 있어야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고 그래야 도박 중독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도박자도 있습니다.
도박 중독을 잘 치료하려면 치료자가 도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만 할까요?
물론 각종 도박의 룰과 하는 방법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아무래도 도박자와 rapport를 형성하기에도 수월하고 또 다양한 인지 오류나 도박으로 돈을 딸 수 없는 이유와 연결하여 치료에 있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도박 중독 치료의 필수 조건은 아니라서 도박에 대해 많이 알지 않아도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도박에 대한 지식이 아니라 도박 중독에 대한 지식이고 무엇보다도 도박자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마음가짐과 소명 의식이 더 필요합니다.
또한 도박자가 도박 이야기를 꺼낼 때, 그 도박에 대해 잘 아는 치료자가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그런 이야기를 마냥 받아주면 오히려 도박 중독자의 urge가 상승하는 것을 간과해서 재발의 위험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도박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도박 중독 치료에 대해 더 깊은 지식을 쌓는 것이 더 유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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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중독자에게 도박 중독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치료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요. 이는 가족들은 물론이고 현장의 치료자들도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스스로 치료 기관을 찾든,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비자발적으로 방문을 하든 대부분의 도박 중독자는 양가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 도박으로 인해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하였고 그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죄책감, 미안한 마음, 그리고 도박 때문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고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불안감이 하나의 축에 있다면 반대편에는 그래도 도박은 시름을 잊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용기를 주고, 짜릿한 기쁨과 위안을 주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러니 도박자가 둘 중의 하나를 선뜻 버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달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양가 감정 상태에서 치료 기관을 방문하는 도박자에게 도박 중독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치료 기관에서는 첫 방문 시 자기 보고형 질문지를 작성토록 해 도박 중독 상태를 평가합니다. 그래서 방문한 도박자가 어느 정도의 중독 상태에 있는 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어떤 치료자들은 "당신이 스스로 작성한 진단 척도 상 도박 중독이라고 평가되었습니다. 당신은 도박에 중독된 상태입니다"라고 가능한 한 빨리 말해줌으로써 양가 감정 상태를 끝내고 한시라도 빨리 치료 장면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어떤 도박자는 이미 자신이 도박에 중독되었다는 생각 쪽으로 많이 기운 상태에서 방문하며 공인된 전문 기관에서 자신을 도박 중독으로 결론 내려주기를 내심 희망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도박을 포기할 명분이 생긴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저는
초기에 도박 중독 진단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치료자가 도박 중독이라고 단호히 진단하는 것은
중독 치료에 가장 중요한 치료 의지를 약화시키거든요. '아, 나는 도박 중독자구나. 그 무서운 도박 중독에 걸렸구나. 이제 나는 끝났다'라고 내심 자포자기하는 도박자가 의외로 많습니다. 이렇게 자의반 타의반 자신을 도박중독자로 낙인찍고 나면 치료를 받아야한다는 절박감과 도박 중독에 대한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가족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되면서 가족이 떠날까봐 전전긍긍해하면서 매달리고 때로는 재발을 당연시하면서 치료에 최선을 다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저도 해석 상담을 통해서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알려는 줍니다. 하지만 도박 중독이니 정신질환에 걸렸느니,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느니 하면서 위기감을 조성하는 말은 일체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선택과 의지가 중요하다는 것과 전문적인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효과적으로 도박을 그만둘 수 있는 측면을 강조해서 이야기 해 줍니다.
내담자가 도박을 그만하기로 결정한다면 굳이 도박 중독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이 무슨 추가적인 도움이 되겠습니까. 차라리 그 시간에 도박자의 자기 결정권과 책임의 문제를 더 깊이 다루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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